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9)
9화 2. 인생 10회 차는 인생을 즐길 준비를 한다 (5)
아이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얘는 더 어렵다.
르윈은 그렇게 생각하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잘하네?”
잘한다.
근데 왜 잘하는 걸까.
“내가 좀 천재야.”
뿌듯한 표정으로 당당히 가슴을 쭉 펴는 모습이 귀엽기는 했다.
조금 더 자신을 칭찬해도 된다는 듯 슬쩍 곁눈질하는 모습에 미래가 살짝 걱정되기도 했으나.
“진짜 천재네.”
진짜라서 어쩔 수가 없었다.
“맞아!”
칭찬이 기쁜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뛰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르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은신의 천재이자, 암살의 천재라서 문제지.’
전생에 보았다면 눈에 불을 켜고 영입할 인재였다.
그리고 아쉽게도 대대로 제국의 재상 역할을 맡은 라인하르트 가문에서 필요할 능력 또한 아니었다.
“진짜 이게 되네.”
주변 사람들을 지나치며 다다다 뛰어다니는 라일라를 보며 르윈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르윈이 만든 은신술의 기본 원리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주변과의 동화.
배경과 자신을 하나로 만드는 것.
그리고 그것의 기반은 숨쉬기 운동이었다.
‘몸 전체에 마력을 충분히 받아들여서 마력과 동화한다.’
마력의 덩어리라고 할 수 있는 정령을 보고 떠올린 방법이었다.
정령 친화도 이전, 정령을 볼 수 있느냐, 없느냐는 모두 마력을 느낄 수 있느냐, 없느냐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자연에서 태어난 정령은 마력을 깨닫기 전까지는 그저 자연의 일부분으로 인식하기 때문이었다.
‘숨쉬기 운동을 통해 몸 전체에 마력을 저장했기에 되나 했는데.’
해 보니까 되었다.
그리고 아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었다.
특별한 마법을 쓰는 것이 아니기에 탐지 마법에 걸리지도 않고, 자연스러운 배경 취급이었기에 감이 좋은 이들에게도 잘 먹혔다.
가끔 고전적인 함정 같은 것에는 애를 좀 먹었지만, 용사 생활 여러 번 하면 그런 함정도 쉽게 간파하는 법.
그렇기에 왕실이나 귀족들이 숨겨 둔 아티팩트를 훔쳐 세상을 위해 쓰고, 숨어 있는 마왕의 목도 따고.
이번 생에서도 수업을 듣지 않고 잘 도망치는 데 사용하고 있는데.
“저것도 재능인가?”
그에 비해 라일라라는 저 소녀는 숨쉬기 운동을 배운 것이 아니었다.
나름대로 공작 가문이라 마법을 배우고 있는 것인지 심장 부분에 마력이 좀 모여 있지만, 그게 전부.
자신이 가르쳐 준 은신술의 기본을 빠르게 받아들여 적용하는 것은 천재라고 할 수 있으나.
‘천재도 한계는 있는 법인데.’
그게 전부였다.
아무리 검의 천재라 하더라도 마력을 검에 집어넣으려면 마력이 있어야 한다.
괜히 이론의 천재와 실전의 천재가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다.
몸이 따르지 못하면, 이론은 영원히 이론으로 남는다.
“어?”
그렇게 생각을 하며 앞을 바라보는 순간, 르윈은 생각지도 못했던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
“그렇게, 다들 미아가 되었어.”
“그렇구나.”
주변을 신나게 뛰어다니던 라일라는 곧 지쳤는지 르윈의 옆에서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왜 이곳에 왔는지, 그리고 왜 여기에 혼자 남아 있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
“다들 너무 길을 잘 잃어.”
한탄하는 라일라의 모습을 보며 르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럴 수 있지.”
르윈은 조금 전 보았던 라일라의 뒷모습을 떠올렸다.
한순간 흐릿해지더니, 주변 사물과 구분이 잘 안 되는 순간을.
‘사실 얘도 신의 축복이나 저주를 받은 게 아닐까.’
특별한 기술도, 마법도 아니었다.
자연 현상이라고 표현해도 어색함이 없는, 순수한 그 자체.
‘얘는 그냥 존재감이 없어.’
은신의 신이나 무존재의 신 같은 것은 인생 10회 차에서도 들어 본 적이 없었는데.
혹시 이름이 없어졌다는, 흔히 이름 없는 신들이라고 불리는 존재 중 하나의 축복이라도 받은 게 아닐까.
