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67)
67화 14. 인생 10회 차는 집에 간다 (5)
아인헤르츠 학파.
르윈이 그것을 알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 영감님이 남아 있는 인원이 없을 거라고 했었는데.’
르윈이 알고 있는 흑마법사의 정점의 이름이 아인헤르츠였기 때문이다.
“그럼 저건.”
그것을 떠올리자, 르윈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백골에게로 향했다.
백골은 르윈의 검을 막고, 그다음 움직임은 없었다.
그저 눈앞의 소녀를 지키는 듯한 자세로 멈춰 있을 뿐.
“사령술이 아닌 건가?”
“아니야!”
마신회가 사용하는 사령술은 죽은 자의 육체를 사용하는 기술이었다.
그저 망자의 시체와 백골을 이용하는 기술.
하지만 아인헤르츠는 그런 하찮은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불사의 마법?”
“그, 그걸 어떻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맞는 모양이었다.
‘그 마법의 반쪽은커녕 새끼발톱만도 못한 것 같지만.’
아인헤르츠의 불사의 마법은 말 그대로 죽음을 초월한 마법이었다.
인간의 육신을 버리되, 영혼을 자신의 신체에 영원히 새기는 마법.
“그걸 진짜로 했구나?”
르윈이 아는 아인헤르츠는 인간이 아니었다.
리치.
흑마법사 사이에서 이야기로만 전해지는 전설의 존재.
아인헤르츠는 불사의 마법에 성공했고, 리치로 영원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오빠는 잘못 없어! 그냥 나를 지키기 위해서!”
“하려면 제대로 하든가. 육체를 버려서 마력을 제대로 운용하지도 못하고 있잖아?”
삐걱.
르윈의 한마디에 백골이 조금 비틀거렸다.
“말도 못하고.”
“오, 오빠는 잘못 없어!”
“아닌데? 그 마법 만든 사람이 보면, 죽여도 무죄라고 할걸?”
마법이라는 미지의 끝을 보기 위해 기꺼이 육신을 버린 자였다.
불사의 마법은 그런 아인헤르츠의 정수가 담긴 첫 번째 마법.
그러나 저 모습을 봐라.
“동생의 마력에 기생해서 살아가는 삶이라니.”
피와 살이 사라지고, 남은 것은 그저 백골뿐이었다.
마법사들이 마력을 모으는 심장은 당연히 썩어 문드러졌고, 주문을 말할 입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법사에게 마력이 없고, 주문을 외우지 못하는 상황.
그건 그냥 시체였다.
“멍청하네.”
“오, 오빠는…….”
소녀가 이를 악물며 르윈을 노려보았다.
자신의 오빠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듣는 것이 억울하기도 했다.
“뭐, 이해는 하지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르윈 또한 이해는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외견이 저런 모습이라고 하더라도 소녀의 나이는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말 그대로 소녀.
아무리 많아도 성인은 되어 보이지 않는 나이.
그것을 생각하면 그녀가 오빠라고 부르는 백골의 나이 또한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 나이에 불사의 마법에 완전히 성공하는 게 말이 안 되기는 하지.”
많이 쳐줘도 이제 곧 성인이다.
그런 나이에 불사의 마법에 완벽하게 성공하면 그게 더 웃긴 일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르윈은 고민했다.
아인헤르츠의 불사의 마법은 르윈이 싫어하는 사령술과는 달랐다.
남의 시체를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니까.
‘오히려 불쌍하지.’
스스로의 의지로 저 모습이 되어 동생을 지키고 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르윈은 모른다.
그다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문제는 그 과정에 자신의 업보 또한 있다는 것.
“살고 싶어?”
어차피 저 둘은 곧 죽는다.
작은 마을이지만 사건이 이미 퍼지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서 죽음의 신전의 사제들조차 당하고 말았다.
이것이 흑마법과 연관된 일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바로 창조의 교단이 움직일 것이다.
‘거긴 나보다 더하지.’
