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85)
85화 19. 인생 10회 차는 대회를 구경한다 (1)
건국제에 맞추어, 제국 수도의 아카데미들은 각자의 개성에 맞게 축제를 준비한다.
이때만큼은 아카데미의 삼엄한 경계가 풀어지고, 외부의 손님들도 쉽게 아카데미 내부를 돌아다니는 것이 허가된다.
그렇기에 아카데미가 제국 건국제 행사에 맞추어 움직이고, 그에 따라 학생들이 움직이고, 대다수가 귀족인 만큼 재화가 움직이고, 돈 냄새를 맡고 장사치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니.
“개판이네.”
아직 제국 건국제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준비 기간만으로도 아카데미는 개판이었다.
“이러니 수업도 대충 하지.”
이미 분위기에 휩쓸려 수업이 진행되지 않을 정도다.
몇몇 교수들은 그냥 휴강이나 자습을 선언한 상태.
중등, 고등 교육은 행사에 참여하거나 준비하는 입장이기에 그렇게 해도 바쁘지만, 기초 교육은 참가에 의의를 두는 정도이기에 할 일이 없었다.
“끝자락인 우리 아카데미도 이 정도면 중심 쪽 아카데미는 진짜 개판일 텐데.”
원래 축제라는 것이 그렇다.
행사를 진행하는 곳, 혹은 상징적인 곳에 사람이 모이고, 그곳에 자리를 얻지 못한 이들이 그 근처를 맴돌고, 근처에도 자리를 얻지 못한 이들은 조금 먼 곳에 자리를 잡고 축제가 시작되면 구경하러 가는 것이 보통이다.
베르샤 아카데미는 건국제에 참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마지노선.
수도 끝자락이라고는 하지만, 일단 수도는 수도였기에 건국제 행사에 참여는 할 수 있으나 그게 전부.
축제 기간에는 성벽 밖에 진을 치고 대기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일단 수도 안에는 들어왔다! 라는 느낌이었다.
“이런 행사에서 1회전 탈락 같은 결과가 나오면…….”
알고 있지?
그렇게 말하는 듯한 시선에 예리엘과 하인스가 움찔했다.
“차, 참가에 의의를…….”
“두는 것도 좋지. 그저 드라이르프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거지만.”
평소와 다른 싸늘한 목소리에 말이 끊긴 예리엘이 울상을 지었다.
‘가문의 이름 같은 건 제일 신경 안 쓰시는 분이!’
평소에 그런 것에 신경을 쓰면 억울하지도 않지.
왜 우리에게만 엄격한 것인가!
“저, 저희는 드라이르프 가문의 핏줄은 아닌데요.”
속으로만 반론하는 예리엘과 달리 하인스는 르윈에게 억울한 것을 말하였다.
“핏줄은 아니지만, 가문의 일원이기는 하잖아.”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저희에게 기대를 하지는 않을 텐데요.”
우리는 드라이르프 가문의 핏줄이 아니다.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
그렇게 주장하는 하인스의 말에 르윈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일리가 있는 말이네.”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르윈 디 드라이르프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르윈 디 드라이르프의 얼굴을 모두 아는 것은 아니다.
대륙의 모든 이들이 바벨리안의 황제를 알지만, 동시에 그 얼굴을 직접 본 이들은 거의 없을 테니까.
물론 영상 마법이나 초상화로 얼굴을 본 이들이 있을 수 있으나 직접 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하물며 르윈 디 드라이르프 본인도 아니고, 그의 시종이라니.
같은 반이나 르윈에게 흥미를 가진 자들, 그리고 기사 동아리의 선후배가 아니라면 예리엘과 하인스를 모를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그래서 참가서에 손을 썼지.”
“네?”
“참가서에 내가 우리 가문의 자랑이자 기대주들이라고 적었거든.”
“…….”
“…….”
뿌듯해하는 르윈의 표정에 예리엘과 하인스는 어이가 없었다.
언제부터 자신들이 드라이르프 가문의 자랑이자 기대주가 되었던가.
그냥 시종으로서 검술을 좀 배우는 수준이었는데!
“저희가 기대주라고요?”
“응. 기사단에서도 말 많이 나왔었잖아. 시종 다른 사람 뽑고 기사단에 넘겨주면 안 되냐고.”
