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66)
66화 14. 인생 10회 차는 집에 간다 (4)
차갑다.
처음 데이지가 시체를 만진 다음 든 생각이었다.
‘이미 늦었어.’
그렇게 생각한 데이지는 다급히 르윈과 시체를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하아, 하아, 하아.”
잘 정리한 침대 위에 앙상한 시체를 올려 둔 데이지는 거친 숨을 내쉬며 발을 동동 굴렀다.
“언젠가 이런 일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은 했었지만.”
죽은 지 제법 오래된 듯 온몸이 새하얀 소녀의 시체를 보며 데이지는 연신 마른세수를 했다.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는데.”
얼굴을 연신 쓸어내리며 데이지는 이를 악다물었다.
“…….”
그리고 그 모습을 르윈은 말없이 지켜만 보고 있었다.
“도련님.”
“응.”
“무슨 일이죠?”
너무나 당황스러운 일이었지만, 오히려 머리가 차가워졌다.
이 사건을 덮어야 할까.
아니면 진실을 밝히고 죗값을 받아야 하는 걸까.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이 사건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 데이지의 귓가에 르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시나 해서 그런데.”
“뭔데요.”
“얘 살아 있다?”
“네?”
“살아 있다고.”
데이지는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시체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시체가 맞았다.
살가죽이 거의 없는 삐쩍 마른 외견은 물론이요, 핏기 하나 없는 새하얀 얼굴에선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뿐인가? 나 죽었어요! 라고 말하는 듯, 죽은 자의 기운이 풀풀 풍겨 오고 있었다.
“도련님, 현실을 부정하시면 안 됩니다. 무슨 짓을 했는지는 상상이 안 되지만…….”
“아니, 진짜 안 죽었다니까.”
르윈이 인상을 찌푸리며 시체의 옆구리를 꾹꾹 눌렀고.
“…….”
“…….”
시체는 시체답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도련님…….”
“아니, 이게 아닌데?”
드물게 당황한 모습으로 르윈은 옆구리를 계속 찔렀다.
“숨도 안 쉬는 것을 저희는 시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런다고 일어나면…….”
푹!
“꺅!”
사람을 꿰뚫을 기세로 찌른 르윈의 손에 시체가 비명을 내질렀다.
“아, 아파…….”
옆구리를 부여잡고 끙끙거리는 시체를 보며 데이지의 두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흑마법!”
“어, 어떻게?”
데이지의 반응에 안 그래도 새하얗던 얼굴이 더 하얗게 변했고.
“시끄러워.”
“악!”
르윈의 손가락에 옆구리를 맞으며 다시 붉어졌다.
“흑마법은 무슨 흑마법.”
“하지만 죽은 자를 부활시키는 것은 창조의 여신도 불가능하다고 했었습니다.”
데이지의 말에 르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가능했으면 마왕이 튀어나올 때마다 역대 용사들 다 부활시켜서 쓰러트렸겠지.”
미친 짓이지만, 라헬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죽은 자가 부활했다는 것은 이미지에 좋지 않으니 적당히 포장은 했을 것이다.
‘대충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천상에 올라갔던 용사가 다시 지상으로 내려왔다고 하지 않을까?’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신이었다.
‘시켜도 안 할 거지만.’
부활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 육체는 결국 다 르윈 본인이었다.
지금 그렇게 싸울 수 있다고 해도, 자신이 9배 더 열심히 일한다는 소리와 다름이 없다.
그나저나.
“말이 너무 심한데.”
죽었다고 생각한 사람이 갑자기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흑마법을 생각할 수는 있었다.
보통은 신의 기적이나 흑마법을 떠올릴 테니까.
그러니까 자신이 흑마법을 사용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언젠가 이런 일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은 했었다?”
언젠가 사람을 죽일 것이라 확신을 하고 있었다니!
‘맞긴 하지만.’
용사란 여신의 검이다.
검 끝은 늘 여신의 적을 향했고, 그 방향이 마족에게만 향한 것은 아니었다.
인류의 적이라면 사람이라도 썰어 내는 망나니가 용사였고.
‘그걸 아홉 번이나 했었으니까.’
실제로 이번에도 죽이기 직전까지 가기는 했었다.
‘전통 흑마법사가 아니었으면, 진짜 죽였을 거니까.’
지금은 흑마법사의 이미지가 마신을 따르는 사악한 무리지만, 르윈의 인생 2회 차 시절 이전에는 마법의 한 종류일 뿐이었다.
다른 마법 분파처럼 마탑도 존재했고, 마법 또한 금지된 마법을 제외하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삶이 있으면 죽음도 있는 법이니까.’
