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81)
81화 18. 인생 10회 차는 대회를 준비한다 (2)
“기초 마법을 기반으로, 상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수업을 진행하던 바르바 델릭은 조용히 분필을 내려놓았다.
“듣는 사람이 없구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은 바르바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여러 번 경험한 일이었고.
‘나 또한 그랬으니까.’
축제라는 것이 원래 그렇다.
그것을 무시하고 수업을 진행해도 상관은 없겠으나, 굳이 그렇게 열심히 수업할 정도로 바르바 델릭은 열정적인 교수가 아니었다.
“시간도 얼마 안 남았으니, 제국 건국제에 대한 질문이나 받는다.”
바르바의 말에 학생들이 환호성을 내뱉었다.
“조용. 다른 반은 수업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너무 시끄럽게 굴지는 마라.”
이렇게 말은 했지만, 다른 반에서도 시끄러운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한동안 이런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유지되겠지.
문제는 이런 소란 속에서도 늘 있는 행사는 그대로라는 거다.
‘2학기 중간시험은 이번에도 망하겠구나.’
그것 또한 늘 있는 일이었기에, 바르바는 시험표를 받고 좌절할 학생들을 떠올리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교수님! 건국제 기념으로 황실에서 사람이 온다는데 사실인가요?”
“사실이긴 하지. 물론 대부분 황실 아카데미를 가지만.”
“선발전에서 대표로 뽑히면 황실에서 주최하는 대회에 나갈 수 있는 거 맞죠?”
“맞지. 하지만 황실 아카데미 쪽에 출전권이 몰려 있어서 우리는 몇 명 못 나간다.”
“왜 좋은 건 다 황실 아카데미가 나가요?”
“거기가 성적이 좋으니까. 그리고 너희도 황실 아카데미랑 우리 아카데미 중 하나 고르라고 하면 황실 아카데미에 들어갈 거잖아?”
“교수님이 그런 말 해도 되나요?”
“이사장한테만 안 들어가면 돼.”
바르바의 솔직한 발언에 학생들의 입에서 한차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차피 주연은 올해도 황실 아카데미일 테니까.”
늘 있는 시나리오였다.
건국제의 주인공들은 늘 황실 아카데미에서 나왔고, 그렇기에 매년 수많은 이들이 황실 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을 하니까.
‘그게 잘못된 것은 아니지.’
아이들에게 치열한 경쟁을 강요하는 것이지만, 어차피 여기 있는 아이들 또한 누군가를 이기고 올라온 이들이다.
황실 아카데미와 비교해서 떨어질 뿐, 베르샤 아카데미 또한 제국 수도에 위치한 최고의 아카데미 중 하나였으니까.
그저 상대가 안 좋을 뿐이다.
바벨리안이 만든 황실 아카데미의 수준이 너무 높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대회에 나간다고 하더라도 승부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는 자리라고 생각해라.”
이렇게 말해도 해당 사항이 없다는 것을 바르바는 잘 알고 있었다.
아직 기초 교육 1학년.
이제 막 아카데미에 들어온 신입생들에게 건국제의 행사에 참가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였으니까.
“…검술전과 마법전에 참가를 하겠다고?”
“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구경이 아닌 참가를 선택한 학생들이 있었다.
그것도 하나도 아닌 셋이나.
“설마…….”
“네.”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이는 데이지의 모습에 바르바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르윈 디 드라이르프.
이 문제아 학생의 작품이라는 소리였으니까.
“본인은?”
“구경한다고 합니다.”
“그래…….”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드라이르프 공작가의 막내아들이 대회에 참가한다고 말했다면 큰 소란이 일어났을 테니까.
“무슨 심보지?”
그러나 이상한 일이기도 했다.
보통 자기 자신이 참가를 하지, 시종을 내보내지는 않으니까.
공작가라는 화려한 배경을 뽐내려면 본인이 직접 나서는 것이 좋을 텐데.
왜 시종들만 대회에 참가시키는 걸까.
“경험을 쌓으라는 건가?”
“그건 아닐 겁니다.”
혼잣말로 중얼거린 말이었지만, 데이지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목표는 우승이라고 했으니까요.”
“허.”
제국의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모이는 자리였다.
그런 자리에서 우승을 말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아예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많지도 않으리라.
‘하물며 자신이 아닌 남에게 우승을 강요하다니.’
