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76)
76화 17. 인생 10회 차는 아카데미로 돌아간다 (1)
아카데미로 돌아가는 길엔 특별한 일이 존재하지 않았다.
“진작 이렇게 하시지.”
그도 그럴 것이 포탈을 이용해서 한순간에 마탑에서 베르샤 아카데미로 이동을 하였기 때문이다.
“재미가 없잖아.”
“전생에 재미없어서 죽으셨습니까? 왜 그렇게 재미를 찾으십니까.”
푸념하듯 내뱉는 데이지의 말에 르윈은 자신의 전생을 떠올려 보았다.
“응, 재미없게 죽었어.”
참으로 재미없는 인생이었다.
태어나서부터 마왕이라는 놈하고 싸울 준비를 했고, 그를 위한 기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었다.
수련, 수련, 또 수련.
자신이 강해야 세상이 살고, 세상이 강해야 내가 살 수 있다.
그것을 알기에 노력했지만, 그건 마왕 또한 마찬가지.
덕분에 마신의 제단이라는 것이 털리고, 마왕은 대마왕으로 진화해서 간신히 동귀어진했다.
‘개고생했지.’
고생에 비해 보람은 없었다.
재미 또한 없었다.
“하아.”
나름대로 진실을 말한 것인데, 돌아오는 것은 시종의 한숨이었다.
거기에 한심하다는 눈빛은 덤.
주인을 대하는 시종의 모습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게 괘씸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원하는 대로 가문으로 돌아가 주었고, 맞선으로 인하여 고생만 하다 돌아왔다.
덕분에 기껏 매드 온즈의 힘을 빌려 공간을 연결한 것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로 인하여 계획이 밀렸고, 제법 귀찮은 경험도 하게 되었다.
‘앞으로 고생 좀 해 줘야 하니까.’
주인이 이렇게 노력해 주었으니, 시종 또한 그에 보답을 해 주는 것이 당연한 일.
그러니 앞으로 마음 놓고 고생 좀 시켜도 된다.
“…….”
“왜 그래, 언니?”
“아니, 갑자기 추워서.”
“한여름에?”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한기에 작게 몸을 떤 데이지였지만, 아쉽게도 타인의 생각을 읽는 능력까지는 없었다.
“감기 아니야?”
“여름 감기는 좀 고생한다던데.”
“이상하네요. 컨디션 조절은 잘하고 있었는데.”
데이지의 감각은 불길한 미래를 예상했으나, 아쉽게도 그녀의 이성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아카데미가 시작하기 전까지 몸 상태를 회복해야겠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럼 복귀 신고를 하고 오겠습니다. 그동안 제발.”
“조용히, 도서관에 있을게.”
“…책만 읽으시길 바랍니다.”
도서관이라는 말에 작게 한숨을 내쉰 데이지였지만, 돌아오자마자 사고를 치지는 않으리라 믿었다.
“제발요.”
믿고 싶었다.
“너희도 잘 확인하고.”
“어, 응.”
“노력은 해 볼게.”
전혀 믿음이 가지 않는 동생들과 다른 의미로 믿음이 가는 주인을 한참을 바라보던 데이지는 이제는 입에 붙은 한숨과 함께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서, 어디 갈까?”
“도련님?”
그런 데이지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르윈의 말에 예리엘의 눈이 가늘어졌다.
“장난이야. 도서관이나 가자.”
“지상으로요.”
“그래, 그래.”
르윈 역시 오늘 무슨 일을 할 계획은 없었다.
오히려 개학 전까지는 조용히 지낼 계획이었다.
‘그 이후에 바쁠 테니까.’
맞선 등으로 인하여 가문에서 쉬지 못했는데, 아카데미에서라도 자유로운 휴식을 취할 예정이었다.
방학이 끝나면 온갖 행사들이 시작될 예정이었고, 어차피 매드 온즈와의 협상을 통하여 공간의 제약도 많이 사라진 상태였으니까.
‘중등 교육 전까지는 아카데미만으로 충분하지.’
영약 등은 어릴 때 먹을수록 효과가 좋지만, 아직 시간이 넉넉한 편이었다.
그러니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더 투자를 하자.
그렇게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 지 얼마 후.
베리엘과 함께 온 데이지가 복귀 신고의 끝을 알렸고, 르윈 등은 기숙사로 복귀할 수 있었다.
***
“심심했어.”
“그랬구나.”
