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164)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164화
본래 용들은 변신체의 자아를 뚜렷하게 가진 편이다.
그러나 카델리나는 카델리논보다는 카델리나로서의 자아가 훨씬 강했다.
그녀는 현재 인간의 몸이지만 용의 힘을 사용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곤란하네.’
나르비달의 낙인은 사람의 생명을 한정시킨다.
이제 이 아이의 삶은 10년이 채 남지 않았다.
‘10년으로도 안 되겠는데?’
큰 기적에는 큰 대가가 따른다.
신이 판단하기에, 마리아를 회복시키는 것은 ‘지나치게 큰 기적’인 것 같았다.
‘어지간하면 3년 이내로 다 할 수 있는데?’
용안으로 가까운 미래를 훔쳐봤다.
이대로 진행되면 이 아이의 목숨은 여기서 끝이 날 것이다.
한 번의 기적을 위해 남은 모든 생을 다 바치게 될 것이다.
‘아, 그건 정말 곤란한데.’
제단 위에 곱게 누워 잠든 이사벨의 모습을 한번 쳐다봤다.
‘그때 우리가 좀 심하긴 했지.’
삶을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아이에게서 5년을 빼앗겠다느니 어쨌다느니.
솔직히 좀 가혹하기는 했었다.
‘근데도 쟤는 아룬을 위해서 자기 목숨을 아무 거리낌 없이 내놓았잖아?’
로베나가 그렇게 억지를 부렸는데 말이다.
아룬에게는 무척이나 진귀하고 소중한 경험이었을 거다.
자신을 위해서 제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정말로 힘든 일이니까.
아룡인 아룬의 정신에도 아주 큰 영향을 끼쳤을 거다.
‘하아.’
어쩔 수 없었다.
‘나도 보여줄 수밖에.’
나르비달의 낙인은 신이 내린 저주다.
아무리 용이라고 해도, 그것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조금 비트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겠지.’
다만 그를 위해서는 역시 막대한 대가가 필요했다.
이를테면 용의 심장 같은.
용의 심장은 거대한 마력 덩어리.
‘절반 정도 떼어내면 되지 않을까? 나는 용 중에서도 제일 세니까 뭐, 죽지는 않겠지.’
용은 보통 삶과 죽음에 초연한 편이지만, 카델리나는 보편적인 용이 아니었다.
그녀는 가능한 오래 오래 살고 싶었다.
그녀는 다른 용들과 달리 자식에 대한 애정이 무척 컸고 아룬이 커가는 것을 지켜보고자 하는 욕구가 상당했다.
마치 인간들처럼 말이다.
‘그래. 애가 했는데 어른이 못하겠어?’
카델리논의 모습을 한 카델리나는 이사벨의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구현했다.
‘용언으로 표현하면 뭐가 될까?’
용에게 허락된 힘.
기적을 일으키는 권능의 수단인 ‘용언’을 사용해야 했다.
‘이식? 전이?’
카델리나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복잡하고 섬세한 용언을 구성하는 건 좀생이 언니인 라비나나 하는 짓이다.
그의 입에서 용언이 새어 나왔다.
“지상 최강 흑염룡의 슈퍼 멋진 이식 선물.”
* * *
이곳은 안에서 봤을 때 신전의 형태를 하고는 있으나 사실은 라비나의 레어였다.
그리고 레어 입구에는 거대한 용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용이 말했다.
“여기를 이렇게 쉽게 찾을 줄은 몰랐네.”
론은 해일을 슬쩍 살펴보고서 말했다.
“네가 로베나의 본체로군.”
“역시 알고 있었구나.”
“여기에 내 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
론은 한시가 급했다.
“비키지 않으면 베겠다.”
“인간이? 용을?”
라비나는 비웃는 듯 말했으나 사실은 속으로 긴장하고 있었다.
‘괴물 같은 놈.’
아마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 가장 강한 무력을 지닌 검술가일 것이다.
한 10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론은 지나치게 강해져 버렸다.
