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190)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190화
유리는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모든 것을 검토한 결과, 저는 레이나 생도를 비롯하여 레이나 생도를 적극적으로 따르는 몇몇 생도의 퇴학을 강권하겠습니다.”
레이나가 펄쩍 뛰었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이사장은 뭐고, 장학사는 뭐고.
이런 건 다 자신을 음해하기 위한 헛소리에 불과했다.
“교장 선생님, 이건 모함이에요. 저희를 미워하는 황실에서 비겁한 수를 쓰고 있는 거라고요.”
이사벨이 고개를 갸웃했다.
“황실에서 너희를 미워한다니?”
“이제 와서 발뺌해도 소용없어. 새로운 제국을 건설하겠답시고, 개국 공신 가문인 우리 로스일드 공작가를 내치고 손발을 잘라버리려고 그렇게 애를 썼잖아!”
참고로 이사벨은 그런 적 없었다.
레이나가 꼴사나운 짓을 하더라도 그건 어린 날의 치기라 생각하며 그냥 넘어갔었다.
물론, 이사벨 코인이 기축통화로 자리 잡으면서 로스일드 공작가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었다.
또한 나르모르 코퍼레이션이 급부상하면서 로스일드 공작가의 힘과 재력이 약화된 것도 사실이었다.
이사벨이 다시 말했다.
“레이나.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황실은 로스일드를 그다지 경계하지 않았어.”
“뭐라고?”
“자의식 과잉이라고. 너희 그 정도 아냐.”
레이나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황실은 그저, 수많은 제국민이 어떻게 하면 더 풍요롭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했을 뿐이야. 그 과정에서 로스일드가 조금 손해 본 것은 있겠지. 그렇지만.”
이사벨은 지난 며칠간, 레이나의 행동을 모두 봐왔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일말의 정마저 모두 떨어져 버렸다.
“그건 내가 상관할 바 아니고.”
유리는 빙긋 웃었다.
“이사벨 장학사의 말은 잘 들었어.”
그리고 속으로 ‘요’를 말했다.
황녀인 이사벨에게 반말하는 것이 영 거북했지만, 이사벨의 부탁이라서 그렇게 했다.
그래야 이사장의 권위가 산다는 이유로 말이다.
“물론 이사장의 명령 하나로, 생도를 퇴학시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요. 안 그런가요, 교장 선생님?”
“그, 그러합니다.”
루겔터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 또한 이 상황이 혼란스럽기만 했다.
“그래서 저는 투표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 레이나를 비롯한 몇몇 생도를 퇴학시킬게요.”
“하지만 그런 제도는…….”
유리가 품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후원금 목록과 재정 상황을 기록한 재무 재표입니다. 이상한 점들이 조금씩 발견되었는데요. 가령…….”
“받아들이겠습니다.”
루겔터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크게 부패한 사람은 아니었으나 후원금과 재정의 일부를 사적으로 사용한 전력이 있었다.
본인의 마법 연구 개발비로 사용하기도 했다.
유리 기준에서 이 정도는 눈감아줄 수 있는 정도이기는 했으나, 어쨌든 공적자금을 유용한 것은 사실이었다.
유리가 가볍게 웃으며 레이나를 바라보았다.
“들었지, 레이나 생도?”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이건 권력을 이용한 사적 복수입니다. 저런 말 같은 건 들을 필요도 없어요, 교장 선생님.”
“…….”
“저희 가문이 이 대학의 최대 후원자라는 사실을 잊으신 건 아니시겠죠?”
이사벨이 고개를 저었다.
“최대는 아니지.”
“뭐?”
“두 번째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텐데?”
“…….”
“첫 번째는 나르모르 코퍼레이션이거든. 비밀리에 후원하고 있었어.”
“…….”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더 말해줄까 해. 두 번째 후원자부터 열 번째 후원자까지 모든 후원 금액을 다 합쳐도, 나르모르 코퍼레이션에서 후원하는 금액의 절반도 안 돼.”
