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62)
62화 13. 인생 10회 차는 시험을 본다 (4)
하인스의 마법 시험을 끝으로 위기는 찾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무사히 일주일간의 시험이 모두 끝난 후.
“1학기도 거의 다 끝났네.”
기말시험의 끝은 아카데미의 1학기가 끝난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이제 여름 방학이 시작되고, 여름 방학이 끝나면 2학기가 시작된다.
“이걸 일곱 번을 더 하면 중등 교육으로 올라가는 건가?”
르윈이 그냥 툭 내뱉은 한마디에 세 시종은 생각했다.
‘이제 1학기……?’
‘이걸 일곱 번을 더 해야 한다고?’
‘심지어 중등 교육으로 올라가는 거지, 아카데미 생활이 끝나는 것도 아니잖아!’
나름 평범하게 지냈던 예리엘과 하인스에게도 힘든 생활이었다.
르윈과 함께 돌아다녔던 데이지의 피로는 말할 것도 없는 상황.
과연 무사히 아카데미 생활을 보낼 수 있을까.
이들은 자신이 없었다.
“뭐, 진짜는 2학기지만.”
“진짜요?”
진짜는 2학기라니.
듣기만 해도 오싹해지는 말에 데이지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응. 원래 아카데미 생활은 2학기부터 하는 거잖아.”
르윈은 머릿속에 대표적인 행사를 떠올렸다.
“1학기는 시험을 제외하면 입학식이랑 소풍 말고 행사가 없는데, 2학기는 그게 아니니까.”
그 말에 시종들 또한 머릿속에 떠오르는 행사들을 자연스럽게 살폈다.
“일단 제국 건국 기념일과 그에 따른 아카데미 축제가 있었죠.”
“검술 대회랑 마법 대회를 비롯한 기타 대회도 있고.”
“학생회 임원 선발 기간도 2학기부터였죠, 아마?”
“그렇지?”
막상 떠올리니까 진짜로 많았다.
1학기는 이제 막 아카데미에 들어온 신입생들에게 적응 기간을 준 것이라는 듯, 짧은 기간에 다 할 수 있을지 궁금한 일정들이 짜여 있었다.
“그 밖에도 제국 수도에서 벌어지는 대회들 대표 선발전도 있고, 2학기 중간, 기말시험도 있지.”
“와…….”
각종 축제와 대회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시험은 본다.
그 말에 예리엘이 입이 벌어진지도 모른 채 감탄사를 내뱉었다.
“다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그나마 괜찮지.”
진짜 고통받는 이들은 이 모든 일정을 준비하고 참여해야 되는 학생회였다.
다른 학생들은 그나마 준비된 것들을 즐기는 수준이지만, 학생회는 물밑에서 일정을 조율하고 축제나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끝나도 문제고.’
대회를 준비하는 것도 고되고, 진행하는 것은 더욱 고되며, 정리하는 것은 고통일 것.
‘역시 학생회는 할 게 못 돼.’
괜히 나라에서 공무원으로 데려가는 것이 아니다.
이미 검증받은 노예라서 데려가려는 것이요, 험난한 공무원 생활보다 더한 일들을 이미 겪은 인재들이라서 데려오는 것이다.
‘라일라를 보내 놓은 건 최고의 선택이었어.’
가문의 배경보다는 본인의 능력을 보는 것이 학생회라고 하지만, 올해는 입장이 조금 달랐다.
베르샤 아카데미라는 어중간한 아카데미에 황족은 물론 단둘뿐인 공작가의 핏줄이 모두 입학했다.
학생회에 참여하려는 학생들로서도 이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터.
셋 중 누군가는 학생회에 들어가 지휘봉을 잡아야 할 터였다.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루테스였지만, 루테스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그럴 일은 없을 터.
‘우리 라일라라면 잘하겠지.’
그럼 남은 인원은 자신과 라일라밖에 없으니, 라일라를 학생회장으로 만들 생각인 르윈이었다.
“앞으로 엄청 바빠질걸?”
이제 막 아카데미에 들어온 신입생들에게는 재미있는 일일 것이다.
행사가 치러진다고 하더라도 주축이 될 수 없고, 그저 구경만 하다가 끝나는 게 보통이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학년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짊어지는 짐이 많아지는 것이 현실이었다.
