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97)
97화 21. 인생 10회 차는 황성에 간다 (1)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가장 가까운 마탑의 이름이 황금의 탑, 줄여서 황탑인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현 베르샤 아카데미의 이사장, 황금 공 아이웬 골드워의 가문인 골드워 가문의 후원으로 세워진 마탑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황탑과 베르샤 아카데미는 서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역대 황탑의 마탑주는 골드워 가문의 입김이 많이 들어간 이들이 맡고 있었다.
그렇기에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주목하는 인원들은 황탑에서도 주목하는 이들이었다.
“뭐, 뭐라고?”
그렇기에 황탑의 탑주, 카벨은 바벨리안과 드라이르프라는 이름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
솔직히 말해서, 그 두 곳의 이름값은 베르샤 아카데미나 황탑이 아니더라도 주목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물론 이 대륙의 모든 종족이 알고 있을 것이며, 위치에 따라서는 마대륙에 사는 고위 마족들조차 주목할 만한 이름값을 가지고 있었다.
“모, 모르겠습니다.”
“아까는 재무부장, 감찰부장, 정보부장이 넘어왔다며!”
“그,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바벨리안과 드라이르프가 넘어간다고?”
“추, 축제니까 그렇지 않을까요?”
“그, 그렇겠지?”
마법사의 말에 카벨은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건국제 기간에 사람이 좀 이동할 수 있지!’
원래 높으신 분들은 마차보다도 마탑을 이용하는 법이다.
마탑도 그걸 알고 있기에, 백작가 이상부터는 후불로 이동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 그럼 잘 챙겨서 보내거라.”
“타, 탑주님이 보내 주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내, 내가?”
“솔직히 떨려서 못하겠습니다.”
“…….”
평소였다면 한 소리를 내뱉을 발언이었지만, 사람이 사람이니 이해할 수 있었다.
“안 된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해는 했지만, 그 부탁을 들어줄 수는 없었다.
“바쁘신가요?”
“아니. 나도 떨린다.”
“네?”
카벨의 말에 마법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떨린다니. 이게 무슨 헛소리일까?
“설마, 높으신 분들 앞이라서 떨린다는 말씀입니까?”
“그래.”
“아직 애들인데?”
“자네도 떨린다며!”
“그야 저는 평마법사고, 탑주님은 탑주이지 않습니까!”
“탑주면 여분의 목숨을 마탑 지하에 숨겨 두고 사냐! 나도 무섭다고!”
애초에 카벨은 실전 능력이 떨어지는 마법사였다.
마탑주라는 자리가 전투 능력이 전부인 자리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뒷받침은 돼야 한다는 것이 불문율인 것을 떠올리면 카벨이 마탑주가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베르샤 아카데미의 이사장 황금 공은 그의 연구적인 성과를 높이 샀고, 그 덕분에 카벨은 황탑의 탑주로서 황금 공의 지원을 두둑이 받으며 편하게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내가 다른 탑주처럼 중앙 협회에 매일 가냐, 사교 행사 때마다 꼬박꼬박 참석하냐.”
마탑주라는 자리는 정치적인 영향력도 제법 높았기에 여러 행사에서 초청이 오는 편이고, 마탑주들 또한 자신의 영향력을 올릴 기회였기에 자주 참석을 하는 편이다.
어떤 마법사들은 그런 마탑주들의 행동을 진리를 연구하는 자로서 올바르지 않은 행동이라 말했고, 황탑이 돈만 밝히는 속물들이나 가는 곳이라는 비하를 들으면서도 마법 연구원에게 가장 이상적인 곳이라고 평가를 받는 것도 그러한 이들과 어울리지 않고 마법적 연구에만 몰두하기 때문이었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자네도 알지 않나.”
다른 마법사들이 사교적인 행사에 참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말 정치에 발을 담근 인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연구 비용을 지원받기 위해서였다.
가만히 앉아 연구만 하는데, 알아보지도 않고 자금을 지원해 줄 정도로 돈이 많은 이는 황금 공을 제외하고는 업계 1위를 다투는 핫식스와 레드불 상단의 상단주 정도다.
심지어 두 상단의 상단주들은 황금 공과 달리 뼛속까지 장사치이기에 이득이 없는 곳에 투자도 안 한다.
그렇기에 유일하게 황금 공에게 지원을 받는 황탑의 탑주, 카벨은 밖에 나갈 필요가 없었다.
즉.
“나도 황족이랑 공작가는 처음 본다…….”
황탑이란, 마법사 중에서도 전문적인 아싸 집단이었다.