너무나 가혹한 것이지만, 르윈과 데이지의 관계는 평범한 관계가 아니었다.
‘주종 관계니까 까라면 까야지.’
월급쟁이인 자신도 위에서 까라면 까는데, 저쪽은 인생이 저당 잡힌 주종 관계였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연습 정도는 도와줘도 되겠지.”
“감사합니다.”
바르바 델릭은 마법 관련 교수 중에 제법 실력자로 유명한 이였고, 그렇기에 르윈과 라일라라는 폭탄이 가득한 반을 맡게 된 것이기도 했으니까.
“그럼 해 볼까.”
바르바는 기대했다.
기초 교육 과정, 그것도 1학년 2학기가 막 시작된 시기.
다른 과목과 달리 아직도 실전보다는 실습이 대부분인 마법 수업이었던 만큼 학생들이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제대로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얼핏 보았음에도 마력 운용에 재능이 있어 보이는 데이지였다.
자신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데이지는 무언가 보여 줄 것이다.
‘어디, 가볍게 가 볼까.’
그 드라이르프 공작가에서 신경을 써서 막내아들에게 붙인 존재다.
나이도 몇 살 더 많으니, 다른 아이들보다는 수준을 조금 올려도 되겠지.
그렇게 생각한 바르바는 기초 마법을 응용해 데이지를 공격했고.
“어?”
너무나 형편없는 실력에 놀라고 말았다.
“무슨?”
“…….”
가벼운 불꽃을 막아 내는 것도 버거워하는 모습이었다.
장난이라도 치는 건가.
그렇다고 보기에는 입술을 꾹 깨물며 집중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진지해 보였다.
‘재능이 없었나?’
이 정도면 다른 의미로 파멸적인 재능이었다.
“음.”
지팡이를 내린 바르바는 마력의 흐름을 살폈다.
‘몸 안의 마력의 움직임은 훌륭한데.’
마법사에게 마법에 대한 지식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마력 운용법이다.
얼마나 더 자연스럽게 마력을 운용하는가에 따라서 몸에 축적되는 마나는 물론, 마법의 효율이 달라진다.
그런 의미로 데이지의 마력 운용은 천재라 불리기에 충분했다.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자신이 자연의 일부인 것처럼 마력이 자연스럽게 몸속을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왜.’
그 자연스러운 흐름이, 마법을 사용할 때 일그러지는가.
바르바는 안구에 마력을 담아 데이지의 마력 흐름을 더 자세하게 관찰했고,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데이지.”
“네, 교수님.”
“그 지팡이는 도대체.”
오브나 스태프, 혹은 지팡이 등은 각자의 사용 방식이 존재한다.
하지만 공통점으로는 마법사가 손쉽게 마력을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데이지의 지팡이는 달랐다.
마력이 모이기는커녕, 마력 그 자체를 일그러트리고 있었다.
“도련님이 주셨습니다.”
“그 쓰레기를?”
“네. 고난과 역경은 사람을 더 강하게 만들어 준다면서.”
부끄러운 얼굴로 지팡이를 등 뒤로 숨기는 데이지를 보며 바르바는 마른세수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아.”
한숨이 절로 튀어나왔다.
고난과 역경은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
맞는 말이긴 했다. 다만, 그것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 낸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말이었다.
“그걸로 마법 사용은 무리다.”
마력이 모여야 어떻게 써 보기라도 하지, 작은 마력조차 뭉치지 못하게 하는 도구로 어떻게 마법을 사용한단 말인가.
“애초에 그건 뭐냐? 마력의 흐름을 그 정도로 방해한다니.”
잘만 사용하면 안티 마법 도구로 쓸 수 있었다.
교수 바르바가 아닌 학자 바르바의 호기심이 불쑥 튀어나오는 물건.
뭐가 되었든 정말로 특이한 물건이었다.
‘저걸로 연습하라고 주다니.’
자기 시종을 아끼는 것으로 생각해야 할까, 아니면 괴롭히려는 것으로 봐야 할까.
“평소에 사용하던 지팡이로 연습하자. 그건 무리다.”
자신조차도 저걸 사용하려면 몇 주는 걸릴 터.
아직 어린 데이지가 사용했다가는 오히려 잘못된 습관만 만들 수도 있었다.
“괜찮습니다.”
그러나 데이지 본인이 거부했다.
