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60)
60화 13. 인생 10회 차는 시험을 본다 (2)
“이번 시험의 주제는 해독 포션 제조입니다.”
연금술 시험 담당 교수의 딱딱한 말투에 예리엘은 마른침을 삼켰다.
“빠른 이들은 중등 교육, 아무리 늦어도 고등 교육 과정에 돌입하면 직접 던전을 탐사하게 됩니다.”
백 명이 넘는 학생들이 한 명의 교수의 입만을 바라보았다.
저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번 시험의 점수와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아카데미를 졸업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이 어떠한 직업을 선택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가문을 이어받는 자도 있고, 공무원이 되는 사람도 있겠지요.”
교수는 느릿하게, 그러나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학생들에게 말하였다.
“또한 기사나 마법사가 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모험가가 되어 의뢰를 받는 이들 또한 있을 겁니다.”
이 시험의 목적은 단 하나.
“밖에는 수많은 독이 있습니다. 야생에서 채집한 음식에 독성이 있을 수 있고, 식수로 마시던 물이 오염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몬스터에도 독이 있으며, 최악은 적의를 가진 인간이 독이 묻은 무기를 사용하는 것이지요.”
현 시대 연금술의 가장 큰 목적은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현자의 돌을 연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연금술사가 현자의 돌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연금술 교수로서 장담합니다. 여러분이 앞으로 가장 많이 사용할 포션은 회복 포션도, 마력 회복 포션도 아닙니다.”
당연한 일이었다.
현자의 돌을 만드는 것만이 연금술의 가치라면, 아카데미의 정규 수업에 연금술이 있지 않았을 테니까.
“여러분이 가장 많이 만들 포션은 피로 회복 포션과 해독 포션입니다.”
촌구석 지방에서조차 창조의 교단을 볼 수 있는 시대.
회복 포션은 응급 처치용 포션에 지나지 않는다.
애초에 전설 취급을 받는 엘릭서가 아닌 이상 치료 효과가 낮고, 그에 비해 효과가 조금만 올라가도 단가는 천문학적으로 올라가기 때문이었다.
“독에는 여러 가지 독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오늘 여러분이 해독해야 할 독은 마비 독입니다.”
마비.
가장 간단하면서도 가장 많이 만나는 독 중 하나였다.
“중급 마비 독을 해독시킬 포션을 만드는 것이 조건입니다. 효과가 너무 약하면 해독이 안 될 것이고, 효과가 너무 강하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겠지요.”
조건이 조금 까다로웠지만, 이해가 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그다음 조건은 조금 당황스러운 것이었다.
“마비 독에 대해서는 이미 수업 시간에도 여러 차례 나왔을 것입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 각자 재료를 선택하고 포션을 제조하면 됩니다.”
그 말에 몇몇 학생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재료를 직접 골라야 해?”
“그냥 주는 거 아니었어?”
수업 시간에 배운 연금술은 모두 재료와 레시피가 준비된 상태였다.
그렇기에 시험에서도 재료가 준비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한 이들이 많은 듯싶었다.
“연금술은 신비에 도전하는 학문이라고 하지만, 그건 아주 소수의 연금술사의 이야기입니다. 대다수 연금술사는 기존의 규칙을 따르는 이들입니다.”
하나의 재료가 추가되거나 빠져도 결과물이 바뀐다.
똑같은 레시피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아주 사소한 재료의 양으로 성공과 실패가 나뉘기도 했다.
“연금술만큼 아는 것이 중요한 학문은 없습니다. 여러분은 여태까지 수업을 들으며, 각 재료의 특징과 효과를 배웠습니다.”
다 가르친 범위다.
그렇게 말하는 연금술 교수의 말에 학생들은 반론할 수 없었다.
“특히 중독 관련 포션들은 야외에서 제조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마비 독 같은 경우는 재료를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니 더욱더 만들 기회가 많을 테지요.”
그때마다 재료가 없다고 포션을 못 만들면 연금술을 배울 필요가 없다.
