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149)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149화
“나는 도둑놈들을 아주 싫어한다.”
론의 말에 로베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무슨 말이시죠?”
“나는 도둑놈들을 아주 혐오해.”
“싫어한다와 혐오한다, 비슷한 거 아닌가요? 그런데 갑자기 무슨 도둑놈 얘기인가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도둑놈은 더욱 싫어하지.”
로베나는 휴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서 아룬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저래 봬도 우리의 가장 든든한 우방임은 틀림없단다. 500년간 단단한 동맹 체계를 유지해 왔으니까 너무 걱정은 안 해도 돼.”
“다정한 어머니 컨셉인가?”
“아들에게 다정하지 않은 어머니도 있나요?”
“그래, 그런 걸로 하지.”
로베나로서도 론의 반응은 상당히 의외였다.
“하늘 섬과 빌로티안은 500년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고, 이렇게 번듯한 제 아들이 등장하면 빌로티안 측에서도 좋은 거 아닌가요? 왜 이렇게 싫어하시는 거 같지?”
“바다에 물 한 방울 더한다고 바다가 넓어지는 것은 아니지.”
“아…….”
로베나는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다시 말해, 아룬이라는 전력이 추가되든 말든 빌로티안은 이미 강성하다는 의미였다.
‘아무리 그래도, 저 정도의 적개심은 이상한데.’
평소 냉철한 론이 대놓고 적의를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의외기는 했다.
그런데 저 정도로 적의를 드러내면서 검을 뽑지 않는 것은 더더욱 의외였다.
‘평소였으면 검을 뽑고도 남았을 텐데. 혹시 뭔가를 알고 있는 건가?’
론이 말했다.
“몇 살이더냐?”
“열두 살입니다, 폐하.”
론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하필이면 열두 살이라. 이사벨과 두 살 차이군.”
누가 도둑놈 아니랄까 봐.
아룬은 뒷말이 들린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행여나 오빠 소리를 기대하지는 말거라.”
“무슨 말씀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제국의 기사로서 보다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를 원할 뿐입니다.”
“그래, 그러시겠지.”
보다 못한 로베나가 다시 말했다.
“성격이 많이 변하셨네요, 폐하.”
론은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아룬에게만 시선을 고정했다.
“꽤 조신하구나. 내가 아는 어떤 도둑놈과는 달리.”
“예?”
“그 도둑놈은 내게 이런 말을 하더군. 너님도 귀엽든지였던가.”
“폐하께 그런 망발을 저지르는 자가 있었습니까?”
아룬은 인상을 찡그렸다.
“제국의 기사로 받아주신다면, 이 한 몸을 불살라 그자에게 엄벌을 내리겠습니다.”
“그래. 엄벌을 내려야 할 것이다.”
론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비아톤, 대공의 아들을 검은 고래의 수련기사로 입단시켜.”
“검은 고래요? 바로 거기로 보낸다고요?”
“그리고 최대한 빡세게 굴리라고 전해라.”
“어느 정도로 빡세게 하라고 전달할까요?”
“죽지 않을 만큼.”
그렇게 말한 론은 턱을 매만지다가 다시 말했다.
“죽을 만큼.”
“분부 받들겠습니다, 폐하.”
로베나가 또 헛웃음을 지었다.
얼씨구, 평소에는 서로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이더니.
오늘따라 죽이 척척 맞았다.
론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너. 열두 살.”
“아룬입니다, 폐하.”
“검은 고래에서 수련하다 보면 수련 외 시간은 전무할 것이다.”
“각오하고 있습니다.”
“이사벨과 만날 시간은 단 1초도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제가 어찌 황녀님을 만나려 한단 말입니까?”
아룬은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대외적으로 모든 기억을 잃었고, 그건 현재 어머니로 설정된 로베나 대공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오늘부터, 검은 고래 예하, 아니, 황궁 기사단 전원에게 전하라. 17세 이하의 모든 남성 기사는 아레나궁으로의 출입을 금하고 황녀와 일절 대화를 나눌 수 없을 것이다. 황명이다.”
로베나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황명이었다.
저렇게 유치하고 가벼운 황명은 처음 봤다.
“그게 황명이라고요?”
로베나가 비아톤을 바라보았다.
“비아톤, 네가 뭐라고 말 좀 해봐. 너 제국 수석보좌관이잖아.”
“그것참 훌륭한 황명이군요. 오늘 내로, 아니, 한 시간 내로 공문 작성하여 돌리겠습니다.”
“유능하군.”
“과찬이십니다.”
13년 만에 듣는 칭찬이었지만 비아톤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
“…….”
론은 비아톤을 시켜 서류 한 장을 가져와 아룬에게 내밀었다.
“서명하거라. 검은 고래에 입단신청서다.”
“알겠습니다.”
아룬은 서류를 한 번 쭉 훑어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특별히 굵고 큰 글씨로 쓰여 있는 문장이 있었다.
“여기도 사인해야 합니까?”
“그래.”
[0. 나는 도둑놈이 아님을 맹세한다. 서명_______]심지어 ‘0번’이었다.
* * *
테이사벨 이동 관문은 철저한 관리 감독을 통해 전 대륙에 퍼져나갔다.
이사벨체인 기술은 이동 관문을 이용하는 모든 이용객에 대한 이동 정보를 정확하게 기록했기에, 외부에서의 조작은 불가능했다.
빌로티안 제국을 비롯하여 일곱 왕국은 진작에 테이사벨 이동 관문을 활성화시켰고, 그중에서도 테이사벨 이동 관문을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라헬라와 지르델의 국력은 막강해졌다.
