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82)
82화 18. 인생 10회 차는 대회를 준비한다 (3)
“실력이 많이 올랐네. 건국제 나간다고 했었지?”
“네.”
기사 동아리 선배의 말에 하인스는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데미에 복귀한 이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자신의 실력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것을 본인도 느끼고 있었다.
“너랑 예리엘의 실력이라면 몇 년 안에 준비할 거라고 생각은 했었는데. 예상보다 빠르네.”
두 사람의 나이가 평범한 입학생들보다 많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경험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
아카데미 생활을 하며 배운 시간을 생각하면, 최소 1~2년은 지난 뒤에 참가하리라 생각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되었네요.”
그런 선배의 말에 하인스는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열심히 해라.”
“감사합니다.”
훈련을 도와준 선배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 하인스는 자신의 손아귀를 바라보았다.
“아프네.”
평소 목검과 진검을 번갈아 가며 훈련을 하였지만, 건국제 대회 참가 신청서를 낸 이후에는 진검만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냥 목검 쓸까.”
무게가 더 무거워진 것은 물론이고, 검과 검이 부딪칠 때 느껴지는 충격까지 더 강하다.
그렇기에 컨디션 조절을 하며 두 가지를 번갈아 쓴 것인데.
“그랬다가는 또 혼나겠지.”
무슨 검사의 손아귀에 굳은살도 별로 없냐고 한 소리를 내뱉는 르윈을 떠올리며 하인스는 고개를 내저었다.
손아귀에 느껴지는 통증보다는 르윈이 주는 통증이 더 강력했다.
아픈데 티가 전혀 나지 않고, 동시에 조금만 지나면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절묘한 타격 감각은 지속적인 괴롭힘이 가능했다.
“진짜 사람 때리는 건 타고났다니까.”
누가 보면 고문 기술이라도 배웠다고 착각할 정도다.
드라이르프 가문은 그런 곳이 아닌데, 어째서 우리 도련님은 그런 이상한 것만 사용할까.
터진 상처 사이로 흘러나오는 피를 헌 붕대로 닦아 낸 뒤, 다시 붕대를 손에 감았다.
“그럼.”
그리고 다시 검을 잡고, 눈앞의 적을 바라보았다.
연습을 도와주던 선배는 이미 나가고 없었지만, 선배가 구해 준 물건은 남아 있었다.
“후.”
1학기 중간, 기말에도 보았던 익숙한 물건.
검술 시험에 사용되었던 나무 인형이 눈앞에 있다.
‘이걸 베어 내면 우승을 노려 볼 수 있다고 했었지.’
하인스가 참가하는 대회의 연령은 비교적 낮은 편이라고 하나, 대륙 곳곳의 천재가 튀어나오는 건국제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되었다.
그뿐인가.
애초에 하인스의 나이 또한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다.
나이 제한을 둔다는 것은 비슷한 또래들 사이에서 재능을 시험한다는 것이고.
‘결국, 한계가 있다는 거지.’
검사의 재능은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었다.
검술의 재능도 검사의 재능이었고, 마력량이나 마력의 효율, 혹은 그것을 다루는 능력 또한 검사에게 필요한 재능이었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 가며 성장하는 신체 또한 재능의 영역.
신장의 차이, 팔 길이의 차이 또한 승부에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나에게 재능은.’
르윈은 말하였다.
너의 재능은 얼굴이라고.
일단 우승만 한다면, 너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전혀 도움이 안 되는데.’
잘난 얼굴이 불만이었던 적은 없다.
자신을 버린 부모에게도, 이런 얼굴을 주신 것은 늘 감사하고 있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르윈에게 선택받지 못했을 수도 있고, 그랬다면 자신은 노예 시장을 전전하다 최악의 결과를 맞이했을 수도 있었다.
그뿐인가?
아카데미 활동을 하며 주변에서 느껴지는 여학생들의 시선 또한 하인스는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나쁠 건 없는데.’
타고난 얼굴이 장점이라는 것은 하인스 또한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 도움이 안 되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상대방에게 미남계를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어떤 도움이 되겠는가!
“하아.”
