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87)
87화 19. 인생 10회 차는 대회를 구경한다 (3)
숨을 쉬기조차 어렵다.
단순히 숨을 들이마시는 것이, 불을 집어삼키는 기분이었다.
‘신은 늘 가만히 있지만, 필요할 때는 움직인다고 하던데.’
진짜 신의 저주를 받았다.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최근 운이 너무나도 좋지 않다고 데이지는 생각했다.
“후.”
짧게 호흡을 하는 것만으로도 목이 타들어 가는 느낌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주변에 떠다니는 불의 구체가 공간 그 자체를 태우고 있었으니까.
‘진짜 재수도 없지.’
데이지 또한 하인스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대회에서 우리는 약자다.
주변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만, 그런 사람은 세상에 많다.
그러니 준비했다.
르윈의 말을 믿고 그 이상한 지팡이로 대회를 준비했고, 담임 교수인 바르바에게 지도를 받으며 실력을 올렸다.
물론, 고작해야 한 달 정도.
그 시간 만에 엄청난 성장을 이루어 내는 것은 옛이야기의 주인공이나 가능한 일이었다.
현실은 냉정하다.
고작 노력 하나로 바뀌는 것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다면 변하는 것은 없다.
고작 0과 1의 차이라고 하더라도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과 하나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존재한다.
‘라고 생각했는데.’
솔직히 기대는 있었다.
한 번은 이기지 않을까.
대진 운이 좋으면 상위 16명 안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도련님도 우승이 목표라고 했지만, 그 정도면 만족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데이지를 비웃듯.
‘왜 처음부터 작년 우승자인데?’
힐리나 릴리아드.
작년 중등부 마법전 우승자이자, 황실에서 열린 아카데미 마법전에서도 4강까지 간 인물이었다.
‘중등부에 입학하자마자 마법관을 폭발시켰다는 괴짜.’
얼핏 문제아처럼 보이는 일화이지만, 힐리나는 그것으로 폭염의 마법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태생적으로 압도적인 마력량과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압도적인 화력.
방어에 취약하지만, 상대가 공격할 틈도 주지 않고 몰아붙이는 방식으로 승리를 쌓았고, 상성이 불리하지 않았다면 결승까지 올라갔을지도 모른다는 평가를 받는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그런 사람을 왜.’
첫 경기부터 만나게 된 것일까.
“처음 보는데, 잘 버티네.”
귓가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데이지는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
베리엘은 말했다.
마법관에 마법을 쏘아 대는 학생치고, 정상은 없다고.
당연한 일이었다.
학생들끼리 챌린지를 만들었다고 하나, 정상인 사람이 아카데미 건물을 테러하는 일을 하지는 않으니까.
‘웃고 있어.’
그것을 증명하듯, 자신의 마법을 연신 막아 내는 데이지를 보며 힐리나는 즐겁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왜 이런 사람이.’
정상은 없다.
그 말 뒤에 베리엘은 한마디를 덧붙이기도 했다.
‘안타까운 것은, 그 비정상들이 천재들이라는 거죠.’
당연한 말이었다.
아카데미 마법관은 비상시 대피 장소로 지정될 만큼 뛰어난 방어력을 갖추고 있는데, 그런 장소에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는 것은 그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말이었으니까.
힐리나 또한 그렇다.
공격과 방어를 모두 신경 쓰는 평범한 마법사와 달리, 오직 화력에만 집중하는 초공격형 마법사.
공격이 최고의 방어라는 듯, 상대가 공격할 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이는 모습은 상상 이상으로 까다로웠다.
“특히 마력을 쓰는 게 진짜 효율적이야. 적절한 곳에 적절한 양의 마력을 사용한다. 난 그런 게 부족하다고 교수님이 매번 혼내는데.”
초승달처럼 곱게 휜 눈으로 즐겁게 재잘대는 모습과 달리 주변의 온도는 더욱더 올라가고 있었다.
마력 장벽을 뚫고 들어오는 그 열기에 그대로 질식할 것만 같은 느낌.
“후.”
짧게 숨을 토해 내며 마력을 집중한 데이지는 곧 한계가 찾아오는 것을 느꼈다.
‘보통 이런 타입은 장기전으로 가는 게 맞는데.’
