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161)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161화
“우리 아빠는 어디 있어요?”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마리아에게 있어 에크몬은 아빠였다.
“아빠랑 같이 있어야 해요.”
“무슨 뜻이죠?” 한다니요?”
“한 달에 한 번, 아빠가 같이 있어주는 밤이에요. 아빠는 언제 와요?”
마리아는 공포에 질려 있는 것 같았다.
“아빠를 좋아해요?”
“아빠가 밤에 같이 있어줘야 제 안의 악마가 뛰쳐나오지 않는다고 했어요.”
“…….”
“아빠가 저를 지켜주는 거라고 했어요.”
마리아가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제 안의 악마가 언제 또 기지개를 켤지 극도로 두려워했다.
‘소설 속에는 없던 내용인데.’
소설 속에서는 남주 아룬이 끈기를 가지고 마리아를 설득했다고 나온다.
1년쯤 같이 지내며 신뢰를 얻고 결국 동료가 되었다는 짤막한 서술이 있을 뿐이다.
‘왜 1년이나 걸렸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나는 두려워하는 마리아 옆에 앉아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정말 많이 긴장했는지 손이 축축했다.
손을 통해 전해지는 마력에서, 그녀가 얼마나 공포에 질려 있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마리아 안에 악마 같은 건 없어요.”
“아니에요. 악마 있어요.”
“악마가 나오면 어떻게 된대요?”
“사람들을 다 잡아먹을 거랬어요.”
“그걸 본 적 있어요?”
“…….”
마리아의 몸이 움찔했다.
여전히 손을 통해 감정이 전달되었다.
쿵! 하고 심장이 울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충격이 있었다.
“봤구나.”
“……아, 아니에요.”
마리아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꼈다.
“본 적 없어요. 진짜예요. 악마 없어요.”
나는 어렵지 않게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아크몬이 악마가 깨어난 상황을 인위적으로 연출해서 보여줬을 것이 분명했다.
“잠깐 있어봐요.”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말해야 했다.
“마리아의…… 아빠한테 갔다 올게요.”
“알았어요. 아빠를 꼭 좀 불러주세요.”
전후 사정을 좀 파악해야 했다.
차마 나는 연기하기가 어려워서 나르모르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참고로, 아크몬에게 믿음을 주기 위하여 그저께 나르모르가 이곳에 출장 온 상태다.
“마리아는 자신 안에 악마가 있다고 확신하고 있던데,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오호, 역시 그렇군요. 어째서 그런 번거로운 작업을 하셨나요?”
“그 힘을 확실히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오로지 저만 아는 백치로 만들어야 했지요.”
나르모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단하다는 듯 아크몬을 바라보았다.
“과연. 그렇지만 그런 세뇌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나르모르의 반응을 본 아크몬은 더 신이 나서 얘기했다.
“일단 약물로 마리아를 잠재웠습니다. 이후, 악마가 나타나 사람을 잡아먹은 상황을 연출했지요. 일류 연기자들을 섭외하고 특수한 분장을 하느라고 돈을 정말 많이 썼지만 그건 일종의 투자였습니다. 하하!”
“그것참, 참으로 대단하군요.”
“칭찬 감사합니다, 하하!”
아크몬은 제 무덤을 파는 줄도 모르고 나르모르 앞에서 범죄 사실을 자랑스레 떠벌렸다.
“역시 나르모르 대표는 내 마음을 이해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 물론 황녀님도요. 사업적으로 이렇게 얘기가 잘 통하는 파트너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무척이나 행운이군요.”
* * *
“유리. 쿠키를 준비해 줘. 마리아가 유리가 만든 쿠키는 좋아하니까.”
“알겠어요. 맛있게 준비할게요.”
나는 유리가 직접 만든 쿠키를 챙겨서 마리아를 찾았다.
마리아는 겁에 질려 있었다.
“아, 악마가 나타날 거예요.”
“내 눈을 똑바로 봐요.”
“…….”
“악마 같은 건 없어요. 적어도 마리아의 몸에는.”
자정이 다가왔다.
그럴수록 마리아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리쳤다.
아빠를 불러달라고.
아빠가 있어야 한다고 비명을 지르다가 결국 혼절해 버렸다.
“유리. 일단 마리아가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좀 도와줘.”
“어디 가시려구요?”
“시종장님 데려오게.”
“시, 시종장님을요?”
“응. 안 그래도 기별 넣어서 와달라고 요청했거든. 아마 지금쯤 도착했을 거야.”
이틀 전, 나는 데일사 시종장님을 이곳으로 불렀다.
아레나 궁에서 모든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총책임자니까 모든 면에서 나보다 훨씬 노련할 것이다.
내 편지를 받은 시종장님은 곧장 출발하여 방금 이곳에 도착했다.
나는 데일사 시종장님에게 이곳의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시종장님. 부탁해요.”
“편지에는 급한 일이니 빨리 와달라고만 쓰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식사 도중에 일어나 급히 달려온 것입니다.”
일부러 자세한 얘기는 안 썼다.
데일사 시종장님은 좀 고지식한 면이 있으니까.