“그럼, 시험 시작하겠습니다.”
말과 동시에 교수는 거대한 모래시계에 마력을 불어넣었고, 모래시계의 모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
시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크게 두 부류였다.
시작과 동시에 거침없이 재료를 가져가는 이들.
그리고 눈치를 보며 재료를 가져가는 이들의 모습을 훔쳐보는 이들.
‘운이네.’
후자에 속한 예리엘이었지만, 포션에 들어가는 재료를 모르기에 하는 행동은 아니었다.
라일라는 이런 시험 내용을 예상이라도 한 듯 예리엘에게 포션에 들어가는 재료들의 특징을 이미 알려 준 상태였다.
‘함정이 많아.’
어리다고 해도 귀족은 귀족이다.
순진하게 포션 재료만을 가져가는 이들도 있었으나, 대다수의 학생이 전혀 상관없는 재료들을 함께 담아 넣고 있었다.
‘진짜 막 담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닌 사람이 더 많겠지.’
함정이었다.
진짜 재료를 모르는 사람이 보고 따라 하는 것을 막기 위한 함정.
아카데미의 성적은 만점을 받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른 학생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 게 중요하지.’
괜히 시험이 끝나고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성적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었다.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이 걸리는 것은 명예이며, 그것을 위해서는 자신의 밑에 있을 이들이 필요했다.
그렇다.
아카데미에 있는 이들은 친구인 것과 동시에 적이다.
그리고 그 적들은, 자신이 친구라고 생각한 이들의 함정에 빠져 자멸하고 말 것이다.
‘무섭네.’
이곳에 모인 학생들이 모두 같은 반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카데미에 함께 다니는 동기들이었다.
그런데 망설임 없이 함정에 빠트리려는 이들이 저렇게 많다니.
권모술수가 넘쳐 나는 귀족 사회의 미래다운 모습이었다.
‘슬슬 준비해야지.’
다른 학생들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할 때쯤, 예리엘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재료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간단한 회복 포션용 약초부터, 잘못 사용하면 독초인 물건까지.
모양은 다르지만 대부분이 녹색인 풀밭에서 예리엘은 조심스럽게 약초를 골랐다.
“후.”
선택한 약초가 잘못되지 않았는지 몇 번을 확인한 그녀는 미리 불을 붙인 냄비에 물을 넣고 끓였다.
그리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약초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이건 그냥 적당한 크기로 썰어 넣으면 되고, 이건 즙을 짜서 넣고.’
머릿속에 있는 레시피를 따라 재료를 손질하고, 정해진 순서대로 넣고 삶는다.
물이 끓어오르고, 재료가 잘 섞이게 저어 주고, 타지 않게 불 조절을 해 가며, 정해진 시간까지 끓이면 완성.
“도대체 왜……!”
그리고 완성된 검붉은 포션을 바라보며 예리엘은 절망했다.
완벽한 레시피로 만들었는데, 도대체 왜 결과가 이 모양인가!
“언니, 난 틀린 것 같아.”
다른 장소에서 시험을 보고 있을 데이지를 떠올리며 예리엘은 울먹였지만, 시험은 시험.
“그만. 진행하던 것을 멈추세요.”
모래시계의 모래가 다 떨어지고, 연금술 교수의 싸늘한 목소리가 실험실에 울려 펴졌다.
“다른 사람의 평가 시간에 불법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은 무조건 0점 처리를 받게 됩니다.”
구석구석에 서 있는 조교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하지만 예리엘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저기서 건드린다고 해도 결과물이 바뀔 일은 없으니까.’
초록색만 가득 집어넣었는데, 왜 저런 색이 나오는 걸까.
“색은 잘 나온 듯싶지만, 효과가 약하군요. 재료 선정을 잘못한 것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약효가 너무 강합니다. 마비 증상은 없앨 수 있겠지만,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겠네요.”
“…위험한 포션이네요. 사용한 재료가 무엇이죠? 이건 잘못 사용하면 강력한 중독 증상을 보일 수 있는 마약류 약초입니다. 수업 시간에 최악의 상황이 아니면 사용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요.”
