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63)
63화 14. 인생 10회 차는 집에 간다 (1)
“처음 아카데미에 들어온 학생들도 있을 것이고, 이제 곧 마지막 학년인 학생들도 있을 겁니다.”
기초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모두 모인 자리.
수천 명이 모인 자리였지만, 들리는 것은 이사장의 말뿐이었다.
“가장 빛나는 시기를 보내고 있는 여러분에게.”
“이사장님 머리가 가장 빛나는 것 같지 않아?”
“풋!”
르윈의 한마디에 라일라가 웃음을 참지 못하는 사소한 일이 있었으나, 이사장의 훈화는 무사히 끝이 났다.
“무사히 1학기가 끝났네.”
“무사히요?”
“아무런 사건 사고가 없었잖아.”
“…….”
뭔가 일이 많았던 것 같은데, 그래도 아주 큰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라 데이지는 참을 수 있었다.
‘그래. 오늘은 가문으로 돌아가는 날이니까.’
이렇게 좋은 날, 굳이 지적할 필요는 없다.
“짐은 다 챙기셨지요?”
“응.”
“엘리는 어떻게 하기로 하셨나요? 가문으로 데리고 가나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지라 몇 달 정도는 그냥 내버려 둬도 알아서 살아 있을 엘리였다.
하지만 방학 동안 청소 등의 이유로 다른 메이드들이 학생들의 방에 들어오기도 하기에 그냥 내버려 두고 가기에는 조금 애매한 구석이 있기도 했다.
“엘리는 친구가 맡아 주기로 했어.”
“친구요?”
도련님이 친구도 있으셨어요?
표정만으로 그 말을 전하는 데이지에게 르윈은 당당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응, 나 친구 많거든.”
그 친구가 아카데미 지하에 사는 드래곤이라는 사실은 데이지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말하지 않는 르윈이었다.
“그럼 문제가 없네요. 마차가 도착하면 바로 가문으로 돌아가시죠.”
“아, 그 전에 갈 곳이 있는데.”
“갈 곳이요?”
데이지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이제 곧 가문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변수가 생기다니.
“숙제가 있거든.”
“숙제요?”
“동아리 활동. 최근 바빠서 많이 참여하지 못했잖아?”
동아리. 그 말에 데이지의 눈빛이 잔잔해졌다.
“그 정도라면 뭐.”
도서관이나 연금술 동아리 같은 위험 지역이 아니라면 괜찮았다.
“…….”
그렇게 생각한 데이지의 믿음은, 동아리 부실에 도착한 순간 바뀌고 말았다.
‘안일했어.’
가문으로 돌아간다는 것에 너무 들뜬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데이지는 떨리는 눈으로 르윈을 바라보았다.
“도련님.”
“응.”
“이게 뭐죠?”
방학 기간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학생들로 시끄러운 아카데미 안.
그러나 무링신 연구 동아리실은 밖의 상황과 너무나 달랐다.
조용하고, 엄숙하며, 무거운 분위기가 풀풀 풍기는 모습이.
‘전설 속에 나오는 흑마법사의 집회가 이런 모습일까.’
자연스럽게 흑마법사들의 집회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음습했다.
‘왜 이렇지?’
데이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상석에 있는 레피스에게로 향했다.
‘무슨 일이죠?’
그 시선을 눈치챈 것일까.
1매점 사교 모임의 동료이기도 한 레피스는 거칠게 떨리는 눈으로 데이지를 바라보며 애원했다.
‘살려 줘!’
붉은 눈이 눈가에 모인 물기 때문에 반짝이고 있었다.
그것이 더욱 애처로웠기에, 데이지는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르윈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을 벌이신 겁니까.”
최근 조용히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인간이 또 뭔가를 저지른 것이다.
그런 확신을 가지고 묻자, 르윈은 태연한 모습으로 데이지의 의문을 해소해 주었다.
“우리는 아쉽게 가문으로 돌아가지만, 여기 선배님들은 전부 아카데미에 남으신다고 하더라고.”
많은 학생이 집으로 돌아가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많았다.
끝자락이라고 하지만 베르샤 아카데미는 제국 수도에 있었고, 수도 주변에 있는 가문들은 모두 이름난 가문.
