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136)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136화
그동안 ‘테이사벨 이동 관문’의 안전성은 검증되었다.
알페아 왕국과 지르델 왕국의 수많은 국민이 테이사벨 이동 관문의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물류의 속도가 빨라지자 각종 산업이 발전했고, 알페아와 지르델의 경제력 규모가 순식간에 커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했는데 그중에는 관광산업도 있었다.
나르모르가 말했다.
“본래 여행은 귀족들의 전유물이었어. 근데 이제 평민들도 여행을 다닐 수 있게 되었다고. 이게 다 누구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건 황녀님 덕분이지. 아니야?”
“그, 그건 그렇지.”
이번에는 유리 차례였다.
“라면은 이제 전 대륙적으로 유명한 기호식품이 되었어. 그걸 누가 개발했다고 생각해?”
“그것도 황녀님이지. 아니야?”
“그, 그건……!”
“원래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게 어려운 거지. 황녀님이 아이디어를 다 줬는데 거기에 화학 한 스푼 얹었다고 지금 유세를 떠는 거냐?”
“유세하면 나르모르인데 무슨 소리야?”
“나르모르는 반말이잖아. 나이도 어린 게.”
“나이 많아서 좋으시겠다!”
나르모르와 유리는 서로 으르렁대다가 이내 헹! 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사이와는 별개로, 둘의 합작품인 유리모르 제과의 명성은 하늘을 찔렀다.
세계 각지에서 유리모르 제과점의 디저트를 먹기 위해 귀족들이 줄을 섰고, 그 주변으로 대륙에서 세 번째로 큰 사교장이 들어섰을 정도였다.
“이게 다 내가 마케팅과 유통을 잘해서지. 게다가 주변에 최고급 숙박시설을 들인 것도 내 생각이었고.”
“그렇지만 최고의 디저트가 없었다면 불가능하지 않았어?”
“그래서? 네가 최고라는 거냐?”
“난 최고를 바라지 않아. 그냥 나르모르보다 잘나면 됐어.”
“나보다 잘나기는 쉽지 않을 텐데?”
나르모르는 평민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업가로 손꼽히고 있는 상황.
지르델과 알페아를 오가면서, 그는 왕국 규모의 사업을 일궈냈다.
유리가 풉, 웃었다.
“그래 봤자지.”
“음?”
유리가 눈을 가늘게 떴다.
이 싸움의 승자는 늘 유리였다.
“난 오늘도 황녀님이랑 소풍 가서 디저트 먹을 거야. 오빠는?”
“나, 나는……!”
40분 뒤, 미라클 코퍼레이션의 대표와 미팅이 있다.
미팅 후에는 이사벨 체인 기술과 관련한 업무협약이 있었고, 그다음은 지르델 국왕 발키오와의 면담이 있었다.
“오빠는 맨날 그래. 바쁘다는 핑계로 황녀님께 소홀하지.”
“야, 내가 맨날 얼마나 황녀님을 위해서 노력하는데……!”
“황녀님이 제일 좋아하는 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거야. 그게 황녀님을 사랑하는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그것도 다 돈이 있어야 하는 거지!”
“응, 파이팅!”
나르모르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어린애랑 말싸움해서 뭐 하겠어? 난 간다.”
“응, 난 황녀님이랑 소풍 갔다 올게.”
나르모르는 패배를 직감했다.
약간은 억울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제과기술을 배우는 건데.
“괜히 사업 같은 거 해가지고.”
* * *
복도 쪽에서 우당탕탕 소리가 들려왔다.
“게 섯거라!”
나는 저 목소리의 주인공을 아주 잘 알고 있다.
테이슬론 할아버지의 목소리였다.
‘또 술래잡기하나 보다.’
테이슬론 할아버지는 벌꿀이랑 술래잡기를 즐기는 편이었다.
벌꿀이는 캬악! 캬악! 대며 테이슬론 할아버지에게서 도망치려 했지만, 테이슬론 할아버지는 생각보다 굉장히 뛰어난 마법사였다.
‘한 10초 정도 있으면 잡히겠다.’
테이슬론 할아버지는 벌꿀이를 껴안고 얼굴을 부비는 것이 삶의 낙이었다.
벌꿀이는 그걸 무척 질색했지만 내가 보면 그렇게 혐오하는 건 또 아닌 것 같기도 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문이 열렸다.
“김벌꿀?”
벌꿀이가 터덜터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사람처럼 두 발로 걷고 있었는데, 세상을 다 잃은 표정이었다.
벌꿀이는 흐느적대며 걸어와서 내 무릎 위로 올라와 몸을 둥글게 말았다.
등을 쓰다듬어주자 벌꿀이는 븅븅- 소리를 냈다.
얼마 후, 비아톤 경이 방으로 들어왔다.
“황녀님. 생일 파티 준비를 좀 해볼까 하는데, 원하는 컨셉이 있나요?”
“생일 파티요?”
빌로티안 황가는 생일에 큰 의의를 두지 않는다.
파티는 더더욱 안 한다.
