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69)
69화 15. 인생 10회 차는 집에 왔다 (2)
드라이르프 가문으로 돌아온 르윈은 가문에 있을 때와 비슷한 생활을 보냈다.
“도련님.”
“왜?”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는 삶.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발언은 덤이었다.
“검사에게는 검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경지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신검합일? 유명한 경지이지.”
“도련님도 그런 건가요? 그래서 침대와 하나가 되고자 노력하시는 건가요?”
그러니 좀 일어나라는 의미였는데, 르윈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여 주었다.
“그건 내가 또 잘하지.”
“해가 중천에 떴습니다. 이제 그만 일어나세요!”
분노한 데이지가 르윈의 등짝을 치고자 했으나 빗나갔다.
몇 사람은 누울 만한 침대 위를 구르며 데이지의 손길을 피하는 모습은 진짜로 침대와 하나가 된 모습이었다.
“가문으로 돌아오면 열심히 하겠다고 하셨잖아요!”
“무엇을 열심히 하겠다고는 안 했는데? 열심히 쉬고 있잖아.”
“아카데미에서도 맨날 놀았으면서!”
집으로 돌아온 르윈의 일상은 늘 침대 위였다.
식사할 때를 제외하고는 늘 한결같은 모습!
“나무늘보도 도련님보다는 부지런할 겁니다.”
“너 나무늘보 본 적 없잖아?”
“비유하면 그냥 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주세요!”
팡! 팡!
빗나간 손이 침대 매트리스를 연신 두들기고, 결국 먼저 항복한 것은 데이지가 되었다.
“하아, 하아.”
한정된 공간이지만, 한 대를 때릴 수가 없었다.
그에 억울한 눈빛으로 데이지가 르윈을 노려보았지만 보이는 것은 르윈의 뒤통수뿐.
“저, 저기, 데이지? 집사님이 언제 내려오시냐고.”
그때 베아트리체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가 그대로 굳었다.
“어……?”
침대에 한 손을 짚고 얼굴을 붉힌 채 거칠게 숨을 내쉬는 데이지.
그리고 침대에 조용히 누워 있는 르윈의 모습.
과거 뒷골목에서 들었던 여주인과 시종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이야기에 나오는 듯한 모습이었다.
“내, 내가 방해를 한 건가?”
조심히 열었던 방문을 닫고, 그대로 베아트리체는 도망쳤다.
“안 잡아도 돼? 무슨 오해를 한 것 같은데?”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면 됩니다.”
르윈의 말에 데이지는 고개를 저었다.
베아트리체가 누군가에게 소문을 낼 성격도 아니고, 애초에 이 저택에서 그런 소문을 믿을 사람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요.”
데이지는 르윈에게 다시 손을 뻗었고, 르윈은 자연스럽게 그 손길을 피하였다.
“피곤해.”
“온종일 누워만 있는 사람이 뭐가 피곤합니까!”
데이지의 외침이 저택에 울려 퍼졌지만, 르윈이 일어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
야심한 시각.
몰래 방에서 빠져나온 르윈은 조용한 발걸음으로 베아트리체의 방으로 향하였다.
“낮밤이 너무 바뀌었는데.”
해가 중천에 떠 있던 낮에 비해 너무 몸이 가벼웠다.
드라이르프 가문의 저택으로 돌아온 이후 너무 밤에만 활동한 듯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들어간다.”
“네.”
베아트리체의 방문을 두어 번 두들기고 손잡이를 돌리자, 침대 위에서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베아트리체의 모습이 보였다.
“피곤한가 보네.”
“조, 조금요.”
낮에 침대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 르윈과 달리, 베아트리체는 시종과 같은 패턴을 지키고 있었다.
덕분에 극심한 수면 부족을 느끼고 있었지만.
“익숙한 일이니까요.”
흑마법사로 도망자의 삶을 살아온 베아트리체에게는 일상과 같은 일이기도 했다.
“그래? 그럼 시작하자.”
“네.”
르윈의 말에 베아트리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상의를 반쯤 벗은 채 침대에 엎드렸다.
“조금 아프다?”
“네.”
그렇게 말하고는 베아트리체의 등에 손을 댄 르윈은 두 눈을 감은 채 마력을 그녀에게 집어넣었다.
“윽!”
온몸을 휘감는 이질적인 기운에 베아트리체는 신음을 삼키며 이를 악다물었다.
“아직도 많네.”
다른 사람의 마력이 자신의 몸에 들어온다면, 이질감을 느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숨쉬기 운동으로 단련된 르윈의 마력은 아주 순수했고, 그렇기에 이질감이 다른 마력에 비해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베아트리체는 달랐다.