즉, 대부분의 학생은 머나먼 지방에서 올라온 이들!
마탑의 포탈을 이용할 여유가 있는 집안은 거의 없었고, 기나긴 마차 여행에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그냥 아카데미에 남는 것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 그렇지.”
그리고 기존의 이름 없는 신 연구 동아리에 들어온 이들은 힘없는 지방 귀족이나 평민들이었다.
동아리 활동을 할 여력도, 여유도 없었기에 활동이 없는 동아리를 선택한 것이다.
그렇기에 르윈을 제외하고 전원이 아카데미에 남는다는 결과를 만들고 말았고.
“그래서 내가 방학 동안 할 일을 만들어 왔거든.”
그것으로 인해 고통받게 생겼다.
“도대체 무슨 일을…….”
숙제가 있다는 말이, 숙제를 만들어 왔다는 의미였을 줄이야.
단순한 동아리 부원 주제에 선배들에게 숙제를 내겠다는 발상에 데이지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신을 연구하는 동아리에서 할 일이 뭐겠어?”
“…….”
이름 없는 신을 연구하고 믿는 동아리의 활동.
“설마…….”
“맞아.”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한 가지에 데이지의 표정이 굳었다.
“종교 활동이지.”
그 한마디에 주변의 공기가 한층 더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도련님, 저희는 아직 정식 종교로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아니던데?”
“네?”
르윈의 말에 데이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한 곳으로 향했다.
“하, 하하.”
그곳에는 공허한 눈을 한 레피스가 존재했다.
“회장님?”
“그게, 저번에 있잖아.”
레피스는 과거 창조 동아리의 베르마샤가 찾아온 일화를 이야기해 주었다.
“자주자주 만나자던데?”
“…….”
창조의 교단이 미친 건가.
사이비 종교의 탄생을 막아야지, 오히려 활동을 권장하다니.
“도련님, 무슨 짓을 하신 거죠?”
제정신이 아닌 일에는 늘 르윈이 껴 있었다.
데이지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공식에 따라 르윈을 다그쳤다.
“내가 뭘? 그냥 종교 활동하는 사람들끼리 친하게 지내자는 말을 한 거잖아.”
“창조의 교단이 미쳤다고 그런 말을 하겠어요?”
“이름 없는 신에게 이름이 지어졌으니까, 미리미리 밑으로 들어오라고 포섭하는 거 아닐까?”
“인간이 믿는 신이니 당연히 그래야지요! 설마 저희가 마신의 휘하에 있는 신을 믿겠어요?”
아무리 창조의 교단에 반감을 품은 데이지라고 하지만, 마신을 믿는 사교도보다는 아니었다.
전자는 그저 부패한 이들에게 안 좋은 일을 당했을 뿐이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인류 자체를 배신한 변절자였으니까.
“그건 아니지.”
르윈 역시 그 말에는 동의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진짜 안 했어.”
그것 또한 사실이었다.
물론 원인이 짐작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라헬이 무슨 수를 쓴 거겠지.’
아마 변수가 생길 가능성을 보고, 자신이 관리할 수 있는 이들을 보내고자 한 것일 터였다.
종교 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자주 접촉하다 보면, 창조의 교단에서도 무링신 연구 동아리에 관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나쁘지 않지.’
무슨 생각인지는 잘 알겠으나, 르윈에게도 나쁜 일은 아니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쓸모한 잉여신의 이름을 널리 퍼트리는 것이니까.
그것을 위한 일이라면 라헬의 수에 당해 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대륙에 신이 쓸모없다는 것을 알릴 때까지.’
그때까지는 창조의 교단과 친한 척 정도는 해 줄 수 있다.
물론 자신의 과거를 선동과 날조에 진실까지 섞어서 판매하는 것을 용서할 생각은 없지만!
“진짜 안 하셨다고요?”
“응. 거기 동아리 회장이 일을 잘하나 보네.”
우리 회장님도 잘하실 수 있겠죠?
그런 의미로 르윈이 레피스를 바라보자, 레피스는 울 것 같은 얼굴로 데이지만을 바라보았다.
“회장님이 할 말이 있으신 것 같은데?”
살려 줘.
그 간절한 레피스의 시선에 데이지가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빨리 끝내고 가문으로 돌아가야지. 괜히 시간 끌었다가는 못 가겠다.”