화력이 강하다는 것은 그만큼 마력을 많이 소모한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효율적으로 방어하며 장기전으로 가는 것이 유일한 승산이라고 생각한 데이지였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 보니 마력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사람은 본인이었다.
‘같은 속성은 잡아먹히고.’
화염 계열의 마법은 더 큰 화력에 잡아먹혔고.
‘물이나 얼음도 안 통하고.’
반대 속성은 그 존재 자체가 지워져 버렸다.
‘불합리하네.’
단순 체급의 차이였다.
몇 년 차이라고 하지만 자신보다 오래 살았고, 오래 배웠으며, 또 오래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남은 것은.
“후우.”
“오호?”
짧게 한숨을 내쉰 데이지는 마력 장벽을 거두었다.
그 의미를 알기에 힐리나는 짧은 감탄사와 함께 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다.
“…….”
장벽이 사라지고, 몸에 느껴지는 열기가 더욱 체감되었다.
지금 당장 화상을 입어도 이상하지 않은 열기.
그 열기를 막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단 한 번의 공격을 위해서였다.
“갑니다.”
방어에 쓸 마력조차 아깝다.
어차피 이 한 번이 통하지 않는다면 패배인 상황.
모든 마력을 쥐어짠 데이지의 선택은 바람을 담은 검이었다.
“에어 커터? 나쁘지 않네.”
화력으로 밀리니, 참격으로 방향을 선회한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힐리나는 생각했다.
면이 아닌 선으로. 마력의 효율 자체만 놓고 본다면 자신보다 상대가 더 뛰어나니까.
“재밌어.”
마법전 1차전부터 지난 대회 우승자를 만나 억울한 데이지였지만, 그건 힐리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 대회 우승자인 자신이 1차전부터 고전을 하다니.
그것도 기초 교육 1년 차의 까마득한 후배에게!
‘중등부에 포함이 되었으니 나이 차이가 많은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아카데미 짬이 있는데, 까마득한 후배에게 지는 것은 안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방어지만.’
데이지는 지쳤다. 거기에 마지막 공격으로 승부를 보기 위해 방어도 포기하고 마력을 쥐어짜고 있다.
힐리나에게 가장 좋은 선택지는 저것과 상대하지 않는 것.
그냥 피해도 되고, 막아도 된다.
그것만으로 데이지는 알아서 무너질 테지만.
‘그런 재미없는 짓을 할 순 없지!’
작년에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더라면 그녀의 최종 순위는 마법전 4강이 아닌 준우승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힐리나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오르지도 못했으리라는 것을.
그저 널리고 널린 마법사 중 하나였다는 것을!
“하하!”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힐리나는 데이지의 에어 커터를 향해 자신의 불꽃을 내뿜었다.
져도 상관없다.
인생에서 늘 이길 수는 없는 법.
작년 마법전의 우승자를 보며 힐리나는 그것을 깨달았다.
‘그건 못 이기지.’
지금 힐리나와 데이지의 체급 차이 이상으로, 전 대회의 우승자와 힐리나에게는 어마어마한 체급의 차이가 존재했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밖을 빠져나와 봤자, 촌구석 마을 하나일 뿐이니까.’
고작 작은 마을에 나온 것만으로, 우물 안의 개구리를 비웃을 순 없다.
우물 밖은 우물보다 조금 큰 세상일 뿐이다.
자신의 세상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사람의 성장은 끝난다.
우물 밖에 여러 개의 우물을 포함한 마을이 존재하고.
마을 밖에 여러 개의 마을을 포함한 도시가 존재하고.
도시 밖에 여러 개의 도시를 포함한 나라가 존재하며.
나라 밖에 여러 개의 나라를 포함한 대륙이 존재한다.
힐리나는 그것을 알기에 자신의 마법을 발전시키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더 강한 화력을, 더 강력한 마법을!
“나도 간다!”
상쾌한 미소와 함께 힐리나의 불꽃은 더욱 크기와 열기를 키웠고.
“아.”
그대로 바람의 칼날을 집어삼켰다.
***
“졌네.”
르윈과 두 시종이 경기장에 도착한 것은 데이지가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던 때였다.
