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191)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191화
“불이야!”
한차례 소란이 일었다.
불길이 삽시간에 기숙사 전체로 옮겼다.
‘아…….’
나는 이 불이 사고 같지 않았다.
누군가의 방화 같았다.
‘설마 레이나. 너는 아니길 바라.’
금세 연기가 자욱해져서 어디가 어딘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올시아는 크게 당황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올시아. 이리 와.”
나는 올시아의 손목을 끌어당겼다.
“복도로는 못 나가. 창문으로 탈출시켜 줄게.”
“하, 하지만……!”
오래 설명할 시간은 없었다.
창문을 열고서 마력을 이끌어 냈다.
“여, 여긴 9층…… 으아아악!”
나도 저 마음 알지.
미하엘이랑 에르베 산맥에서 썰매 탈 때가 기억나네.
그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 죽지 않았다.
올시아도 안 죽을 거다.
내가 마력을 두텁게 덧씌워서 엉덩이에 매트를 깔아줬다.
아주 마력 결계 같은 거였는데 땅에 떨어져도 모든 충격을 흡수해 줄 거다.
‘일단 나도 내려가야겠다.’
나도 같은 방식으로 뛰어내렸다.
“읏차.”
올시아는 너무 겁을 먹은 나머지 기절했으나 몸에 별다른 부상은 없는 것 같았다.
교수들과 루겔터 교장도 이쪽을 향해 헐레벌떡 뛰어왔다.
루겔터 교장이 내 몸을 살폈다.
“이, 이 무슨! 몸은 괜찮으십니까, 이사벨 장학사님!”
“저는 괜찮아요. 올시아부터 챙겨주세요.”
나는 시뻘건 불길이 타오르는 기숙사 쪽을 향하여 섰다.
“불을 끌 거예요. 아무도 저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도와주세요.”
루겔터 교장이 나를 말렸다.
“소방대가 곧 당도할 것입니다. 조금 더 안전한 곳에 피신을…….”
“늦어요.”
저 안의 상황은 내가 제일 잘 안다.
물론 소방대는 5분 안에 도착하겠지만, 그 안에 몇 명이 죽을지 모른다.
이사벨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여기에 마법 교수가 몇 명인데…….’
만약 여기 있는 교수들에게, 기숙사를 모조리 파괴해 버릴 만큼 강력한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있냐고 물으면 모두가 손을 들 거다.
‘그게 이 시대의 마법.’
최근에는 그 흐름이 바뀌고는 있다지만 500년간 이어진 전통이 그렇게 쉽게 없어질 리는 없다.
‘전쟁을 위한 마법학의 한계겠지.’
저들이 물 속성의 마법을 사용해서 불을 끄면, 대피하지 못한 학생들도 아마 크게 다칠 거다.
저들의 마력에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힘이 깃들어 있으니까.
저들이 어린 시절부터 익혔던 마법은 대부분 전쟁을 위한 마법이었으니까.
그래서 교수들도 소방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말했다.
“제가 남기고 싶은 마법은 이런 마법입니다.”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는 좀 뭐하지만, 나는 나르비달의 그릇으로 선택되었을 만큼 거대한 마력량을 가지고 있다.
비아톤 경이나 카린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마력량 만큼은 세계 제일이라고 했다.
‘충분히 시간만 주어진다면.’
교수들이 내 주변을 지켜주고 있는 이런 상황.
마음 놓고 마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상황이라면, 나는 누구보다 강력한 마법을 구현할 수 있었다.
‘이미지의 구체화.’
북극 빙수를 통해, 나는 이미지를 구체화하는 방법을 깨우쳤었다.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기숙사에 폭포수를 떨어뜨리는 거야.’
거대한 폭포를 상상했다.
그러나 단순한 물로는 저 거대한 화마를 순식간에 잠재우기란 요원해 보였다.
‘폭포수의 형상을 한…….’
제1인산암모늄.