그런 말이 나오기는 했다.
그때 내심 얼마나 뿌듯했던가.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기사 연습생들과 함께 훈련을 받으며 하인스는 깨달았다.
진짜로 검에 재능 있는 이들은 다르다는 것을.
자신이 재능은 있지만 천재는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진짜로 기사단에 뽑힌 애들하고는 수준 차이가 있잖아요.”
대륙은 넓고, 천재는 많다.
그리고 드라이르프라는 이름은 그 천재들을 모두 수용할 정도로 넓다.
드라이르프 가문은 주기적으로 노예 시장에서 재능 있는 이들을 구매하여 받아들였고, 그들 중 자신을 증명한 이들에게는 노예의 신분을 풀어 주고 정식으로 기사 작위를 내려 주었다.
그뿐인가.
대륙 각지에서 아이들을 모집하여 검을 가르쳤고, 그들 중 재능 있는 이들을 뽑아 가문으로 받아들였다.
거기에 각종 대회를 열어 실력자들을 뽑아내기도 했고, 드라이르프라는 이름을 보고 스스로 찾아오는 인재도 적지 않았다.
최강이라는 이름은 사람을 모으고, 그렇게 모인 사람은 다시 드라이르프라는 최강의 이름을 만들어 낸다.
그 끝없는 선순환 속에서, 수많은 인재가 검을 배우고 자신을 증명한다.
그리고 하인스는 그 속에서 자신의 실력을 알 수 있었다.
“저는 조금 잘났을 뿐이라고요.”
스스로 그렇게 말하는 것이 웃기기는 했으나, 딱 정확한 표현이었다.
재능이 없다고는 못하지만, 진짜 천재들과 비교하면 아쉽다고.
‘그 녀석들과 비교하면 멀었지.’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얼굴들이 있었다.
드라이르프 가문에서 검을 배우는 이들 중 미래의 검성이 될 것이라고 불리던 천재들.
자신과 같거나 한 살 더 많은 주제에 이미 검기를 사용하던 이들이었다.
가문에서 수련을 하기에 참여하지 못할 뿐, 참가만 했으면 능히 수도에서 이루어지는 본선에서도 우승 후보로 손꼽힐 이들.
그리고 기사 동아리에서 들은 말이 사실이라면, 황실 아카데미에는 그러한 천재가 몇 존재한다고 했다.
“노력은 할 겁니다. 질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기지 못할 상대는 존재한다.
강함이란 상대적이니까.
내가 강한 편이라고 하더라도, 더 강한 사람이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괜히 그런 말로 드라이르프의 이름을 먹칠할 필요는 없습니다.”
“…….”
하인스의 굳건한 의지를 느낀 것일까. 르윈 또한 굳은 표정으로 하인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뭔 폼을 그렇게 잡아?”
“악!”
그대로 하인스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이긴다고 하면 되지, 말이 많아.”
“아, 아니, 그래도!”
대회 16강. 그것이 하인스가 생각한 목표였다.
그 정도면 자신에게 부끄럽지는 않을 테니까.
물론, 대진이 꼬이면 그것도 불가능하겠으나 해볼 만한 도전이기는 했으니까.
“아까 데이지가 울상을 지으면서 말하더라.”
“누, 누나가요?”
데이지가 울상을 짓다니.
하인스는 당황했으나, 이어지는 르윈의 말에 데이지와 마찬가지로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총학생회장님이 대회의에서 라테일 형을 만났는데, 너희한테 말 하나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더라.”
“라, 라테일 님께서요?”
하인스는 물론이요, 데이지와 예리엘에게 라테일은 단순히 르윈의 형이 아니었다.
드라이르프 가문의 장남.
즉, 드라이르프 가문의 후계자!
아무리 르윈 디 드라이르프만을 모시는 이들이라고 하더라도, 가주와 소가주를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었다.
“뭐, 뭐라고 하셨습니까?”
심지어 르윈과 달리 늘 이성적인 모습만을 보여 주는 라테일이었다.
서로 접점이 거의 없기는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어려울 수밖에 없는 관계인 것이다.
“수도에 오는 것을 기대한다.”
“네?”
“그렇게 전해 달라고 했다던데?”