오자마자 필살기를 준비했고, 그대로 상대의 마법이 데이지의 마법을 찍어 눌렀다.
“어쩔 수 없지.”
데이지는 재능이 있었다.
천재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거기에 본인 또한 노력을 하니, 그 재능이 빠르게 발전했지만.
“천재는 한 명이 아니니까.”
흔한 착각이 있다.
내가 저 사람보다 재능이 없다면 그만큼 노력을 하면 된다고.
저 사람이 하루 동안 배우는 것을 내가 3일 만에 배운다면, 3배 더 노력을 하면 저 사람을 따라갈 수 있다고.
맞는 말이긴 했다.
하지만 그건 천재가 3일 중 하루를 노력할 때 의미가 있었다.
옛이야기의 토끼와 거북이처럼 토끼가 중간에 잠들어야 이길 수 있는 승부였다.
“무슨 소리세요?”
“토끼가 걸어만 가도, 거북이는 못 이긴다는 소리지.”
굳이 열심히 뛸 필요도 없다.
그냥 느긋하게 걸어가도 토끼는 거북이보다 태생적으로 빨랐다.
그런데 만약 토끼가 잠들지 않고 전력으로 뛴다면 거북이는 토끼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절대 안 되지.”
데이지는 천재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상대인 힐리나 역시 천재라 불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같은 천재라면 먼저 배우고 노력한 사람이 이긴다.
그 차이를 메꾸려면 정말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나중에 영약 좀 챙겨 줘야지.’
한계까지 마력을 끌어모은 탓일까. 무대에 뻗은 상태로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이지였다.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는 사실에 만족하면서도, 순수 화력에서 압도를 당했기에 씁쓸한 모습.
그것이 조금은 안쓰러웠기에 르윈은 옛 창고를 털면 영약 좀 챙겨서 마력량을 늘려 줄 생각을 했다.
‘물론 그 이전에.’
챙겨 주는 건 챙겨 주는 거고.
약속은 약속이었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잠시 후, 경기장에서 내려온 데이지가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
“첫 경기에서 지고 말았습니다.”
상대가 작년 우승자라는 변명은 하지 않았다.
누구면 이길 수 있고 누구면 질 수도 있다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어차피 우승이 목표였다면 힐리나 역시 이겨야 했으니까.
“누나는 잘 싸웠어.”
“맞아! 이렇게 오래 버텼잖아?”
상대가 전 대회의 우승자라는 소식을 들은 하인스와 예리엘이 위로하였으나 르윈은 단호했다.
“그래도 진 건 진 거지.”
“그렇습니다.”
데이지 역시 그 사실을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괜한 변명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자신을 깎아내리는 것이니까.
“각… 오는 되었습니다.”
그러나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사회적으로 죽을 거다.
르윈이 이전에 했던 말이 어쩔 수 없이 떠올랐으니까.
“그래?”
악동과 같은 모습으로 웃는 르윈을 보며 데이지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네.”
그리고 잠시 후.
“동료가 되고 싶지 않으면 이겨라, 예리엘!”
“네!”
르윈의 응원 아닌 협박에 예리엘은 각오를 다졌다.
힐끔 고개를 돌려 바라본 곳에는 르윈과 함께 거대한 새가 하나 존재했다.
그리폰.
드라이르프 가문을 대표하는 기사단의 마스코트가 그곳에 있었다.
“히, 힘내.”
그리폰, 정확하게는 그리폰의 탈을 쓴 데이지가 부끄러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응원을 했다.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인형 탈로 감추어졌기에 그 안에 있는 것이 데이지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무대 위보다 더 시선을 뺏어 가는 것 같은데.’
뭐라 말하는지 모르겠으나, 르윈의 말 몇 마디에 파닥거리며 응원하는 데이지를 보며 예리엘은 생각했다.
‘무조건 이긴다.’
지는 순간, 그리폰이 한 마리에서 두 마리로 늘어난다.
그리고 끝.
‘딱 두 마리.’
르윈은 경쟁을 알았다.
그렇기에 그리폰은 두 마리에서 끝난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무조건 하인스보다 늦게 탈락한다.’
한 명은 살려 준다.
그것을 알았기에 예리엘과 하인스는 다른 한쪽이 패배하기 전까지 패배할 수 없게 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