흑마법에 대한 잘못된 지식이 이리저리 섞였기 때문인지 죽은 자들의 기운이라 불리는 사기를 몸에 축적했고, 그로 인하여 르윈의 마력에도 거부감을 보이는 상태였다.
“이래서 정품만 써야 하는데.”
“죄, 죄송합니다.”
그 아인헤르츠가 이런 기본적인 것도 전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아마 흑마법사들이 탄압을 받고, 그로 인하여 여러 학파의 기술이 유실되고 합쳐지며 잘못된 정보들 또한 섞인 것이 아닐까.
“죄송할 필요는 없고.”
그렇다면 가장 큰 잘못은 마신회요, 그다음은 르윈이었다.
마신회가 아니었다면 흑마법사가 탄압을 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르윈이 작정하고 탄압을 시도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흑마법사가 쇠퇴하지는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까, 지금은.’
르윈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그에 따라 베아트리체의 입에서도 얕은 신음이 계속 흘러나왔다.
다른 시종에게 숨쉬기 운동을 전수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난이도였다.
몸속에 마력을 불어넣어, 사기를 밀어낸다.
신기에 가까운 마력 컨트롤.
그로 인하여 베아트리체의 몸은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그렇게 제법 긴 시간이 흐르고, 얼굴에 옅은 홍조가 생길 정도로 생기가 돌아온 베아트리체를 보며 르윈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지고 있네.”
“감사합니다.”
베아트리체 역시 자신의 몸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전처럼 춥지 않았고, 생기라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좋은 일이다. 하지만 아쉬운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저기, 오빠는…….”
나날이 생기가 늘어나는 자신과 달리, 오빠는 아직도 가방에 들어 있는 상태였다.
“그거 꺼냈다간 난리 날걸?”
그건 그렇죠.
가만히 있으면, 그저 뼈로만 보일 거지만.
‘뼈를 방에 장식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것도 사람의 뼈다.
누가 자신의 방에 들어왔다가 전시된 듯한 오빠의 뼈를 보게 된다면.
‘엄청 놀라겠지.’
만약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라도 보이는 순간, 이곳에서 있을 수도 없게 될 것이다.
‘그건 안 돼!’
살아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부모님과 오빠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들과 함께 있었던 시간보다도 더 따뜻하고 행복했다.
이것이 사람의 삶이구나.
이것이 평범하게 지낸다는 것이구나.
저택을 청소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사용인들에게 주는 음식은 매일매일 미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행복했다.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것이 이리도 행복한지 몰랐다.
그렇기에 그녀는 오빠가 들어 있는 가방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미안.’
그래도 남들이 안 볼 때 꺼내어 뼈를 닦아 주고는 있잖아.
원래 남매는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관계라는데, 우리는 그 정도는 아니잖아?
“안 꺼낼게요!”
그러니 조금만 더 거기서 지내.
“여, 열심히 일해서! 내 집 마련하면 그때 꺼낼 테니까!”
“이 근처에? 드라이르프 영지 집값 생각하면, 몇 년 모으는 거로는 집 못 사는데?”
이 대륙에서 최고의 권력을 가진 가문 중 하나이자 강력한 무력을 가진 가문이었다.
제국 수도를 제외하고, 이만큼 좋은 조건이 어디 있겠는가?
“그, 그렇게 비싸요?”
“땅값만으로도 10년은 개처럼 일해야 할걸?”
그때까지 오빠를 가방 속에 넣고 다닐 거냐는 르윈의 시선에 베아트리체는 시선을 피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최, 최대한 싼 거로 찾아볼게.”
덜컥.
기분 탓일까.
그녀의 오빠가 숨겨져 있는 가방이 거칠게 흔들렸지만, 그녀는 애써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
대략 반년 만에 온 드라이르프 공작가였지만, 예리엘과 하인스는 변함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아카데미에서 기사 동아리 활동을 한 것처럼, 드라이르프 공작가의 기사단에서 훈련하고 있었다.
“후우.”
바닥에 쓰러진 하인스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지쳤다. 이제 손 하나 까딱하기 힘들었다.
“실력이 변하지 않았는데?”
하지만 귓가에 들리는 선배 기사의 목소리에 다시 손에 힘을 줄 수밖에 없었다.
“그거 실력이 안 늘었다는 말이잖아요.”
“그렇긴 해. 아카데미에서 제대로 안 했지?”
“아니거든요!”
이곳에 있는 기사들은 예리엘과 하인스에게는 모두 스승과 마찬가지인 존재들.
그들의 스승은 늘 많은 것을 바라고 있었다.
“우리 가문의 기사가 되려면 그 정도로는 안 되거든.”
“멀었지, 멀었어.”
농담처럼 내뱉는 말들이었지만, 모두 사실이었다.