낮에는 선량한 신도의 모습이지만, 밤에는 이단이나 흑마법사들에게 고문실 풀코스를 진행하는 무서운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거기에 용사를 때려치운 르윈과 달리, 이단 심문관들은 늘 현역이다.
아인헤르츠고 뭐고 고민 없이 잡아다가 단두대로 보낼 것이 분명했다.
“살고, 싶어.”
그녀의 옆에 있는 백골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조금 전까지 죽이려던 사람이 살고 싶냐고 묻는 것이 우습지만.
‘살고 싶어.’
그래도 살고 싶다.
그냥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으나, 자신을 살리기 위해 죽은 부모님과 오빠를 위해서라도.
“살고 싶어!”
그렇게 외치는 모습에 르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 취업부터 하자.”
***
“그렇게 오다가 주웠어.”
르윈의 말에 데이지는 머리를 감싸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러니까. 우연히 밤 산책을 하러 갔는데 그곳에 기절한 사람이 있었고,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서 주워 오셨다고요?”
“응!”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르윈이 소녀에게 시선을 주었다.
“마, 맞아요!”
살고 싶으면 자신의 말에 무조건 따르라는 말을 들은 게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
‘이게 뭐야.’
그 말을 듣고, 긴장이 풀린 나머지 기절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눈을 뜨니 오빠도 없고 낯선 침대 위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일단 살고 봐야 하는 것을.
“일단, 그렇다고 하죠.”
두 사람이 입을 맞추니, 데이지도 더 뭐라고 지적할 것이 없었다.
“그럼 당신은 왜 길거리에 쓰러져 있었나요?”
“네?”
“이 마을 사람인가요? 복장을 보면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
“그, 그게.”
데이지의 시선이 빠르게 소녀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었다.
아무리 촌구석이라고 하더라도 저런 거지꼴을 하고 다니지는 않을 터.
“어, 그러니까.”
자신을 쏘아붙이는 데이지의 시선에 그녀는 눈을 데구루루 굴렸다.
그리고 시선이 르윈에게 닿는 순간.
‘기억 상실.’
“…그, 그게!”
르윈의 입 모양을 읽은 소녀는 살기 위해 혼신의 연기를 다 하였다.
“그게?”
“그… 그러게요. 제가 누굴까요?”
“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제가 누구고 왜 여기 있는지!”
다행히도 그녀의 연기력은 괜찮은 편이었다.
“기억 상실증이라고요?”
“어, 그런 것 같아요.”
“…….”
본인이 그렇게 주장하니, 또 할 말이 없어진다.
거기에 외견 또한 묘하게 기억 상실증 환자와 어울리기도 했다.
‘최소 몇 주는 갈아입지 못한 듯한 의상에 산발인 머리, 거기에 아사 직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삐쩍 마른 몸에 생기가 없는 피부와 눈까지!’
거기에 옷 이곳저곳에 검붉은 핏자국 같은 것이 보이기도 했다.
이 정도면 기억 상실증이라고 해도 믿을 만했지만.
‘믿음이 안 가.’
르윈이 데려왔다고 하니, 믿음이 가지 않았다.
그리고 믿음이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도련님.”
“왜?”
“설마 해서 하는 말인데, 이 사람이 저희 일행이 되는 일은 없겠죠?”
“역시 데이지야. 눈치가 빨라!”
으득.
감탄사를 내뱉는 르윈을 보며 데이지는 이를 갈았다.
“흑.”
데이지에게서 나오는 살기와는 다른 살벌한 기운에 소녀가 작게 몸을 떨었다.
하지만 데이지는 그 모습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르윈을 노려볼 뿐이었다.
“불쌍한 사람을 돕고 살아야지.”
“좋은 말씀이시네요. 불쌍한 사람을 돕는 건 귀족으로서 아주 좋은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하지만 수상한 사람을 돕는 것은 생각을 좀 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수상해?”
“네, 엄청요.”
르윈은 슬쩍 눈을 돌려 자신이 데려온 소녀를 바라보았다.
