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83)
83화 18. 인생 10회 차는 대회를 준비한다 (4)
돈으로도 사지 못하는 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돈보다 소중한 것은 존재한다.
이 세상은 돈이 전부가 아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향해 당당하게 중지를 내미는 사람이 있다.
“그건 돈이 부족해서 그렇지.”
그 가문의 시조는 그렇게 말하며, 그것을 증명했다.
돈으로 명성을 얻었고.
돈으로 힘을 얻었으며.
돈으로 권력까지 얻었다.
골드워 가문.
가문의 이름에 당당히 골드를 집어넣은 초대 가주는 ‘돈이 많은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마라.’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런 골드워 가문은 시간이 지나 제국의 백작위까지 돈으로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대륙의 패권을 두고 큰 전쟁이 일어났을 때, 금고를 풀어 제국에 막대한 식량과 무기를 지원했고 그것이 성공한 덕분이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돈이 필요했고, 그것은 대륙 최고의 국가 또한 마찬가지였다.
몇몇 귀족들은 돈밖에 모르는 천박한 가문이라고 욕하지만, 귀족 역시 돈이 없으면 말라 죽고 만다.
그렇기에 골드워 가문은 돈으로 무언가를 산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베르샤 아카데미의 현 이사장, 황금 공 아이웬 골드워 역시 마찬가지였다.
‘역시 베르샤 아카데미군.’
‘뭘 그렇게 핀잔을 주나. 어차피 베르샤 아카데미는 수도 5대 아카데미 중에서도 최약체.’
‘최약체라는 것을 생각하면, 나름 노력한 것이겠지.’
‘다음에는 더 노력하라고.’
선조의 유지를 이어 베르샤 아카데미의 이사장을 맡게 되었을 때 또한 마찬가지였다.
베르샤 아카데미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이 통했던 것일까?
대륙 최고의 교육 국가로도 명성이 높은 바벨리안 제국.
그중에서도 교육의 핵심 중심지라 불리는 바벨리안의 수도에서 5대 아카데미라 불리게 되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황실 아카데미를 제외한 수도 5대 아카데미에도 서열은 존재했고, 베르샤 아카데미는 몇 년째 최약체로 불리고 있었다.
“역사와 전통? 좋지. 좋은 말이야!”
쾅!
책상을 내려친 아이웬은 교수들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벨테스 아카데미는 바벨리안이 제국이 된 이후, 수도에 처음으로 만들어진 아카데미이지.”
황실 아카데미에 밀려 만년 2위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한때는 제국 최고의 아카데미라고도 불렸던 곳이 벨테스 아카데미였다.
그로 인해 황실 아카데미에서 아쉽게 떨어진 이들이 자주 모였고, 덕분에 지금도 뛰어난 학생들이 많은 곳이기도 했다.
“아라인 마법 아카데미는 마법만 놓고 본다면 황실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소리도 있고.”
마법 특성화 아카데미인 아라인 마법 아카데미는 다른 아카데미와는 이질적인 곳이었다.
오로지 마법 실력이 전부인 곳으로, 다른 것이 부족해도 마법 실력이 뛰어나면 최고인 곳.
덕분에 여러 마탑에서도 입학을 시도할 만큼, 마법 하나만 놓고 보면 황실 아카데미에도 밀리지 않는 곳이었다.
“그와 반대로 우르콰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야성적이지.”
과거, 제국이 북방 원정 이후 이민족 유화책으로 만든 아카데미였다.
지금은 북방이나 이민족이라는 단어가 어색할 정도로 제국과 통합된 상태라고 하지만 그 기원 탓인지 뛰어난 전사들이 많이 모이는 아카데미였고, 늘 아라인 마법 아카데미와 대놓고 경쟁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 곳이었다.
“이 세 곳을 이기지 못한다? 쏟아부은 돈을 생각하면 억울하지만, 그럴 수 있지.”
이 세 곳의 아카데미의 위상은 대륙에서 손꼽힐 만큼 대단했다.
다만, 그 위상이 황실 아카데미에 가려져서 덜 빛날 뿐.
