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80)
80화 18. 인생 10회 차는 대회를 준비한다 (1)
제국 건국제.
말 그대로 바벨리안이라는 제국이 건국된 날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언제 멸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대륙 최약체 국가에서 대륙 최강대국이 된 나라.
그런 탓일까?
바벨리안 왕국이 제국이라는 칭호를 사용한 이후, 황실은 건국제에 많은 신경을 썼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각종 대회.
특이한 것은 자국민만 참여가 가능한 다른 나라들과 달리, 신분만 확인이 된다면 대륙의 모든 이들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목표는 우승이야.”
“네?”
르윈은 이 기간을 충분히 이용할 생각이었다.
“목표는 우승이라고.”
“그게 말처럼 쉬울까요?”
다짜고짜 우승하라는 르윈의 말에 하인스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건국제 우승.
그게 말처럼 쉬운 것이라면 우승자가 넘쳐 났을 터.
“그것도 못해?”
“보통은 못하죠.”
우승자가 여럿인 대회는 없다.
오직 한 명의 우승자가 있고, 패배한 자는 준우승자가 된다.
그뿐인가? 베스트 4, 8, 16.
준우승자 아래에도 수많은 패배자들이 존재했다.
“나이 제한 없는 거 말고. 나이 제한이 있는 거 말하는 건데.”
“당연하죠. 거기는 가끔 몇백 년 산 엘프 기인도 튀어나오는데.”
신분만 확인되면 모든 이들이 참여할 수 있다.
그 말은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이라도 참여를 할 수 있다는 말이 되기도 했다.
물론 이종족이라 불리는 이들은 인류와 비교하여 나이가 몇 배는 많은 것이 보통이기에 대부분의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지만, 몇몇 제한이 없는 대회에 가끔 등장하기도 했다.
“그건 자연재해라고 들었다고요.”
기껏 자신의 실력을 뽐내기 위해 대회에 나섰는데, 상대가 몇백 년 동안 검을 수련한 엘프 검사다?
대부분 상대가 되지 않는다.
평범한 인간이 몇십 년을 노력하더라도, 대충 노력한 엘프를 이기기는 어려운 법.
아무리 짧고 굵게 노력을 한다고 해도 시간의 격차는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간혹 이기는 사람도 나오잖아.”
물론, 이종족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우승하는 것은 아니었다.
간혹가다 자연재해를 이겨 내는 인간들이 존재했고.
“그걸 보통 천재라고 부르죠.”
사람들은 그들을 천재라 불렀다.
“너도 천재야.”
‘자신감을 주기 위한 말일까?’
하인스는 르윈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기라고요?”
“응.”
그럼 그렇지.
그냥 이기라고 천재라고 불러 주는 거였다.
“아니, 천재라는 건 진심인데.”
“무슨 천재요.”
“얼굴 천재. 너 얼굴은 진짜 쓸 만하다니까?”
애초에 얼굴 보고 시종으로 뽑았기에, 르윈은 당당했다.
우리 애들이 얼굴은 어디 가서 꿀리지 않지.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는 르윈이었지만, 하인스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검술이랑 얼굴이랑 뭔 상관인데요.”
“인기. 원래 사연 있는 놈 다음으로 잘생긴 놈들이 인기가 많거든.”
“검술에 무슨 사연이요.”
“무너져 가는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한 검사의 이야기나 몇백 번 패배해도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다시 일어나 우승을 차지하는 검사 이야기 같은 거 몰라?”
세상은 넓고, 뛰어난 실력자도 넘치는 곳이 세상이었다.
진짜 정점이라고 부를 정도의 실력을 가지지 못한다면, 인지도라도 높아야 하는 법.
“드라이르프 가문이면 그런 스토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니까, 우리는 얼굴로 간다.”
“안 가요. 누구 맘대로!”
과거부터 꿈꿔 왔던 기사의 꿈이지만, 얼굴로 유명한 기사가 될 생각은 없었다.
“전 실력으로 유명해지고 싶습니다, 도련님!”
“그럼 우승하라니까?”
“무리라니까요?”
“해 보지도 않고 무리래.”
쯧쯧.
작게 혀를 찬 르윈은 차가운 눈으로 하인스를 내려다보았다.
