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10)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10화
카린의 연분홍색 눈동자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대체 어떤 삶을 살아내고 계신 건가요?”
“션생님, 울어여?”
우수에 가득 찬 분홍색 눈동자.
어린아이를 안타까이 여기는 애처로운 시선.
파르르 떨리는 붉은 입술.
그러나 이사벨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소설 안 읽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
카린은 변장술과 연기의 달인이기도 했다.
그러니 지금의 눈물은, 당연히 연기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사벨은 흔들리는 마음을 단단히 붙잡으며 담담히 말했다.
“울디 마여. 뚝.”
카린은 이사벨을 꼭 안았다.
너무 세게 쥐면 부서질 것 같아서, 조심스레 안았다.
“죽음에 담담하지 마세요.”
그건 스스로를 속이고 학대하는 행위예요.
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사벨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어릴 때 그랬으니까.’
* * *
카린은 굉장히 불우하게 컸다.
그녀의 부모는 그녀를 고아원에 버렸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활발하지 못하고 소심한 편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그녀의 아리따운 외모는 독이 되었다.
‘그, 그게, 미안해.’
‘그러니까, 나랑 사귈 수 없다고?’
고아원에는 카린과 세 살 차이 나는 소년이 한 명 있었다.
이름은 마이클이었고, 그는 카린에게 고백했으나 카린은 그 고백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괴롭힘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네가 나를 거절해?’
14살의 마이클은 또래 친구들보다 덩치가 크고 힘이 셌다.
고아원에 그를 거스를 수 있는 아이는 없었다.
고아원의 선생들도 그녀의 편은 아니었다.
‘괴롭힘 받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단다. 네가 처신을 똑바로 잘한다면 괜찮아질 거야. 자, 손잡고, 악수하고, 화해하렴.’
선생들은 고아원에서 잡음이 나는 걸 싫어했다.
때문에 카린은 따돌림과 괴롭힘을 묵묵히 참아내야 했다.
어느 순간이 되자, 그녀는 오히려 괴롭힘에 담담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카린의 마법 재능을 알아본 한 마법사가 그녀를 입양한다고 했을 때.
그러니까 희망이 생겼을 때.
그녀는 괜찮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너무 힘들어.’
그녀는 이불 속에 숨어서, 이불을 꽉 깨물고 엉엉 울었다.
괜찮다고 되뇌었던 건 그냥 너무 힘들어서 자신을 속였던 것이었다.
그녀를 입양한 사람은 미로텔 마법 연방의 수석 마법사 빌헬름이었다.
‘내 이름은 빌헬름이란다. 이제 아빠라 부르렴.’
그녀는 막연한 희망에 사로잡혔다.
어쩌면 이제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마법 수행을 위해서는 스승과 제자 간의 친밀하고 깊은 교류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세간에 천사라고 알려진 빌헬름은 두 얼굴을 가진 미친 자였다.
카린이 기억하는 빌헬름은 그저 추잡한 짐승이었다.
차라리 고아원에서의 삶이 나았다.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다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마법을 가르쳐 주면 마법을 배웠고, 다른 것을 시키면 그냥 했다.
그녀는 스스로를 살아 있는 인형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 그녀는 복수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불타는 분노 같은 건 없었다.
그냥 담담하게, 복수를 목표로 살아보기로 했다.
‘힘을 키워야 해.’
전보다 더욱 열심히 마법 수련에 정진했다.
그녀가 20살이 되었을 때, 그녀는 최연소 1급 마법사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22살이 되었을 때, 검술 제국 빌로티안의 황녀가 마법 교사를 구한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다.
‘빌헬름의 품을 벗어나서 힘을 키우자.’
그녀가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나르비달’과 관련된 것이었다.
나르비달은 죽음의 신이다.
신의 힘을 다룰 수 있다면 빌헬름에게 복수할 수 있을 것이다.
‘나르비달의 낙인을 가진 아이라면 내 연구에 도움이 되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황녀를 만나러 왔는데, 황녀는 어린아이답게 호기심이 왕성했다.
‘나이눈 몇 살이에여?’
‘이름은 왜 카린이에여?’
‘언제부터 마법을 익혀써여?’
황녀는 자신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았다.
그때 그녀는 깨달았다.
‘나를 궁금해해 준 사람은 처음이네.’
처음으로 ‘나’에 대해 물어주는 사람이 생겼다.
‘젤리예여. 아껴둔 거예여. 복숭아 맛.’
황녀는 자신의 보물을 거리낌 없이 내놓기도 했다.
아무에게도 안 들키겠다는 듯 목소리를 낮추고 경계하는 모양새가 마치 미어캣 같았다.
문득, 저 때 묻지 않은 모습이 사랑스럽다고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황녀가 말했다.
‘이샤벨은요, 션물을 살고 이써여.’
카린은 큰 충격을 받았다.
21살에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이 아이는 선물을 살고 있다고 했다.
‘카린 션생님을 만난 것도 션물이에여.’
그 선물 가운데, 자신도 있었다.
카린은 처음 듣는 말이었다.
‘내가 누군가의 선물이 되어준 적이 있던가?’
단 한 번도 없었다.
황녀를 만난 이후로 모든 것들이, 카린에게는 처음이었다.
* * *
“…….”
그래서 말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담담하면 안 되는 거라고.