‘너희도 그렇고.’
아카데미는 제국의 젊은 인재들을 키우는 곳이고, 제국의 건국 기념일은 그것을 증명하는 장이다.
빠르면 중등 교육 후반, 늦어도 고등 교육에 들어가면 예리엘과 하인스 역시 검술 대회에 학교 대표로 참여하게 될 터.
‘우승 못하면 죽어야지.’
숨쉬기 운동까지 가르쳤는데 우승을 못하면 자신의 안목이 부족했다는 증거가 된다.
‘절대 그럴 순 없지.’
얼굴이라는 재능만 믿고 골라 온 이유가 무엇인가.
재능이 없다면 만들어 줄 수 있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법과 연금술 분야가 부족한 것도 둘이 원하는 것이 검술이기 때문이었지, 만약 둘이 진심으로 마법과 연금술을 배우고자 했다면 어떻게든 가르쳤을 것이다.
‘그건 아닌가?’
예리엘이 만들어 낸 지옥에서 막 퍼 올린 포션을 떠올리자 자신감이 조금 떨어졌지만, 그건 인생 10회 차로서도 경험하지 못한 미지였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다.
암, 그렇고말고.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닙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르윈에게 데이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분이 좋아 보인다?”
“네. 이제 가문으로 돌아가야 하니까요.”
드디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진짜 고향은 아니지만, 이제는 마음의 안식처이자 고향이 된 드라이르프 가문이었다.
“…….”
옅은 홍조까지 띠며 기대하는 데이지의 모습을 보자 르윈은 ‘그냥 아카데미에 있을까?’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랬다가는 난리 나겠지?’
언제 배신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리라.
‘그건 좀 그렇지.’
앞으로의 인생을 위해 더욱더 잘나가야 하는 아이들이었다.
공작가 아들내미보다 시종들이 더 유명해지려면, 앞으로 해 줘야 할 일이 참으로 많았다.
잠깐의 유희로 잃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울 정도로 르윈은 데이지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래, 집에 가야지.”
오랜만에 부모님도 보고, 형제들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집에 가게?”
그때 불쑥 금발 머리 하나가 튀어나왔다.
“언제 왔어?”
“아까.”
평소보다 더 기분이 좋은 모습으로 푸른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는 이는 라일라였다.
“신나 보이네?”
“시험 성적 올라왔거든!”
“빨리도 올라왔네.”
아마 이번 시험도 무사히 수석을 유지한 모양이었다.
“그런가요?”
“응! 지금 가서 확인할 거지?”
“네.”
예상 점수는 안정권이었지만, 불안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데이지는 동생들을 끌고 가서 시험 점수를 확인했고, 보충 수업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애들을 그렇게 못 믿어?”
“도련님을 못 믿었습니다.”
“…….”
데이지의 신랄한 한마디에 르윈의 입이 절로 닫혔다.
“아카데미에 남겠다고 보충 수업을 받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안 한다고 했잖아. 우리 사이의 신뢰가 그것밖에 안 돼?”
“네.”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 즉시 튀어나오는 말에 르윈은 할 말을 잃었다.
“이렇게 여린 마음에 상처를 입히다니, 너무한 거 아니야?”
“철혈의 공작님의 아들이 여린 마음이라니요.”
“그 별명 이상하다니까.”
이번만큼은 데이지도 반론을 말하기 어려웠다.
평소 가문에서 보았던 드라이르프의 가주는 철혈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으니까.
“공과 사를 철저히 하시는 것이겠지요.”
“그건 나도 잘하잖아.”
“여태까지 공적인 일을 한 적이 없으시니까요.”
주변 이미지가 매우 좋아 보이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르윈 디 드라이르프의 실체를 모든 학생들이 알게 될 날은 그리 멀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주장하는 데이지의 모습에 르윈은 한숨을 내쉬었다.
***
“이제 곧 방학이라고 놀 생각만 하지 마라. 아카데미 생활은 2학기부터가 진짜니까.”
바르바는 그렇게 말했지만, 듣는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 때도 그랬으니까.’
시험도 끝났고, 아카데미 정규 일정도 끝났다.
마지막 수업에서 너희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해 봤자, 누가 듣겠는가.
