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127)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127화
빌로티안이 전략자산으로 내세우고 있는 황녀는 오늘 이 땅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아,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겠어.”
그는 완벽한 마무리를 원했다.
“나도 직접 간다.”
“하면 3급 버스터는…….”
“그건 그것대로 진행해. 내 몸은 내가 알아서 건사할 테니.”
3급 버스터를 발령하고 창성 마법사가 직접 움직인다.
제아무리 황녀라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게, 왜 전략자산 간수를 그렇게 소홀하게 하시나. 보물은 소중히 간직해야지.”
그는 몇 차례의 워프와 이동 관문을 통해 순식간에 칼포아 마을에 도착했다.
3급 버스터 명령을 내린 지 3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체력적으로 꽤 무리가 되었지만 상관없었다.
‘3급 버스터도 곧 시작되겠어.’
그는 마력을 몸에 둘러 강력한 실드를 생성시킨 채 칼포아 마을 안으로 진입했다.
콰과광!
이윽고, 3급 버스터 폭격이 떨어져 내렸고 마을 전체가 불타기 시작했다.
마을은 삽시간에 아비규환이 되었다.
“보기 좋은 광경이야. 살아 있는 것 같구먼.”
그는 걸음을 옮겨 황녀가 있다는 집 앞에 섰다.
‘꽤 강력한 기운이 느껴지는군.’
이게 그 평민 출신 중장이 가진 마력인 것 같았다.
평민 출신치고는 제법이지만 창성 마법사인 자신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증거는 모조리 없애버려야지.’
목격자도 남기면 안 되었다.
빠르게 정리하고 이곳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집 문이 박살 났다.
“여기에 1급 흉악범을 숨겨주고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아르미텔이 이사벨 일행을 뒤로 감추고서 앞으로 나섰다.
그가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태산 같은 기세가 느껴졌다.
‘강자다.’
그녀는 곧바로 검을 꺼내 들고서 물었다.
“누구냐?”
“이런 시골 마을에 제법 괜찮은 마력을 가진 놈이 있다니. 이거 참 수상한 일이구나.”
“내 이름은 아르미텔. 빌로티안 제국 소속 중장이다.”
“푸하하하! 빌로티안 제국의 중장이 이런 외진 곳에서 뭘 하시나?”
크리아스도 사실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알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면 안 된다.
어차피 이곳의 생존자는 없을 것이다.
“하다 하다 이제는 검술 제국의 군인까지 파는군. 아, 여긴 인신매매의 현장인가.”
이사벨이 앞으로 나섰다.
“당신, 날 본 적 있죠?”
“내가 너 같은 꼬마를 어디서 본단 말이냐?”
“아니. 당신은 날 봤어.”
이사벨은 토론회 현장에서 VIP이자 중재자로 참여했었던 크리아스 대해 이미 파악했었다.
“내가 누군지도 알 테고.”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지 모르겠군. 네놈들도 악당들과 한패겠지.”
이사벨은 느낄 수 있었다.
말하는 사이, 크리아스의 손에 강력한 마력이 깃들고 있다는 것을.
이사벨이 말을 이었다.
“창성 마법사 크리아스, 그대는 검술 제국 황녀 이사벨을 향한, 근거 없는 적의를 거두시길 경고합니다.”
“내가 크리아스라고 누가 그러디?”
이사벨은 일련의 대화를 통해 깨달았다.
어차피 사실관계는 중요하지 않았다.
저자는 이곳에 생존자를 남겨두지 않을 작정인 것이 틀림없었다.
그것은 아르미텔도 똑같이 생각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움직였을 리 없어. 애초에 황녀님을 노린 습격이다.’
그녀는 검을 고쳐 쥐었다.
‘선제공격을 하지 않으면 내게 답은 없다.’
그녀는 지면을 박차 빠르게 접근하여 검을 휘둘렀다.
크리아스의 목을 노린 일격이었다.
탕!
그녀의 검이 보이지 않는 무형의 마나막에 가로막혔다.
“악당치고 실력이 제법이군.”
아르미텔 역시 뛰어난 무인이었으나 창성 마법사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크리아스의 손바닥이 아르미텔의 배에 닿았다.
쾅!
무엇인가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아르미텔의 몸이 허공에 붕! 떴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큭!”
아르미텔은 검을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켰다.
단 한 번의 격돌로 완벽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내 상대가 아니야.’
강함은 늘 상대적인 것이다.
저자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아르미텔은 뒤를 힐끗 쳐다보았다.
보호가 필요한 어린아이 셋이 있었다.
“도망…… 쳐.”
저자와 싸워 이길 수는 없더라도, 시간은 끌 수 있을 것이다.
보아하니 마법 연방의 버스터가 발령된 모양인데, 이 정도면 제국 기사단에서도 진상파악을 위해 나설 것이 분명했다.
그때까지만 어찌어찌 시간을 벌면 된다고 생각했다.
“황녀님. 제발 도망치…….”
아르미텔은 무언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황녀가 눈을 감고 있었다.
‘강한 마력 파동?’
강대한 마법사에게서 느낄 수 있는 마력 파동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사벨이 쉴 새 없이 무엇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 * *
이사벨은 모든 종류의 기운에 예민한 기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사벨은 ‘진짜 살기’를 마주하자 극심한 공포감에 빠져들었다.
