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182)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182화
아셀리아의 등장에 빌헬름은 적잖이 당황했다.
‘이곳은 수백 겹의 마력 결계 그물망이 촘촘하게 구성된 곳인데.’
게다가 나르비달의 낙인을 가진 인간들을 제물로 하여 죽음의 권능이 가득한 공간을 만들었다.
외부의 마법을 잡아먹는 죽음의 공간.
설령 용이라고 해도 이곳을 뚫고 들어오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곳의 설계자인 자신도 이곳에 강제로 들어올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저 어린 여자의 정체가 뭐길래, 어떻게 이곳으로 들어올 수 있단 말인가.
‘이사벨 때문인가.’
이사벨이 이상한 마법을 사용했다.
이 또한 결계 형식의 특이한 마법이었는데, 그 마법을 사용하며 이곳의 공간 자체가 크게 흔들렸고, 그로 인해 작은 틈이 생겼다.
‘아무리 작은 틈이 생겼다고는 해도, 순식간에 복구되었어.’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라도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올 수는 없다.
빌헬름의 상식으로는 그랬다.
‘어?’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아셀리아가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오면서, 마력 결계의 틈이 더 커졌다.
이후 로베나 대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야, 이게 정말 열리네요.”
“너, 너는……!”
“오랜만.”
로베나뿐만 아니라 무려 5명의 남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쯤 되자 빌헬름은 저들의 정체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설마…… 용들인가?”
아셀리아가 방긋 웃었다.
“빙고.”
“용들이 왜?”
“얘들은 세계 멸망을 막기 위해서.”
아셀리아는 용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그 손가락으로 다시 자신을 가리켰다.
“나는 네가 마음에 안 들어서.”
로베나를 비롯한 5명의 용은 천천히 걸어갔다.
오각형 모양을 이룬 뒤,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용언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빌헬름이 크게 소리쳤다.
“용들이 이토록 인간사에 개입해도 되는 것이냐! 이것은 명백히 순리를 거스르는 짓이다!”
“뭔 소리람?”
아셀리아는 성의 없는 태도로 귀를 후볐다. 그러곤 빌헬름을 향해 후- 불었다.
“맘 같아서는 내 직접 너를 찢어버렸을 것이다.”
순간, 빌헬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용군주로부터 뿜어져 나온 기세가 빌헬름을 위축시켰다.
“그러나 다른 용들이 하도 말려대는 바람에.”
용들도 용들 나름대로 협의를 본 상태.
“여기서 거대한 싸움이 있을 건데, 그 싸움의 여파가 바깥으로 새어 나가면 안 되잖아. 너무 많은 사람이 죽을 테니까.”
이곳에는 열 명이 넘는 창성 마법사와 빌헬름이 있다.
그리고 이사벨을 구하고자 하는 빌로티안 측 전력도 곧 당도할 거다.
그 두 세력이 전투를 벌이면 세상은 초토화될 것이 뻔했다.
용들이 보기에도 지나치게 강한 자들이 한곳에 집결하는 거니까.
빌헬름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용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눈앞의 저 어린 여자는 일반적인 용이 아니었다.
어쩌면 흑염룡 사태를 막아냈다 전해지는 용군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용들이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면 상관없다!’
그러나 목소리가 더 들려왔다.
“……하여 당신을 처벌하기 위한 특임대가 결성되었죠.”
“……비아톤!”
“드디어 만나네, 늙은이.”
비아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다음은 세르몬.
“이사벨에게 선물로 주고 싶은 걸 드디어 만났어. 근데 얼굴이 좀 흉측하네. 예쁘게 가꾸지 그랬어?”
세르몬의 붉은 눈이 번뜩거렸다.
지금 당장에라도 빌헬름을 잡아먹을 것만 같았다.
“어깨 위에 그건 내가 가져갈게.”
그다음은 카만이었다.
15세병이 아직 완치되지 않은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빌헬름을 노려보았다.
다음에 나타난 사람은 미하엘이었다.
“우하하핫! 네 녀석은 끝장이시다!”
거기에 카린도 모습을 드러냈다.
“…….”
그녀는 세르몬 못지 않게 살벌한 눈으로 양아버지 빌헬름을 바라보았다.
“오, 내 딸아. 나를 돕기 위해 온 것이냐?”
카린 주변으로 반달 모양의 마력탄이 생성되었다.
공간을 이격하여 순식간에 빌헬름에게 쏘아졌다.
빌헬름이 황급히 마력 결계를 사용하여 막아냈으나 뺨에 깊은 상처가 생겼다.
“한 번만 더 딸이라 부르면 혀를…….”
이 와중에도 이사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와서 차마 험한 말을 할 수 없었다.
세르몬이 히죽 웃으며 말을 대신해 줬다.
“삐이- 해버리고 삐이- 해버려서 삐이- 할 것이다. 삐이- 삐이 한 친구야.”
창성 마법사들이 빌헬름 주변을 둘러쌌다.
그들의 발밑에 강력한 마력장이 형성되었다.
빌헬름이 말했다.