“저는 황자님과 황녀님만을 보좌합니다.”
나는 데일사 시종장님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부탁해도 안 돼요?”
“…….”
“이왕 온 김에 부탁 좀 들어주면 좋겠다. 나 시종장님한테 이렇게 부탁 잘 안 하잖아요.”
“…….”
“내 말 안 들어주면 나 협박한다?”
내가 소매 끝을 살짝 들어 올렸다.
나르비달의 낙인이 보일락 말락 했다.
데일사 시종장님이 소매 끝을 다시 덮어주었다.
“이미 충분히 협박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만.”
“헤헤.”
“저도 돕기는 할 것이지만 루루카의 도움도 필요하겠군요.”
데일사 시종장님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희는 황가의 사람들을 육성하기 위한, 전문 인력들이라는 것을 잊지않아주셨으면 합니다.”
“고맙죠?”
“네?”
“우리는 이제 다 컸고! 백수 될 뻔했는데 구해준 거잖아요.”
“……조금 뻔뻔해지신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데일사 시종장님이 조금 무서웠는데 이제는 좀 안다.
데일사 시종장님은 겉으로는 엄청 무뚝뚝하긴 하지만 사실 나를 엄청 귀여워한다.
아마 시종장님은 전혀 기억 못 하고 있을 거 같기는 한데, 저번에 와인에 취한 상태로 나더러 딸 같다고 말한 적도 있다.
그때 눈빛이 엄청 아련했었는데, 아마 데일사 시종장님은 딸을 갖고 싶었던 것 같다.
아무튼 나는 데일사 시종장님의 허리춤을 꼭 껴안았다.
“뻔뻔해서 좋죠?”
“…….”
“귀엽죠?”
“…….”
“귀여울 텐데?”
“…….”
“사랑스러울 텐데?”
“…….”
결국 아니라고는 말 못했다.
데일사 시종장님은 천천히 내 팔을 밀어내고 나랑 약간의 거리를 뒀다.
“일단 최선은 다해보겠습니다.”
그리고 한 달이 흘렀다.
* * *
론은 무척이나 불만이었다.
그리고 그 불만을 다독여줄 수 있는 사람은 황궁에 세르나밖에 없었다.
“당신이 황제 폐하인 걸 어쩌겠어요? 지금도 대마물이 어딘가에는 생성되고 있어요. 빌로티안의 검인 폐하가 아니면 그 대마물들을 어떻게 처리하겠어요?”
“…….”
“언제까지나 하늘섬에서 머물 수는 없어요. 황제 폐하에게는 황제 폐하의 일이 있으니까.”
“무려 한 달이다.”
한 달.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이사벨에게는 무척 긴 시간이다.
“그렇게나 소중한 시간을 그런 여자에게 허비하고 있다는 것이 싫다.”
“그 시간에 아빠랑 소중한 추억을 쌓아야 하는데 말이죠. 그렇죠?”
“…….”
“그렇지만 이 시간 또한 그 아이에게는 무척 소중한 시간일 거예요.”
며칠 전. 세르나도 하늘섬을 방문하여 이사벨과 대화를 나누고 왔다.
“이사벨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나에 대해 얘기하던가?”
세르나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당신, 이사벨에게 그렇게까지 비중이 높지는 않아요.”
“…….”
“이사벨은 자기가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대요.”
이사벨은 욕심이 많지 않은 아이였다.
로스일드 공작가를 넘어설 정도로 큰 부를 축적했지만 그것으로 딱히 사치와 향락을 일삼지는 않았다.
오히려 대륙 곳곳에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보육원과 치료시설을 만드는 중이었다.
“그런데 저한테 묻더라고요. 이렇게 이기적이어도 되냐고요.”
“……그게 무슨 말이지?”
“사람들이 이사벨을 잊지 않아줬으면 좋겠대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대요.”
“…….”
“이렇게 이기적인 소망을 가져도 되냐고 묻더라고요. 자기가 좋은 사람이면 좋은 사람일수록, 남은 사람들은 괴로울 테니까.”
“……그대는 무어라 대답했지?”
“우리 딸이 자랑스럽다고 대답했어요.”
세르나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사실 해주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는데,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말을 많이 하면 딸 앞에서 펑펑 울 것 같았다.
“그냥 지지해 주고 응원하는 말을 해줬어요. 그러니까, 당신도 제발 그렇게 해줘요.”
“…….”
세르나가 천천히 걸어가 론의 품에 안겼다.
론은 세르나가 이런 얘기를 꺼내는 이유가 있음을 직감했다.
“이사벨에게 무슨 말을 들은 것 같군.”
“…….”
“내게도 말을 해주시오, 부인.”
세르나는 론의 품에서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이내 입을 열었다.
“약속 하나만 해줘요. 나를 걸고.”
“……일단 들어보고.”
“나를 걸고 약속해 줘요.”
세르나를 걸면 절대 거짓을 말할 수 없는 병에 걸린 론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세르나는 ‘나를 걸어줘요’라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결국 론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알겠소. 그대를 걸고 맹세하지.”
그제야 세르나가 입을 열었다.
“사실은 이사벨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