‘진짠데.’
하지만 안타깝게도 바르바의 말은 사실이었다.
중간시험 이전의 시험이 이론 위주였다가 기말시험부터는 실습이 추가된 것은 우스울 정도로, 1학기와 2학기는 시험의 난이도가 달라진다.
‘공부할 시간이 없을 테니까.’
재미있기는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재미를 다 즐기고 나면, 눈앞에 시험지가 놓여 있다.
덕분에 겨울 방학 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아카데미에 남는 학생들이 많아지며, 할 일 없는 학생들이 만든 눈사람이 아카데미 곳곳에 생겨났다 사라지곤 했다.
“예습 좀 해라.”
그렇기에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해 주었지만, 역시나 소용은 없었다.
“그럼 오늘 수업도 잘 받았고, 내일 종업식에 잘 참석해라.”
“네!”
드디어 끝났다!
그런 소리와 함께 사라지는 학생들을 보며 바르바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쉬는구나.”
방학은 학생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교수들 역시 방학이 되면 학생으로부터 해방이 될 수 있다.
물론, 보충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으나.
“이럴 때는 좋긴 하네.”
이사장을 비롯한 아카데미의 수뇌부들이 고르고 고른 인원들이다.
드라이르프와 라인하르트라는 폭탄은 늘 위장약을 사게 했지만, 반 성적은 그다지 노력을 하지 않아도 최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성과급도 잘 나오겠고.”
아카데미 이사장의 별명은 황금 공.
그만큼 성적을 잘 낸 이들에게 보상도 넉넉하게 챙겨 주는 편이다.
공작가 둘을 처리하고 있는 성과급에 최우수 반의 성과급까지 합친다면, 주머니가 아주 넉넉해질 예정.
“이번 실험 예산도 넉넉하게 챙겨 준다고 했으니, 방학 기간 내내 연구실에만 틀어박힐 수 있겠네.”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올해 초, 공작가 둘이 아카데미에 입학했고, 그 둘의 담임을 자신이 맡아야 한다고 했을 때를 떠올리면 많이 편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라인하르트는 조용하고, 드라이르프는 너무 시끄러웠지.’
라일라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기에 편했고, 르윈은 은밀하게 사건을 일으켜서 편했다.
‘데이지 학생이 고생을 많이 하는 것 같았지만.’
그 덕분에 바르바의 선에서 할 일은 거의 없었다.
“앞으로도 고생 좀 해 주었으면.”
데이지의 편의를 잘 봐주는 것만으로 넘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힘들겠지?”
2학기 일정을 떠올리면 그것도 많이 힘들 것 같았다.
“아차.”
자연스럽게 담배를 꺼내고 입에 문 바르바는 이곳이 교실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입에 문 담배를 손에 움켜쥐었다.
아무리 학생이 없다고 하더라도 교실에서의 흡연은 말이 안 되는 것.
그렇게 쓰레기가 된 담배를 주머니에 욱여넣는 것과 동시에 주머니에 있는 통신구가 반짝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황금색.”
아카데미에서 지급된 통신구의 빛으로 연락을 보낸 사람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황금색은 오직 이 아카데미에서 한 명만 쓸 수 있는 색.
“네, 바르바 델릭입니다.”
『날세.』
베르샤 아카데미의 이사장이자, 제국의 백작이며, 황금 공이라고 불리는 대머리였다.
“네, 이사장님.”
『1학기를 잘 보내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네.』
“네, 감사합니다.”
아카데미의 교수들 사이에도 파벌 싸움은 존재한다.
바르바는 그런 것보다 연구에 더 신경을 쓰는 부류였기에 신경을 쓰지 않았으나.
『그런 자네의 공을 치하하고자, 오늘 저녁을 한 끼 사려고 하는데.』
아카데미 이사장이라는 놈이 이렇게 부르는 것에 이유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저 대머리 영감이 움직이는 일은 흔치 않은데.
그래도 큰일은 아니겠지.
‘라헬 님이시여, 제발 아무 일도 없게 해 주시길.’
그렇게 간절히 빌었으나.
“…잘 못 들었습니다?”
헌금도 내지 않는 무교 마법사의 말은, 여신에게 닿지 않은 듯싶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