짧게 한숨을 내쉰 하인스는 두 눈을 감고, 앞에 있는 나무 인형에 사람의 형상을 덧씌웠다.
‘모든 것의 기본은 호흡이다.’
숨을 마시고 내쉰다.
평범한 듯 보이지만, 숨쉬기 운동이라는 괴상한 이름의 호흡법이었다.
자신조차 어떻게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일단 르윈이 만들어 놓은 것을 토대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7초 호흡을 들이마시고.’
3초 내쉰다.
그것을 반복하며, 몸 안의 마력을 동시에 회전시킨다.
심장을 타고 피와 함께 몸을 도는 마력을 손에 집중하고, 그 끝은 손아귀에 잡은 검으로 향하게 만든다.
마력이란 천지 만물에 모두 존재하는 힘.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인간은 인간에게 주어진 힘을 초월할 수 있었다.
“흡!”
호흡에 맞추어 마력을 모으고, 모은 마력으로 몸이 기억하는 동작을 펼친다.
살짝 벌어진 다리.
하루에도 수백, 수천 번은 연습한 각도.
유려하진 않지만, 굳건한 검격이 나무 인형을 향해 떨어졌다.
그리고.
“악!”
손아귀에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충격에 하인스는 짧은 비명을 내지르며 검을 손아귀에서 놓았다.
“안 되잖아!”
멋진 척은 다 해 보았지만, 역시 실패였다.
1학기 기말시험과 비교하면 더욱 깊숙한 흠집을 내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아직 자신의 실력으로는 나무 인형을 베어 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즉, 우승은 멀었다는 소리다.
“선배 말대로라면 우승할 만한 놈들은 이걸 베어 낼 수 있다는 건데.”
그게 가능한 것인가.
듣기로는 중등 교육에서도 성적이 괜찮은 이들만이 나무 인형을 베어 낼 수 있다고 들었다.
기초 교육 과정에서 그게 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몇 년을 앞서가는 천재라는 의미.
갓난아기 때부터 검을 잡았다고 하더라도 말이 안 되는 능력이었다.
“그걸 어떻게 이겨.”
바닥에 누워 훈련장의 천장을 바라보며 하인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어떻게든 이겨야지.”
“힉!”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에 바닥을 몇 번 뒹굴고는 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랐다.
“도, 도련님?”
귀신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떨어트린 검을 들고 일어섰지만, 곧 그것이 르윈이라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하인스였다.
‘응, 어라.’
하지만 곧 현 상황을 깨닫고 다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쯧쯧.”
그리고 하인스의 예상대로 르윈은 못마땅한 눈으로 하인스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누가 보면 거지인 줄 알겠네.”
자신의 상태가 흙먼지를 가득 뒤집어쓴 모습이라는 것을 하인스 또한 알고 있었다.
“훈련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요.”
다 노력의 흔적이다!
그렇게 주장하는 하인스였지만, 르윈의 눈은 더 차게 식을 뿐이었다.
“무슨 훈련을 했는데 그 꼴인데. 몸으로 바닥을 청소하는 훈련?”
그냥 혼자 바닥을 뒹굴었잖아.
무심하게 사실을 말하는 르윈의 모습에 하인스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니까 인기척 좀 내고 다니세요! 자꾸 놀라잖아요. 제 심장에 매우 안 좋습니다!”
하인스의 말에 르윈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와, 라일라라는 존재 자체가 네 심장에 좋지 않다고? 너무하네.”
“아니, 제가 언제요!”
누가 들으면 오해할 말이다.
거기에 라일라는 선천적이고, 르윈은 의도적인 것이 아닌가!
“인기척 좀 내고 다니라며. 우리 라일라가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진짜, 무슨 말을 못하겠네.”
그렇게 말하면서도 하인스는 긴장을 풀지 못했다.
‘저걸 언제 휘두를지 몰라.’
르윈의 손에는 익숙한 목검이 들려 있었다.
언제 저 목검이 자신에게로 휘둘러질지 몰랐다.
르윈의 손끝으로 시선을 주며, 언제든지 공격을 막을 수 있게 대비를 했다.
그러나.
“너무 방심하는 거 아니야?”
