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65)
65화 14. 인생 10회 차는 집에 간다 (3)
흔히 묘지란 음습한 분위기가 연상되고는 한다.
어쩌면 당연한 이미지였다.
묘지란 죽은 이들의 육신을 묻는 장소였으니까.
죽은 이들의 영혼이 육신 근처를 벗어나지 못하고 떠돌아다닌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관리가 잘되어 있네.”
하지만 도착한 묘지는 평범한 묘지와 달리 매우 깔끔했다.
시골 마을에서 보기 어려운 대리석으로 된 비석이 가득했고, 주변에는 화사한 꽃이 가득했다.
“역시 죽음의 신전이 관리하는 곳답네.”
그런 곳에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그리 좋지 않은 증거이기도 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묘지를 걷던 르윈에게 알폰스가 불안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마을 이장조차 덜덜 떨며 입구까지만 안내했는데, 르윈이 너무나도 가볍게 묘지 안으로 들어온 탓이었다.
“단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저희가 조사하겠습니다.”
“돌아가시죠, 도련님.”
알폰스의 말에 따라온 기사들도 불안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괜찮아.”
“저희가 괜찮지 않습니다.”
알폰스는 진심이었다.
원인 모를 이유로 사람이 쓰러지는 장소에 소중한 도련님을 데리고 다니다니.
만약 이곳에서 르윈이 쓰러지기라도 하면 그날로 목숨을 걸어야 할 판이었다.
“낮에는 아무 일도 없다고 이장도 말했었잖아?”
“그렇긴 합니다만.”
사건은 모두 밤에 벌어졌기에 르윈을 막지 않은 것이기는 했다.
만약 지금이 밤이었다면 명령조차 무시하고 르윈을 데리고 나갔을 터.
하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모두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냥 돌아가는 게 좋겠지?”
자신을 걱정하는 기사들의 마음을 느꼈던 탓일까.
드물게 르윈은 다른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어차피 낮에 아무 일도 없다면 조사할 것도 없을 테니까.”
“그렇습니다, 도련님.”
“일단 돌아가시죠.”
“마을 사람들의 아픔을 못 본 척할 수 없으시겠지만, 아직 여행의 피로가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렇지?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움직이는 게 좋겠네.”
기사들은 르윈의 마음이 변할까, 급하게 르윈을 데리고 묘지를 떠났다.
***
그날 밤, 모두가 잠든 시각.
“미안한데, 이것 좀 빌린다.”
조용히 잠들어 있는 하인스의 침대 옆.
라일라에 필적할 수준으로 기척을 숨긴 르윈은 하인스의 검을 들고 작게 중얼거렸다.
‘재수도 없지.’
밤공기를 마시며 복도를 빠져나온 르윈은 그대로 묘지로 향했다.
‘일하기 싫은데.’
달빛에 반짝이는 검신을 바라보며 르윈은 아침에 찾았던 묘지를 떠올렸다.
마을과 죽음의 신전에서 같이 관리하는 묘지.
이 마을에서 태어난 이들 중 업적을 세운 이들한테만 허락된 곳.
물론, 진짜 대륙에 이름을 떨친 영웅들이 잠드는 곳은 아니었다.
이런 작은 마을에서 대륙에 이름을 떨치는 영웅이 자주 태어나면 그게 이상한 일이었으니까.
그냥 기사가 되었다거나, 마법사가 되었다거나, 하다못해 제국의 중간급 공무원만 되어도 묘지에 묻힐 수 있을 정도로 이 마을 출신의 인재는 적었다.
‘귀찮게.’
마을의 오랜 전통이자, 죽음의 신전의 전통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로 인하여 꼬여 드는 파리는 귀찮을 수밖에 없었다.
‘바퀴벌레보다 더한 놈들.’
마을 사람들이나 죽음의 신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늘 낮에 찾은 묘지에서 르윈은 익숙한 마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일반적인 마력과는 다른 차갑고 음습한 마력.
흔히 사기라고도 부르는, 죽은 자들의 기운.
평범한 사람은 느끼기 어렵고, 마력에 민감한 사람도 약간의 이질감만 느낄 것이다.
이미 오래전에 본인이 몰락시킨 마력이었으니까.
‘그 개 같은 마력을 또 느끼게 될 줄은 몰랐는데.’
하지만 르윈에게는 매우 익숙한 기운이었다.
한때 심심하면 느꼈던 기운이었으니까.
“뒤졌다.”