분말 소화기의 주성분이다.
‘분자식을 알고 있으니 재구성하기 쉬워.’
[(NH4)H2PO4.]최대한 비슷한 구성의 마력 물질을 생성시켰다.
북극 빙수를 상상하며 팥빙수와 비슷한 알갱이를 만들어냈던 그 경험이 내게 큰 도움을 주었다.
말하자면, 이건 소화기 분말 가루로 이루어진 폭포였다.
쏴아아-
소화기 폭포가 떨어져 내렸다.
불은 삽시간에 꺼져버렸고, 다행히 사망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윽고 도착한 소방대가 기숙사 안으로 들어가서 살펴본 결과, 곳곳에서 방화 흔적을 살필 수 있었다.
불이 시작된 곳은 레이나의 방.
아마도 분을 못 이긴 레이나가 방화를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레이나 생도가 보이지 않습니다!”
레이나는 기숙사에서 사라져 있었다.
* * *
아룬은 최근 며칠을 노숙했다.
그에게 있어서 노숙 같은 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이사벨과 최대한 가까이 붙어 있는 것이었다.
그는 헨켈 마법 대학 뒷산의 한 동굴에서 시간을 보냈다.
‘응?’
강대한 마력이 느껴졌다.
‘이건 이사벨인데?’
이사벨의 마력이 느껴지는 것만으로도 아룬은 기뻤다.
이사벨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아룬은 밝게 웃은 뒤 검을 들어 올렸다.
“우리 약혼녀께서 저렇게 강대한 마력을 방출하면 이런 부작용이 생기지.”
다행히 이번에는 아주 가까운 곳에 생겼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법진이 생성되었고, 그곳으로부터 아주 거대한 마물이 생성되었다.
이사벨의 마력이 이끌린 마수였다.
왕국 하나를 통째로 궤멸시킬 수도 있다 알려진 대마물, 히드라였다.
머리가 세 개 달려 있는 거대한 뱀.
길이가 무려 30여 미터에 이르는 대마물이었으나 아룬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봐. 나는 이사벨이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해주려고 하거든.”
그래서 이사벨이 전력으로 마법을 사용하면 이런 부작용이 생긴다는 말은 해주지 않았다.
이사벨로 인해 이런 게 생겨나면 자신이 처리하면 되니까.
“그러니까 조용히 있던 곳으로 돌아가지?”
그러나 마물과 인간은 소통할 수 없었고, 결국 히드라와 아룬의 전투가 벌어졌다.
[시한부 악녀가 죽고 나면> 보다 훨씬 더 강해진 남주는 대마물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처치할 수 있었다.쿵!
대마물, 히드라가 땅에 쓰러졌다.
그러면서 구덩이가 크게 패였다.
“이크.”
구덩이 안쪽에 검은 옷자락들이 보였다.
아룬은 마력을 일으켜 다시 땅을 덮었다.
“이사벨한테는 험한 거 안 보여줘야지.”
아룬이 이곳에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사벨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이사벨의 몸값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아서, 이사벨을 납치하려는 세력은 늘 있게 마련이었다.
“근데 꼭 애들은 개성이 이렇게 없더라. 다들 저런 옷이야.”
검은 옷을 입고 복면을 쓴 또 한 명의 사람이 보였다.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사벨. 너만큼은 반드시 죽여버리겠어.”
여자의 목소리였으나 성별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살의가 들끓고 있는 것이 암살자가 틀림없었다.
“친구, 어디 가?”
아룬이 가볍게 웃었다.
복면인은 깜짝 놀랐다.
“다, 다, 당신은!”
“친구, 잘 가.”
아룬이 검을 휘둘렀다.
복면인은 아룬의 검을 피하지 못했다.
아룬조차 당황할 지경이었다.
너무 약해서 놀랐다.
“얘는 도대체 어디서 보낸 암살자야?”
그것까지는 신경 끄기로 했다.
이다음은 세르몬과 비아톤의 몫이었다.