아마 정면으로 부딪치면 용이라고 해도 무사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이건 비상식적이었다.
황녀가 태어난 이후로, 론은 인간의 범주를 뛰어넘었다.
라비나가 다시 물었다.
“네 딸의 의지를 존중해 줄 의사는 없는 것이냐?”
“없다.”
“어째서?”
“이기적인 아버지라서.”
론은 이사벨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러나 그 마음을 지켜줄 생각은 없었다.
마리아라는, 생판 얼굴도 모르는 남을 위해 수명을 내어주겠다니.
아버지로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사벨을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어도, 이것만큼은 안 되었다.
“그 아이의 남은 삶 평생, 너를 원망할지도 모른다.”
“상관없다.”
지금은 이사벨을 데려오는 것.
그게 제일 급했다.
론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3초 세겠다. 3초 후에도 비키지 않는다면 너를 베고 지나가겠다, 로베나.”
라비나는 론이 진심임을 깨달았다.
‘뭐, 나는 할 만큼 했고.’
라비나의 몸에서 빛이 새어 나오는가 싶더니 로베나 대공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녀는 검을 쥐고 있지 않았다.
슬쩍 옆으로 비켜섰다.
“폐하 마음대로 하시길.”
론은 지체 없이 로베나를 지나쳐 입구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신전처럼 꾸며져 있어서 길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는 빠르게 내달렸다.
대리석 기둥들을 스쳐 지나갔고, 그 길 끝에 커다란 제단이 보였다.
그 위에 이사벨의 기척이 느껴졌다.
“이사벨!!!”
수십 개나 되는 계단을 단 한 번의 도약으로 뛰어올랐다.
예전에 보았던, 카델리논이라는 신관이 있었다.
신관의 오른손이 이사벨의 가슴팍 위에 올려져 있었고, 흰빛을 내뿜고 있었다.
카델리나가 한쪽 눈만 살짝 뜬 채 말했다.
“호들갑 떨지 말고 기다려. 집중 깨지니까.”
“당장 그만둬라.”
론은 황급히 이사벨의 손목 쪽을 살펴보았다.
모래시계의 모래가 모두 아래쪽으로 내려가 있었다.
순간, 그는 이성을 잃을 뻔했다.
“나도 얘 살리려고 노력 중이니까 제발 닥치고 기다려. 이 애새끼야.”
해일이 웅웅- 떨었다.
그 어떤 용을 마주했을 때보다도 격한 반응이었다.
론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저번에도 느꼈는데.’
아마도, 황실 기록에 전해지는 황실의 수호룡일 것이었다.
론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수호룡이든 뭐든 상관없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건 이사벨이 다시 눈을 뜨는 것이었다.
만약 이사벨에게 불상사가 벌어진다면, 론은 이 일을 벌인 용 두 마리를 결코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카델리나가 눈을 감은 채 말했다.
“네가 그렇게 싸움을 잘하냐?”
“…….”
“한번 피 터지게 싸워볼까 했었는데 아쉽게 됐네.”
카델리나는 상당한 무력감을 느꼈다.
거대한 마력 덩어리인 용의 심장 절반을 떼어내어 이사벨의 몸에 이식했다.
라비나가 봤다면 미쳤냐고 소리쳤겠지만, 다행히 라비나는 안으로 들어오지 않은 상태.
“이제 싸우면 지겠다.”
울컥.
카델리논이 피를 토했다.
그 피가 이사벨의 상체를 적셨다.
“이사벨!”
“야, 좀 너무한 거 아니냐? 피 토한 건 나라고?”
론은 이사벨을 안아 들었다.
황급히 나르비달의 낙인을 살펴보았다.
“모래가…….”
여전히 모래는 모두 떨어져 있었다.
그것은 곧 이사벨의 죽음을 뜻했다.
순간, 그의 몸에서 강렬한 기세가 방출되었다.
당장에라도 검을 뽑을 것만 같은 모양새였다.
카델리나가 말했다.
“나도 최선을 다한 거야.”