“너희 모두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거냐? 이건 명백한 범죄다.”
비아톤이 씨익 웃었다.
“응, 안 들림.”
* * *
창성 마법사와 빌헬름 연합.
그리고 비아톤을 필두로 한 빌로티안 연합.
두 연합의 전투에 아셀리아 또한 꽤 놀랐다.
“인간들이…… 언제 이렇게 강해졌어?”
용들이 사력을 다해 마력장을 펼치고 있었다.
이 폭발적인 기운들이 마력장을 뚫고 바깥세계로 흘러나가는 순간, 세상은 멸망에 준하는 큰 피해를 입고말 것이었다.
“제가 강해졌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용군주.”
로베나의 얼굴에도 땀이 삐질삐질 흘러나오고 있었다.
각양각색의 마법들이 폭죽처럼 터져 나오고, 검술가들의 예리한 검날이 마법을 베어냈다.
그 충격파가 터져 나와 마력장에 부딪쳤다.
“흐응, 황자들도 내 생각보다 훨씬 강하네. 다른 시대에 태어났으면 다들 황제 했겠는데?”
아셀리아는 나름대로 감탄하며 이사벨 쪽을 주시했다.
“저기서 가장 강한 전력이 아룬 경 맞지?”
“예, 빌로티안에서 황제 폐하를 제외하면 아룬 경이 가장 강력한 전력입니다.”
“아룬 경은 전투에 참여하지도 않고 있네?”
아룬은 이사벨 옆에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은 채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아룬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로 호각이라. 빌로티안의 저력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인간으로 생활하실 거면, 인간 세계에 관심을 좀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내 관심은 행정 일이랑 이사벨밖에 없어.”
아셀리아는 가볍게 웃으며 이사벨을 계속 주시했다.
그녀 또한 아룬과 마찬가지로 이사벨을 지키는 중이다.
“마력장 유지하기가 아주 힘든데 용군주께서도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아냐, 용들은 할 수 있어. 나는 내 친구 보느라고 바빠.”
진짜 한 대 때릴까.
로베나는 그렇게 생각했으나 차마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로베나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용군주가 정말 아무 생각도 없이 가만히 있는 걸까?’
무언가,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대비하기 위하여 저러고 있는 건 아닐까.
로베나로서도 알 수 없었다.
* * *
창성 마법사 여섯이 쓰러졌다.
미하엘이 거친 숨을 헐떡거렸다.
“헥…… 헥……! 늙다리들이 제법이구나!”
미하엘도 온몸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상태.
그러던 중, 빌로티안 측에서 지원이 한 명 더 왔다.
미하엘이 활짝 웃었다.
“너넨 이제 다 뒤졌다.”
그의 몸을 하얀 빛이 덮었다.
상처에 새 살이 돋고, 지쳤던 근육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성녀, 마리아였다.
마리아가 성스러운 힘을 일으키자 기적이 벌어졌다.
빌로티안 측 연합과 용들은 모조리 체력을 회복해 버렸다.
세르몬이 다시금 히죽 웃었다.
“이제 진짜로 삐이- 삐이- 삐이- 삐이- 할 수 있겠어.”
마리아의 합류로 이어진 두 번째 전투.
첫 번째 전투는 비등비등했다면, 이제는 빌로티안의 압도적인 우세였다.
이사벨은 그 광경을 모조리 눈에 담았다.
‘이게 끝일 리 없어.’
그리고 계속해서 마법 영창을 외웠다.
모두의 도움이 너무 감사하고 고맙지만, 저들의 도움만으로 이 상황을 끝낼 생각은 없었다.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까 나도 함께 나서서 마무리해야 해.’
이 이야기는 이미 모든 사람과 합의가 된 부분이었다.
그녀의 마력량은 이미 창성 마법사들을 훨씬 벗어나는 수준.
빌헬름이 ‘나르비달’의 그릇으로 점찍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마력량을 지니고 있다.
그 마력을 모조리 쏟아부어서, 이 전투를 종결짓기로 했다.
아룬이 지켜주고 있기에.
그래서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마법을 완성시키는 데에만 집중했다.
이 마법은, 베크사가 이론으로만 완성해 놓은 유산이었다.
마지막 마법 영창을 외웠다.
[위대한 어머니의 탄식하는 숨결이.]강대한 마력이 이사벨의 발밑으로부터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커다란 바람이 이곳을 가득 채웠다.
폭풍이 이는 것 같았다.
[만물의 종결을 명하리라.]순간, 수천 개의 마법 진이 생성되었고 그로부터 여섯 장의 날개를 지닌 천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모두 빛나는 휘장을 둘러서 몸을 감싸고 있었고, 황금색 창을 들고 있었다.
아셀리아가 아- 하고 탄식했다.
‘이것이…… 인간이 만들어낸 마법.’
저들은 늘 상상을 뛰어넘는다.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면, 그 이상이 늘 있다.
오늘 그녀는 진심으로 놀랐다.
‘저 마법은 내가 보아왔던 그 어떤 마법보다 눈부시구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