준비된 마법 용지를 포션에 넣으며, 연금술 교수는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렇게 한 사람, 또 한 사람이 지나가고.
“…….”
“…….”
예리엘의 차례가 된 순간, 연금술 교수는 처음으로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예리엘 학생.”
“네.”
“무엇을 만든 거죠?”
눈으로 보기에도 포션이라기보다는 독약 같은 모습이었다.
오래된 피처럼 검붉은 액체.
그것이 담긴 병을 연금술 교수가 조금 흔들어 보았다.
“이렇게 끈적한 농도가 나올 수 없는 조합인데…….”
연금술 교수의 시선이 예리엘에게 닿았다.
그 뜨거운 시선에 예리엘은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효과겠지만요.”
하지만 큰 기대는 없었다.
아무리 겉모습보다는 효과가 중요한 포션이라고 하지만, 겉모습이 이 정도로 망가지면 포션의 효과도 제대로 나올 리가 없다.
“응?”
없어야 했다.
그게 정상이었다.
“…….”
그러나 시험용 아티팩트에 나온 것은 아주 이상적인 포션이라는 결과였다.
점수로 봐도 이곳에 있는 이들 중 최고점.
“잘못 넣었나?”
가끔이지만, 마법 용지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에 연금술 교수는 다른 마법 용지를 꺼내어 예리엘의 포션에 담그고, 그 용지를 다시 아티팩트에 넣어 보았다.
“…….”
“교수님?”
그러나 결과는 동일했다.
이쯤 되면 아티팩트가 고장 난 것이 분명했다.
“잠시만요.”
연금술 교수는 예리엘의 포션을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그 옆자리 학생의 포션을 들어 올렸다.
“…….”
그리고 아무런 이상 없이 결괏값을 내는 아티팩트를 보며 생각했다.
‘제대로 된 포션이라고?’
저게?
연금술 분야에 몇십 년을 종사했는데도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이었다.
정말 저 포션이 마비 독에 효과가 있는 것인가.
‘애들을 이용하면…….’
가장 쉽게 증명하는 방법은 바로 사람이 마셔 보는 것.
호기심이 동한 연금술 교수가 곳곳에 배치된 조교와 대학원생을 바라보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지.’
아무리 대학원생이 인권이 없다는 소리를 들어도 인체 실험을 진행하는 것은 안 된다.
평가한 학생에게 조언을 해 주고, 다시 예리엘의 앞에 선 연금술 교수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겉모습은 위험해 보이지만, 내용물은 아주 완벽한 해독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태까지는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지만, 예리엘에게만큼은 그냥 결과를 말해 주는 느낌이었다.
“포션 제조 과정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선택한 재료와 손질 방법, 그리고 제조 방식을 말해 보세요.”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당황한 예리엘이었지만, 이 기회를 놓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았다.
포션을 제조한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완벽하게 레시피를 재현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렇게 만들었는데, 이런 물건이 나온다고요?”
그 말을 듣자 더욱 어이가 없어진 교수의 표정이었지만, 예리엘은 만족할 수 있었다.
‘언니, 나 살았어!’
교수의 표정이 어떻든, 가장 위험했던 연금술 시험의 최하점을 피할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그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였다.
“제가 따로 실험을 해 보고 싶은데, 예리엘 학생이 만든 포션을 가져가도 되겠습니까?”
“네?”
“개인적인 호기심이니, 시험 점수와는 관련이 없을 겁니다.”
“어, 네.”
허락은 하였지만, 기분이 묘한 예리엘이었다.
‘내 포션, 교수가 호기심을 가질 만큼 연구 대상이야?’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자신이 만든 포션을 바라보는 연금술 교수의 모습에 씁쓸함을 느낀 것도 잠시.
‘점수만 잘 주면 되지.’
장래희망이 연금술사이면 모를까, 기사인 예리엘에게는 시험을 무사히 통과했다는 기쁨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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