“너의 최선이, 나의 최선은 아니었지.”
론이 이성을 잃기 직전, 카델리나가 다시 말했다.
“눈을 뜨긴 할 거야. 언제 뜰지는 모르겠지만. 용의 심장을 이식했거든. 무려 절반이나.”
“그러면 이사벨이 살 수 있는 건가?”
“그래. 모래랑 상관없이 말이야.”
카델리나의 몸이 흐릿흐릿해졌다.
마치 육체가 일부 사라지는 것 같았다.
“물론 아이의 끝은 정해져 있어. 스무 살 생일이 되면 죽겠지.”
“…….”
“빨리 눈을 뜨길 기도나 해.”
카델리나는 가슴을 움켜쥐고서 뚜벅뚜벅 걸어가 뒤쪽의 관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마리아에게 신성력을 내뿜었다.
“저 아이가 일으킨 기적이니 소중히 간직하도록.”
화악-!
환하고 밝은 빛이 마리아의 몸을 감싸 안았다.
마리아의 몸이 저절로 떠올랐다가 다시 내려앉았다.
“휴우. 됐다.”
카델리나의 몸이 반투명 상태가 되는가 싶더니 하반신부터 조금씩 사라졌다.
다시 한번 피를 토했으나, 론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인성 좀 챙겨라. 환자 안 보이니? 내가 제일 중환자라고?”
“…….”
카델리나의 목소리는 론에게 닿지 않았다.
그녀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한 500년은 자고 일어나야겠네.”
카델리나의 몸이 사라졌다.
* * *
로베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마리아를 살리는 게 도대체 얼마나 큰 기적이길래 남은 수명을 모조리 소모시켜?’
이런 건 그녀의 기나긴 용생에서도 처음이었다.
그녀 또한 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쨌든 이사벨과 카델리나의 희생으로, 마리아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황궁 전문인력들의 케어를 받으며 점차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졌다.
‘카델리나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용의 심장을 떼주다니?
보통 그러면 죽는다.
로베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신경 쓸 문제는 아니지.’
자꾸 카델리나의 사고방식에 스며드는 것 같다.
용들은 혈연에 집착하지도 않고, 누군가의 생사에도 관심 없다.
이렇게 관심을 쏟는 건 용답지 않다.
그녀는 북부대공 로베나로서, 아룬의 어머니로서 말했다.
“아룬. 그렇게 축 처져 있기만 하면 되겠니?”
아룬은 이사벨 옆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모든 생활을 잠든 이사벨 옆에서 했다.
그게 벌써 한 달째였다.
“나중에 이사벨이 눈을 떴을 때, 좀 더 늠름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
“…….”
이사벨이라는 단어에 아룬의 몸이 움찔했다.
‘이사벨’은 아룬을 움직이는 마법의 단어였다.
“알겠습니다, 어머니.”
아룬은 뭔가에 맺힌 사람처럼 매일같이 검술을 수련했다.
그의 대련 상대는 다름 아닌 황제 론이었다.
여름이 가고, 겨울이 지나 다시금 봄이 왔다.
아룬과 론은 매일 검을 주고받으며 수련을 쌓아갔다.
북부대공 로베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탄식했다.
‘미친 인간들.’
인간으로서는 더 이상 강해질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나치게 강해지고 있다.
직접 비교는 어렵겠지만 전성기의 어쩌고 흑염룡과 비슷한 수준인 것 같았다.
‘론은 그렇다 치고, 아룬은 저게 어쩐 일인지.’
아룬도 너무 강해지고 있었다.
저건 아마도 이사벨을 지키지 못했다는 일종의 죄책감과 다시는 이사벨을 잃고 싶지 않다는 강렬한 열망이 뒤범벅된 결과일 것이다.
다시 추운 겨울이 오고 봄이 왔다.
아룬과 론의 검이 동시에 서로의 목에 닿았다.
“동률입니다, 폐하.”
“내가 0.01초가량 먼저 닿았다.”
그리고 무려 일곱 번의 겨울이 지나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