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189)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189화
레이나는 루겔터 교장을 보자마자 고자질을 시작했다.
“교장 선생님. 제 꼴을 좀 보세요.”
“설명을 해보아라.”
“마법으로 공격을 당했어요. 학우 간 공격 마법의 시전은, 전투 대련에서만 허용되어 있는데도요.”
루겔터 교장은 약간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게 사실이냐?”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실이에요.”
“그렇다면 교칙에 의거하여 처벌을 할 수밖에 없구나.”
“그게 끝인가요?”
“뭐?”
“이 일이 왜 벌어졌는지, 어찌하다 이런 사건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진상 파악은 처음부터 아예 배제되어 있는 건가요?”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평범하고 즐거운 학창 생활 경험은 끝났어.’
애초에 애들이 나를 유령 취급할 때부터 끝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부분은 정말 아쉽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로망으로 생각했었던 이곳에, 올시아처럼 소외당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거 같다.
“제가 이 학교에 왜 학생으로 왔는지 아시나요?”
“그, 그거야…… 크흠.”
말하기 민망한 듯 헛기침을 하고서는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네 삶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괜찮아요.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교장 선생님.”
“그래서 마지막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냐?”
“그 마지막 소원이 뭔지 아세요?”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 아니냐?”
나는 레이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레이나는 무척이나 자신만만한 태도였다.
마법으로 학우를 공격하면 퇴학감이란다.
레이나가 입을 열었다.
“교칙 제33조에 의거하여 이사벨은 반드시 퇴학당해야만 해요.”
“왜 그렇게 날 미워하는 거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는 교칙을 말했을 뿐인데.”
“그럼 나는 그렇다 치고, 올시아는 왜 그렇게 미워하는 건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혹시 교장 선생님은 알고 계세요?”
루겔터 교장이 고개를 저었다.
“나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나.”
나는 교장이 올시아에 관한 걸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교장뿐만 아니라 이 대학의 모든 교수가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올시아에게 침묵을 강요했다.
“교장 선생님, 방조는 비겁한 겁니다.”
“이사벨. 여기는 황실이 아니야. 생도가 교장인 내게 무슨 지적을 하는 건가? 대학에 왔으면 대학의 규칙을 지켜야 하지.”
레이나도 거들었다.
“자기가 여기서도 황녀인 줄 아나 봐요. 저런 특권 의식을 갖고 있으니 학우에게 공격 마법을 사용하는 것 아니겠어요? 얘기를 더 들을 필요도 없어요. 이 광경을 목격한 학우들이 이렇게 많으니 바로 퇴학 처리 해주세요.”
“…….”
루겔터 교장은 나름대로 고민이 많아진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그 고민을 해결해 주기로 했다.
“내가 이 학교에 왜 왔는지 아느냐고 물었죠.”
아까는 ‘제가’라고 했고 이번에는 ‘내가’라고 표현했다.
내용 자체는 같지만, 단어 하나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걸 교장이라면 느낄 수 있을 거다.
“교장께서는 제 실력이 마법생도들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건…….”
나는 이곳에 와서 꽤 심심했다.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들이 너무 평이하고 단조로웠다.
대부분 암산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었고, 교수들이 내주는 과제는 하품이 나올 정도였다.
게다가 내 입장에서는 별로 어렵지 않은 마도 학문인데 교수들도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제야 나는 아룬이 했던 말들이 거짓이 아님을 깨달았다.
나는 진짜로 평범한(?) 교수들 이상의 마법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내 주변이 다 너무너무 대단한 마법사들이라서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
레이나가 흥! 코웃음을 쳤다.
“마법생도들 수준도 안 되지. 정식 입학시험도 못 치른 주제에. 안 그러니, 얘들아? 저번에 갈룸 교수님이 질문하신 것도 쩔쩔매던데?”
아, 기억난다.
마력 발전에 있어 3상 교류의 장점을 설명해 보라는 얘기였다.
참고로 이 3상 교류는 나랑 테이슬론 경의 합작이었다.
나는 이렇게 기초적인 걸 묻는 것이 당황스러웠었다.
‘너무 쉽게 정답을 말해버리면 오히려 곤란하시려나?’
교수님을 배려하는 차원이었다.
그래서 조금 뜸을 들이며 어려워하는 척했다.
내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다 너무 쉬웠다.
어떤 게 어렵고, 어떤 게 쉬운 건지 구별이 안 됐다.
그래서 어려운 척했다.
“그런 실력을 가지고 교육의 성지이자 요람인 대학에 입학하다니. 정말 우스운 일이네.”
내가 루겔터 쪽을 바라보았다.
“교장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 그건…….”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루겔터 교장 눈에는 아마 다르게 보이겠지.
“저는 단언합니다. 이 마법 학교 교수의 그 누구도 제 마법 실력을 능가하지 못해요. 교장님을 포함해서.”
“…….”
“원하신다면, 마법 대련으로 증명할 수 있어요.”
물론 마법 대련 능력이 곧 마법 실력을 대변하는 건 아니다.
반드시 ‘전투’만이 마법 능력을 좌우하는 요소는 아니니까.