창성 마법사의 살기는 어린이의 몸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무시무시한 악마가 귓가에 대고 이사벨의 죽음을 선언하는 것 같았다.
‘나는 여기서 못 죽어.’
절대 죽을 수 없었다.
어떻게 선물 받은 21년인데.
여기서 떠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살고 싶어.’
아르미텔의 말이 들려왔다.
처절하게 도망치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러나 밖으로 도망치는 것이 그리 현명한 선택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바깥은 이미 폭격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
‘나는 안 죽어!’
살고 싶다는 생존본능이 그녀의 무의식을 움직였다.
그녀의 무의식은, 그녀가 보았던 가장 강력한 마법사인 로베나를 떠올렸다.
세상에서 제일 강한 줄 알았던 아버지와도 필적할 만한 기운.
그 기운을 복제하여 외눈박이 거인을 얼려버렸던 성공적인 마법을 기억해 냈다.
‘황녀님은, 황녀님도 모르는 사이에 스승님의 마법을 카피했군요.’
‘왜 안 놀라냐? 너도 마법을 다루는 인간이니, 이게 얼마나 기가 차는 일인지 알고 있을 텐데.’
로베나마저도 깜짝 놀랐었던 이사벨의 능력이 펼쳐졌다.
찬 바람이 불어오는가 싶더니 맹렬한 한기가 크리아스의 몸을 뒤덮었다.
예전, 외눈박이 거인을 상대할 때에는 성 너머의 모든 땅을 얼려버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지켜주어야 할 친구들이 뒤에 있었다.
모든 땅을 얼려버리면, 친구들이 다친다.
그 진심이 이사벨의 마력을 세밀하게 컨트롤하여 강대한 마나를 한 점에 집중시켰다.
영창을 읊었다.
“무구 소환.”
허공에 참마도가 생성되었다.
크리아스를 감싼 지독한 한기와 눈보라를 뚫고서, 참마도가 쏘아졌다.
* * *
크리아스는 입가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냈다.
‘저 꼬맹이 황녀가……!’
아무리 방심했다고 해도.
여기까지 급하게 오느라 많은 체력과 마력을 소모했다고 해도.
‘이런 수모를 당할 줄이야.’
아주 잠깐이어도, 그는 분명 이사벨의 마법에 몸이 굳어버렸고, 마력 회로가 얼었었다.
그것을 풀어냈을 때 소환된 무구가 크리아스의 가슴팍을 노리고 날아들고 있었다.
크리아스는 황급히 실드를 형성했으나, 마력을 너무 급작스레 가동한 탓에 마력 회로에 손상이 생겼다.
그 반작용으로 약간의 피를 토한 것이고.
‘내 생각보다 마법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깊다.’
그는 결론을 내렸다.
‘저 꼬마는 위험하다.’
저런 인재가 빌로티안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마법 연방 입장에서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황녀의 몸이 저 강대한 마력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는 것이다.
크리아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반드시 여기서 끝내야 해.’
그는 전력을 다해 마력을 방출하며 각종 전투 마법을 활용했다.
아르미텔은 크리아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끈덕지게 들러붙었으나 그것은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성가셨던 저 평민 출신의 군인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이 계집부터 없애야 쉽게 처리할 수 있겠어.’
허공에 불로 이루어진 십자가가 생성되었다.
그것이 쓰러진 아르미텔의 등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크리아스는 속이 후련한 듯 외쳤다.
“사형이다!”
그런데 그는 믿을 수 없는 상황과 마주했다.
‘응?’
불의 십자가가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그는 움직일 수조차 없게 되었다.
늘 그의 친구였던 자연의 마력들이 이제는 그를 구속하고 있었다.
어떤 금제 마법이 형성되었다.
‘뭐, 뭐지?’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시공간이 모두 멈춰 버린 것만 같았다.
시간을 다루는 마법, 그것은 모든 마법사의 꿈이자 닿을 수 없는 이상향 같은 것이었다.
창성 마법사들도 도달하지 못한 영역.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모든 공간이 어두워졌고, 그 공간에 크리아스 혼자만 남게 되었다.
“이 아이가 살고 싶었던 이유는 하나였어. 그 이유 때문에 겨우 숨을 붙잡고 살아갔어. 그런데 그 아이가 이제는 행복해지고 싶대.”
어린아이의 목소리였다.
“누, 누구냐?”
어둠 속에서,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빛나고 있었다.
“이 애가 꿈꾸게 된 행복이 뭔지 알아? 새로 생긴 친구랑 봄 소풍도 가보고, 매콤한 라면이랑 떡볶이도 먹어보고, 벌꿀 오소리랑 더 친해져 보고, 그 친구의 친구랑도 친하게 지내고. 그냥 그런 거야. 누군가에게는 일상이, 이 애에겐 소망이라고.”
누군가가 맨발로 걸어왔다.
“그 소망을 선물해준 소중한 친구를 이제 겨우 처음 만났어.”
여자아이였다.
에메랄드빛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아이.
“그 어린 소망을 짓밟은 어른에게 내가 내릴 것은.”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사형이다.”
어두운 공간이 깨졌다.
크리아스를 둘러싼 세계 전체가 유리 조각처럼 부서졌다.
크리아스 주변의 모든 것이 끝났다.
그리고 이틀의 시간이 흘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