비록 아직 열 살의 몸에, 몸을 완성하지도 못했다고 하지만 르윈의 몸에는 인생 9회 차의 경험이 들어 있었다.
그 누구보다 죽이는 것에 특화된 경험이.
그렇기에 아무리 연약해진 몸이라고 하더라도 다 죽어 가는 흑마법사 한 놈은 썰어 버릴 자신이 있었다.
***
“윽.”
여름이라고 하지만 밤바람은 매우 차가웠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차갑게 느껴졌다.
“추워.”
남들은 시원하다고 느낄 바람이었지만, 그녀에게는 매우 차가울 뿐이었다.
“오빠.”
오들오들 떨리는 그녀의 어깨로 얇은 헝겊이 덮어진다.
그에 조금이나마 따스함을 느낀 그녀가 고개를 들자.
“어?”
시체처럼 무덤덤한 눈과 마주칠 수 있었다.
“뭐, 뭐야?”
감정 하나 느껴지지 않는 눈은 그녀에게 익숙한 것이었다.
그것이 살아 움직이는 것 또한 익숙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황스러운 것은,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자신이 아니었다.
“뭐긴 뭐야.”
작은 소년의 손이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검이 반짝였다.
그것을 머릿속으로 깨달은 것은 캉! 소리와 함께 검과 검이 부딪친 이후였다.
“오빠!”
상대의 검을 막은 것은 그녀의 오빠였다.
그에 놀라 그녀가 비명을 내지르는 것과 동시에.
“뭐야?”
“흡!”
작은 소년의 몸에서 익숙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죽음.
그녀에게 가장 익숙한 것이자, 가장 익숙하지 않은 것.
어제 찾아온 이들이 죽음의 사제라면, 저것은 죽음의 신 그 자체가 아닐까 싶은 살기였다.
‘싫어!’
살고 싶다. 죽고 싶지 않다.
언제나 힘들고 죽고 싶었지만, 오빠와 약속했다.
살겠다고.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행복해지겠다고.
‘왜…….’
남들에게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자신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걸까.
매일 목이 마를 정도로 물조차 쉽게 마시지 못했음에도 신기하게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울어?”
마치 뭘 잘했다고 우냐는 듯한 말투였다.
우는 것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다니.
그것이 세상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녀는 더욱 서러웠다.
“오빠!”
메마른 목소리와 함께 오빠가 움직였다.
매우 빠르고 강력한 일격.
상대는 그 검을 맞받아치기 어려웠는지 그대로 검을 피했다.
“해치워 버려!”
다행히도 오빠는 이곳에 도착한 이후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무서운 사람들이 매일 밤 찾아와도 쓰러트릴 수 있었다.
오늘도 그럴 것이다.
여태까지 찾아온 사람들과 달리 작고 약해 보였지만, 그녀는 속지 않았다.
저 아이는 지금까지 보았던 그 누구보다 위험했다.
자연스럽게 죽음을 떠올릴 정도로 무서웠기에, 제압하라는 말이 아닌 해치우라는 말을 했을 정도로.
“가능할 것 같아?”
“어?”
그리고 그녀의 예상이 맞았다는 듯, 그것은 갑작스럽게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
“오, 오빠?”
간절한 목소리로 오빠를 불러 보았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바닥에 힘없이 쓰러져 있는 오빠의 모습에 그녀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이게 사람이야, 스켈레톤이야.”
“컥!”
그리고 그런 그녀의 멱살을 한 손으로 잡은 소년은 그대로 그녀의 오빠 옆으로 집어 던졌다.
“컥! 캑! 헤엑.”
그대로 바닥으로 집어 던져진 그녀의 입에서 기침과 신음이 흘러나왔다.
‘오빠…….’
아프다.
입에는 모래가 잔뜩 들어가고, 온몸이 아프지만.
“비슷하게 생긴 걸 보니까 남매가 맞긴 한가 본데.”
가장 아픈 것은, 그녀의 시선에 들어온 백골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
인생 10회 차를 겪으며 르윈이 싫어하는 것이 3개 있었다.
하나는 이번 인생도 부려 먹으려고 하는 창조의 여신이요, 또 다른 하나는 그런 여신이랑 매번 싸움을 일으키는 마신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내가 이래서 흑마법사 새끼들이 싫어.”
죽은 이들까지 부려 먹는 흑마법사들이었다.
“오빠… 오빠? 오빠아?”