“다음에는 그냥 데려가. 혼자서 방 지키는 거 재미없어.”
어항에서 물장구를 치며 투덜거리는 엘리에게 르윈은 고개만 끄덕여 주었다.
“혼자 있는 거 잘한다며.”
지하에서 홀로 지낸 세월이 최소 수백 년이다.
인격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으나, 그 오랜 세월을 버텼는데 고작 한두 달을 못 버티다니.
“모르고 혼자 있는 거랑 알고 혼자 있는 건 다르잖아.”
“그런가?”
하긴, 원래부터 없었던 것과 있다가 사라지는 것의 차이가 크긴 하다.
괜히 줬다 뺏는 것이 제일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근데 올겨울 말고는 다시 돌아갈 생각이 없는데.”
“올해 겨울은 왜?”
“동생 생긴다고 해서.”
“와.”
동생.
그 단어에 엘리는 눈을 빛냈다.
“너랑 비슷한 애가 생긴다니!”
“귀엽겠지?”
“세상이 위험한 게 아닐까?”
진심을 담은 엘리의 한마디에 르윈은 손을 들어 올렸다.
“끄앙!”
그리고 어항 위를 둥둥 떠다니던 엘리를 그대로 어항에 처박았다.
“이, 이건 식물 학대야!”
“너 물속에서 숨 쉴 수 있잖아.”
맨드레이크는 수경 재배가 가능했다.
“그렇네?”
어푸어푸하며 살려 달라고 소리치던 엘리는 그 사실을 깨닫고 물속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 모습을 하니까, 내 정체성을 가끔 잊어버리네.”
“겉모습은 중요하니까.”
괜히 시종을 뽑을 때 얼굴을 보고 뽑은 것이 아니다.
겉모습보다는 속이 중요하다고들 말하지만, 속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결국 첫인상에서 보이는 것은 겉모습.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첫인상에서 많은 것이 결정된다.
“그런 것 같기는 해.”
르윈의 말에 엘리 또한 긍정했다.
도서관 사서들이 던전에서 다른 맨드레이크를 보았을 때 어떠했는가.
“내가 괴물 같은 모습이었으면 이미 갈려서 약재로 쓰였겠지.”
씁쓸한 얼굴로 자조적인 말을 내뱉는 엘리를 보며.
“당연하지.”
르윈은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좀 부정해 봐라!”
“사실인 걸 어떡해.”
“와! 듣는 맨드레이크는 슬퍼서 눈물이 다 나오네!”
“눈물이면 엑기스지? 다른 곳에 흘리지 말고 어항에 흘려.”
“와, 와!”
이것이 인간이라는 종족인가!
‘아니지. 옛 현자가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이 새끼는 사람 새끼가 아닐 수도.’
공감 능력이라고는 1도 없는 르윈의 발언에 엘리는 입을 벙긋거리며 르윈을 바라보았다.
“뭐, 왜.”
“아니다.”
“삐졌냐?”
“그럼 안 삐지겠어?”
사람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런 취급은 좀 아니지 않은가.
엘리는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고 하지만, 충분히 인권을 주장할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마석 줘도?”
“안 풀어!”
고작 돌덩어리 하나로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하려 하다니.
“세 갠데?”
“세, 세 개?”
하나로는 치료되지 않지만, 세 개는 이야기가 다르다.
“그럼 다섯 개?”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품 안에 가득한 마석에 엘리는 굴복하고 말았다.
거절하기에는 너무 많은 마석이다.
이것이면 잠자면서도 마력을 흡수할 수 있었다.
“히히.”
기존에 있는 마석 하나에 두 개를 더 물속에 집어넣었다.
뿌리로 들어오는 마력의 양이 3배가 되니, 온몸에 절로 힘이 들어가는 기분을 엘리는 온몸으로 만끽했다.
‘쉽네.’
엘리는 알지 못하겠지만, 모든 것이 르윈의 계획일 뿐이었다.
‘어차피 내 돈도 아니고.’
마석은 연금술 동아리에서 받은 물건일 뿐이었다.
맨드레이크의 육수에 들어 있는 영양분과 마석의 상관관계.
그것을 분석하기 위해 연금술 동아리는 엘리가 운용하는 마석의 양을 늘려 달라고 요구했고, 르윈은 그것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들어준 것뿐이었다.
“좋아?”
“좋지. 온몸에 기운이 넘친다니까?”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온탕에서 피로를 푸는 늙은이와 같은 표정으로 엘리는 어항에 몸을 담갔다.