“이래서 요즘 것들은 안 된다니까? 해 보지도 않고 무리라고만 하고.”
“이게 정상이죠. 막 아카데미에 입학했는데, 우승이라니.”
“나이로 따지면 너 몇 학년 위잖아.”
“그걸 고려해도 저보다 강한 사람이 많다니까요.”
“원래 세상에는 강한 사람이 많아. 그거 다 따지면 어떻게 우승해?”
“그러니까 우승이 아니라 적정한 순위를 목표로 하는 게…….”
“어허, 나는 너를 그런 나약한 아이로 키운 적이 없다.”
“도련님이 안 키웠으니까요.”
한숨을 내쉬며 말하는 하인스를 보고 르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부터 키우지, 뭐.”
“네?”
언제부터 있던 것일까.
손에 목검을 쥔 르윈은 방긋 웃으며 하인스를 바라보았다.
“나를 이기면, 기초부 대회 정도는 우승할 수 있어.”
“그, 그럼 그냥 도련님이 나가시면 되는 거 아닐까요?”
세상은 넓고, 강자는 많다지만.
하인스의 감은 기초부에서 르윈을 이길 사람은 없다고 느꼈다.
‘아니, 기초부가 아니라 그 이상에서도.’
르윈 디 드라이르프라는 사람이 지는 게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냥 본인이 나가면 무난하게 우승을 하지 않을까.
“귀찮아.”
“…….”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예상과 너무나도 똑같은 말이었다.
“그런 억지가.”
“억울하면 주인 잘 만났어야지.”
그 말과 함께 르윈의 손이 움직이고, 하인스는 몸을 날릴 수밖에 없었다.
“목표는 기초부 우승!”
“그냥 예리엘한테 시키면 안 될까요?”
“아까 기절해서 안 돼.”
이미 당했구나!
오늘따라 훈련장에 늦게 온다고만 생각했던 하인스는 낭패한 얼굴로 검을 들어 올렸지만.
“빈틈.”
“아악!”
“이래서 우승할 수 있겠어?”
“못한다니까아!”
“이제는 그냥 반말하네?”
“말하는데 때리면서 그런…….”
날아드는 목검에 의해 넝마가 되는 것을 피하지는 못했다.
***
“도련님.”
“왜?”
“요즘 애들이 반쯤 시체처럼 돌아다니는데, 기분 탓일까요?”
“다 우승을 위해서야.”
“우승이요?”
“아, 그렇지.”
방금 생각이 났다는 듯한 얼굴로 르윈이 데이지를 바라보았다.
“데이지.”
“네, 도련님.”
“우리 중 가장 연장자로서 모범을 보여야겠지?”
“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데이지는 갑작스럽게 모범을 이야기하는 르윈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 나갈래?”
“나가다니요?”
“대회.”
“건국제 대회 말씀하시는 건가요?”
“당연하지.”
건국제, 대회, 모범.
그것을 조합하니, 나오는 결론은 단 하나였다.
“대회에 나가서 우승하라고요?”
“응.”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데이지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게 가능하나요?”
“가능하게 만들어야지.”
“…….”
어째서 동생들이 반시체가 되어 돌아오는가.
그 이유를 데이지는 깨달을 수 있었다.
“저희에게 우승을 요구하는 이유가 있으신 건가요?”
“흠.”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데이지는 조금은 기대를 하였다.
그리고.
“멋있잖아.”
“…….”
기대한 만큼 실망감이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도련님.”
“데이지는 역시 마법전이지? 근데 어디에 신청을 해야 하지? 기초부? 중등부?”
아카데미는 나이를 속여 입학했다고 하지만, 건국제 같은 행사에도 그것이 통할 리가 없었다.
“괜찮습니까?”
“어차피 다들 알고 있잖아.”
“…정확한 나이는 모를 겁니다.”
“재수했다고 하면 되지.”
“…….”
본인 일이 아니라고 저렇게 쉽게 말하다니.
재수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많은 것 또한 아니었다.
“그냥 구경만 하면 안 되나요?”
“안 돼.”
그렇기에 참가를 거부해 보았지만, 르윈은 데이지의 뜻을 단호하게 거부했다.
“입학한 해부터 우승. 그래야 전설을 써 내려갈 수 있어.”