그냥 기사도 되기 어렵지만, 이곳은 드라이르프.
이 대륙에서 가장 강한 나라의, 첫 번째 검을 맡은 가문이었다.
“여긴 드라이르프니까.”
드라이르프라는 이름을 짊어진 이들은 그 핏줄만이 아니었다.
“그렇지. 괜히 드라이르프가 최강이라고 불리겠어?”
이곳에 소속된 모든 이들은 드라이르프라는 이름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 하인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검을 들어 올렸다.
“한 수 부탁드립니다!”
드라이르프는 최강이다.
그리고 자신 또한 그 이름에 걸맞은 실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
“어?”
그렇게 각오를 다지고 다시 일어났는데,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도련님?”
이 사람이 왜 여기에?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루가 멀다고 침대에서 누워만 있는 사람이, 지금 왜 여기에 있단 말인가!
“산책.”
하인스의 생각을 읽은 듯, 르윈은 이곳에 온 이유를 말하며 검을 들어 올렸다.
“도련님!”
갑작스럽게 르윈과 싸우게 된 하인스가 비명을 내질렀지만, 르윈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언제 봐도 도련님 검로는 깨끗하다니까?”
“훈련장에는 잘 안 보이시는데. 따로 훈련하시는 거겠지?”
“당연하지. 저게 한두 번 검을 휘둘러서 되는 게 아니잖아.”
아무리 천재라고 하더라도 한 번에 불가능한 것들이 있다.
흔히 기본기라고 부르는 게 바로 그것이었다.
한 번, 한 번 검을 휘두르는 것으로 쌓을 수 있는 것들.
기사들의 눈에는 르윈의 움직임에서 단단한 기본기가 보였다.
“으아악!”
물론, 그것에 당하는 하인스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한 번의 검을 피하는 것만으로 모든 정신을 집중해야 했고, 간혹 들어오는 페이크가 섞인 검에는 영혼을 담아 검을 부딪쳐야 했다.
“도련님, 살려 주세요!”
하인스 역시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기사 동아리에서 또래 중 따라올 사람은 없었고, 선배와 비교해도 상위권에 속할 만한 연습량이었다.
그저 상대가 너무 나빴을 뿐.
인생 10회 차의 경험은, 노력한다고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상단이 약해.”
“악!”
“중단도 약하고.”
“아악!”
“하단도 약하네?”
“악!”
“그냥 다 약하면 어떻게 하냐?”
르윈의 검이 지나갈 때마다 하인스의 입에서는 단말마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칼등으로 때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진검은 진검.
맞으면 죽지만 않을 뿐, 죽을 만큼 아팠다.
‘이대로는 가망이 없어.’
실력 차가 너무나도 압도적이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 봤자 불리한 것은 자신이었고, 버틸 체력 또한 얼마 남지 않았다.
“흡!”
호흡을 가다듬고, 검에 마력을 집중했다.
상대는 자신의 주인이 아니다.
그저 적일 뿐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하인스는 자신이 펼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일격을 준비했다.
‘드라이르프 기본 검식, 내려치기.’
위에서 아래로 내리긋는 가장 기본적인 동작이자, 하인스가 지금 펼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동작이었다.
가문에서도, 아카데미에 가서도 매일같이 연습한 동작.
“너한테 가장 어울리는 것이기는 하네.”
방어조차 포기한 일격 필살의 기세에 르윈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다지만.”
그래도 하인스의 진심이 전해졌기에, 르윈 역시 비기를 선보였다.
용사류, 비기.
“모르면 맞아야지.”
검에 있어서 정점에 도달했다고 전해지는 용사의 비기가 하인스의 몸을 관통했다.
가볍게 하인스의 내려치기를 검으로 흘리고, 그 기세를 타고 올라간 르윈의 칼등이 하인스의 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사, 살려…….”
하인스가 최대한 몸을 비틀어 피하려고 했으나, 르윈의 검은 하인스가 피한 방향에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얼핏 보면 하인스 본인이 르윈의 검에 몸을 들이대는 상황!
상체를 시작으로 중단, 하체, 하체, 하체, 상체로 이어지는 불규칙한 10단 콤보에 하인스는 넝마가 되어 쓰러졌다.
“다음.”
“힉!”
르윈의 검 끝이 뒤꿈치를 들고 조심스럽게 도망치던 예리엘에게로 향했다.
“도, 도련님.”
“나도 어쩔 수가 없어. 데이지가 좀 나가서 놀라고 하니까.”
내가 침대에 있었으면 이런 귀찮은 일은 안 했을 텐데.
“…….”
오늘만큼은 데이지가 원망스럽다고 생각하며, 예리엘은 눈물을 머금고 검을 들어 올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