가만히 앉아서 연구만 해도 다른 마탑주들이 열심히 정치하며 벌어 오는 것보다 더 많은 지원금을 내려 주는 황금 공의 은혜가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그, 그러니 자네가 알아서 하게.”
“타, 탑주님?”
손발을 덜덜 떨며 도망치려는 탑주를 마법사가 붙잡았다.
“원래 자네 일이지 않은가!”
마탑주 카벨은 겁쟁이였다.
하지만 마탑을 설명할 때 가장 흔한 말이 무엇인가?
“그, 그럼 같이 가시기만이라도.”
그 마탑주에 그 마법사.
하나의 마탑에 하나의 사상이, 하나의 학파가, 그리고 한 성격의 마법사들이 모이는 법.
마탑주가 화염 마법의 대가면 소속 마법사들 또한 화염 마법을 배우는 것이 보통이었고, 마탑주가 용맹하면 소속 마법사도 용맹한 이들이 많았다.
즉, 아싸에 학문적 능력만 뛰어난 겁쟁이, 카벨이 마탑주로 있는 황금의 탑의 마법사들은.
“추, 추하게 이게 무슨 짓인가!”
자신의 탑주를 닮아, 대부분 겁쟁이였다.
“같이 가 주실 때까지 놓지 않을 겁니다!”
“마법사의 품위를 지켜라!”
“다 탑주님 보고 배운 겁니다!”
“내가 언제 그랬다고?”
자신의 다리를 붙잡고 놓지 않는 마법사를 보며 카벨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귀한 분들을 기다리게 했다고 나중에 한 소리를 듣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었다.
“타, 탑주님!”
“왜 또!”
그리고 그런 마탑주의 걱정과 마탑주의 다리를 붙잡은 마법사의 걱정을 동시에 해결해 주는 이가 찾아왔으니.
“화, 황자 전하께서 좀 보자시는데요?”
“어, 어?”
바로 루테스의 강제 호출이었다.
***
탁. 탁. 탁.
“왜 이렇게 안 오냐.”
발로 바닥을 두들기며 루테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힉!”
그 작은 행동 하나만으로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마법사 하나가 공포에 몸을 떨었다.
“선배님, 사람들이 무서워하잖아요.”
“뭐, 그래서 어쩌라고.”
이곳에서 가장 정상적인 판단이 가능한 루테스이지만, 본래 그를 대표하는 단어는 바로 ‘망나니’였다.
그저 르윈 디 드라이르프라는 천재지변과 재난에 너무 휩쓸려 가치관이 조금씩 변하는 시종들 덕분에 정상인 포지션이 되었을 뿐, 그의 난폭함은 고작 1년 사이에 베르샤 아카데미와 그 주변에 널릴 퍼질 정도로 유명했다.
“역시 멋있어.”
“X발.”
그리고 그 당당함에 르윈은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하찮은 겁쟁이, 용사 따위와는 전혀 다른 저 대범함!
신을 대변한다, 인류를 대변한다는 무게감에 짓눌려 개같이 고생한 전생의 자신과 비교하면 루테스의 모습은 르윈의 이상 그 자체였다.
“그, 아마 탑주를 부르러 간 것 같습니다.”
루테스의 욕설에 고개만 빼꼼 내민 마법사가 말하였다.
“탑주? 왜?”
“그, 그게.”
자신들만 나서기에는 당신들이 부담스러워서요.
차마 그렇게 대답을 할 수는 없었기에, 마법사는 최대한 말을 지어내야 했다.
“중요한 일이 있으신 것 같으시니, 탑주님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으셔서…….”
“…….”
마법사의 말에 루테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웃고 있는 르윈의 모습이었다.
‘이 새끼는 그냥 자기가 재미있으려고 이러고 있는 것 같지만.’
르윈에게서 시선을 조금 돌리면, 피곤에 찌들어 있는 시종들의 모습이 보였다.
모두가 즐기는 축제의 날, 대회 우승을 강요받은 것은 물론 이런 일에 휩쓸렸으니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안쓰럽지만.’
천하의 루테스조차 안쓰러울 정도였지만, 그게 전부였다.
어쩌겠는가.
저것도 다 제 운인 것을.
주인을 잘못 만났으니, 앞으로 고생을 더 해야 한다.
‘나처럼.’
자신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었다.
후배 하나 잘못 만나서 이게 무슨 꼴인가.
‘그리고 가장 안 좋은 것은.’
시종들 너머,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는 사람의 모습은 안쓰러움을 넘어 동정심에 호소하는 모습이었다.