“…….”
협박이었다.
여기서 괜한 소리를 내뱉으면 가문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협박.
그렇기에 데이지는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레피스를 돕고 르윈이 도망치는 것을 붙잡을 것인가.
아니면 레피스를 버리고 아늑한 집으로 빨리 돌아갈 것인가.
“도련님…….”
“왜?”
고민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슬슬 가문에서 보낸 마차가 도착할 시간이네요.”
“그런가?”
레피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데이지는 한계였다.
“네.”
그리고 르윈이 아카데미에 남아서 일으키는 변수보다는 그냥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게 이들에게도 더 좋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도련님이 남으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니까.’
그러니까 이건 배신이 아니다.
모두가 행복하기 위한 선택일 뿐이었다.
그렇게 데이지는 레피스의 배신감 가득한 시선을 피했고, 르윈은 웃는 얼굴로 선배들에게 숙제를 내 줄 수 있게 되었다.
***
드라이르프 가문에서 보낸 마차가 도착한 것은 해가 중천에 떴을 무렵이었다.
“도착했다고 합니다, 도련님.”
“생각보다 늦었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오라고 하루 전에 보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는데, 생각보다 오래 기다렸다.
“준비할 게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
이상한 일이었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었다.
‘바빴나 보지.’
호위로 보낸 기사들만 하더라도 대륙에 명성이 자자한 사람들이었다.
평소에도 자주 국가의 부름을 받고 일하는 자들이었기에 무슨 일이 생겨서 일을 치르고 오기에 늦은 것일 수도 있겠지.
“…….”
그렇게 생각한 르윈은 매우 익숙한 깃발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라일라.”
“응?”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황금빛 머리를 르윈은 한 손으로 꾹꾹 눌렀다.
“왜 너희 집 마차가 여기 있어?”
“나도 집에 가니까.”
이상한 일은 아니다.
드라이르프 가주의 막내 사랑만큼, 라인하르트 가주의 딸내미 사랑 또한 강력했다.
아카데미가 방학에 들어가는 순간, 집으로 오라고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집에 간다고?”
“응, 우리 집으로!”
우리 집. 얼핏 들으면 자기 집으로 간다는 말처럼 들렸다.
하지만 왜일까?
묘하게 붙어 있는 드라이르프 가문의 마차와 라인하르트의 마차를 보니 르윈은 다른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
“응!”
“너희 집?”
“아니, 우리 집!”
“설마 그 우리에 나도 포함이냐?”
그 말에 라일라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당연한 걸 왜 물어?”
“…….”
우리가 남인가!
그렇게 말하는 듯한 라일라의 시선에 르윈은 생각했다.
‘남 맞는데.’
아무리 소꿉친구라고 하더라도 이건 좀 아니다.
“왜?”
집주인에게 사전 통보도 없이 숙박하려고 하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에 르윈이 라일라의 머리를 꾹꾹 눌렀으나, 라일라는 지지 않았다.
“허락은 맡았거든!”
“난 못 들었는데?”
“왜 우리 집 가는데 너한테 허락을 맡아야 하는데!”
“그럼 누구한테 허락받는데?”
자신을 억압하는 르윈의 꾹꾹이를 밀쳐 내며, 라일라는 가슴을 쭉 펴고 당당히 선언했다.
“라이하르 아저씨한테 허락받으면 되는데?”
“어…….”
맞는 말이었다.
진짜 집주인은 자신이 아니라 가주인 아버지였으니까.
“그렇네?”
“그렇지?”
이번만큼은 르윈도 자신의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늦은 이유가 이거였나?’
라인하르트에서 딸내미를 보낼 테니 잘 좀 해 달라고 부탁하면 아무리 드라이르프라고 하더라도 준비에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점도 있었다.
‘왜?’
귀하신 딸내미가 방학 기간 동안 남의 집에서 지낸다는데 허락을 하다니.
르윈이 아는 라인하르트의 가주는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영애님도 같이 가신다고요?”
“응!”
자신만 모르고 데이지는 알고 있었나 했지만, 놀란 표정을 보니 그런 것은 아닌 듯싶었다.
‘왜지?’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은 마차가 출발하고 난 이후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