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165)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165화
론과 아룬의 대련이 끝났을 무렵, 로베나가 아룬을 호출했다.
아룬은 땀범벅이 된 몸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로베나의 방에 들어섰다.
“부르셨습니까, 어머니?”
“상의는?”
“모두 찢어져서 버렸습니다. 급히 호출하셨다 하여 바로 올라왔습니다.”
이사벨이 잠에 빠져든 지 벌써 7년이 흘렀다.
열두 살이었던 아룬은 이제 어엿한 성인이었다.
“옷은 입고 다니거라. 하늘섬에도 상사병에 빠진 이들이 많으니.”
“주의하겠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로베나도 약간은 걱정이었다.
대공저에 있는 대부분의 사용인이 아룬을 짝사랑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사람 셋이 모이면 아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에 바빴다.
그의 모습이 아름다운 것을 넘어 황홀하다는 것이 주제였는데, 어쩌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일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돌고 있었다.
“명장의 반열에 오른 조각가가 정성을 다해 조각한 인공 피조물. 혹은 아름다움의 신이 인간의 모습으로 강림한 화신체.”
“네?”
“……라고 많은 이가 떠들고 다니더구나.”
아룬은 피식 웃었다.
“원래 사람들은 그런 헛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까? 수다를 떠는 건 지극히 건강한 취미라고 배웠습니다.”
“그런 차원이 아니긴 하다만.”
로베나는 한숨을 살짝 내쉬고는 본론을 꺼냈다.
“언제까지 내게 숨길 것이냐?”
“무엇을 말입니까?”
“김벌꿀.”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로베나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로베나는 대공으로서의 위엄을 모두 내려놓은 채, 편하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너도 참 독하다.”
“네?”
“네 진짜 어머니가 500년간 잠에 빠져들었는데, 한 번을 안 찾아봐?”
“…….”
“아룡들은 본능적으로라도 가끔 한 번씩 제 어미의 레어를 찾아. 네가 김벌꿀일 시절에도 그랬고.”
“제 어머니는 어머니 아니십니까? 대체 왜 그런 말씀을…….”
“네 진짜 어머니를 왜 안 찾지? 그건 본능인데?”
“제 진짜 어머니가 눈앞에 있기 때문입니다.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어머니?”
“네가 너무 오버하는 거라고.”
“…….”
“들키지 않겠다는 신념이 너무 강해서 오버하는 거야. 그게 수상한 거고.”
“…….”
아룬은 오래간만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느낌이 들었다.
지혜의 용, 라비나가 자신을 모두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더 이상의 거짓말은 무의미했다.
“언제부터 알고 계셨습니까?”
“처음부터.”
“…….”
“아룬.”
“예, 어머니.”
“이미 이렇게 됐는데 무슨, 그냥 인간들 표현대로 이모라고 해.”
“…….”
“카델리나는 몰랐을 것 같니?”
아룬이 눈을 크게 떴다.
“어머니는…….”
“알고 있었어. 처음부터 끝까지. 나보다 더 먼저 눈치챘어. 네가 김벌꿀이었던 시절부터.”
아룬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카델리나가 가끔 틈을 내보였던 것은 함정이 아닌 모양이었다.
김벌꿀의 기억을 인정해 줬기에, 편하게 말한 것이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그것을 말씀해 주십니까?”
“네가 너무 비상식적으로 강해져서.”
“예?”
“이제 와서 네 기억을 모두 없애고 일반적인 아룡들처럼 키우는 건 불가능해졌어. 차라리 모든 것을 오픈하고, 네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 주면서 양육해야 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거든.”
“…….”
“너무 많은 것을 숨기며 살면 속병 나. 너처럼 강대한 힘을 갖게 된 어린 개체가 속병 나면 큰일 나거든. 옛날에도 멸망할 뻔했었고.”
“옛날에도 말입니까?”
“그래, 인간이랑 사랑에 빠진 어떤 얼간이가 있었거든. 귀여운 게 최고라면서. 아무튼 당시 고룡들이 억지로 기억을 없애려고 하다가 대판 싸움이 일어났고 대륙 전체를 부술 뻔했어.”
