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99)
99화 21. 인생 10회 차는 황성에 간다 (3)
번쩍이는 빛이 사라지는 것과 함께 공간이 바뀌었다.
황탑의 마법진과 비슷하지만 규모는 그보다 더 큰 곳.
“늘 그렇지만, 백탑의 시설은 대단하군.”
수도에서도 심장 부분에 있는 곳이기에 오가는 이들이 많고, 그렇기에 황금 공이 돈을 쏟아부은 황탑조차 백탑에 비하면 초라하게 보일 정도였다.
“일단 만들어 두면, 돈은 잘 뽑아내잖아요.”
르윈의 말에 카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설이 좋고,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수익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것을 알려 주는 것이 정말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황탑이었다.
‘우리는 투자 비용을 못 뽑아내고 있는데.’
황금 공이라는 뒷배가 없었으면 진작 망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 황탑이었다.
베르샤 아카데미라는 시설이 있으나, 그것을 제외하고는 수도 끝자락에 있는 곳.
황성으로 갈 거면 백탑을 이용하고, 밖으로 나가려면 차라리 다른 도시와 연결된 마탑으로 이동하는 것이 보통이었기 때문이다.
‘부러운 놈들.’
하지만 백탑은 사정이 달랐다.
근처에 황성과 황실 아카데미가 존재하기에 수많은 이들이 백탑을 이용한다.
일단 지원을 받고 시설을 키운 황탑과 달리 백탑은 그 수익의 일부를 투자했음에도 이 정도 시설을 갖추었다.
백탑의 역사와 전통 탓이 아니다.
그냥 옆에 황성과 황실 아카데미가 생겨났기에 일어난 일일 뿐.
다른 마탑주들은 황금 공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카벨을 부러워하지만, 그에 부담감을 늘 안고 사는 카벨로서는 알아서 실적이 들어오는 백탑이 더 부러웠다.
“우리가 너무 빨랐나?”
사람이 활발하게 오가는 백탑을 보며 기가 죽은 카벨이었지만, 르윈은 그런 카벨을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마중 나올 예정이었던 형제를 찾기 바빴다.
“선배님은 저희 형 보셨어요?”
“장남이라면 몇 번 봤지.”
아카데미 이전까지 집에서만 살던 르윈과 달리, 장남이자 가문의 후계자로서 어린 시절부터 사교 행사에 얼굴을 보였던 라테일이었다.
그렇기에 루테스조차 라테일의 얼굴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친하게 지내는 게 어떠세요?”
“나보고 그냥 죽으라고?”
드라이르프 가문에서도 그나마 권력에서 먼 르윈조차 눈치가 보이는 루테스였다.
그런데 막내도 아니고, 차기 드라이르프를 맡게 될 장남과 친해지다니.
‘싸우자는 거지.’
자기가 형제 중 하나라도, 싸우자는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다.
“네 형은 안내역일 뿐이다.”
“앞으로 많이 볼 사이인데, 친해지는 게 좋을 텐데.”
“불길한 복선 깔지 마라!”
그런 사람들과 만나지 않기 위해 베르샤 아카데미에 입학했는데, 제일 위험한 놈이랑 계속 만나다니.
‘이 새끼가 더 위험한 것 같기도 하지만.’
방심해서는 안 된다.
상대는 르윈 디 드라이르프의 형제.
한 사람을 보고, 그 사람의 가족에 고정관념을 가지는 것은 좋지 않다.
하지만 조심하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르윈아!”
그렇게 생각하는 루테스의 귓가에 매우 해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둘째 형?”
그리고 이어지는 르윈의 말에 루테스는 안도했다.
‘장남보다는 차남이 좋지.’
둘 다 위험 요소지만, 가문의 후계자인가 아닌가의 차이는 크다.
그렇기에 조금 안도하며 고개를 돌린 루테스였지만.
“…….”
시야에 들어오는 라그일의 모습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역시, 그 동생에 그 형이구나!’
동생을 마중 나온 형의 모습은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교복 이곳저곳이 찢겨져 있고, 곳곳에 핏자국이 묻어 있다.
그뿐인가?
얼굴에는 옅은 자상이 가득하고, 자세히 보면 해진 옷 부분은 불에 탄 흔적과 물에 젖은 듯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아니지.”
하지만 지금이 축제 기간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드라이르프.
전통적인 무가로 이름난 가문답게, 그 가문의 핏줄들은 황실 아카데미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증명했다고 들었다.
특히 둘째인 라그일 디 드라이르프는 전년도 황실 검술 대회 우승자.
높은 확률로 올해 대회에도 참가를 했을 테니, 그곳에서 입은 부상일 수도 있었다.
“그래, 황실 아카데미 고등부 학생회장의 체면이 있지.”