“오.”
그리고 르윈의 감각에, 엘리의 마력 순환이 더욱 빠르고 강렬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물에 평소보다 더 마력 등이 담겨져 있으면 성공인데.’
그렇게 된다면 모두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엘리는 마석을 더욱 제공받을 수 있어서 좋고, 연금술 동아리는 엘리의 육수의 효율이 더 좋아져서 좋고, 르윈은 그로 인해서 얻는 물건의 질이 높아지기에 좋았다.
‘마침 애들 성장도 시켜야 되니까.’
2학기부터 시작되는 이벤트들에서 데이지와 예리엘, 하인스가 성과를 내야 한다.
아직 이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아카데미에서의 시간은 고작해야 10년.
10년이라는 시간은 누군가에게는 느리지만, 르윈에게는 빠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보통 그때쯤이면 마왕이 튀어나왔으니까.’
20대 초.
누구는 아카데미 생활을 마치고 잠시 휴식을 가지기도 했고, 누구는 사회 초년생으로 일을 배우기도 했으며, 사교계에 진출하는 이들 또한 존재했다.
그 밖에도 결혼하는 사람도 있었고, 군에 입대하는 이들도 있었고, 용병이 되어 세상을 돌아다니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르윈은 달랐다.
아홉 번의 인생 중 대부분이 스무 살쯤 되면 용사로서 세상을 구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 전에 준비해야지.’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망할 라헬이 자신을 용사로 선택할 수도 있었고, 전쟁에 미친 마족이 마신의 뜻이라며 대륙을 침공할 수도 있었다.
‘진짜, 내가 그딴 걸 왜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이 망하면 자신의 열 번째 인생도 파탄 난다.
개고생하며 구를 생각은 없으나, 최소한 대신 일을 처리할 대타 정도는 만들어 두어야 했다.
‘얘들로는 부족하지만.’
세상은 넓고, 호구는 많다.
인생 1회 차의 자신과 비슷한, 정의감 넘치며 재능이 있는 호구만 찾으면 그 이후는 완벽한 설계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미 여러 번 한 일이니까.’
인생 10회 차.
그중 아홉 번을 호구로 산 프로 호구가 바로 자신이었다.
호구 하나만 찾아서 가져다 놓으면, 황실이 만든 도로보다도 완벽한 길을 달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많이많이 먹어라.”
“말 안 해도 그럴 거야.”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엘리를 보며, 르윈은 미래에 대한 계획을 정리했다.
***
아카데미의 개학이 이제 곧 일주일 남은 시점.
르윈은 진짜로 쉬고 있었다.
“흐흥.”
데이지는 베리엘과 함께 일이 있다며 떠났고, 예리엘과 하인스는 오늘도 기사 동아리에 연습을 하러 갔다.
라일라 또한 2학기 전부터 구르고 있는 학생회를 돕기 위해 노동 동아리로 향했으니.
“완벽한 자유네.”
이번 생은 생각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적었다.
마왕 같은 새끼들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던 때보다도 더.
“생각해 보면 용사로서 단독 플레이를 많이 하긴 했네.”
최전방에서 군을 이끌고 싸운 적도 있지만, 르윈은 자신이 지휘관 유형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암살자 포지션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나?”
용사는 여신의 검이다.
그것도 다용도 검.
최전방에서는 선두에서 가장 용맹하게 아군의 사기를 드높이는 전사의 역할이었지만, 필요할 때는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적을 쓰러트리는 암살자가 되기도 해야 했다.
그리고 마족의 특성상, 암살을 더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더럽게 세니까.”
마족은 타고난 전투 종족이다.
마족의 종족마다 다르지만, 인간보다 오랜 세월을 사는 것은 물론 마대륙의 대지는 척박한 곳이 많아 부족 간의 전쟁이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갑자기 징집된 평민 병력은 마족을 맞상대하기 어려웠고, 르윈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암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진짜 왜 이런 생각이 드냐.”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는데, 이런 생각만 들다니.
인생 10회 차, 전쟁에 찌든 영혼은 평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가.
“어?”
그렇게 투덜거리며 길을 걷고 있을 때, 저 멀리서 익숙한 뒤통수가 보이기 시작했고.
“루테스 선배!”
르윈은 평화로운 하루를 즐기기 위해 인생의 롤 모델인 선배를 향해 달려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