“……그런 일이 있었군요.”
“뭐, 이건 지난 얘기니까 뒤로하고.”
로베나는 그간 아룬을 지켜보면서 알게 된 것들에 대해 입을 열었다.
“너와 론은 지나치게 강해졌어. 인간의 기준을 아득히 초월했고, 용의 영역을 넘보기 시작했지. 아니, 어지간한 용보다 더 강해. 인간의 잠재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봐.”
“…….”
“그래서 나는 결론을 내렸어. 이 또한 이사벨이 일으킨 수많은 기적 중에 하나라고.”
* * *
이사벨이 잠에 빠져든 지 7년.
그 7년 동안, 인류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기술의 대혁명이 일어났다.
그것의 시작은 이사벨의 이름을 딴 ‘이사벨 포션’이었다.
“이사벨 포션이라고 알아?”
“그걸 모르는 멍청이도 있나?”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던 수많은 사람이 이사벨 포션으로 새 생명을 얻었다.
그것은 대륙의 수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안겨다 주었고, 빌로티안 황실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로 이어졌다.
“대륙 구석구석, 이사벨 황녀님의 햇살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더군.”
“그게 다 대륙 곳곳에 자리 잡은 테이사벨 이동 관문 아닌가?”
“우리 어머니께서는 장을 보러 6시간을 걸어 나오셔야 했는데, 이제는 10분이면 된다니까? 기술의 발전이 이렇게 눈부실 줄이야.”
이사벨 포션이 테이사벨 이동 관문을 통해 대륙 전체에 공급되었다.
그것은 단순히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소식지 봤나? 난공불락의 미개척지였던 기르멜 평야를 수복했다던데?”
“그게 정말인가?”
지금은 마물이 창궐하여 버려진 땅.
기록에 따르면 대륙 최고의 곡창지대였다.
이사벨 포션은 황가의 무력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했다.
병사 개개인에게도 포션이 지급되었고, 그것은 전투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기르멜 평야를 비롯하여 마물에게 빼앗겼던 수많은 땅을 되찾는 중이었다.
“기르멜 평야뿐인가? 그, 1년 전에 획득한 나몬 평야 알지?”
“알지, 내 친구가 거기로 이주했어.”
“엄청나게 풍년이라더군. 이사벨 포션이 식물에도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는 모양이야.”
나몬 평야는 황실에서 특별히 관리하는 농업지구였다.
이사벨 포션을 활용한 새로운 농사기술을 도입하였는데, 그곳에서 대풍작을 이루었다.
나몬 평야에서 그것이 증명되었고 세계 각지에 이사벨 포션을 활용한 농법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 추세면 적어도, 배곯아 죽는 사람은 없어진다고 하더군. 7년 전만 해도 이런 걸 꿈이나 꿀 수 있었나?”
식량이 풍족해져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
그것은 곧 인류에게 여유가 생긴다는 뜻이었다.
이미 테이사벨 이동 관문을 통해 인류는 여행이 가능해졌고, 수많은 사람이 새로운 문물과 세계를 경험하며 견문과 시야를 넓혀갔다.
인문학은 물론이고 예술과 철학 또한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사벨을 칭송하는 목소리가 대륙 전역에 들끓었다.
“내 살아생전에 이사벨 황녀님을 한 번이라도 만나 뵐 수 있을까?”
“그분은 대륙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1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는 분이잖아.”
“그런데?”
“너 같은 녀석을 만나느라 1초의 시간을 허비하면 얼마나 아깝겠냐?”
그는 쉽게 수긍했다.
“하긴. 그건 그래.”
“오죽하면 그 흔한 사교계에도 한 번 모습을 안 드러내셨다던데. 제국민들을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계신 거겠지.”
그리고 이사벨은 나르모르 코퍼레이션의 대표였다.
황실과 이사벨에 대한 신뢰는 거의 무한할 정도였다.
