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180)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180화
어두운 지하 회의실.
수많은 마법 결계로 둘러싸인 이곳은 빛이 한 점도 들지 않는 삭막한 공간이었다.
기다란 직사각형 테이블을 따라 양옆으로 창성 마법사들이 앉았다.
그들은 모두가 같은 목소리로 함께 말했다.
“드디어 이사벨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이사벨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이내 회의장의 문이 열렸다.
수년간 랜서, 비아톤, 세르몬의 추적을 피해 도망 다녔던 빌헬름이었다.
“수많은 이의 목소리가 곧 창칼이 되어 사람을 움직이는 법이다.”
빌헬름이 저벅저벅 걸어 테이블 가운데 가장 상석에 앉았다.
“이사벨에게는 끔찍한 경험이겠지.”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의 손가락질을 받는다.
이건 평범한 사람들은 경험해 볼 수 없는 끔찍한 일이다.
이사벨에게 전쟁 유발자라는 프레임을 씌워 선동한 것이 크게 유효했다.
“결국 그녀는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이 황실의 봄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그래서 자신이 예전에 봉사활동을 했었던 곳을 찾아 다시금 이사벨을 각인시키고, 각종 자원봉사와 선행을 베풀 것이다.
“우리가 기다렸던 때가 바로 이때이다.”
빌헬름이 히죽 웃었다.
결국 이것은 빌로티안 제국의 한계인 것이다.
“놈들은 강력한 칼을 쥐고 있지만.”
손가락으로 제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머리가 나빠서.”
빌헬름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창성 마법사들을 둘러보았다.
사실상 저들은 껍데기만 창성 마법사일 뿐, 실질적으로는 빌헬름의 분신이나 다름없었다.
이미 그들의 영혼을 파괴하고 자신의 의지를 심어 넣었으니까.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는구나. 다들 준비하라. 대계를 실행할 마지막 기회다.”
* * *
빌헬름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몇 가지 있었다.
첫째로, 빌로티안 제국의 인사들은 원작 [시한부 악녀가 죽고 나면> 속 인물들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원작보다 지나치게 강해지고 똑똑해졌다.
그건 빌헬름의 예상이나 기준치를 훨씬 더 초과하는 수준이었다.
둘째로, 정보력의 차이가 생각보다 극심했다.
세기의 천재 베크사가 남긴 유산을 토대로, 남주 아룬 및 그의 동료들(테이슬론, 마리아)이 이미 뭉친 상태.
본래 남주와 대적했어야 했을 최종흑막 카린도 합세했는데, 거기에 황실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랐다.
원작에선 남주 VS 황가. 이후 남주 VS 카린 구도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서로 싸웠어야 할 굵직한 세력들이 오히려 함께 뭉쳐 협력하는 중이다.
덕분에 그들은 빌헬름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고, 빠르게 대책을 수립했다.
셋째로, 빌헬름의 생각보다 이사벨은 언론전에 훨씬 익숙하고 능숙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이사벨은 빌헬름의 자극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대외활동에 나선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의지로 모습을 드러냈다.
‘분명 나를 납치하려들 거야.’
이사벨도 착각하는 게 하나 있었다.
‘빌헬름은 이게 함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움직이겠지.’
빌헬름은 이사벨을 너무 얕잡아보았고. 이사벨은 빌헬름을 너무 높게 보았다.
말하자면 빌헬름은 방심했고, 이사벨은 과도할 정도로 철저히 대비했다.
어쨌든 아침이 밝았다.
이사벨을 수행하는 사람은 아룬뿐이었다.
“가자, 이사벨.”
겉으로 보기에는 단출한 구성이었다.
첩자들을 통해 정보를 전달받은 빌헬름과 창성 마법사들은 웃었다.
“멍청한 짓이군. 얼마나 대중의 눈을 신경 쓰면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한단 말인가.”
아룬이 물론 강력한 것은 맞았다.
검은 물론이고 마법에도 통달하여, 상대하기 까다로운 적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혼자서는 한계가 있다.
한 명이 아무리 강해도, 일백의 사람을 당해내지는 못하는 법이다.
빌헬름은 그렇게 생각했다.
“나였다면, 대중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다 할지라도, 수많은 호위를 데려갔을 텐데.”
이사벨의 행동을 통하여 빌헬름은 확신했다.
“그들은, 우리가 무엇을 노리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군.”
창성 마법사들이 메아리처럼 빌헬름의 말을 따라 했다.
“그들은, 우리가 무엇을 노리는지 전혀 모른다.”
“그들은, 우리가 무엇을 노리는지 전혀 모른다.”
만약 알았다면 이런 식으로 행동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빌헬름과 창성 마법사들이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세계 평화를 위하여.”
“세계 평화를 위하여.”
* * *
린타 지방으로 향하는 마차 안.
마차 안 공간이 꽤 넓음에도 불구하고 아룬은 내 옆에 꼭 붙어 앉았다.
내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가볍게 미소 짓고 있었는데, 그 옆모습마저 너무 아름다워서 비현실적이었다.
‘자꾸 이렇게 곁을 주면 안 될 거 같은데…….’
그러면 3년 후에, 아룬이 정말 힘들어질 거 같은데.
어쩌면 나도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대로면, 이 세상을 떠날 때 너무 힘들 거 같은데.
정신을 차려보면 아룬은 어느샌가 내 마음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내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외면하기에는 너무 큰 소리로 말이다.