“도련님, 저번에 전설 같은 것은 믿지 않는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그런 사람이 전설을 쓰라고 말하다니.
“과거의 전설을 안 믿는 거지.”
“…….”
“현재의 전설은 믿거든.”
“…….”
“눈앞에 보이잖아?”
“안 보이는데요.”
거절은 거절한다.
그렇게 말하는 듯한 르윈을 보며 데이지는 르윈이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승은 장담 못합니다.”
“나는 데이지를 믿어.”
“믿지 마세요.”
퉁명스럽게 말하면서도 거부는 하지 않는 데이지를 보며 르윈은 기쁜 표정으로 무언가를 꺼내었다.
“갑자기 막대기는 왜.”
“선물이야.”
“선물이요……?”
선물이라는 말에 왜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일까.
데이지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르윈이 내미는 나무 막대기를 받았다.
“이건.”
그리고 막대기를 손에 쥐는 순간, 막대기의 용도를 깨달을 수 있었다.
“마법 지팡이네요?”
“맞아.”
데이지는 르윈이 준 지팡이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이건…….”
그리고 지팡이를 바라보는 두 눈에 경악의 감정이 가득 담겼다.
“좋지?”
“좋냐고요?”
여태까지 사용한 그 어떤 지팡이보다 뛰어난 위력이었다.
“이런 쓰레기는 처음 보는데요?”
아주 안 좋은 방향으로.
“효율이 너무 안 좋아요. 가져가는 마력에 비해, 마력이 반도 안 쓰이는 것 같아요.”
그뿐인가?
오른쪽 방향으로 마력을 사용하면 왼쪽으로 나가고, 왼쪽으로 마력을 사용하면 위로 나간다.
사용자를 엿 먹이기 위한 지팡이라면 훌륭하다고 할 수 있는 지팡이.
그것이 르윈이 선물이랍시고 준 물건이었다.
“그렇지? 에이나 선배가 만든 실패작이라고 하는데, 딱 보는 순간 데이지가 생각나서 챙겨 왔어.”
그런 물건을 주고는 칭찬을 바라는 듯한 모습이라니.
‘기대를 한 내가 잘못이지.’
방금 전에 속고 또 속았다.
이런 쓰레기 같은 지팡이를 선물이랍시고 주다니.
“장난이 지나치세요.”
이미 그녀에게는 최고급이라고 할 수 있는 지팡이가 존재했다.
드라이르프 저택 사용인들의 염원이 담긴, 벼락 맞은 나무로 만든 마법 지팡이.
누구에게나 명품이라고 인정받을 지팡이가 있는데, 이런 물건을 쓸 필요가 있을까.
“대회 전까지는 그거 사용해.”
백이면 백,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르윈은 백 명의 의견을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신경의 소유자였다.
“네?”
“너무 좋은 물건은 실력에 도움이 안 되거든.”
좋은 무기는 초보자조차 실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다.
그게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의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사용자가 무기에 휘둘리는 꼴이 된다.
“제가 무기에 휘둘리고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건 아닌데.”
데이지가 그런 실수를 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너무 편하잖아.”
“…….”
“원래 인생은 역경이 좀 있어야 잘 성장하거든.”
인생 10회 차로서 마왕 같은 것들을 몇 번씩이나 만났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고난과 역경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물론, 이미 성장할 대로 성장한 자신은 예외로 하는 르윈이었다.
“가문에서 예리엘이나 하인스가 모래주머니 차고 훈련하던 거 기억하지?”
“네.”
“그거라고 생각하고 해 봐.”
“…….”
차게 식은 눈으로 데이지는 자신의 손에 들린 지팡이를 바라보았다.
“제게 선택지는…….”
“당연히 없지!”
자기 일이 아니라고 너무 쉽게 말하는 모습이었다.
“…….”
그에 손에 움켜쥔 지팡이에 힘을 주었다.
그에 따라 움직이는 마력은 덤.
“안 되네요.”
르윈을 향해 마력을 쏘아 보냈지만, 정전기와 함께 공중을 향해 번쩍이는 것이 전부였다.
“진짜 나한테 사용하려고 한 건 아니지?”
“…….”
“아니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르윈을 보며.
“연습 좀 해야겠네요.”
“진짜 쏘려고 했어?”
데이지는 다음에는 꼭 성공하리라 다짐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