애초에 파티를 할 수가 없는 환경이기도 했다.
황자들은 대부분 황궁 밖에 파견을 나가 있으니까.
“네. 파티. 싫으신가요?”
“아뇨! 싫을 리가요!”
남들 안 한다고 나도 안 할 필요는 없지.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너무 성대한 잔치는 원하지 않아요.”
“마음 같아서는 세상에서 제일 성대하고 화려한 파티를 열어드리고 싶은데요.”
“그건 나중에요.”
처음부터 너무 성대하고 화려하면 다음은?
원래 사람은 익숙해지는 동물이라고 했다.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아직 13번, 아니, 12번이나 남았잖아요.”
나는 21세 생일이 되면 죽는다.
그러니까 13번의 생일을 맞이할 수는 있는데, 그걸 즐길 수 있는 건 12번이다.
“황녀님. 옆에 앉아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비아톤 경도 의자에 앉았다.
“저는 제국 수석보좌관으로서 황녀님의 파티를 매년 계획할 겁니다. 그리고 제 정년은 아직도 20년 넘게 남았어요. 그러니까, 최소 20번은 준비를 할 겁니다.”
“그치만……”
그러기에는 제게 주어진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은걸요.
그 말은 하지 않았다.
내가 시한부라는 걸 비아톤 경도 알고 있으니까.
그냥 저 마음이 고마워서 활짝 웃었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그 말 말고요.”
비아톤이 고개를 저었다.
듣고 싶은 말이 따로 있는 것 같았다.
“네?”
“기대된다고 말해주세요.”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준비할, 최소 스무 번의 파티가 기대된다고 말씀하세요.”
“…….”
비아톤 경의 마음은 너무너무 고맙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비아톤 경은 내게도 정말 소중한 사람이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저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고마워요.”
비아톤 경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벌써 가시려구요?”
“네, 카린 경과 대화를 좀 해야 해서요.”
언제나 그렇듯 비아톤 경은 밝게 웃어주었다.
정말 따뜻한 미소였다.
“이번 생일은, 따뜻하게 준비해 보겠습니다.”
* * *
카린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인어족과 이렇게까지 소통하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인어족의 등에 타서 바르칼트 호수를 횡단하는 날이 오다니.
“저희 어머니와 여기 인어족 족장의 친분이 두터웠거든요.”
“어머니시라면……”
“네. 베크사라는 이름을 쓰셨습니다.”
“소문이 정말이었군요.”
비아톤이 대마도사 베크사의 아들이라는 소문은 파다했다.
그러나 그것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마법 연방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마법사의 아들이 빌로티안 제국의 수석보좌관일 리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여기가…… 파헬로가(家)군요.”
생각보다 을씨년스러웠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비아톤이 걸음을 옮기며 그간 있었던 일을 대략적으로 말해주었다.
“저, 전혀 몰랐어요.”
위대한 마도사 베크사가 죽었다니.
그것도 나르비달의 낙인 때문이었다니.
“미리 말씀이라도 해주셨다면 예의를 갖춰 왔을 텐데요.”
“어머니의 죽음은 비밀이거든요.”
“…….”
카린은 조금 의문점이 들었다.
그 비밀을, 왜 자기한테는 이렇게 스스럼없이 오픈하는가.
“따라오세요.”
어느 한 공간에 이르자 카린은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가 제게 남기신 유산이고, 숙제입니다.”
“…….”
이곳이 세상에 알려진다면 아마 전쟁이 일어날 것이었다.
마법 연방의 수많은 마법사와 마탑의 탑주들이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싸우겠지.
“저는 마법 연방 출신입니다.”
“하지만 버려졌죠.”
“제 무엇을 믿고 여길 데려오신 겁니까?”
“카린 경을 믿지 못할 이유가 단 하나도 없으니까요.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카린은 잠시 고개를 떨구었다.
생전 처음 듣는 말이었다.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는 괴롭힘을 당했고, 이후에는 빌헬름에 의해 감금당한 채 살았다.
최근에는 마법 연방의 배신자로 낙인 찍혔다.
그녀의 삶은 긍정보다는 부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긍정적인 말을 듣는 것이 너무 어색하고 이상했다.
그것도, 이사벨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듣는 것은 더욱 그랬다.
비아톤이 가볍게 웃었다.
“다른 건 몰라도 황녀님에게 진심이라는 건 알 수 있어요.”
“…….”
“아닙니까?”
“……맞습니다.”
“왜죠?”
“그야……”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
비아톤이 대신 대답해 주었다.
“황녀님이 당신의 봄이 되어주었으니까.”
“…….”
“내게도 그래요.”
비아톤이 계속 걸음을 옮겼다.
“어머니께서 나르비달의 낙인에 관해 연구한 자료들이 여기 있습니다. 당신은 봄을 되찾은 대가로, 나는 냄새를 되찾은 대가를 치러야만 합니다. 어쩌면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게 무슨 뜻이죠?”
“어쩌면 용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
“저는 용을 한 명 알거든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