“그, 그런……!”
“그러니까 그런 하잘것없는 것으로 학교를 협박하지 않으면 좋겠네.”
루겔터는 꿀꺽 침을 삼켰다.
‘나르모르 코퍼레이션이 최대 후원자였어?’
그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재단을 통해서 후원을 받았고, 재단에서는 최대 후원자의 신상을 숨겼으니까.
‘어쩔 수 없군.’
그는 남몰래 웃었다.
‘정말 어쩔 수 없이, 레이나 생도를 퇴학시켜야겠어. 이야, 정말 어쩔 수 없구먼! 아이고, 어쩔 수 없다!’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었으나 겉으로는 엄숙히 말했다.
“이사벨 장학사님과 유리 이사장님의 말씀을 받들어, 투표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일은 언제로 할까요?”
유리가 이사벨을 바라보았다.
사실 유리로서도 이 상황이 당황스러운 건 매한가지였다.
장학사라든가 비밀 감찰이라든가.
이건 이사벨과 사전에 협의된 내용이 아니었으니까.
그냥 이사벨이 갑자기 이렇게 하자고 해서 그 뜻에 따르고 있을 뿐이었다.
“레이나에게도 받아들일 시간이 조금 필요할 테죠. 자기 방어권을 위하여 준비도 해야 할 거고요. 투표날짜는 2주 후가 어떨까요?”
* * *
레이나는 기숙사로 돌아와 씩씩거렸다.
‘감히 나와 로스일드 공작가를 이렇게 무시해?’
참고로 이사벨은 로스일드 공작가를 딱히 무시한 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레이나는 그 어떤 때보다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투표? 웃기는 소리 하고 있어.’
생도들은 절대 찬성표를 던지지 않을 거다.
2주나 시간이 주어졌다.
‘나한테 그렇게 시간을 준 걸 후회하게 만들어주겠어.’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자신 있었다.
그러나 사건이 그녀의 뜻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로스일드 공작가, 인신매매 정황 및 증거 발견.] [로스일드 공작, 대량의 자금 횡령 및 불법사업 사주.] [로스일드 공작가에서 운영하는 다수의 사업체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지나친 핍박과 횡포가 발견되어…….]언론이 로스일드 공작가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로스일드 공작가에 치명적인 증거들과 단서들이 실시간으로 언론에 뿌려졌다.
마치 이러한 자료들을 진작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 * *
지르델 국왕, 발키오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거 다 미리 준비해놓고 한 방에 터뜨린 거지?”
알페아의 국왕, 라헬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봐야죠?”
라헬라도 몸을 부르르 떨었다.
“비아톤을 필두로 하여 아셀리아, 세르몬 등을 진짜로 조심해야 해요. ‘비무장의 암살자들’이라고 불린다니까요, 요즘은.”
“비무장의 암살자?”
“칼 안 들고 사람을 암살할 수 있다는 뜻이죠. 아마 제국 역사상 가장 무서운 암살자들일걸요.”
“…….”
“제일 무서운 게 뭔지 알아요?”
“뭔데?”
“그들에게는 그 어떤 협박이나 회유도 전혀 안 통한다는 사실이에요. 오로지 이사벨 황녀만을 위해서 일해요. 이사벨 황녀가 기억할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웠으면 좋겠다는 게 그들의 목표거든요.”
“끔찍하게 낭만적이군.”
발키오는 한참 동안 생각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럼 이건 다른 왕들이나 세력에게 보여주는 경고이기도 하겠네? 나는 로스일드 공작가가 이렇게 탈탈 털릴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 망치도 아니고.”
‘못’했어.
‘망치’도 아니고.
라헬라는 저런 말장난에는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렇겠죠. 사실 사소한 잘못 없는 세력이 어디 있겠어요?”
“그렇지,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지. 아니, 근데 라헬라. 못했어, 망치도 아니고는 꽤 좋은 드립 아니었나?”