분명 저런 모습으로 온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도 아주 중요한 이유가.
“형, 근데 누구랑 싸웠어?”
“가족 상봉을 방해하는 사악한 무리와 싸웠지.”
“그거 첫째 형 이야기야?”
“거기에 르나인 추가.”
“형이랑 누나가 탈락했구나.”
“X발.”
그러나 들려오는 내용을 종합하자면, 그냥 누가 마중 나오는가로 형제끼리 싸웠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래도 되는 거냐, 황실 아카데미?’
현재 황실 아카데미는 드라이르프 가문이 점령했다.
총학생회장이 장남.
고등부 학생회장이 차남.
그리고 중등부 학생회장이 장녀.
그리고 올해, 드라이르프 가문의 막내가 입학하여 기초부 학생회장마저 막내가 맡으면 완성이었으나, 모종의 이유로 막내가 베르샤 아카데미에 입학하며 냉혈과 열혈, 자애 다음의 칭호를 생각하던 많은 학생이 좌절했다는 소식을 루테스는 들었다.
‘생각해 보면, 원래 이상했던 것 같기도 하고.’
별명이 냉혈과 열혈, 자애라니.
귀족 영애들이 자주 읽는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들이나 가질 법한 별명들이었다.
그런 별명들을 대놓고 자신들의 대표들에게 붙이다니.
‘대체 왜 라인하르트는 안 움직였지?’
자신의 형제들이야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싫어했으니 학생회에 참여를 안 했을 것이다.
그러나 드라이르프와 쌍벽을 이루는 라인하르트 역시 학생회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의아하게 생각될 수밖에 없었다.
선거에서 패배했다면 모를까, 아예 참여 자체를 안 했기 때문이었다.
“설마.”
루테스의 기억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라일라의 존재감.
그녀의 형제들 또한 그런 존재감을 가졌다면, 드라이르프 형제를 이기지 못한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다른 라인하르트에 대한 소문은 계속 들려오고 있는데.’
도대체 무엇일까.
무엇이 저 이상한 사람들을 학생회장의 자리에 올려놓은 것인가.
“응?”
세상의 중심이라고도 불리는 바벨리안.
그곳의 미래라고 불리는 황실 아카데미가 이대로 괜찮은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루테스는 눈앞에 다가온 얼굴에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안녕하세요.”
“아, 네. 네.”
넝마를 걸친 것과 달리 멀쩡하게 인사를 하는 라그일의 모습에 루테스는 어정쩡한 자세로 인사를 받았다.
“제 동생이랑 매우 친하신 선배라고 들었습니다.”
“…그렇군요.”
일방적으로 친분을 주장하는 것이지만, 굳이 그것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형제분들과 달리, 매우 친절한 분이시라고.”
방긋 웃으며 말하는 라그일의 말에 루테스는 마주 웃었다.
“아, 하하.”
‘미친 새끼.’
황족 앞에서, 다른 황족들은 다 친절하지 않다는 말을 하고 있다.
동생 앞에서 착한 척을 하면서 저런 말을 지껄일 정도면, 과연 평소에는 어떻게 말하고 다니는 걸까.
“그런 편이죠.”
하지만 자신의 형제들이 친절하지 않은 건 루테스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무슨 일로 황성까지 오신 겁니까?”
“네?”
가늘게 뜬 눈 사이로 한기가 흘러나온다.
이런 인간에게 열혈이라는 칭호를 붙인 새끼는 진짜 뭐 하는 새끼일까.
“이곳까지 직접 오신 이유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내 동생에게.
짧게 중얼거리는 말에 루테스의 시선이 르윈에게로 향하였다.
‘개새끼가.’
일은 르윈이 다 저질렀지만, 계속 자신을 주범으로 내세우고 있었다.
‘사실 저 새끼가 라인하르트였나?’
얼굴에 깔린 철판을 보니, 정치를 잘할 상이다.
문제는 그 정치의 새싹이 자신을 양분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지만!
“제가 말해야 하는군요.”
이거 참.
살짝 이를 간 루테스는 누가 들을까 조심스러운 모습으로 라그일의 귓가에 속삭였다.
“역모입니다.”
“역모를 일으키신다고요?”
‘X발.’
왜 역모라는 말만 나오면 내가 일으키는 것인 줄 알까.
지난 1년, 망나니로 산 자신의 업보를 깨달으며 루테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
“하아. 하아.”
승부가 결정 났다.
소드마스터 둘과 벽을 넘지 못한 이가 포함된 전투.
주변의 건물 수십 채의 흔적을 없애고, 그 이상의 피해를 준 전투의 승자는.
“비겁한 새끼들.”
제국의 부장들이었다.