‘일단은 오늘에 집중하자.’
3년 뒤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설계한 빌헬름이 호시탐탐 나를 노리고 있을 테니까.
우리는 린타 지방에 도착했다.
“확실히 이동 시간이 많이 줄었네.”
“그게 다 우리 햇살 황녀님 덕분이지.”
내가 잠들어 있던 7년 사이, 세상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테이슬론 이동 관문은 이제 이동 관문의 기준이 되어서 수많은 도시가 촘촘하게 연결되었다.
[황녀님의 방문을 환영합니다.]수많은 사람이 이사벨 황녀를 환영하기 위해 노란색 깃발을 흔들고 있었다.
“왜 다들 노란색 깃발을 흔들고 있는 거야?”
“노란색은 이사벨을 상징하는 색깔이거든.”
“나를 상징해?”
“응. 이사벨은 황실의 봄이니까. 이사벨의 금발과 호박색 눈동자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해.”
나는 이런 환대가 조금 부담스러웠다.
이성은 그랬다.
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제2의 이사벨이 엉덩이춤을 덩실덩실 추고 있었다.
‘아.’
요즘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잠시 잊고 있었다.
‘나 관종 맞네.’
아기 때부터 느꼈다.
나는 본투비 관종이다.
이 관심, 짜릿해.
이건 타고난 기질이라서 이성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빌헬름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인데도, 이 관심을 즐기는 걸 보면 말이다.
알페아의 국왕이자 성왕이라 불리는 라헬라 언니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이사벨 황녀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해.”
뿐만 아니라 옆에는 헥토르 아저씨도 함께였다.
“황녀님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헥토르 작업반장님?”
내가 자원봉사를 왔을 때, 여러모로 친절하게 대해줬었던 사람이다.
그때는 재해복구 제3지역의 작업반장이었었는데, 이제는 린타의 시장이 되었단다.
와, 그사이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구나.
린타는 중간 규모의 마을에 불과했는데 시로 승격되었다나 뭐라나.
“이사벨 황녀님께서 함께해 주신 곳이니까요. 매년 수많은 순례자가 이곳을 찾게 되면서, 자연스레 도시가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순례자요?”
헥토르 아저씨는 너무 담담한 표정으로 얘기를 이어갔다.
“예, 이곳은 성지이지 않습니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여기가 왜 성지지?
“황녀님의 숨결이 닿아 복구된 성스러운 현장이니까요.”
“…….”
우리가 짤막한 대화를 나누는 사이 왕국민들이 합창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이사벨 찬가’였다.
내가 다른 관심은 다 좋아하는데 도무지 이사벨 찬가만큼은 익숙해지질 않았다.
도망치고 싶었다.
나는 흔들리는 정신을 꽉 부여잡았다.
‘여기가 우선 포인트였는데.’
빌헬름은 분명 나타날 거다.
어떤 식으로든 수작을 부릴 것이 뻔했다.
그 수작을 부릴 만한 위치로 몇 군데를 선정해 놓았는데, 린타시로 들어가는 이 입구가 바로 그 대표적인 한 곳이었다.
‘성왕과 시장이 함께 마중을 나왔어. 당연히 내가 여기서 약간의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겠지.’
만약 내가 빌헬름이었다면 여기에다가 함정을 미리 설치해 놨을 것 같았다.
그러라고 이틀의 시간도 미리 줬다.
‘여기가 아닌가?’
하긴. 여긴 너무 대놓고지.
‘조금 더 교묘하게 함정을 숨겨놨을 거야.’
그러한 포인트들도 이미 대략적으로는 다 파악해 놨다.
세르나, 비아톤, 아셀리아, 카린으로 이루어진 싱크 탱크는 참 믿음직스러웠다.
‘역시 여긴 아닌가 보다.’
린타시 안쪽으로 들어가서 많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예전 추억도 곱씹어 보려고 했는데.
‘어?’
갑자기 강렬한 마력 흐름이 느껴졌다.
‘이건…….’
이동 관문과 비슷한 느낌의 마력 흐름이었다.
그걸 느꼈는지 아룬이 내 옆에 바짝 붙어 섰다.
‘강제로 이동시키는 마법이야.’
바로 어제, 카린이 내게 말해주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아야겠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강제 이동 마법입니다.’
카린의 말이 딱 맞아 떨어졌다.
황금색 빛무리가 나와 아룬을 감쌌다.
마력 파장은 아룬을 튕겨내려 했지만, 아룬은 버텨냈다.
약간의 어지러움과 함께 나와 아룬은 어딘가 다른 곳으로 이동되었다.
어둡고 음습한 공간이었다.
기다란 직사각형 형태의 테이블이 있는 곳.
햇빛이 한 점도 들지 않는 삭막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오랜만이구나, 이사벨.”
독사 같은 눈이 보였다.
예전에도 소름 끼쳤었는데, 지금은 훨씬 심해졌다.
“그쪽이 빌헬름?”
솔직히 깜짝 놀랐다.
빌헬름의 얼굴은 사람이 아니었다.
피부가 모두 녹아 있었고, 뼈가 다 드러나 있었다.
말하자면 사람이 아니라 해골이었다.
‘지, 징그러워.’
그러자 빌헬름이 후후 웃었다.
“어리석은 것. 이렇게 될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새구나.”
아니, 그거 때문에 놀란 거 아닌데.
흉측한 몰골 때문에 놀란 건데.
빌헬름은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