수도에 온다.
그것은 잘못된 말이다.
왜냐면 지금 자신들이 있는 곳은 수도였으니까.
아무리 베르샤 아카데미가 끝자락에 지어진 아카데미라고 하더라도, 바벨리안 제국의 수도 안에 있는 것은 분명했다.
그러니 이 말은.
‘건국제 때 오라는 건데.’
제국 건국제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은 두 곳.
황제와 황실이 거주하는 황성과 그 주변, 그리고 제국 아카데미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황실 아카데미였다.
‘망했다.’
그것을 증명하듯, 건국제 대회들 또한 그 두 곳에서 진행된다.
라테일이 말한 수도는 아마 이 두 곳을 말하는 것.
그렇다는 말은.
‘우승하란 소리잖아?’
꼭 우승할 필요는 없지만, 하인스는 거기까지 알지는 못했다.
“그, 그건.”
그러나 그 사실을 알았음에도 거부할 수는 없었다.
평소 헛소리를 자주 내뱉는 르윈이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론을 하겠으나, 가문의 후계자이자 르윈과 관련된 일을 제외하면 늘 냉정한 모습을 보여 주던 라테일의 말은 거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형이 기대를 많이 하나 봐.”
“컥.”
명치를 한 대 세게 맞은 듯한 감각이었다.
그만큼 라테일의 기대는 하인스에게 무거운 짐으로 다가왔다.
‘이러니 누나가 울상을 짓지.’
“예, 예리엘은.”
“먼저 알려 줬는데, 울면서 훈련장으로 뛰어가더라.”
아마 눈물 젖은 목검을 휘두르고 있지 않을까.
그렇게 말하는 르윈의 모습에 하인스 역시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연습하러 가겠습니다.”
짧지 않은 기간.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훈련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
무더웠던 햇볕이 따스해지고, 선선한 바람이 살며시 불어오기 시작했다.
푸른 곡식들이 허리를 숙이고, 농민들은 추수하기 시작할 무렵.
『지금부터 제국 건국제 개막을 선언한다.』
영상 마법 너머로, 백발에 붉은 눈을 한 황제가 엄숙한 목소리로 선언을 하였다.
“와아아아!”
“바벨리안이여, 영원하라!”
그에 맞추어 제국이 영원하리라는 말이 튀어나오고.
“준비되었지?”
“…….”
“…….”
“…….”
데이지와 예리엘, 하인스의 부담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뭘 그렇게 긴장해. 아직 대회 시작하려면 멀었잖아.”
“그리 멀지 않은데요.”
첫날부터, 각종 대회가 진행된다.
당연한 일이었다.
모든 대회를 끝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대표를 선발하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 상태에서 아카데미 대표로 황성에 보낸다.
이 모든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단 일주일.
대회 중 부상자가 발생할 수도 있고, 갑작스러운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3일 내로 결승전까지 치른다는 건 말이 안 되는데.”
3일. 그 시간 만에 베르샤 아카데미의 모든 대회가 끝이 난다는 말이었다.
“우리 아카데미 인원수가 워낙 많으니까.”
다른 아카데미도 비슷했으나, 학생의 숫자가 적었다.
그렇기에 참가자의 수도 적고, 경기의 수는 더 적었다.
“숫자가 많다는 게 꼭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니까.”
통솔할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불편함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그건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 다 같은 것이니까.”
그 말에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다 다른 대회니까, 일단 여기서 헤어지고.”
르윈은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여태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한 모습이었고, 또래치고는 나름 괜찮은 성장을 이루어 냈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목숨을 걸고 세상을 구하기 위해 굴렀던 전생과 비교하면 아쉽고 또 아쉬울 뿐이지만, 자신의 전생과 비교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처사라는 것 또한 알기에 르윈은 여기서 만족하기로 했다.
“이겨서 다시 만나야겠지?”
르윈의 말에 세 사람은 긴장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저, 저기, 도련님?”
손을 들며 질문하는 예리엘에게 르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 지면 어떻게 되나요?”
“죽어.”
“네?”
짧고 간결한 대답에 예리엘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사회적으로 죽는다고.”
이어지는 말에 세 사람 모두 안색이 하얗게 질릴 수밖에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