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96)
96화 20. 인생 10회 차는 직관한다 (7)
거대한 폭음과 함께 건물 몇 채가 그대로 사라졌다.
아무리 인적이 드문 골목이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할 수 없는 사건.
근처에 있던 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고, 르윈 일행은 그 파도에 몸을 맡겼다.
“추격자는 없지?”
“다 막힌 것 같은데.”
베르크 왕국의 추격자들의 숫자가 더 많았기에 어느 정도는 따라붙으리라 예상했는데.
“역시 제국 공무원이야.”
르윈의 생각보다 제국 공무원의 수준이 높았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일단, 황성으로 가야지.”
“황성으로 가신다고요?”
“응. 형이 오라고 했잖아.”
그 말에 데이지와 예리엘, 하인스의 시선이 땅으로 향했다.
“우승한 사람은 없지만.”
그 말에 세 사람의 고개가 더욱 푹 숙여졌다.
“아니, 올해 입학한 주제에 우승은 욕심 아니냐?”
그나마 정상인 루테스가 상식적인 발언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르윈에게는 와닿지 않는 말이었다.
“우승 후보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제 입으로 우승은 욕심이라고 말하잖아요.”
“그런 소리를 하긴 하지.”
자신감 넘치는 몇몇 이들을 제외하고는, 우승을 입에 담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러다 지면 쪽팔리니까.
“이래도 욕심, 저래도 욕심이면 그냥 욕심부려서 우승하는 게 이득 아닌가요?”
“참 그럴싸한 개소리구나.”
본인의 이야기라면 자신감이 넘친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걸 남에게 강요하는 순간 개소리다.
적어도 루테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저는 우리 애들을 믿으니까요.”
그러나 르윈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내년에는 꼭 우승이다. 이건 이미 확정된 일이다.
“믿는 건 자유니까 그렇다 치고. 저 녀석이 갈 수 있을까?”
루테스는 반쯤 정신이 나가 보이는 칸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온갖 사건에 휘말린 탓인지, 칸나의 상태는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가 없었다.
“이게 내전의 아픔.”
“슬픈 척 연기하지 마라. 그리고 저 녀석은 내전이 아니라 너 때문에 정신 나간 거다.”
르윈의 복화술로 인하여, 칸나는 제국의 실세급 부장 라인들에게 황자 납치범으로 찍힌 상황이었다.
“사람이 살면서 오해 좀 생길 수도 있죠.”
“저 녀석이 지금 널 죽여도 제국법상 무죄다. 내가 증명해 줄 수 있다.”
드라이르프 가주도 모든 걸 지켜봤다면 무죄로 인정할 만큼 르윈이 저지른 짓들이 너무 많았다.
“그걸 다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가 황성으로 가는 거죠.”
르윈의 말에 루테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들리면 안 되는 단어가 또 들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우리?”
“네, 우리.”
“그 우리에 누가 포함되는데?”
“저랑 애들이랑, 왕세자랑 선배님이죠.”
뭘 그런 당연한 것을 묻느냐는 질문에 루테스가 이를 갈았다.
“난 여기서 연락을 해 주는 것으로 끝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렇죠.”
르윈 또한 그것을 번복할 생각은 없었다.
“연락되었으면요.”
르윈이 쓱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서는 형형색색의 마력이 터져 나가고 있었다.
바벨리안 제국과 베르크 왕국의 소드마스터끼리의 대결!
소드마스터.
이름 그대로 검의 정점이라는 이들의 전투는 사람이 희미하게 보이는 거리임에도 엄청난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고.
“저기 가서 연락해 보실래요?”
그들의 전투로 인하여 황실의 비밀 안가는 형체는 남아 있을까에 대해 의심이 되는 상황이었다.
“X발.”
저길 돌아간다는 것은 그냥 자살한다는 소리와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같이 가 주실 거죠?”
“안 가.”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연락을 못한다고 내가 따라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어설펐던 인질극에 어울려 준 것만으로도 자신은 할 일을 다 했다.
여기서 더 도움을 줄 이유가 루테스에게는 없었다.
“혼자 돌아다니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저렇게 큰 소란이 아카데미 바로 옆에서 일어났다. 아카데미 측에서 인력을 보낼 테고, 난 거기에 합류하여 돌아가면 된다.”