하나하나가 대륙에 견줄 곳이 없는 명문이었으며, 그만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유그라시아는 다르지!”
범재들의 아카데미.
아카데미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였다.
학생들을 천재라고 소문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범재들이 다니는 아카데미라니.
하지만 유그라시아는 범재들의 아카데미라는 별명을 싫어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겼다.
범재지만, 노력한다.
그 노력으로 제국 수도의 아카데미 중 네 번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제국 수도 4대 아카데미 중 최약체였던 놈들도 못 이기다니!”
수도 4대 아카데미는 시간이 흘러 5대 아카데미가 되었고, 그중 마지막에 들어온 베르샤 아카데미가 최약체라는 것을 아이웬 역시 인정했다.
이제 막 명문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니까.
제국 초창기에 만들어진 곳들과 견주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돈을 주고 사면 된다.
아라인 마법 아카데미에서 돈이 부족하여 포션 제조를 이론 수업만 하다 실험 때만 재료를 지급하는 것에 비해 베르샤 아카데미는 바로 실습으로 포션 제조를 해 볼 수 있게 준비해 주었고, 우르콰 아카데미에서는 막대한 수리비로 인하여 중등 교육 2학기 기말시험에서나 쓰는 마법 인형들을 베르샤 아카데미는 기초 교육부터 사용하였다.
그것도 매 학기마다!
거기에 제국 초창기에 만들어진 덕분에 부지가 작아 한 학년의 학생 수가 고작 백 명 안팎인 벨테스 아카데미와 달리 베르샤 아카데미의 한 학년의 숫자는 천 명이 넘었고, 노력이라는 말로 수면 시간조차 줄여 가며 공부하는 유그라시아와 달리 베르샤 아카데미는 시설과 물품들을 아낌없이 지원하였다.
1년 만에 성과가 나오기는 어렵겠지.
최소 2년 정도는 기다려야지.
3년 정도면 슬슬 반응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4년이 지나면 슬슬 투자한 만큼 효과를 보여 주겠지.
그렇게 5년이 지나고, 6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났다.
그러나 베르샤 아카데미는 여전히 수도 5대 아카데미 중 최하위.
야간 자율 학습이라는 이름의 무식한 공부법조차 이기지 못하고 있었다.
“우승을 하라는 게 아니야. 황실 아카데미를 뛰어넘으라는 것도 아니고! 벨테스 아카데미를 따라잡자는 말도 하지 않았어!”
그냥, 최약체 소리만 듣지 말자.
그것이 아이웬이 이사장이 되고 난 이후 첫 번째 목표였다.
그런데 그 목표를 10년이 다 되도록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그냥 유그라시아만 이기자. 최약체 자리를 반납하자. 그게 그렇게 어려워? 어렵냐고!”
어렵다.
교수들은 답을 알고 있었다.
‘유그라시아는 밤이 되도록 교실들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라는데.’
‘무식하지만 효과적이긴 하지.’
‘다른 아카데미는 그런 짓 하면 바로 난리 날 텐데.’
타 아카데미와 비교해서 유그라시아에 평민 학생의 숫자가 많은 이유이기도 했다.
개인적인 자유 시간조차 억제하며, 철저하게 교육시킨다.
그것을 버티지 못하고 도망치는 이들도 여럿 존재한다고 하지만, 보통이라면 포기하는 그런 인원들조차 유그라시아는 모두 붙잡고 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우리도 야간 자율 학습이라는 것을 시키면 되는 건가? 밤 10시가 넘도록 학교에 학생들을 가둬 둘까?”
그래야 우리가 최약체 소리를 안 듣게 되는 건가.
이를 갈며 분노하는 이사장을 보면서도 교수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투자는 손해를 본다. 잘 알고 있지. 그래도 내 선조들의 뜻에 따라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심정으로 계속 투자를 했어.”
사실이었다.
그는 역대 이사장 중 가장 많은 금액을 베르샤 아카데미에 투자했다.
“그 결과가 다른 이사장 놈들에게 대머리 최약체 패배자 소리를 듣는 것이라니!”
다른 아카데미의 이사장이 들었다면 억울했을 것이다.
최약체 패배자라는 말은 했다.
