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84)
84화 18. 인생 10회 차는 대회를 준비한다 (5)
수도 아카데미 이사장들의 사이는 그리 좋지 못하다.
교육자로서 교육은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서로 경쟁하는 사이.
상위 아카데미는 언제 중하위 아카데미가 치고 올라올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고, 하위 아카데미는 상위 아카데미를 따라잡지 못해 애간장을 태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것이 어른들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학생들이 있으니 바로 학생들의 주체, 아카데미의 심장이라고도 불리는 총학생회 임원들이었다.
“그럼, 이번 건국제 종합 행사에 관하여 회의를 진행하겠습니다.”
제국 수도에 있는 열두 개의 아카데미가 모두 참여하는 대회의.
모든 아카데미의 학생회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들이 참가하는 만큼 소문이 무성한 행사였다.
‘대회의에선 매번 무력 충돌이 일어난다. 아카데미 치안을 담당하는 선도부가 괜히 대회의 같은 곳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선도부 무력 충돌설!
의견이 맞지 않는 아카데미끼리 무력 충돌을 한다는 소문이 있었고, 간혹 최강을 겨루기 위해 일부러 의견을 반대하고 싸우는 일도 종종 있다고 전해진다.
“우선 행사 당일 치안 유지를 위해 각 선도부는 지정된 구역을…….”
그러나 사실이 아니다.
애초에 대회의란 수도의 주요 아카데미가 모두 모일 만큼 큰 행사에서만 열리는 것.
학생 수만 해도 만 단위인데, 행사 당일 학부모는 물론 대륙 전역에서 관광을 오는 사람도 많았다.
그 인파의 흐름을 관리하는 것이 선도부의 역할.
즉, 대회의에 꼭 참여해야 하는 필수 인력이었다.
그냥 선도부라는 이미지 때문에 생긴 악의적인 소문일 뿐이었다.
“올해 인파도 상당히 많을 예정이니, 각 선도부는 잘 부탁드립니다.”
너희 할 일 많아. 수고해라.
그 발언에 각 아카데미의 선도부들은 울상을 지었으나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음은 예산 관련 문제입니다.”
“이번 건국제에서 황실의 지원금과 졸업생 기부금을 바탕으로…….”
한 주제가 나오면, 그것을 담당하는 인원들의 입에서 신음이 연신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저기, 그건 예산이 부족한…….”
회계 하나가 손을 들며 조심스럽게 말하자 다른 아카데미의 회계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데미 회계.
아카데미에 모이는 막대한 부를 관리하는 인재들로, 그들의 한마디에 잘나가던 동아리가 풍비박산이 날 수 있었다.
‘아카데미의 회계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들이 관리하는 학생회 예산을 생각하면, 수도의 금력 5분의 1이 움직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회계 흑막설!
수도에 있는 상단들과 짜고 아카데미의 재산을 은닉 중이라더라, 학생회 회계에게 전해 내려오는 뒷세계와의 거래 루트가 존재한다더라, 사실 아카데미의 학생회장은 허수아비고 본체는 회계라더라.
물론 다 거짓이다.
학생회에게 예산이 깎인 동아리의 악의적인 음해일 뿐이었다.
“저희가 예산이 충분한 적이 있었습니까?”
회의를 진행하는 황실 아카데미 학생회장의 말에 회계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자금은 어디나 부족하죠. 동아리 회장들이 매번 하는 이야기가 무엇입니까? 동아리 활동비가 너무 부족하다, 지원 좀 해 달라. 그럼 뭐라고 말합니까?”
돈 없다. 이게 최선이다.
회계들이 늘 입에 달고 사는 말이었다.
“돈 없습니다. 이게 최선입니다.”
그러니 알아서 해라.
돈을 구해 올 수 있으면 구해 오고, 안 되면 연줄을 이용해서 비용을 절감하든, 예전에 썼던 물건을 재활용하든, 아니면 서로 물물교환이라도 해서 계획대로 실행하라.
“그럼, 다음은.”
평소의 업보가 돌아온 것이기에, 회계들은 평소에 다른 이들이 자신들에게 보여 주던 불만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 다음은.”