어디서 허튼 개수작이냐.
그렇게 말하는 루테스의 말에 르윈이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장담하는데, 네 녀석 근처가 제일 위험할 거다.”
그 말에 데이지를 비롯한 시종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가만히 있는 게 제일 안전하기는 했다.
“오랜만에 집에 갔다 오시고.”
“방학 때 갔다 왔다.”
“축제 때 황성에 볼 것 많다는데.”
“내가 그런 걸 볼 것 같냐?”
“…….”
철벽을 치는 루테스의 행동에 르윈의 두 어깨가 축 처졌다.
그러고는 힘없는 목소리로 루테스에게 말했다.
“정말 안 돼요?”
“응, 안 돼.”
“그럼 어쩔 수 없죠.”
“뭐?”
원하던 대답이었지만, 막상 그 대답을 들으니 루테스의 얼굴은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이 새끼가 이렇게 쉽게 포기할 리가 없는데.’
고작 말 몇 번 했다고 포기라니.
자신의 발목을 잡고 같이 갈 때까지 안 움직이겠다고 깽판을 부리는 것까지 염두에 두었던 루테스였다.
“저는 선배를 위하는 착한 후배니까요.”
“오늘따라 개소리가 심하네.”
조금만 더 선배를 위하면, 스트레스로 위장에 구멍이 뚫릴 지경이다.
“그러니 혼자서 황성을 가야겠죠.”
“그래, 잘 가라.”
찝찝하지만, 그렇다고 르윈과 함께 갈 생각은 없는 루테스였다.
‘저 연기에 속으면 안 돼.’
르윈 디 드라이르프라는 인간은 뻔뻔하게 나오면 나왔지, 약한 척을 할 놈은 아니었다.
저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만 넘길 수 있다면,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다.
“황성에 도움을 구할 사람이 필요한데.”
“너희 첫째 형이 황실 아카데미 총학생회장이지. 둘째 형과 누나 또한 학생회 임원이고.”
거기에 가문이 드라이르프다.
그 정도 명함이면 황성에서도 마음껏 활동할 수 있다.
“그래도 부족한데.”
“일없다니까.”
“저도 알아요. 아까 말했잖아요? 선배님한테 폐를 끼칠 생각은 없다고. 그러니까.”
잠깐 말을 끊은 르윈은 방긋 웃었다.
그 미소에 무언가 불길함을 느낀 루테스였고.
“선배님 여동생분한테 도움을 요청하죠.”
“뭐?”
그 불길함이 최악의 형태로 찾아오고 말았다.
“뭐, 뭐? 뭐?”
여기서 왜 여동생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일까.
루테스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선배님 여동생이요. 레일라 디 바벨리안.”
“그게 왜 갑자기 튀어나오는데?”
“제가 아는 사람은 선배님 말고는 그 사람이 유일하니까요.”
“너 걔랑 안 친하잖아.”
“그래도 서로 맞선을 본 사이인데, 도움은 주겠죠.”
“걔가?”
레일라 디 바벨리안이라는 인간이, 고작 그런 인연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사람인가.
절대 아니다.
루테스는 확신할 수 있었다.
“X발…….”
하지만 동시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으니.
‘베르크 왕국의 내전이요? 그러고 보니 오기로 한 왕세자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네요.’
‘왕세자랑 같이 왔다고요?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우연히 만나서?’
‘아카데미에서 만난 거면, 저희 오라버니는요?’
‘어머, 중간에 거절하셨다고요?’
‘재밌겠네요.’
왜일까.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기분이다.
그뿐인가?
‘그렇죠?’
‘위험한 나라도 돕고, 오랜만에 선배님도 만나고.’
‘재미있겠죠?’
그 옆에서 르윈이 추임새를 넣는 것 또한 들리는 기분이었다.
“선배님한테 귀찮은 일은 없을 거예요. 착한 동생이잖아요?”
저처럼요.
웃으며 한마디씩을 넣는 게 열받는다.
그리고 더 열받는 것은 그것이 매우 효과적으로 자신을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딱.”
“딱?”
“딱 황성으로 가서, 아버지에게 연락을 넣어 준다.”
거기서 끝이다.
그렇게 선을 긋는 모습이지만, 이미 항복한 모습이었다.