하지만 남의 머리를 가지고 놀리는 일은 없었다!
나름 교육계에 종사하는 만큼 인격적으로 파탄이 난 이들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번 건국제의 목표는 3등이다! 딱 두 아카데미만 제치고, 우리가 3등을 차지하는 겁니다!”
자신의 머리와 아카데미의 권위를 지켜야 했다.
더는 대머리 최약체 패배자 소리를 듣는 것은 사양이었다.
“대회 참가 예선전에 많은 학생들이 올 수 있게 하세요. 상위권에 드는 학생들은 1년 학기 장학금, 우승자에게는 특별한 물건도 증정할 계획입니다.”
합법적으로 영약을 먹일 기회다.
우승자에 대한 포상으로 표창장과 함께 영약을 먹이면, 건국제 대회가 시작될 때쯤에는 다 소화가 될 터.
“이사장님, 아무리 그래도 도핑은 조금.”
“도핑이라니! 우승자가 영약을 먹을 뿐입니다. 승자로서 권리를 챙기는 것뿐이라고요!”
억울하면 다른 아카데미도 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에 도핑 의혹을 제기한 교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걸 어떻게 해.’
어떤 아카데미가 미쳤다고 대회 성적을 위해 그 비싼 영약을 학생 입에 처넣겠는가.
오로지 금전만으로 드라이르프와 라인하르트와 비견되는 골드워 가문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저것이 황금 공.’
그야말로 돈지랄!
그런 생각을 한 교수는, 문득 잊고 있던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사장님.”
“반대는 받지 않습니다. 자꾸 반대한다면, 제 연못에 있는 피라냐와 대게의 밥으로 만드는 수가 있습니다.”
연못에 왜 피라냐를 키우는 것일까.
아니, 그 이전에 대게는 원래 육식이 아닐 텐데!
“그게 아니라, 이번 신입생 중에는 드라이르프와 라인하르트가 있지 않았습니까.”
그런 의혹은 잠시 접어 두고, 교수는 르윈과 라일라를 떠올리며 말하였다.
“그렇죠?”
이사장 역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작년에는 루테스 디 바벨리안.
올해는 르윈 디 드라이르프와 라일라 라인하르트.
황실과 두 공작가가 모두 베르샤 아카데미를 선택했다.
현재 황실과 공작가를 모두 품에 안은 학원은 황실 아카데미를 제외하면 베르샤 아카데미가 유일한 상황!
“두 학생이 대회에 나선다면 괜찮은 그림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호오.”
좋은 그림이기는 했다.
두 공작 가문이 선택한 아카데미!
제국 건국제에서 홍보만 잘할 수 있다면, 내년 입학시험에서 황실 아카데미 다음의 인재들을 모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좋은 의견입니다. 바르바 델릭 교수?”
“…네.”
자신이 호명되자, 르윈과 라일라의 담임인 바르바는 퀭한 눈으로 이사장을 바라보았다.
“나 아이웬 골드워의 이름으로 단언합니다. 두 학생이 건국제에 참여만 한다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파격적인 말이었다.
황금 공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이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다 하겠다는 말이다.
“그래도, 이제 막 1학년인데.”
그러나 바르바는 담임 교수로서 두 사람이 건국제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했다.
“연구 지원금 2배.”
연구비가 2배면 부족해서 진행하지 못했던 것들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교수로서…….
“아무리 연구비가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을…….”
“3배.”
3배면 진행하지 못했던 것을 넘어 새로운 것들을 시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신은 교수로서.
“…그래도.”
4배면 그냥 다 해도 된다.
“시끄럽고, 4배.”
“…….”
“아무 말 없군. 5배.”
“새로운 경험은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지요!”
교수로서 학생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절대 연구비 5배 때문은 아니다.
아마 그렇다!
그렇게 자신을 세뇌하는 바르바 델릭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황금 공은 별명보다 빛나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선언했다.
“목표는 3등입니다! 앞으로 건국제가 끝날 때까지, 총력전입니다!”
수도 아카데미 최약체, 베르샤 아카데미.
그 작은 거인이, 올해 건국제 3등 탈환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