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19)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19화
미하엘이 비밀 얘기를 하듯 목소리를 조금 낮추었다.
“내가 친구 소개해 준다고 했지?”
어차피 다 들리는데 왜 낮추는지는 알 수 없었다.
‘싸가지는 없지만 귀여운 친구라더니…… 그게 설마 벌꿀오소리였어?’
한국에서는 벌꿀오소리로 알려진 라텔이었다.
미하엘이 말했다.
“이 녀석이 겁도 없이 사자랑 맞짱을 뜨고 있더라구.”
랜서 경은 흥미가 동한 모양이었다.
“이 쪼그만 놈이 말입니까?”
랜서 경이 가까이 다가가자 벌꿀오소리는 작은 이빨을 드러내며 크앙! 하고 소리를 내었다.
그 기세가 제법 살벌했다.
“응, 오 대 일로 싸우고 있었어.”
미하엘은 벌꿀오소리의 기개가 마음에 들었다는 듯 히죽 웃더니 벌꿀오소리의 미간에 손을 대려 했다.
콱!
벌꿀오소리는 오라버니의 손길을 거부했다.
“악! 이 자식아, 나를 깨물면 어떡해!”
아무래도, 자기가 오라버니의 몸을 타고 다니는 건 괜찮지만, 오라버니가 자기의 몸을 만지는 건 싫은 모양이다.
“피날 뻔했네. 귀여워서 봐주는 줄 알아.”
꽤 세게 문 것 같은데 오라버니의 손가락에는 작은 상처조차 나지 않았다.
내가 물었다.
“나머지 네 마리는 어떻게 되었나요?”
“무슨 말이야?”
“분명 사자랑 오 대 일로 싸우고 있다고 하셨잖아요.”
한 마리는 구해 왔다.
그럼 나머지 네 마리는?
“무슨 소리야? 얘랑 사자 다섯 마리랑 싸우고 있었다니깐?”
“…….”
세상에서 제일 겁이 없는 동물이라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치사하게 다구리를 치길래 내가 혼을 좀 내줬어.”
“……그러니까, 사자 다섯 마리를요?”
“응.”
나는 이 세계가 판타지 세계라는 것을 다시금 체감했다.
겉보기로는 나와 별로 차이 나지 않는 저 꼬맹이가 사자 다섯 마리를 혼내줬단다.
“……사자를 어떻게 혼내요?”
“그냥, 무릎 꿇고 손들게 시켰는데.”
“그게 돼요?”
미하엘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제야 이상함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그러게. 그게 되네?”
랜서 경이 옆에서 거들었다.
“때로는 무자비한 폭력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기도 합니다. 많이 때리셨습니까?”
“혼만 조금 내려고 했는데 내 뺨을 때리고 목덜미를 깨물잖아. 그래서 화가 났지 뭐야?”
“그래서요? 설마 검을 쓰셨습니까?”
“에이, 덩치만 크지 그렇게 약하고 소심한 애들한테 어떻게 검을 써?”
“그러면요?”
“그냥 똑같이 해줬지, 뭐.”
정말 황당한 얘기인데.
사자랑 똑같이 행동했단다.
“동물 친구를 상대로 검을 들 만큼 못된 녀석은 아냐.”
나는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오라버니는 랜서 경에게 말을 하고는 있지만, 사실 데일사 시종장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안 늦을 수 있는데, 불합리한 위기에 처한 불쌍한 동물 친구를 구해 주느라고 조금 늦어버렸어. 기사도 정신을 발휘하다 늦은 것이니 랜서 경도 내 상황을 참작해 줘.”
“저런, 제가 그토록 중요하게 말하던 기사도 정신을 발휘하셨다니. 이건 꾸지람이 아니라 칭찬이 필요한 일이었는데요. 으하하핫!”
더욱 재미있는 건 랜서 경도 데일사 시종장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것이었다.
“역시 그렇지?”
“그렇습니다, 황자님.”
더더욱 재미있는 건, 둘 다 데일사 시종장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걸 서로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데일사라는 사자 앞에 의기투합한 토끼들을 보는 것만 같았다.
나는 정확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이 궁의 실질적인 권력자는 데일사 시종장이 확실하구나.’
잘 보여야겠다.
나는 방긋 웃었다.
“데일사 시죵장님. 배고파여. 가치 밥 먹을래여?”
혀가 짧아진 거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 * *
이사벨은 카린에 대한 경계를 낮추지 않았다.
‘내 날숨에 포함된 마나를 채취하고 있을지도 몰라.’
나르비달에 관한 연구가 어디까지 진행되었을지도 알 수 없었다.
‘이상하리만치 나한테 정성을 쏟아붓고 있는 것도 수상해.’
분명 무언가 속셈이 있을 것이었다.
최대한 흠을 보이지 않기 위하여 노력하는 한편, 마법 이론도 열심히 배웠다.
카린의 마법 실력만큼은 진짜였다.
“선생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말씀하십시오.”
“벌꿀오소리 아세요?”
“알고 있습니다.”
“벌꿀오소리한테서 오묘한 마나의 뒤틀림이 느껴지는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해요?”
“희귀하기는 하지만 존재하는 경우입니다. 보통은 마나를 지니고 있는 마정석을 주워 먹었을 경우에 그런 일이 발생합니다. 특히 벌꿀오소리같이 겁이 없는 동물들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현상입니다. 아무거나 잘 주워 먹거든요.”
“근데 그 뒤틀림을 이용해서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건 어떤 거예요?”
카린이 이사벨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사벨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있었다.
‘마법적 직관이구나.’
아주 드물게, 어떠한 마법 흐름을 절로 파악하는 감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세상 사람들은 그들을 일컬어 천재라고 부른다.