마법 연방에서는 테이사벨 이동 관문 이용을 금지하였지만, 마법 연방 측 사람들조차 테이사벨 이동 관문을 몰래 이용하기에 이르렀다.
나르모르 코퍼레이션 대표 나르모르는 유리 앞에서 으스댔다.
“테이사벨 이동 관문을 이용할 때, 이사벨 코인을 사용하게 한 것은 신의 한 수였지?”
“…….”
유리는 아니라고 답하고 싶었다.
그러나 결과가 너무 명확해서 부정할 수 없었다.
머리를 짜내어 반박했다.
“최근 이렇게 적극적으로 테이사벨 이동 관문 시스템을 정착시킬 수 있었던 것은 황녀님께서 초순수를 발견해 주셨기 때문이잖아.”
“물론 그렇지. 그걸 마도 공학 기술에 접목하여 신문물을 만들어낸 건 나고. 아, 물론, 테이슬론 경과 비아톤 경, 그리고 황후마마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는 건 사실이야.”
나르모르는 유리에게 맺힌 게 많았다.
사업적으로 너무 바빠서 이사벨과 시간을 못 보내는 것이 천추의 한이었는데, 유리가 그걸 빌미로 나르모르를 매일 놀려댔기 때문이다.
“어때? 나의 눈부신 성과가? 어때? 어때? 어때?”
“그래, 오빠 똥 굵어.”
“내가 이렇게나 눈부신 성과들을 요약하여 황녀님께 가져다 드리면 어떨까? 황녀님께서 무척 즐거워하시겠지?”
테이사벨 이동 관문은 대륙 전체의 유통망을 완전히 장악했다.
독점도 이런 독점이 없었는데, 그 독점 유통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사벨 코인이 필요했다.
또 이사벨 코인을 사용하려면 나르모르 코퍼레이션에서 만든 단말기가 필요했는데, 이미 전 대륙 보급률이 60%가 넘었다.
“이미 이사벨 코인은 화폐를 대체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난 이사벨 코인이 아주 많지.”
전 세계에서 이동 관문을 이용하고 있고, 그에 대한 수익이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있다.
숨만 쉬어도 돈이 쌓이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게 끝이 아니야. 별첨 스프를 추가한 초호화 라면도 대성공이라고.”
일반 라면은 여전히 거의 원가에 제공하고 있다.
이사벨의 정신을 훼손하지 않기 위한 나르모르의 노력이었다.
그러나 그 외, 귀족들과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초호화 라면도 판매 중이었는데, 여기서 막대한 수익이 발생했다.
“그 별첨 스프를 개발한 사람은 나야.”
“그래서 계약대로 너한테 인센티브를 주고 있잖아.”
라면과 유리모르 제과 덕분에, 유리는 제국 역사를 통틀어 가장 부유한 시녀가 되었다.
다만 부라는 것은 늘 상대적인 것이었고 유리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봤자 나르모르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나르모르가 비웃었다.
“그런 푼돈 벌어서 뭐 하겠냐 싶지만.”
“…….”
이미 이사벨 코인을 대중화시킨 시점에서, 나르모르는 제국 역사상 가장 거대한 부호가 되었다.
500년간 명성과 부를 쌓아온 로스일드 공작가를 순식간에 추월해 버린 것이다.
“이제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시스템이 알아서 잘 굴러가.”
“…….”
“그 말의 뜻은 뭐냐? 이제 나도 황녀님과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다는 뜻이지. 후후후. 이제 너한테 꿀릴 게 하나도 없다.”
“동생 이겨 먹으니 좋아?”
“어, 너무 좋은데.”
“그래. 퍽이나 좋겠다.”
“그래. 퍽이나 좋다.”
오랜 체증을 씻어낸 나르모르는 처음으로 승리감을 만끽했다.
“오빠. 오늘 엄청 바쁘다고 안 했어? 특별 왕합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며?”
이번 왕합 회의는 특별했다.
왕들의 후계자들은 물론이거니와 로스일드 공작가까지 참여하는 제법 큰 규모의 회의였다.
거기에 나르모르는 나르모르 코퍼레이션의 대표로서 참석하게 되었고.
“어, 바쁘지. 엄청 바쁘지. 아, 내 정신 좀 봐. 너한테 부탁할 게 있었는데.”
“응, 싫어.”
“황녀님이랑 관련된 건데?”
“……거짓말하지 마.”
“진짜야.”
“응, 안 속아.”
나르모르는 굴하지 않고 말했다.
“오늘 황녀님을, 왕합 회의의 주인공으로 만들어보지 않겠어?”
“…….”
“그리고 뭐 이건 별거 아닌데.”
코를 슥 매만졌다.
“로스일드 놈들에게 한 방 먹여줄 생각이야. 그, 뭐냐, 너한테 누명 씌우고 쫓아냈다며.”
“……그게 오빠랑 뭔 상관인데?”
“그냥, 짜증 나잖아.”
“뭐가?”
“나만 괴롭힐 건데 지들이 뭔데 끼어들어?”
나르모르는 몸을 돌려 걸어갔다.
“오늘, 최고로 빛나는 황녀님을 부탁해. 로스일드 외동딸 그 이름 뭐더라?”
“레이나?”
“그래. 그 레이두 같은 건 저기 저 굴러다니는 먼지처럼 보이게 말이야.”
유리는 중얼거렸다.
“멍청이. 황녀님은 그렇게 안 꾸며도 제일 빛나거든? 레이나 같은 건 어차피 비교도 안 된다고. 황녀님이 얼마나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래도 최선을 다해보기로 했다.
어깻죽지도 확인해 봐야 했다.
‘오늘은 날개가 돋았으려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