그렇지만 서로의 실력을 겨룰 때는 대련으로 하는 것이 보편이었다.
참고로 이 대학에는 전직 마법기사단장이자 미로텔 마법 연방의 고위 마법사였던 갈룸 교수가 있다.
갈룸 교수는 악어계 수인족이었는데 마법을 튕겨내는 딱딱한 피부를 가지고 있어서, 마법 대련에서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마침 갈룸 교수님이 오시네요.”
이쪽을 향해 누군가가 걸어왔다.
가까이 다가온 갈룸 교수가 말했다.
“저는 이사벨과 대련하여 이길 자신이 없습니다.”
* * *
레이나는 믿을 수 없었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갈룸이 말했다.
“이사벨 생도의 학식은 이미 저보다 깊지요. 저번에 제게 특별한 결계를 하나 보여주었는데, 저는 그 결계를 뚫어낼 자신이 없습니다. 아마 창성 마법사들의 마법조차 이사벨 생도의 결계를 뚫어내지 못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레이나가 발끈했다.
“거짓말하시는 게 분명해요!”
사태를 보아하니 루겔터도 그렇고 갈룸도 그렇고, 묘하게 이사벨에게 호의적인 상황인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
레이나는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어떻게 정규 교과과정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고 편입한 뜨내기 생도가 교수님들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요? 그러면 그런 실력을 가진 사람이 왜 교수가 아닌 생도로 편입한 건가요? 교수님의 말씀은 지금 저희가 공부해야 할 목적을 흔들리게 만드는 아주 위험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무엇을 위해 공부해야 하나요? 교수님처럼 훌륭한 분이 저런 뜨내기보다 못하다고 말한다면 말이에요.”
잠자코 듣고 있던 이사벨이 대신 대답했다.
“그러니까. 이상하지? 내가 교수가 아닌 생도로 입학한 게. 원래는 없는 편입제도까지 만들어가면서 말이야.”
이사벨은 씁쓸하게 웃었다.
‘이건 예정에 없던 일인데.’
“나는 생도로 여기 온 게 아니야. 장학사로 여기 온 거지.”
“뭐, 뭐라고?”
레이나뿐만 아니라 루겔터의 눈도 커졌다.
루겔터도 ‘장학사’라는 말을 처음 듣는다.
처음 들을 수밖에 없었다.
장학사라는 말은 이사벨이 여기서 처음 만든 거니까.
“교장 선생님, 다시 인사드리죠. 이곳에 장학사로서 파견 나온 이사벨입니다. 교장실 가서 잠시 얘기를 나누실까요?”
레이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공정한 이야기가 오가는지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어요.”
* * *
교장실.
이사벨은 장학사에 대해 대략적인 설명을 해주었다.
“……하여 교육 목표, 교육 내용, 학습 지도법 등 교육에 관한 모든 조건과 영역에 걸쳐서 교육현장을 지도하고 조언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직책이에요.”
루겔터 교장은 어느새 이사벨에게 존대했다.
“그런 공문은 없었습니다만…….”
“장학사는 비밀리 방문이 원칙이거든요.”
레이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장학사라는 말도 안 되는 것도 이상한데, 루겔터가 존대를 하는 것이 영 거슬렸다.
“그런 제도가 소리 소문도 없이 생길 리 없잖아.”
“원한다면 재단 측에 확인해 보세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교장은 통신 수정구로 어딘가에 연락을 취했고 재단 측으로부터 답이 왔다.
“이사장님께서 직접 오신다고 합니다.”
“이사장님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그, 그건…… 잘…….”
모를 수밖에 없다.
마법 연방이 무너지고 마도 왕국이 새로 설립되면서, 마도 왕국 내의 모든 대학은 ‘씨앗들의 요람’이라는 하나의 재단에 소속되었다.
‘씨앗들의 요람’은 재단 차원에서 모든 대학에 과감한 투자와 후원을 쏟아부었다.
재단의 이사장이 누구인지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재단의 이사장을 ‘얼굴 없는 성자’라고 불리는 중이었다.
루겔터가 침을 꼴깍 삼켰다.
‘얼굴 없는 성자께서 대학에 방문하신다?’
이건 더없는 영광이었다.
마도 연방 소속일 때에 비해서 대학의 살림살이가 훨씬 나아졌다.
교수들의 봉급도 올랐고 연구비도 대폭 올랐다.
모든 것이 이전보다 좋았다.
그걸 가능하게 해준 얼굴 없는 성자가 방문한다니.
얼마 후, 바닥에 마법진이 생성되었고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루겔터는 깜짝 놀랐다.
“씨앗들의 요람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유리입니다.”
너무 어린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레이나가 눈을 부릅떴다.
“너, 너, 너는!”
아주 오래전, 그 찢어지게 가난했던 유리였다.
가문의 후원 덕에 겨우겨우 비굴한 삶을 유지할 수 있었던, 그 유리가 틀림없었다.
유리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이네, 레이나 생도.”
그리고 곧바로 말을 이었다.
“이사벨 장학사로부터 보고서는 이미 받았습니다. 처음 뵙네요, 교장선생님. 씨앗들의 요람 재단의 이사장. 유리입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