* * *
세상에 ‘비무장의 암살자’라 불리는 집단이 존재한다.
공식적인 건 아니었으나 7명의 국왕은 그렇게 불렀다.
제국 역사상 가장 무서운, 칼을 들지 않은 암살자들이라 칭했다.
그러나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였다.
칼을 들지 않아도 강하지만, 칼을 들면 더 강한 것이 비무장의 암살자들이었다.
“왜 너희 같은 놈들은 아무리 삐이- 하고 삐이- 해도 계속해서 나타나는 걸까? 바퀴벌레처럼.”
“다, 다, 당신은, 세, 세르몬 황자!”
“너희가 내 동생 노렸다며?”
붉은 눈이 요사하게 빛났다.
세르몬이 단도를 입술을 슬쩍 핥았다.
“사, 사, 살려만 주신다면…….”
“그럴 일은 없을 거야. 나는 내 동생을 건드리는 자들을 삐이- 삐이- 삐이- 할 거거든.”
세르몬은 순간 화가 났다.
“아니, 근데 내 동생처럼 사랑스러운 애가 없는데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이해가 안 돼.”
“오, 오해이십니다.”
“돈이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저, 저희는 선량한 자들입니다. 사람을 죽인 적도 없습니다!”
“그건 내가 알 바 아니지.”
저들이 정의롭든 정의롭지 않든, 사람을 죽였든, 죽이지 않았든, 그런 건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중요한 건 너희가 내 사랑스러운 동생을 노렸다는 거야. 아룬이 없었다면 너희의 더러운 수작이 이사벨에게 닿아서, 순백 같은 내 동생을 오염시켰겠지.”
그의 눈에는 광기가 깃들어 있었다.
“그러니까 너희는 오늘 다 삐이- 하는 거야.”
최근 급부상한 암살자 연합의 수장인 폴은 주먹을 꽉 쥐었다.
저놈은 자신들을 살려둘 생각이 없어 보였다.
“쪼, 쫄지 마라! 놈은 한 명이……!”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한 번도 보지 못한 각도로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발밑에서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이 기현상은 현실감이 없었다.
대륙의 수많은 암살자 연합이 궤멸 되었다.
“임무 완료했어, 비아톤 경.”
“수고하셨습니다, 황자님.”
“다음에 삐이- 할 놈들은 누구야?”
“로스일드 공작가는 모조리 처리하셨죠?”
“내가 하지 않았지만 처리됐던데? 아쉽게 됐어. 직접 베었어야 했는데.”
만약 로스일드 공작이 군중들 틈바구니에서 빠져나왔다면, 그때는 세르몬이 직접 움직일 생각이었다.
그러나 로스일드 공작은 결국 군중들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알겠습니다.”
“저번에도 확인했잖아. 그런데 그걸 또 왜 물어보는 거지?”
“그게…… 음. 이건 좀 애매하긴 합니다만.”
비아톤은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살의를 잔뜩 품었던 복면인의 정체가 다름 아닌 레이나였기 때문이다.
“전후사정이 뭐가 중요해? 이사벨을 죽이겠다고 했다며?”
“그랬죠.”
“그럼 삐이- 하는 게 당연하지.”
“오!”
비아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오른 주먹으로 왼 손바닥을 가볍게 내려쳤다.
깨달음을 얻었다.
“현명하시군요.”
세르몬은 단순히 이사벨을 위해 움직였을 뿐이지만, 사람들은 제국 차원에서 완벽한 치안 정리를 하고 있다고 여겼다.
더 이상 대륙에는 암살자 연합과 같은 불법적인 단체가 설 자리가 없었다.
불법세력의 수장들이 단체로 자수하며 회개(?)하기도 했다.
수많은 제국민이 ‘비무장의 암살자’들을 칭송했고 유례없는 태평성대가 이어졌다.
그로부터 1년이 흘렀다.
이사벨의 마지막 생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