저것이 한 국가의 왕세자라는 걸 누가 믿겠는가?
‘중요하긴 하네.’
르윈과 대화할 때는 잘 느껴지지 않았는데,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칸나의 모습을 보니 중요성이 체감이 되는 루테스였다.
“내가 보자고 한다고 말해라.”
“네, 네?”
“너희 탑주한테, 루테스 디 바벨리안이 찾는다고 말하라고.”
“네, 넵!”
루테스의 말을 들은 마법사가 다급히 뛰어 올라갔고, 곧이어 먼저 올라갔던 마법사가 새로운 마법사 하나를 추가로 데리고 내려왔다.
“저, 저를 찾으신다고 들었습니다.”
다급히 달려온 이는 마탑주라는 말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중년의 남자였다.
‘괜찮네.’
보통 마탑주라고 하면 새하얀 수염을 길게 늘어트린 노인이 대부분인데, 황탑의 마탑주는 많이 쳐줘야 오십이 넘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좋네.’
양심의 가책도 덜 느껴지고.
그렇게 고개를 끄덕인 루테스가 마탑주를 보며 말했다.
“마탑주.”
“네, 전하.”
본래 마탑주라는 자리는 사회적으로 고위 귀족 정도의 위치를 보장해 준다.
마탑과 마탑주의 능력에 따라 그 차이가 존재하지만, 최소 백작가의 가주 정도의 신분은 인정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에 어두운 카벨은 황자라는 이름값 하나만으로 고개를 90도로 숙이며 최대한 예의를 표하고 있었다.
‘딱 좋아.’
그런 카벨의 모습을 보며 루테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궁금한 것이 하나 있는데.”
“무엇입니까, 전하.”
궁금한 것이 있던 건가.
카벨은 가슴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지식이라면 다른 마탑주들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다른 분야는 모르나, 마법이라는 학문에는 자신감이 있는 카벨이다.
그가 젊은 나이에 황금 공의 눈에 띌 수 있었던 것이 그 증거였다.
그러나.
“마탑이란 해당 나라에 소속이 되어 있으나 별개의 존재라고 들었네.”
“네?”
루테스가 묻는 것은 마법이라는 학문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마족의 침공이나 천재지변과 같은 일에는 도움을 주나, 국가 간의 전쟁에는 도움을 줄 수 없다고 들었는데.”
“그, 그렇습니다.”
마탑으로서는 갑작스럽게 소속 마법사들이 전쟁에 강제로 징용되는 것을 막고, 해당 마탑에 대한 역사를 지키기 위한 방법이었다.
마탑의 마법사들이 강제로 끌려 나간 걸 알고 있더라도, 그들에게 피해를 입은 사실은 분명하기에 패전한 나라의 마탑 또한 책임을 피해 가기 어려웠다.
국가 또한 마찬가지다.
한곳에 뿌리를 내리고 짧게는 수백 년, 길게는 천 년이 넘는 세월을 보낸 마탑이었다.
즉, 대부분의 마탑은 국가보다 더 이전에 건설이 되었고, 그렇기에 해당 국가의 국력과 어울리지 않는, 강대한 마탑이 존재하던 때도 있었다.
그렇기에 마탑의 참전은 다른 국가들에게도 큰 변수로 작용했고, 그러한 변수를 줄이기 위해 대륙의 국가들 또한 마탑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기를 원한 결과였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지?”
하나, 어떠한 조약에나 예외는 존재하는 법.
“그, 그렇습니다.”
“그게 무엇이지?”
“국가에 사악한 손길이 닿은 경우.”
사악한 손, 마신의 손길이 닿아 타락했다는 증거가 나왔을 때.
“그게 끝인가?”
“아, 아닙니다. 국가에 흑마법사나, 몬스터 조종사들 같은 집단이 나타나면 국가의 부름을 받을 수 있으며.”
“있으며?”
“역모가 일어났을 때 마탑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 조항은 논란이 많은 조항이기도 했다.
역모라는 것이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가.
역사란 승자의 기록.
역모를 일으킨 자들이, 적을 역모라 말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 너는 우리를 도와라.”
그렇기에 루테스의 말에 카벨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여, 역모를 일으키시는 겁니까?”
루테스의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 그게 가장 어울리는 말이기 때문이었고.
“역시 선배야!”
“이 새끼가?”
그 소리를 듣자마자 바닥을 구르며 웃는 소년과 악귀처럼 일그러지는 루테스의 얼굴을 보며, 카벨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