제국 수도에 있는 아카데미의 핵심 인력이 모인 자리였다.
하나하나가 제국의 미래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은 이들.
덕분에 온갖 소문이 가득한 이들이었지만, 현실은 그냥 예비 공무원일 뿐이었다.
“이상으로 오늘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다음 회의는 각 아카데미 회장들의 회의 후 전달될 예정이며.”
그렇게 수많은 이들의 한숨과 좌절을 몰고 온 대회의가 끝났다.
“이것도 진짜 못할 짓이네.”
매년 하는 말이었지만, 올해는 더 심한 느낌이었다.
많은 이들이 대회의를 서로의 이권을 챙기고, 온갖 음모를 꾸미는 장소로 생각하지만.
“일거리만 가득하고.”
대회의에서 아카데미 임원들이 얻어 가는 것은 그저 일거리뿐이었다.
“베르샤 아카데미의 데일드 총학생회장님.”
그렇게 무거운 발걸음으로 아카데미로 돌아가려던 데일드의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갑고 무거운 목소리.
조금 전까지 회의를 주도했던, 황실 아카데미의 학생회장.
“라테일 회장님?”
라테일 디 드라이르프.
현 제국 최고 가문 중 하나인 드라이르프 가문의 장남이자, 황실 아카데미 최연소 총학생회장!
‘왜, 왜 나한테?’
차갑고 무거운 목소리와 어울리는 건장한 체구다.
당연한 일이었다.
제국 최강의 가문이라는 드라이르프의 차기 가주.
고작 열여덟이라고 하나, 그는 이미 대륙에서 손꼽히는 검사 중 하나였다.
“지, 지시할 사항이 남았습니까?”
데일드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라고도 할 수 있는 느글느글한 미소를 지으며 라테일에게 말했다.
비록 자신보다 한 살 어린 라테일이라고 하지만, 그의 신분과 배경은 나이 차이 정도는 가볍게 무시가 가능했다.
‘가는 데 순서 있냐.’
자신은 이름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자작가의 장남이고, 상대는 대륙에서도 손꼽히는 드라이르프 가문의 장남이다.
심지어 자리 또한 마찬가지.
자신은 베르샤 아카데미의 총학생회장이고, 상대는 황실 아카데미의 총학생회장이었다.
거기에 총학생회장이 된 시기는 라테일이 더 이르기까지도 했으니.
‘알아서 기어야지.’
괜히 가장 어리면서도 대회의의 진행을 맡은 것이 아니다.
잘 보일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인생을 살아가면서 마주칠 일도 거의 없는 사이이지 않은가?
그냥 밉보이지 않으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게 생각하는 데일드였지만, 라테일의 입에서 나온 말에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닙니다. 그냥 제 동생이 베르샤 아카데미에 입학했다고 해서.”
“아.”
전혀 연결 고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라테일과 자신 사이에는 르윈 디 드라이르프라는 연결 고리가 있었다!
‘진짜 도움이 안 되네!’
아카데미 안에서도, 밖에서도 언제나 자신에게 위기를 주는 르윈이었다.
왜 내 임기에 이런 일들만 생기는 것일까.
울고 싶은 데일드였지만, 라테일을 눈앞에 두고 그런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그냥, 무난하게.’
잘 넘어가자.
베르샤 아카데미의 총학생회장으로서 여태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이지 않았던가!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잘 지내고 있기는 하다.
그 주변 인물들이 잘 지내고 있지 못할 뿐.
“사교성이 좋아, 교우 관계가 좋은 것으로 소문이 났습니다.”
“제 동생이 좀 그렇죠.”
이 또한 틀린 말은 아니다.
같은 반 학생들과 무난한 관계라고 했으며, 총학생회장인 자신도 꺼리는 문제아들과도 협력 관계를 구성하고 있었으니까.
“이번에는 시종들을 잘 다독여, 건국제 대회에 참여를 시키려고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 아이들을?”
이 또한 사실이었다.
잘 다독인다는 말보다는 협박이라는 말이 더 정확했을 뿐.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군요.”