“…….”
르윈조차도 할 말을 잃게 만들 정도로 수상해 보이는 모습이기는 했다.
“도련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조금 사연이 많아 보이기는 하네.”
“조금요?”
“다들 저 정도 사연은 가지고 살아가는 법이잖아?”
르윈의 말에 사연 몇 개 가지고 살아가는 데이지는 눈을 가늘게 뜨며 르윈을 바라보았다.
“왜?”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으나 이번에도 데이지는 참았다.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죠?”
이제 막 가문으로 복귀를 하는데, 귀찮은 일은 사절이었다.
“당연하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럼 왜 물어보는 건데?”
“그걸 몰라서 물으시나요?”
“응, 모르겠는데?”
“…….”
말없이 서로를 노려보며 기 싸움을 하는 르윈과 데이지를 바라보며 소녀는 생각했다.
‘그냥 기절하고 싶다.’
***
흑마법사 소녀, 베아트리체가 르윈의 일행에 합류하는 것은 의외로 쉽게 받아들여졌다.
“도련님이 말씀하시는 거라면.”
일행의 책임자인 알폰스는 르윈의 의사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괜찮나요?”
너무나도 쉬운 허락에 데이지가 당황할 정도.
“괜찮지.”
그게 도련님이 원하시는 것이라면.
그렇게 대답하는 알폰스를 보며 데이지는 입을 다물었다.
‘이 가문은 도련님에게 너무 약해!’
가문의 핏줄에 충성하는 것은 좋으나, 약해도 너무 약했다.
가문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막내의 포지션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무리 그래도 저런 수상한 사람을 데려간다는 말도 거부하지 않는다니!
“아, 이거 잘 썼다.”
“도련님이 가져가셨어요?”
아침에 사라진 애검을 반납받은 하인스의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데이지의 귓가에 들려왔다.
‘검을 들고 나갔다고?’
의심은 확신으로 변하였다.
밤 산책을 나가는데 일부러 검을 들고 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낮에 무슨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었지.’
전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데이지는 베아트리체라고 자신을 소개한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 피해자인가?’
사람은커녕 모기 하나도 잡기 어려워 보이는 모습에 데이지는 그녀가 사건의 피해자라고 생각했다.
“도련님, 마을의 사건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반쯤 확신을 한 데이지는 르윈에게 조심스레 질문했다.
그녀의 생각이 맞는다면 르윈의 대답은 대충 예상이 되었다.
“일단 우리가 확인한 다음에 도움을 주면 되지 않을까?”
“그런가요?”
이번 사건에 참여하겠다는 듯한 말이었지만, 데이지는 르윈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해결되었어.’
사건에 적극 개입을 하려던 어제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여 한 발 빼 준 것이라면 이해를 하겠으나.
‘도련님이 그런 기특한 생각을 하실 리가 없지.’
자신의 말을 열 번 중 한 번만 들어줬어도,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르윈이었다.
살면서 자신의 말을 들어준 것을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
물론 자신과 르윈의 관계가 주종 관계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르윈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데이지 역시 르윈의 말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인간적으로,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것만 반대하고 있었다.
‘그게 너무 많을 뿐이지.’
아무리 명문 귀족이라고 하더라도 자신보다도 나이가 어린데 수상할 정도로 아는 것이 많고, 수상한 일에만 자꾸 발을 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진짜 인생 2회 차도 아니고.’
인생 2회 차가 아닌 10회 차였지만, 데이지가 그런 비상식적인 것을 믿는 사람은 아니었다.
아무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비상식적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믿는 순간 일상은 사라지는 것.
“그렇군요.”
그렇기에 르윈의 말에 데이지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지켜봐야겠지.’
그리고 알폰스를 비롯한 기사들이 죽음의 신전의 사제들과 함께 묘지로 향하고, 묘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자 르윈이 너무나도 쉽게 사건을 포기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역시, 뭔가 있어.’
데이지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뀔 수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