그렇게 설명하지 않으면 설명할 수 없는 존재감에 르윈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럴 수 있다니!”
자기 일 아니라고 너무한 거 아니냐는 듯한 라일라의 모습을 르윈은 말없이 바라보았다.
‘왜?’
순수하게 그런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라인하르트.
일단 가문 자체에서 후광이 뿜어져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금과 같은 평화로운 시대에는 드라이르프 공작가보다도 위세가 높다고 할 수 있는 가문이었으니까.
‘진짜 왜지?’
거기에 자세히 보면 외모 또한 매우 뛰어나다.
어깨 아래로 찰랑거리는 금발은 빛이 나고, 자신의 감정을 투명하게 나타내는 푸른 눈동자 역시 보석이라고 부를 만큼 반짝이고 있다.
아직 젖살이 다 빠지지 않았지만 인생 10회 차의 경험상, 아니 그냥 일반인이 보더라도 역변하지 않는 한 미래에 미인이 될 것이 분명한 얼굴이었다.
“왜 그렇게 보는데.”
목소리 또한 맑고 또렷한데.
‘왜, 뚜렷하게 들리지 않을까.’
그 사실을 깨닫자, 많은 것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니, 신기해서.”
그제야 르윈은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의 은신을 간파하고 붙잡았다는 사실에 놀라서 깨닫지 못했을 뿐, 그 이전에 자신이 라일라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는 사실을.
“뭐가?”
“그런 게 있어.”
지금의 육체를 과거 전성기 시절의 자신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인생 10회 차의 경험을 축적하고 그것을 통해 빠르게 성장을 하는 중이었다.
그런 자신이, 전문 암살자도 아니고 평범한 아이를 눈치채지 못했다니.
‘탐난다.’
용사를 때려치운 상태에서도 탐나기 시작하는 재능이다.
만약 용사를 때려치우지 않았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동료로 영입했을 인재였다.
“그런 게 있어. 오늘 알려 준 방법은 잊어 먹지 말고.”
“응!”
헤실헤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은 참으로 귀여운데.
그런데 왜 이렇게 흐릿해 보이는 걸까.
‘하늘이 내려 준 저 재능을 어떻게 써먹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도 다 자기 운명이겠지.
“열받네?”
“응?”
운명이라니.
참으로 엿 같은 기분이 몰려드는 단어가 아닌가.
“아니야. 그런 게 있어.”
나중에 이 아이가 그 운명에 저항하려 한다면 모르는 사이도 아니니 도움을 좀 주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
훗날 그로 인하여 울상을 짓게 되는 라일라였지만, 그것은 좀 먼 날의 이야기였다.
***
시간이 조금 흐른 후.
무사히 라일라를 미아(?) 일행에게 전달해 준 르윈이었다.
“이건 좀 너무하지 않아?”
단련된 기사들조차 눈치채지 못한 은신 기술 덕분에 몇몇 기사가 당황하여 검을 뽑는 소란이 있었지만, 말 그대로 소란이었을 뿐.
라일라를 찾아 줘서 고맙다는 칭찬을 받은 르윈은 그대로 알렉스를 비롯한 시종들에게 강제로 연행되었다.
“착한 일을 하면 칭찬을 받는다고 배웠는데.”
입을 삐죽이며 투덜대는 그에게 매우 차가운 목소리들이 날아들었다.
“아, 정말 잘하셨습니다.”
“역시 도련님.”
“와, 대단하셔.”
“정말 도련님은 최고십니다.”
알렉스와 데이지, 예리엘과 하인스는 미리 합을 맞춘 것처럼 영혼 없는 목소리로 르윈을 칭찬했다.
“야, 차라리 욕을 해라.”
그게 더 낫겠다고 생각될 정도로 차가운 반응에 르윈은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제 주인을 욕하는 종이 있을 리가 없지요.”
“맞습니다. 버림받더라도, 종은 어쩔 수가 없지요.”
르윈의 앞과 뒤에 있는 알렉스와 데이지의 말이었다.
특히 데이지는 새벽에 있었던 일 탓인지 매우 가시 돋친 말투였다.
“맞습니다, 도련님.”
“아주 순수한 칭찬이었다고요.”
예리엘과 하인스 역시 르윈의 양옆을 지키고 있었다.
‘너무 많이 써먹었나?’
대처가 너무나도 깔끔하다.
아무리 주변과 동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실체는 남는 법.
마력의 덩어리라고 할 수 있는 정령은 실체화하기 위해 마력을 쓰지만, 인간은 그 반대가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렇게 물리적으로 방어를 하면 존재를 지울 수가 없다.