“조심하라는 무언의 경고이자 압박이죠. 아무리 세력이 약화되었다고는 해도, 그래도 로스일드 공작가인데 겨우 2주도 안 되어서 거리에 나앉게 생겼어요. 파산 직전이에요.”
“파바다?”
파‘산’.
파‘바다’.
잘 참던 라헬라도 결국 폭발할 뻔했으나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아냈다.
여기서 반응하면 지는 거다.
하루 뒤, 로스일드 공작가가 완전히 파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 * *
나는 레이나가 생도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내용은 뻔할 것이었다.
뭐, 대학이 영원할 것 같으냐?
밖에 나가면 다를 것이다.
이사벨은 이제 얼마 후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황실이 너희를 지켜줄 것 같냐?
알아서 잘 생각하고 선택해라 기타 등등.
아마 가문의 힘을 등에 업고서 협박이나 회유 등을 하고 있겠지
‘소용없을 텐데.’
로스일드 공작가는 파산할 거니까.
비아톤 경이 자료들을 보내줬는데, 어쩐지 이들이 너무 빨리 세를 넓히고 있다고 했다.
이들이 가장 열을 올린 건 인신매매였다.
마도 왕국이 새로 건국되고 혼란한 틈을 타서 각종 인신매매를 알선하고 장려했다.
참고로 인신매매는 불법이다.
‘너무 많이 나쁜 짓을 저질렀어.’
저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참 많은 사람이 피를 흘렸다.
결국 로스일드 공작가는 2주가 채 되지 않아 완전히 파산했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로스일드 공작은, 성난 군중들의 돌에 맞아 사망했다고 하는데 확인된 사실은 아니었다.
그리고 투표 날이 되어 루겔터 교장이 말했다.
“……이상, 90%의 찬성으로 레이나 외 2명 생도의 퇴학을 결정하였습니다.”
레이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너희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반대한다며 이 더러운 X들아!”
솔직히 90프로까지는 나도 예상 못 했다.
말을 못 했지만 레이나의 횡포를 참고 있던 애들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마법 대학의 위신과 명예를 지나치게 실추시킨 점, 본인 가문의 힘과 권력을 이용하여 생도들을 괴롭히고 그 위에 군림하려고 했던 점, 한 생도의 삶을 비참하게 짓밟고 유린한 점등을 고려하였습니다. 레이나 생도, 아니, 레이나 영애는 짐을 챙겨서 떠나주시길 바랍니다.”
“말도 안 돼! 나는 못 받아들여! 못 받아들인다고!”
레이나는 한참이나 발버둥 치다가 이내 씩씩대며 기숙사로 돌아갔다.
아무리 발악해도 퇴학은 이미 정해졌고, 로스일드 가문은 파산했다.
이제 레이나는 그녀가 그토록 멸시했던 ‘찢어지게 가난한 놈들’과 똑같은 삶을 살아야 할 것이었다.
나도 기숙사로 돌아왔다.
올시아가 내 침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죄송…… 해요.”
나는 올시아를 일으켜주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 너는 피해자고 무력했으니까. 피해자가 내게 사과할 필요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무력한 상황에 놓였던 사람이라는 걸 안다.
나는 올시아를 탓할 생각은 없었다.
우스운 건, 레이나는 끝까지 아무런 사과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우리가 우정을 나누지 못했다는 사실은 조금 아쉽지만.”
내 로망이었던 학창 생활은 와장창 깨져 버렸다.
제대로 된 친구를 사귀지도 못했다는 건 무척 아쉬운 일이었다.
“염치없는 말이지만…….”
올시아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저희도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글쎄.”
그러면 좋겠지만 이미 늦어버린 것 같다.
“1년 후에도 내가 살아있다면.”
아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때는 친구 하자.”
그런데 그때, 매캐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기숙사에 소란이 이는가 싶더니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려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