화폐는 곧 신용이었고, 그에 따라 이사벨 코인이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금력의 대표주자였던 로스일드 공작가는 예전의 위상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근데 이렇게 되면 제국의 2대 공작가가 모두 쫄딱 망한 셈 아닌가?”
“전혀 상관없지. 소식지도 안 읽냐?”
로스일드 공작가가 하던 역할은 이제 나르모르 코퍼레이션이 대체하게 되었다.
그리고 블라독 공작가가 하던 역할은 2황자 세르몬이 맡게 되었다.
“세르몬 황자께서 이끄는 특전부대의 이름을 아직도 몰라?”
“특전부대?”
역대 모든 블라독 공작의 무위를 뛰어넘었다 알려진, 역사상 최강의 그림자라 불리는 세르몬은 이제 음지가 아닌 양지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FMS를 모른단 말이야?”
“FMS?”
“포 마이 시스터라더군. 제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그림자 부대.”
빌로티안 제국은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성해졌다.
“근데…… 이 정도면 마법 연방이 가만히 있나?”
“가만히 안 있으면 어쩔 건가?”
문화, 경제, 예술 등.
다방면에 있어서 눈부신 발전을 했더라도, 그것을 지킬 힘이 없으면 무용지물이었다.
말을 하던 남자의 눈에 자부심이 피어올랐다.
“역대 가장 강한 힘을 가진 황제 폐하가 계시고, 가장 강한 그림자 부대가 있지. 역대 가장 강한 금력도 확보했고. 역대 가장 강력한 마검사가 수석보좌관이며, 검은 고래의 최연소 부기사단장 아룬 경은 이미 황제 폐하와 필적할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더군. 모든 황자님이 역대 최강이라 불려. 역대에 역대에 역대를 더했는데 뭐가 걱정인가?”
한 명, 한 명이, 다른 시대에 태어났다면 모두 황제에 오를 힘을 갖췄다.
론과 비아톤, 그리고 아룬.
모두가 한 시대의 절대자라 불리기에 충분했다.
대외활동이 전혀 없으나 모든 것이 완벽하다 알려진 1황자를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3명 모두 ‘역대’ 타이틀을 손에 거머쥐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면 형제의 난이 일어나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형제간 우애가 끈끈하다던데.”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나야 모르지.”
그것은 모두의 여동생 이사벨 덕분이기도 했다.
이사벨이라면, ‘우리가 싸우는 것을 원치 않을 테니까’라는 것이 황자들의 생각이었다.
우리가 싸우면 이사벨이 눈을 늦게 뜰 테니까.
그래서 그들은 전쟁보다는 각자의 영역에서 공존을 선택했다.
“게다가 예전에 그 유명했던 검은 고래의 기사단장도 힘을 완전히 회복했다던데. 그 이름이…… 데일사 경이었던가? 그분의 실력 비아톤 경에 뒤지지 않는다더군.”
한 시대를 풍미할 만한 절대자들이 무려 넷이나 한 시대에, 한뜻으로 모여 있었다.
로베나 대공 또한 여전히 황실과 굳건한 동맹을 유지했고.
테이슬론과 카린. 그리고 비아톤을 필두로 한 마법 연구 또한 급속도로 발전했다. (이 눈부신 발전에는 비아톤의 어머니, 베크사가 남긴 유산의 도움이 있었다.)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지며 빌로티안은 역사상 유례없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불과 7년 만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일컬어 ‘이사벨 신드롬’이라 불렀다.
이사벨 신드롬의 주역 중 한 명, 나르모르 코퍼레이션의 대표 나르모르가 황제 론을 찾았다.
“폐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바쁘다.”
“황녀님께서 좋아하실 일입니다.”
“흥미롭겠군.”
나르모르 코퍼레이션이 또 하나의 대혁명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가칭, 이사벨릭이라 이름 붙인 것에 대하여 설명하겠습니다.”
원작 소설, [시한부 악녀가 죽고 나면>의 결말까지도 등장하지 않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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