간절히 오빠를 찾는 모습에 르윈은 헛웃음이 나왔다.
“진짜 오빠는 아니지? 그렇지?”
그 말에 입을 꾹 다물며 자신을 노려보는 모습에 르윈은 더욱 어이가 없었다.
“진짜 오빠 맞구나?”
아무리 흑마법사라고 해도 그렇지, 자기 오빠 시체를 부려 먹다니.
아무리 현실 남매 사이가 원수보다 더하다고 한다지만, 저건 아니었다.
“선 넘네.”
“…….”
선을 넘어도 한참을 넘었다.
아무리 조종할 시체가 없다고 해도 자기 오빠를 조종하다니.
하지만 흑마법사라는 놈들은 원래 그런 놈들이기도 했다.
자신의 동료가 죽으면 그걸 일으켜서 부려 먹던 놈들이니까.
“몇 살이냐?”
외견은 데이지와 비슷한 나이로 보였지만, 정확하지 않았다.
피골이 상접한 모습이 영양분 섭취를 못했다고 광고를 하는 듯했다.
말을 안 했으면 스켈레톤2로 착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
“오빠, 오빠 거리는 거 보면 아직 성인은 안 되었을 테고.”
“…….”
말없이 자신을 노려보는 흑마법사를 보며 르윈은 검을 들었다.
“자라나는 흑마법사 꿈나무인가? 그래서 아직 시체 조종밖에 못 배웠던 거고.”
그 정도면 르윈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자칭 마신의 도움으로 흑마법의 정수를 깨달았다는 미친 새끼와 인생 한 번을 걸고 싸웠고, 진짜로 흑마법을 깨우친 괴물에게서 마법을 배운 적도 있었다.
‘흐름만 끊으면 끝이지.’
죽은 자를 조종하는 것도 결국은 마법.
시체에게 주입되는 마력을 끊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마법 자체를 무효화시킬 수 있었다.
“그럼 죽는 거고.”
“윽…….”
물론 숨겨 둔 수가 있어도 죽을 운명일 것이다.
그것도 다 예상해서 말을 걸고 있는 거니까.
쓸 수 있는 것이라면 다 써 봐라.
흑마법사 놈들의 술수라면 인생 2회 차 시절에 다 겪어 봤으니까.
‘빨리 써라.’
르윈이 말을 거는 것 또한 다 그런 이유에서였다.
흑마법사는 자신의 죽음으로도 뭔가를 저지를 수 있는 놈들.
인생 2회 차 때 자신의 목숨까지 제물로 바치는 미친 짓에 결국 목숨을 잃은 르윈이었기에 방심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
그리고 그런 르윈의 수에 걸린 것일까. 소녀는 백골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뼈 폭탄인가?’
뼈에 마력을 불어넣어 터트리는 기술이었다.
마력이 담긴 뼛조각들이 터져 나가는 대량 살상 기술.
시체가 가득한 전장에서 일어나면 대형 참사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마지막 일격으로, 자폭용으로 자주 사용된 기술이기도 했다.
‘그 정도라면.’
상대의 실력을 감안했을 때, 쉽게 막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검을 휘두르려 했으나, 이어지는 장면은 르윈의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오빠… 일어나…….”
“…….”
“일어나. 추워…….”
미친 건가?
백골을 끌어안은 채 너무나도 서럽게 우는 모습을 르윈은 가만히 지켜만 보았다.
***
데이지의 아침은 빠르다.
그것은 드라이르프 가문에 있을 때도, 아카데미에 있을 때도 같았다.
그리고 그 습관은 일이 없는 날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아.”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침구를 정리하고, 가볍게 세안을 하고 창문을 열었다.
“슬슬 해가 뜰 때네.”
여름임에도 아직 해가 뜨지 않았을 정도로 이른 시간이었다.
아침 일이 빠른 농부들조차 아직 움직이지 않을 시간.
“응?”
그런 데이지의 시선에 움직이는 인영 하나가 발견되었다.
“뭐지?”
평범한 모습이었다면 그렇게 주의 깊게 보지 않았을 것이다.
마을 사람 중에서도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어깨에 포대기 같은 무언가를 짊어지고 있는 모습에 데이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했고.
“…….”
그것이 포대기가 아닌 사람의 형체라는 것에 다시 한번 시선이 갔으며.
“미친……!”
그것을 짊어진 사람이 자신의 주인 놈이라는 것에 데이지는 욕설을 내뱉으며 뛰쳐나갈 수밖에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