창조의 교단에서 죽음의 신을 인류의 신으로 허락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마법에서도 죽음에 관하여 배우려고 하는 자들이 있었고, 사람들은 그들을 흑마법사라 불렀다.
문제는 그 흑마법사 중에서 인류의 배신자들이 나왔다는 것.
덕분에 다른 이의 죽음을 이용하는 최악의 마법을 사용하는 이들이 흑마법사들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었고.
‘내가 다 싸잡아 몰락시켰지.’
흑마법사의 특징은 사기 혹은 음기라고 불리는 마력이었다.
물론, 이 마력은 문제가 없다.
양의 마력이 있다면 음의 마력도 존재하는 법.
그러나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듯 사람이 문제였다.
‘구분이 안 되니까.’
문제는 순수하게 흑마법을 연구하는 흑마법사의 마력과 인류를 배신하고 마신에게 붙은 배신자들의 마력이 같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했어도.’
소수의 배신자를 죽이기 위해 모든 흑마법사를 버렸다.
‘내가 좀 심하긴 했지.’
인생 2회 차 시절에 흑마법사에게 강렬한 트라우마를 얻었기 때문이기는 했지만, 그로 인하여 흑탑을 비롯한 흑마법사는 몰락의 길을 걷고 말았다.
그러나 후회는 없었다.
그것이 인류를 위한 것이었으니까.
스승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그 존재를 만나기 전까지는.
‘좀만 빨리 만났으면, 귀찮아도 흑탑은 살렸을 텐데.’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모두를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인생 2회 차의 경험이면 충분했다.
더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소수를 포기해야 하는 경험도 여러 번 하다 보니 익숙해진 상태.
용사는 흑마법사를 버렸다.
변명 같은 말이지만, 다 세상을 위한 일이었다.
‘근데 이제는 아니니까.’
용사는 이제 때려치웠다.
물론 용사를 때려치웠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아는 유형의 흑마법사라면 죽였겠지만.
‘그건 아니니까.’
자신을 올려다보며 공포에 몸을 떠는 시선을 보며 르윈은 새벽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
“오빠, 일어나…….”
울먹이며 백골을 껴안는 모습을 보며 르윈은 생각했다.
‘제삼자가 보면 내가 사악한 악당 역할인데.’
물론, 아니었다.
상대는 시체를 조종하는 흑마법사였고, 자신은 선량한 학생이었으니까.
“오빠가 그렇게 돼서 슬프다면.”
그렇게 생각하며 르윈은 검을 들어 올렸다.
“오빠 곁으로 보내 줄게.”
그리고 누가 보더라도 사악한 악당의 대사를 내뱉었다.
“흑…….”
흑마법사는 눈물을 흘리며 르윈을 올려다보았다.
그 모습이 참으로 가련해 보였지만, 르윈은 속지 않았다.
그냥 흑마법사라면 고민을 했겠으나, 시체를 조종하는 흑마법사는 죽이는 게 맞았으니까.
“잘 가라.”
그리고 검을 내려치는 것과 동시에.
“응?”
검과 백골의 팔이 부딪쳤다.
‘숨겨 둔 수가 이건가?’
흑마법사라면 무조건 배척하는 시대였다.
그런 세계에서 살아남았다면 숨겨 둔 수가 몇 개는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오빠!”
그러나 예상과 달리 상대는 당황한 모습이었다.
‘연기인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완벽했다.
거기에 르윈의 감 또한 저것이 연기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내 감도 속일 정도면 대단한 건데.’
인생 9회 차, 늘 세계를 위협하는 적과 싸우며 벼려진 감각이었다.
그걸 속일 정도의 연기라면, 한 번쯤은 당해 줘야 하지 않을까.
‘마력을 흡수한 건가?’
하지만 그건 그거고.
저 백골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은 해야 했다.
‘직접 접촉을 하고 있으면 마력을 공급할 수는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마력의 흐름이 묘했다.
숨쉬기 운동을 기반으로 한 마력 감지의 결과.
‘마력을 빨아들이고 있어.’
흑마법사가 마력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시체 쪽에서 흑마법사의 마력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뭐지?’
이상하다.
마치 백골이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듯, 마력을 흡수하여 주인을 지키고 있었다.
“신기하네.”
인생 2회 차 시절 흑마법사의 모든 것을 경험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은 르윈에게도 처음이었고, 그와 동시에 흥미가 생겼다.
“윽!”
하지만 당하는 사람은 죽을 맛이었다.