“네?”
르윈의 말과 동시에 등 뒤로 느껴지는 축축한 무언가.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
“아악!”
“너무 뻔히 쳐다보잖아.”
등 뒤를 강타한 마법에 하인스는 다시 바닥을 뒹굴었다.
화력이 약한 물 속성 공격이랑 그냥 넘어지기만 한 것이지만, 훈련장의 흙바닥과 물이 합쳐지니 진흙이 되어 하인스의 외견은 더욱 엉망이 되었다.
“마법은 반칙이죠!”
“싸움에 반칙이 어디 있어?”
“검술전에서는 검술만 사용하는 게 규칙인데요?”
온몸이 축축하게 젖은 하인스가 울상을 지으며 일어서려 했지만, 르윈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지금은 검술전이 아니잖아.”
“악!”
이미 버린 몸, 바닥을 뒹굴며 르윈의 검격을 피하려 한 하인스였지만, 르윈의 검은 하인스가 이동할 위치에 이미 대기 중이었다.
마치 자신이 맞기 위해 움직이는 듯한 기묘한 경험.
불 속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르윈의 검을 향해 뛰어드는 자신의 모습에 하인스는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이걸 왜 못 피하지?’
동아리 선배들은 입을 모아 재능이 있다고 말했는데.
르윈만 상대하면 매번 벽을 느끼는 기분이었다.
‘피하지 말고 맞서자.’
연신 바닥을 구르면서도 얻어맞고만 있는 자신의 모습에 하인스는 각오를 다졌다.
어차피 맞을 수밖에 없다면 고통을 감수하고 공세를 취한다.
‘상대는 목검, 나는 진검.’
모시는 주인을 향해 진검을 휘두르는 행위는 옳지 못한 것이지만.
‘일단 지르고 보자!’
이대로 계속 얻어맞고 기절하는 것보다는 일단 저지르고 보는 것이 낫다.
“하압!”
발끝에 마력을 담는다.
바닥을 박차고, 찰나의 순간 거리를 좁힌다.
자신의 이마를 향해 날아드는 목검을 어깨를 들이대 밀어내고, 그대로 상대의 목을 향해 검을 내지른다.
“오.”
그 행동에 르윈도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미 내지른 검을 회수하는 것은 늦었다.
그냥 피한 것이 아닌 몸으로 검을 밀어낸 것이기에 방향을 트는 것도 늦었다.
그렇기에 르윈은 그대로 검을 놓아 버렸다.
“어?”
검을 버리고, 맨손으로 검을 잡으려는 르윈의 행동에 하인스가 한 번 당황하고.
“어? 어?”
르윈의 손바닥 사이에 붙잡힌 검이 움직이지 않는 것에 다시 한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시도는 좋았어.”
말 그대로 시도는 좋았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대로 패배했을 것이다.
“진작 이렇게 하지.”
하지만 르윈은 검 하나에 목숨을 걸지 않았다.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무기로 사용했고, 그것은 자신의 육체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경험이 너무 부족해.”
하인스는 크게 두 곳에서 가르침을 받았다.
하나는 드라이르프 가문의 기사에게서, 다른 하나는 베르샤 아카데미 기사 동아리의 선배들에게서.
장소는 다르지만, 그들은 모두 검사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격투가는 상대해 본 적 없지?”
가장 보편화된 무기가 검이라고 하지만, 세상 모든 이들이 검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징집되는 평민은 주로 창을 사용했고, 특별한 가르침을 받지 못한 용병들은 둔기를 많이 사용한다.
그뿐인가? 마을의 사냥꾼은 활을 사용하고, 징이 박힌 가죽 장갑으로 사람을 두들겨 패는 양아치들도 존재했다.
“동아리 중에 격투 동아리도 있는 것 같으니까, 다른 동아리하고도 연습해 봐.”
동아리 도장 깨기를 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들어 올리는 르윈을 보며 하인스는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저는 검술 대회에 나간다니까요! 악!”
그러니 검사랑 연습하는 게 맞는 일인데!
억울함이 가득 담긴 호소였지만, 안타깝게도 그 억울함이 상대에게 전달되지는 못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