그녀는 쓰레기보다 못한 지팡이를 들고 다시 마력을 집중했다.
“우승하라는 말은 진심이었습니다. 이걸 사용하게 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
말 속에 상대에 대한 믿음이 보인다.
1매점 모임을 생각하면, 전혀 르윈을 믿지 않아야 정상인데.
왜 저런 믿음을 보이는 것일까.
“그런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이해할 필요 또한 없었다.
“본인이 그렇다면야.”
학생이 올바른 길로 가게 만드는 것이 담임 교수의 역할이지만, 그 길을 교수가 정해 주는 것은 안 된다.
길이 틀리고, 목적지를 잃을지언정 가야 할 목적지를 정하는 것은 본인이 되어야 하니까.
“계속해 보지.”
“감사합니다.”
길이 틀리면 방향을 알려 주고, 목적지를 잃으면 기다려 준다.
그것이 교육자가 해야 할 일.
“그럼 간다.”
“네!”
유려하게 바르바의 손이 움직이고, 그와 동시에 마법진이 허공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방어는 모두 실패.
그러나 데이지는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고 또 도전했지만, 하루 만에 성공하는 기적을 만들어 내는 것은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다.
***
“기사가 사용하는 마력 사용 방식과 마법사의 마력 사용 방식은 전혀 달라. 하지만 공통점은 있지.”
“둘 다 마력을 사용한다.”
“맞아. 사용 방식은 다르지만, 자신의 마력을 사용한다는 것은 같아.”
르윈이 휘두르는 검을 받아치며 예리엘은 마력을 집중했다.
목표는 검 끝.
“마력으로 검기를 만드는 것과 불꽃을 만드는 것은 같아. 동시에 마력으로 검기를 유지하는 것과 불꽃을 유지하는 것도 마찬가지이지.”
시작과 끝이 같다.
그저 중간 과정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어떠한 것은 검을 더 날카롭고 단단하게 만들고, 어떠한 것은 불을 만들어 낸다.
“그냥 오른손으로 글자를 쓰고, 동시에 왼손으로 숫자를 쓰는 거라고 생각을 해 봐.”
예리엘은 르윈의 말을 들으며 머릿속으로 상상했다.
자신의 이름과 생일을 동시에 쓰는 연습을.
‘예리엘. 11월 14일.’
어렵다. 글자와 숫자를 적는 손이 처음에는 다르게 움직이다가 결국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어렵지?”
“네.”
캉!
검과 검이 부딪치는 것과 동시에 자그마한 불꽃이 튀겼다.
검이 부딪쳐서 생긴 불꽃은 절대 아니었다.
검이 부딪칠 때마다 르윈이 만들어 내는, 마법이었다.
“그래서 대륙에 마검사를 지칭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거야.”
마검사.
검과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자.
생각만으로는 멋지지만, 실제 마검사는 검술과 마법이 모두 어중간한 애매한 존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게 용병 중 마검사가 많은 이유이기도 해. 이도 저도 아니지만, 어딘가 쓸모는 있거든.”
용병에게는 검도 되고 마법도 된다는 말이 참으로 매혹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기사급이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기사는 하나만 잘해도 돼. 나라에서 운용하니까, 못하는 분야는 전문가 지원을 부르면 되거든.”
오히려 어중간한 실력을 갖춘 이들이 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가 입장에서는 마법 모르는 소드마스터, 검술 모르는 대마법사가 필요하지, 둘 다 가능한 중급 검사 겸 소드마스터는 쓸데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회는 달라.”
둘 다 사용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검에 자신 있는 자들은 검술 대회에 나가고, 마법에 자신 있는 자들은 마법 대회에 나간다.
“특히 기초 교육은 더욱더.”
그 허점을 노려, 우승을 챙긴다.
데이지나 하인스에 비하면 평범한 수련이었기에 예리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르윈의 가르침을 받아들였다.
물론, 그렇다고 간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자신 없으면 하인스처럼 검술 대회만 나가든가.”
힐끔.
예리엘의 시선이 한쪽 구석에 쓰러져 있는 하인스에게로 향했다.
‘저건 시체야.’
살아는 있지만, 시체라고 부르는 것이 이 세상의 규칙에 더 합당했다.
저 꼴이 되지 않으려면 방법은 단 하나.
“종합 대회로 나가겠습니다!”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