철혈의 공작의 아들이자 황실 아카데미 학생회장인 냉혈의 라테일.
그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온화한 미소를 짓는 모습에 데일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소문과 너무 다른데.’
드라이르프 가문의 사람들은 공적인 모습과 사적인 모습이 다르다.
데이지는 그걸 알고 있었으나, 그러한 정보만큼은 다른 이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집 안에서의 모습이 조금 드러났을 뿐인데, 데일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네,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듯한 라테일의 모습에 데일드는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이들이 우승을 한다면 르윈이도 수도로 오겠군요.”
“준우승만 해도 갈 수 있습니다.”
건국제 기간에 각 아카데미에서 벌어지는 대회는 예선전일 뿐이다.
우승하면 좋은 게 맞지만, 그렇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제국 수도에서 벌어지는 본선에 나갈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베르샤 아카데미는 두 장의 출전권이 있군요.”
“네. 작년 건국제에서 제법 좋은 성적을 보였기에.”
그것에 가산점을 받아, 데일드가 총학생회장을 연임할 수 있던 것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안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지만.’
저번 선거, 조금 아슬아슬했는데.
그냥 떨어졌으면 말년에 고생하는 일도 없었을 텐데.
머릿속으로 그런 푸념을 하고 있을 때, 라테일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하지만 그 아이들에게 말 한마디를 전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르윈 디 드라이르프의 시종들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 정도라면 얼마든지.”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냥 말만 전해 주면 되는 것이다.
“수도에 오는 것을 기대한다고만 전해 주시면 됩니다.”
심지어 어려운 말도 아니었다.
그냥 수도에 오는 것을 기대한다는 말을 전하는 것이 뭐가 어려울까.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게 고개를 숙이고 떠나는 라테일의 뒷모습을 보며 데일드는 작게 속삭였다.
“소문과 많이 다르구나.”
그 철혈의 장남이다.
그렇기에 천재 중에서도 천재만 모인다는 황실 아카데미에서도 냉혈이라는 별명과 함께 경외를 받는 인물이기도 했다.
하지만 소문과 달리, 데일드는 라테일을 그저 한 명의 동생을 둔 형의 모습으로만 보았다.
동생이 찾아오게 하기 위해, 시종들이 결승전에 가길 원하는.
“…응?”
그리고 깨달을 수 있었다.
베르샤 아카데미의 출전권은 각 대회별로 2개라는 것을.
즉, 최소 결승전에는 올라가야 수도에서 벌어지는 대회에 참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그 애들, 올해 막 입학한 애들이었지?”
심지어 나이도 맞지 않는다.
기초 교육이 4년.
그러나 공정성을 위해 아카데미의 대회는 학년이 아닌 나이로 대회에 출전하는 이들을 나누었다.
“그렇다는 말은.”
인상을 찌푸린 데일드는 르윈의 시종들의 나이를 떠올리려고 노력했다.
‘르윈 디 드라이르프, 나이 10세. 이건 다른 학생들과 똑같고.’
그보다 조금 나이가 많은 이들이 예리엘과 하인스.
‘그들의 나이가…….’
13세. 아슬아슬하게 기초 교육 과정 4학년의 나이에 걸쳐 있다.
‘데이지는 그보다 한 살 더 많았지.’
즉, 데이지는 중등 교육 과정을 밟는 이들과 싸워야 한다는 것.
‘가, 가능한가?’
나이가 많은 것이 꼭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1~2년을 재수해서 아카데미에 들어오는 학생이 없는 것은 아니었고, 꼭 10살이 되자마자 아카데미에 들어가는 이들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미루려면 미룰 수는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런 대회나 행사 참여에는 불이익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배움의 시기가 늦는다는 말이니까.’
같은 기초 교육 과정의 학생들과 싸우는 예리엘과 하인스는 같은 나이임에도 3년을 더 배운 이들과 싸우게 되는 것이다.
중등 교육의 인원과 경쟁해야 하는 데이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히, 힘들 것 같은데.”
과연 그들이 우승을 할 수 있을까.
못할 것 같은데.
그러나 그 말을 전해 주어야 할 라테일의 뒷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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