‘그것에 대비한 방법도 있지만.’
굳이 수업을 듣지 않기 위해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했어야 했어.”
수업 시작 5시간 후.
르윈은 그 선택을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도련님을…….”
벌써 세 번째 수업이다.
아주 날을 잡았는지 쉬는 시간조차 주지 않고 수업이 몰아치고 있다.
‘아주 작정을 했구나.’
그런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눈이 마주친 알렉스와 데이지는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뭐 문제가 있습니까?’
‘다 도련님의 업보입니다.’
굳이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들려오는 목소리에 르윈은 이를 갈며 수업을 진행했다.
여기서 괜히 딴짓하는 것보다 주어진 과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번에는.”
“답이요.”
“어……?”
“그다음 답이요.”
문제 설명도 하기 전에 술술 나오는 답에 교사로 파견된 이만 당황스러울 뿐.
“음, 어.”
이미 다른 사람에게 배운 내용인가.
이러면 왜 수업을 듣는 걸까?
주변을 둘러보아도 다 그러려니 하는 모습은 또 뭔가!
“음, 그럼 다음은.”
하지만 그는 프로였다.
프로답게 다음 준비해 두었던 내용을 진행하려 했지만.
“끝.”
준비한 모든 문제가 10분 만에 처리되는 것을 보며 그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
수업이 끝난 것은 그로부터 3시간 뒤였다.
“이건 아동 학대야.”
8시간이나 공부를 해야 한다니.
이건 학대가 분명하다.
과거 자는 시간마저 줄여 가며 인생을 불태웠던 르윈의 항변에 알렉스는 단호한 목소리로 답하였다.
“아카데미에 가면 이것보다 더 해야 할 것입니다.”
기초 교육이라면 이 정도.
고등 교육으로 가면 졸업을 위해 스스로가 수업 시간을 늘리는 일도 허다했다.
그 사실을 지적했지만, 르윈은 심드렁할 뿐이었다.
“굳이?”
“도련님…….”
그 말에 알렉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공작가에서 일상인 도주극이 아카데미에서도 벌어질 수 있었기에.
“…….”
“…….”
“…….”
하지만 알렉스보다도 더 심각한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르윈과 함께 아카데미에 다녀야 할 세 사람이었다.
“집사님, 저희 그냥 시험을 포기하면 안 될까요?”
안색이 하얗게 질린 예리엘이 울먹이며 말했다.
르윈 디 드라이르프를 모시는 사용인의 숫자가 수십, 공작가 전체를 관리하는 인원들까지 생각하면 수백이었다.
르윈이 도망을 치면 그중 태반이 르윈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런데도 르윈을 찾아내는 경우는 소수. 그 소수마저도 르윈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도련님…….”
“저도 자신이 없는데요.”
데이지와 하인스는 거칠게 떨리는 눈동자로 르윈을 바라보았다.
“하아…….”
마음 같아서는 자신도 따라가고 싶지만, 제국에서 아카데미는 성역이다.
지켜지는 일이 거의 없는 편이지만, 아카데미에서는 신분의 고하를 나누지 않고 모두 배움에 힘을 써야 했다.
그렇기에 사용인을 데리고 다니는 것은 금지.
특별한 일이 없는 경우, 호위 또한 활동하기 어려웠다.
물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입학이 가능한 비슷한 또래의 사용인들이 들어온다면 아카데미에서도 최대한 편의를 봐주는 편이었기에.
그렇기에 데이지를 포함한 세 사람은 르윈의 아카데미 입학 시기에 시험을 치를 예정이었다.
비록 나이는 조금 차이가 있었지만, 공작가의 이름이라면 그 정도 편의를 봐주는 것은 쉬운 일.
“도련님…….”
문제는 그 당사자들의 의지였다.
애초에 아카데미 입학시험에 실패한다면 그 편의조차 봐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애들이 불쌍하지도 않습니까?”
“여기서 내가 제일 애인데?”
그런 애를 이렇게 과도한 학업의 늪에 빠지게 하다니!
그렇게 주장하는 르윈의 모습에 세 사람은 울상을 지었지만, 어찌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앞으로 남은 2년이라는 시간.
그 시간 동안 최대한 저 망할 도련님이 변덕을 부려 주길 기대할 뿐.
그렇게 1년의 세월이 더 지나 르윈 디 드라이르프, 9세.
“제발 도련님…….”
인생 10회 차는 주변의 기대와 달리 너무나도 한결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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