칼을 들고 자기를 죽이려고 했던 사람이 갑자기 신기하다는 듯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언제 저 검이 자신의 목을 내려칠지 모르는 공포.
그에 덜덜 몸을 떨면서도, 그녀는 르윈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억울했다.
그저 흑마법사의 핏줄로 태어나 자연스럽게 흑마법을 배웠을 뿐이다.
흑마법이 무엇인지 모르고 배웠고,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한다고 하더라도 돌아오는 반응은 똑같았다.
“흑마법을 배운 게 죄지. 제국뿐만 아니라, 대륙 대부분의 나라에 법으로 적혀 있을걸?”
사실이었다.
흑마법은 배우는 것만으로도 사살이 가능한 죄였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용사가 탄생할 때마다 흑마법은 때려잡아야 한다고 강요하니, 사람들의 인식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몇몇 마탑에서 마법 탄압에 대한 우려를 표했지만, 용사와 창조의 교단이 밀어붙이니 막을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나도 알아!”
흑마법사는 존재 자체가 죄다.
그로 인하여 부모님을 잃었고, 하나뿐인 오빠마저 잃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목숨마저 잃을 위기였다.
억울했다.
태어난 것 자체가 죄라니.
“그래서 어디야? 마신회? 아니며 검은 마법 학파? 아니면 죽음? 부활? 저주?”
르윈의 입에서 나온 말에 소녀는 살짝 놀랐다.
마신회는 마족에게 넘어가 인류를 배신한 흑마법사를 이르는 말이었다.
살아남은 흑마법사들에게는 불구대천의 원수와 같은 존재들.
그리고 검은 마법 학파는 한때 흑마법사들이 세웠던 마탑 소속의 흑마법사를 지칭하는 말이었으며, 죽음과 부활, 저주는 흑마법에서 가장 큰 파벌이었던 세력이었다.
‘끝났어.’
그녀에게 흑마법을 가르쳐 준 스승 중 하나인 어머니는 흑마법사의 세력을 알려 주며 한 가지를 덧붙였다.
‘이것을 아는 사람은 둘 중 하나이니 기억하거라.’
하나는 같은 흑마법사이거나.
“이단 심문관.”
다른 하나는 창조의 교단에서 비밀리에 운영하는, 최악의 집단이었다.
대륙 곳곳에 있는 여신의 적을 처리하는 집단.
흑마법사라면 이유를 불문하고 죽이는 존재가 눈앞에 있다.
“아닌데?”
“…….”
라고 생각했으나, 부정당했다.
그에 조금 놀란 소녀였으나, 곧 다른 한 가지 경우가 남아 있었다.
“그, 그럼 설마 흑마법사?”
그렇다면 자신의 오빠가 움직이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더 뛰어난 흑마법사가 뭔가를 했다면 오빠의 마법이 발동되지 않을 수도 있었으니까.
“신기해서 봐주니까, 말이 심하다?”
“윽.”
순간 몰아치는 살기에 숨을 쉬기도 어려웠다.
누군가 목을 조르는 것 같다.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엄마.’
그에 죽은 어미를 떠올리며 그녀는 생각했다.
‘둘 중 하나라면서요…….’
더욱 짙어지는 살기에 그녀는 두 눈을 꼭 감았다.
‘이제 죽는구나.’
그녀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그래서, 어딘데?”
르윈의 말에 소녀는 입술을 부르르 떨며 대답했다.
“아인헤르츠.”
“뭐?”
그녀에게 흑마법을 가르쳐 준 스승 중 하나인 아버지는 아인헤르츠 학파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같은 흑마법사 중에서도 우리 학파를 아는 자는 한 손에 꼽힐 것이다.’
그 말을 들으며, 그녀는 과연 흑마법사가 한 손에 꼽히지 못할 정도로 살아남아 있을까 생각했었다.
“아인헤르츠 학파!”
떨리는 목소리로 내지른 소리에, 그녀는 이것이 자신의 유언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래, 내가 아인헤르츠 학파의 마지막이야.’
족쇄처럼 자신을 옭아맨 이름이었지만, 부모님과 오빠 또한 아인헤르츠라는 이름을 후대에 남기기 위해 죽었다.
자신 또한 이제 그 길을 갈 뿐이다.
‘이제 만날 수 있겠네.’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거기였어?”
어이없다는 웃음과 함께 목을 조르는 듯한 살기가 사라졌다.
덕분에 호흡이 돌아온 그녀는 급하게 숨을 삼키며 생각했다.
‘아빠…….’
아는 사람 없다면서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