“그러니까 괜히 레일라랑 접촉하지 마라.”
“어머.”
루테스의 발언에 르윈은 눈을 크게 떴다.
“뭐, 왜.”
“선배님, 그렇게 안 봤는데… 여동생을 엄청 좋아하시네요.”
“뭐?”
“이게 흔히 말하는 시스콘인가?”
사랑하는 여동생에게 접근하는 남자를 막는다니.
그렇게 놀라는 르윈을 보며 루테스는 어금니가 부러지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로 이를 갈았다.
***
보통 하나의 도시에 하나의 마탑이 존재한다.
서로 다른 학파끼리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게 보통이기도 했고, 마탑 하나의 건축 비용이 작은 나라의 한 해 예산과 맞먹을 정도로 비싸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하나의 마탑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그 도시가 잘사는 도시라는 것을 의미할 정도.
그런 의미에서 제국의 수도 바벨리안에 다섯 개의 마탑이 존재한다는 것은 제국의 위상을 알리는 것이기도 했다.
“무슨 폭발하는 소리 안 들렸나?”
제국의 마탑 중에서도 가장 구석에 존재하는 마탑, 황금의 탑.
줄여서 황탑의 마법사 중 하나가 귀를 후비며 중얼거렸다.
“축제잖아. 아카데미 쪽에서 마법이라도 쓴 거 아니야?”
“그런가.”
모두가 즐기는 축제라고 하지만, 일하는 사람은 존재한다.
이들 또한 마찬가지.
이런 축제 기간에는 고위 귀족의 이동 마법 사용량이 많아지기에, 마탑은 오히려 상주하는 인원을 늘릴 정도였다.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제대로 준비를 했나 보네.”
“아까 보니까 그 부장 트리오도 왔었잖아.”
각 부서에 장관이 존재하나, 그들은 황성의 집무실에서 나오는 일이 거의 없다.
사실상 현장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부장들.
그렇기에 세 명의 부장의 위엄은 제국의 마법사들에게도 유명했다.
“솔직히 좀 쫄렸다. 죄지은 것도 없는데, 떨리더라.”
“우리 같은 사람들은 세금만 잘 내면 만날 일 없지.”
“그분들을 손님으로 받았으니, 누가 와도 안 놀랄 자신 있다.”
“그건 그렇지.”
어떤 이들에게는 지옥의 사신과도 같은 이들이 부장들이었다.
그보다 더한 존재가 베르샤 아카데미에 있을까.
‘있네.’
늘 냉정을 유지하고, 머리에 지식을 담아 두어라.
마법사에게 유명한 격언이었고, 그 말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손에 들린 하나의 패만으로, 마법사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되었나?”
“네, 넨. 네!”
고작 작은 패인데, 혀가 꼬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살면서 황족의 패를 볼 줄이야!’
소문으로는 들었다.
베르샤 아카데미에 바벨리안의 핏줄이 입학했다고.
선배의 이야기 또한 들었다.
방학에 황성으로 간다고 마탑을 이용했는데, 하필이면 자기 시간대에 들어와서 마법이 실패할까 덜덜 떨었다고.
‘그걸 내가 경험할 줄이야!’
손발이 덜덜 떨린다.
그냥 마법진에 마력만 부여하면 되는 일이지만, 만약의 일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만약 마법이 잘못되어서 이상한 곳으로 보내든가, 신체가 잘못 전송이 되면 난 죽겠지?’
만 번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일이지만, 잘못된 이동 마법으로 인하여 신체의 일부가 잘린 채 전송되는 일이 있다는 소문이 있다.
실제로 본 사람이 없는, 마탑의 전설과도 같은 괴담이지만.
‘황족도 지금 처음 보잖아.’
황족을 눈앞에서 보는 것 또한 그런 괴담과 비슷한 이야기였다.
거기에.
“여기요.”
“어?”
그다음 패 역시 어딘가 익숙한 문양이었다.
황족의 패 바로 아래에 있었던 듯한 문양.
“드, 드라이르프?”
“네!”
방긋 웃는 붉은 머리의 소년을 보며 마법사의 얼굴은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황족에 드라이르프.
간단한 이동 마법이지만, 이건 자기 선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한 마법사는 마탑주가 있는 층을 향해 전력으로 달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