‘사람이라면, 살고 싶은 게 당연한 겁니다.’
그리고 그 아이가 또 물었다.
“이샤벨은 나뿐 아이예여?”
“황녀님은 착한 아이예요.”
황녀의 모습에, 어린 카린이 있었다.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생을 포기한 그 모습은, 카린 그녀의 자화상이기도 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세 살 아이가 짊어진 짐이 너무 무겁고 버거워 보였다.
“제가 안아줄게요.”
“션생님?”
“그 무겁고 무서운 짐을 같이 들어줄게요.”
이사벨의 몸이 움찔했다.
‘졍말?’이라고 말하면서 짧은 팔로 카린을 얼른 끌어안았다.
당황한 표정 들킬까 봐 황급히 안은 것이었다.
‘저, 정신 차려. 홀리면 안 돼. 사이코패스 최종 흑막이야.’
저 따뜻한 모습에 속으면 안 된다고 다짐했다.
‘후, 진짜로 감동받을 뻔했네.’
* * *
[시한부 악녀가 죽고 나면> 속 카린은 결국 빌헬름에게 복수하고, 스스로 미로텔 연방 최고의 자리인 ‘창성 마법사’에 오른다.그러나 모든 것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마법 연방에는 여전히 빌헬름을 추종하는 자들이 많았다.
아버지를 배신한 희대의 악녀라는 타이틀은, 카린의 지배력을 약화시켰다.
그러한 가운데 카린이 선택할 수 있는 건 하나였다.
‘답은 전쟁밖에 없어.’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표출시켜야 했다.
그녀는 압도적인 마법 실력을 바탕으로 세를 넓혀갔다.
마법 연방의 연방 백성들과 마법사들은 점차 그녀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가운데 카린은 점점 변해갔다.
‘즐겁다.’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즐거움을 배웠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삶을 통틀어 가장 즐거운 기억은 전쟁과 정복이었다.
그래서 그게 그녀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녀의 질주는 빌로티안의 황제 아룬에게 가로막혔다.
‘아룬을 죽여야 해.’
그녀는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했다.
흑마법에도 손을 댔다.
인간을 제물로 바치고, 악마와 계약했다.
아룬을 죽여 검술 제국을 무너뜨리는 것.
어느새, 그것만이 그녀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다.
소설 속에서는 그렇게 살아갔을 카린이 지금은 이사벨의 마법 스승이 되어 있었다.
* * *
6개월이 흘렀다.
“……해서, 이렇게, 마나를 느껴보는 겁니다. 그게 됐으면 요기 조약돌에 집중해서 그 마나를 덧씌워보십시오. 아 참, 마나의 흐름은 직류가 기본입니다. 강하고 빠른 직선의 흐름을 생각해 보십시오.”
어차피 안 될 걸 알았다.
여태껏 그래왔듯, 황녀와 친밀한 관계를 쌓아가는 것에 집중하려 했다.
이제 꽤 친해졌다 생각한 카린은 마법을 가르쳐 보기로 했다.
진심으로 마법을 익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기보다는 소꿉놀이에 가깝기는 했지만.
“이러케여?”
카린이 눈을 크게 떴다.
‘어?’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숙련된 마법사의 눈에는 똑똑히 보였다.
조약돌에 두터운 마나막이 자리 잡고 있었다.
카린이 정식으로 마법을 배우고 반년이 지나서야 가능한 경지였다.
‘마나막의 색깔이…….’
그 마나막은 오색찬란한 빛이었다.
오색(五色) 빛 마나.
이론으로만 접해 보았지,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천재라 불렸던 카린의 마나조차도 사색(四色)이었다.
카린은 침을 꿀꺽 삼키고 다른 것을 주문해 보았다.
“조약돌을 들어 올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녜!”
이사벨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눈을 질끈 감았다.
온몸에 힘을 꽉 주었더니 속눈썹이 파들파들 떨렸다.
“이야아압!”
이사벨이 눈을 반짝 떴을 때, 조약돌이 두둥실 떠올랐다.
카린이 마법을 배우고 1년이 지나서야 가능한 경지였다.
카린은 놀라움을 감춘 채 손바닥을 펼쳤다.
“여기로 이동시켜 보시겠어요?”
“웅, 아라써여.”
말을 하면서 집중이 풀렸는지 조약돌이 책상에 떨어졌다.
“헤헤, 실패해 버려따.”
“…….”
“선생님, 또 해볼까여?”
이사벨은 침을 꼴깍 삼켰다.
‘무지 재미있다!’
이사벨은 이 신비한 염력이 무척 흥미롭고 즐거웠다.
떨어진 조약돌을 바라보는 카린의 눈빛이 심히 흔들렸다.
분명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선생님, 왜 구래여?”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카린은 안경을 고쳐 썼다.
그녀는 얼른 왼손을 탁자 밑으로 숨겼다.
그녀의 왼손에는 마법진의 잔재가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
‘탁자가 부서질 뻔했어.’
불상사를 막기 위해 카린은 충격 흡수 마법을 사용해야만 했다.
‘아직 제어는 못 한다지만, 타고난 마나의 격이 천부적이야.’
카린은 깨달았다.
이사벨은 마법을 위하여 태어난 아이였다.
시간이 좀 더 흘렀다.
어느덧 이사벨은 네 살이 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