“검사로서 자존심도 없는 새끼들.”
이를 악물고 저주하는 상대를 보며 재무부장이 말했다.
“그런 거 안 키운다니까.”
그에 고개를 끄덕이며 감찰부장이 이죽거렸다.
“시작할 때부터 말했는데, 기억력이 안 좋나 봐.”
“네놈들!”
그 모습을 보며 베켄나는 이를 갈았다.
“자존심도 없이, 시간만 질질 끈 주제에!”
2 대 1의 싸움이었다.
그것도 실력 차가 그리 크지 않은 이들의 싸움.
그런데도 소극적인 상대의 모습에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를 깨닫게 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여기가 제국인데. 우리가 목숨을 걸고 너와 싸워야 하는 이유가 있나?”
“기다리고 있으면 알아서 지원군이 도착하는데.”
제국 수도의 가장 끝자락인 베르샤 아카데미이지만, 제국의 수도라는 것엔 변함이 없다.
그런 곳에서 갑작스럽게 전투가 일어났다.
그것도 소드마스터들 간의 싸움이.
“안 오면 직무 유기지.”
“그랬으면 영혼까지 털었지.”
아무리 축제 기간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태가 축제의 일환일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위력이 큰 기술을 자주 사용했으니까.
“이기기 위하여 자신이 쓸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그것이 제국의 공무원이라는 종족이다, 새끼야.”
주변을 포위한 수많은 제국군을 본 베켄나는 이를 갈며 검에 마력을 주입했다.
“내가 혼자 죽을 것 같냐?”
“아니.”
“원래 자존심 강한 놈들이 마지막에 동귀어진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잖아?”
“그래서 내가 지원군 올 때까지 기다린 거지.”
“난 같이 죽자는 놈들이 제일 싫더라.”
“그렇지. 남자답게 혼자 가든가. 꼭 외롭다고 같이 가자고 하더라. 그것도 남자한테.”
“취향이 그쪽인가 보지.”
“존중은 해 주겠는데, 난 임자가 있는 몸이라서 안 되겠는데.”
“아니, 그렇게 말하면 난 없으니까 괜찮다고 하는 것 같은데?”
“맞는데?”
“개새끼가.”
“꼬우면 연애하든가.”
“개 같은 새끼들이.”
베켄나가 이를 갈았다.
저렇게 도발을 하면서도 방심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
저 도발 역시 거리를 벌린 채, 주변을 포위한 마법사들이 다음 마법을 걸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죽을 것 같으냐!”
아군은 모두 당했다.
적들에게 포위를 당한 상태이며, 포위망을 뚫는다 하여도 제국을 도망칠 수 있다는 확신은 없다.
아니, 지금 당장 눈앞의 저 둘을 뚫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렇기에 베켄나는 이를 갈며 자신의 목숨을 불태웠다.
이곳에서 죽는 게 확정이라면, 적어도 눈앞의 빌어먹을 새끼 중 하나는 데려가야 덜 억울할 테니까.
“저 새끼 눈 돌아갔다.”
“야, 쏴!”
재무부장의 외침과 함께 ‘쏴라!’ 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형형색색의 마법들이 한곳을 향해 떨어져 내리고, 베켄나는 그것을 쳐 내며 두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깜짝이야.”
그러나 그의 검이 두 사람에게 닿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미 한계에 다다른 몸으로 수많은 마법을 뚫는 모습은 과연 소드마스터다운 모습이었지만, 상대 또한 소드마스터였기 때문이다.
“하, 끝났다.”
“전하는 구출했겠지? 못하면 진짜 모가지인데.”
“정보부 애들 붙었잖아. 실패하면 정보부 탓이지.”
“개새끼들이.”
정보부를 탓하는 목소리에 정보부장 에르문이 이를 갈았다.
“아저씨, 살아 있었네.”
“이 새끼들이, 빨리 끝내고 오라니까.”
에르문은 이를 갈면서도 정보부 소속 인원들이 보낸 내용을 두 부장에게도 알려 주었다.
“황탑으로 향했다고 들었다. 일단 위치 추적과 도청 마법이 걸린 물건을 부착했으니 기회가 생기면 구출할 예정이다.”
“그냥 구하지.”
“정보부는 감찰부나 재무부처럼 무력 집단이 아니다.”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괜히 움직였다가는 황자가 다친다.
두 부장도 그걸 알고 있기에 딱히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 도청을 해서 정확한 위치를 알면 되겠지.”
작은 수정을 꺼낸 에르문이 그곳에 마력을 불어넣자,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루테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역모입니다.』
『역모를 일으키신다고요?』
“X발.”
들려오는 내용에 욕설을 내뱉으며 도청 마법을 해제할 수밖에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