이사벨은 카린의 눈빛이 무서웠다.
속마음을 모조리 읽어내는 것만 같은 무심한 눈빛.
최종 흑막에게 마음을 읽히는 건 무척이나 두려운 일이었다.
“구체적으로 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까?”
“잘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벌꿀오소리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에 관해 함께 연구해 보도록 하지요.”
그날 이후로 카린은 수업 시간과 빈도를 늘렸다.
* * *
며칠이 흘렀다.
“벌꿀오소리와 친구가 되고 싶습니까?”
“네.”
“어째서 그렇습니까?”
“멋있잖아요. 오라버니가 그러는데 사자랑도 싸웠대요.”
“그런 게 멋있습니까?”
“용감한 게 멋있어요. 뭔가 현실에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사는 것 같아서요.”
또다시 며칠이 흘렀다.
카린이 약간의 힌트를 던져주었다.
“드로이웰 정리를 사용하면 해당 수식이 어느 정도 완성될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이해는 못 할 것이다.
그렇지만 카린은 이사벨이 마법 이론에 심취한 모습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
‘집중하면 꼭 입술을 오므리시지.’
그 작고 앙증맞은 입술이 얼마나 귀여운지.
그래서 오늘도 남몰래 이사벨을 관찰했다.
이사벨은 A4용지 정도 되는 크기에 빽빽하게 쓰인 각종 기호와 수식들을 읽었다.
눈에 익은 것들이 많았다.
마법 수식이라는 건 결국 현대의 수학과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다만 황녀님이 배운 마법 수식으로 규정될 수 없는 숫자가 존재하여 완벽하게 완성할 수는 없겠습니다.”
“우와, 클리셰다.”
현대 지식을 이용하여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
아주 흔한 클리셰였다.
“예?”
“그러니까 해당 제곱수의 근원에 대한 정의가 명료하지 않다는 것이잖아요.”
“……그럼 황녀님은 그걸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까?”
이사벨은 대한민국의 수험 생활을 통과했던 수험생이었다.
그녀는 수학을 꽤 좋아하는 편이었고 한국대도 수리논술 전형으로 붙었다.
그러니까 수학으로 최종 흑막의 시험에 답하는 것 정도는 아주 흔한 클리셰였다.
‘최종 흑막인 카린은 천재로 설정된 마법사니까 그 기준도 어마어마하게 높겠지?’
대한민국의 평범한(?) 수험생의 지식 정도는 마구 방출해도 그리 특별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여기서 해당 마법수는 음수인데, 문제는 제곱수의 형태를 띠어야 한다는 거죠?”
“……예, 그렇습니다.”
“제곱을 했는데 음수가 나오는 건 실수개념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거니까요.”
카린은 크게 충격을 받았다.
그렇지만 겉으로는 평온함을 유지했다. 이사벨에게 엄격한 선생이 되기로 스스로에게 약속했으니까.
냉담한 태도로 물었다.
“그렇다면 어떤 개념을 활용하여 해결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그 모습을 보며 이사벨은 오해했다.
역시. 이 정도는 천재 마법사에게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마음껏 전생의 지식을 풀어냈다.
“허수의 개념을 적용하여 복소평면을 이렇게 그려보면, 요 z 값은 좌표평면 위의 한 점으로 볼 수 있고 실수 a와 허수 bi의 합에 대응돼요. 맞지요?”
“예. 맞습니다.”
아주 평이한 기본 개념 얘기였다.
이사벨도 그렇게 생각했고, 카린의 태도도 분명히 그랬다.
카린은 여전히 평온한 태도로 물었다.
“그렇다면 최종 마법 방정식에 대입되어야 할 근의 값인 r을 어찌 구할 수 있겠습니까?”
쿵! 쿵!
카린의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아무리 성장이 빠른 빌로티안의 혈육이라도, 이건 절대로 다섯 살의 입에서 나올 만한 내용이 아니었다.
마법 수식 이해도가 상상을 초월했다.
“그건 요 평면에서의 사잇각을 세타로 두고 계산하면요. 결국 z 값은 삼각함수를 통해 구할 수 있는데…… 이렇게…… 하면…… 해서 코사인과 사인 함수의 합으로 표현이 되지요.”
이사벨은 똘망똘망한 눈으로 카린 경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면 어떤 꼬투리도 잡히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안심했다.
‘다행이다. 오늘도 잘 지나가겠어.’
그런데 카린이 또 질문했다.
“그러나 식이 지나치게 복잡해서 수기로는 풀 수 없겠지요?”
와, 여기서 또 시험이라고?
이사벨은 또 긴장했다.
5살치고 이 정도면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천재 최종 흑막의 눈에는 차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사벨은 더 열심히 대답해야만 했다.
“선형대수학의 개념을 이용하여 행렬 계산하면 이 정도 수식은 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포 바이 포(4×4) 행렬이니까요.”
대한민국 수험생 출신.
한국대 수리 논술전형 합격자이자, 대수학과 각종 이공계 공부가 취미였던 이사벨은 결국 최종값을 도출했다.
그리고 카린이 짧게 말했다.
“잘하셨습니다.”
사실 놀라움을 감추느라 더 이상 자세히 말할 수 없었다.
그저 칭찬 한마디가,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정말요?”
“예.”
그래도 ‘잘했다’라는 말은 거의 처음 들은 것 같았다.
이사벨은 약간 뿌듯함을 느꼈다.
“그런데 말입니다.”
카린은 이사벨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무척 매섭게 느껴졌다.
“……녜?”
이사벨은 분명 보았다.
카린의 눈에 일렁거리는 순수한 욕망의 불꽃을.
카린의 왼쪽 입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저건 분명히 최종 흑막의 위험한 눈과 제스처인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