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197)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197화
베크사의 죽음으로부터 지금까지.
비아톤은 어머니가 남긴 유산을 토대로, 어떻게 하면 나르비달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를 연구했다.
그러나 정확한 방법을 알아내지는 못했다.
‘뭔가 하나가 부족한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그 스스로도 알지 못했으나 퍼즐 한 조각이 빠져 있는 느낌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평생의 적이었던 빌헬름 덕분에 마지막 퍼즐을 찾아낼 수 있었다.
‘답은…… 모순이다.’
죽음의 신 나르비달은 계속해서 살아왔다.
죽음이 산다.
그것은 나르비달을 영원히 괴롭혔던 끔찍한 모순이었으되, 나르비달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준 이유이기도 했다.
‘모순이 필요해.’
용의 심장이 인간의 생명을 늘려줄 수 있다는 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심장을 일정량 이상 추출하여 하나의 거대한 기운으로 덮어 심장의 형태로 가공한 뒤 인간에게 이식하는 방법은 이미 완성해 놓았다.
“용의 심장은 아룬 경, 네게 맡기지.”
“맡겨만 주시죠. 비아톤 경은 마지막 퍼즐을 잘 맞춰보십시오.”
평소 티격태격하는 둘이었으나 이사벨을 살린다는 공동의 목표 아래에서는, 누구보다 든든한 동료였다.
“다만 못 맞추면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나도 나를 용서하지 못할 것 같군.”
비아톤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황녀님을 살리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내 목을 치는 것을 허락해 주지.”
“싫습니다.”
“왜?”
“혼자만 편하게 죽으려고? 같이 살아서 괴로움을 만끽하시길 기원합니다.”
“칫. 눈치가 빠르군.”
아룬은 용들의 심장을 구할 계획을 짰고 비아톤은 ‘모순’을 만들어낼 방법을 강구했다.
결국 둘은 하나의 묘책을 생각해 냈다.
“죽음의 신을 살아가게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모순이 필요해.”
“그러니까 그게 뭡니까?”
“황녀님께서 자신의 죽음을 완전히 확신하게 만드는 것. 더 나아가 죽음을 인지하게 만드는 게 필요해. 스스로 죽었다고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죽음의 확신이 있어야 할 거야. 그런데 그와 동시에 삶에 대한 열망이 있어야겠지. 여태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렬한 삶의 의지.”
이미 죽었다고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살고 싶다고 생각을 해야 한다.
“그 간극이 커지면 커질수록 모순도 커져. 그 모순이, 황녀님을 살게 할 거야. 나르비달이 그랬던 것처럼.”
“확실합니까?”
“확실…….”
확실한 건 없다.
아무도 시도해 보지 않았고, 당연히 증명되지 않은 방법이었다.
그러나 비아톤은 말했다.
“확실해.”
그렇게라도 믿고 싶었다.
아룬에게도 ‘확실하다’는 그 한마디가 필요했다.
그것이 둘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다만, 용의 심장을 전이할 때 필요한 부분들이 있어.”
“영혼이 강하게 결속되어 있어야 한다. 그걸 말하는 거겠죠.”
일전에 카델리나가 이미 이사벨에게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심장을 떼어서 내주었다.
그러나 그것이 성룡의 심장 절반만큼의 효과를 발휘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당시의 이사벨이 눈을 뜰 수 있도록 도와주었을 뿐, 실질적으로 생명은 단 1초도 늘려주지 못했다.
카델리나와 이사벨의 영혼이 단단히 결속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아톤 경, 그건 제가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아룬 경이? 어떻게?”
“저와 이사벨은 약혼했으니까요.”
“그런 간단한 문제가 아냐.”
“저는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이사벨과 제 영혼이 단단히 결속되어 있다는 사실을요.”
“그걸 어떻게 알지?”
“그냥 압니다.”
“그건 충분한 설명이 못 돼.”
사실 아룬도 이 ‘영혼이 결속되었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내려 애썼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아낼 수 있었다.
“청혼석이라는 게 있더군요. 사랑하는 인간들의 영혼을 결속시켜 준다고 알려져 있어요. 빌로티안의 황족들이 누군가에게 청혼할 때 사용했던 보물이라던데 지금은 소실되어 없어졌죠.”
“단순히 소실되었다기보다는, 당시 아주 광폭하고 미친…….”
“예. 어쩌고 흑염룡에게 강탈당했다는 소문이 파다하죠.”
“그래, 끔찍하리만치…….”
“제 어머니입니다.”
“아름다우신 분이었겠지.”
“저는 그걸로 이미 아주 오래전 이사벨에게 청혼했었습니다. 이사벨과 하나가 되는 느낌이었는데, 당시에는 이 느낌이 뭔지 몰랐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청혼석의 효과였다.
“그러니까 저는 이사벨을 살릴 수 있을 겁니다, 비아톤 경.”
슬쩍 비아톤의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왜 자꾸 칼을 뽑으려고 하시는지?”
“그 청혼을 했다고 주장하는 때가 언제이지요, 친애하는 아룬 경?”
“14년 전입니다.”
아룬은 당시에 했던 말과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오다 주웠음.] [보석=청혼 선물.] [찜콩 완료.] [계약 성립.] [철회 불가.] [절대 계약.]비아톤이 화사하게 웃었다.
“황녀님이 여섯 살 때에, 청혼을 했다는 말이군요, 아룬 경.”
“칼 뽑지 마십시오.”
비아톤은 검 손잡이에 손을 대었다가 한참 후에 떼어냈다.
“황녀님을 살려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없었다면, 당신을 베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룬 경.”
“자꾸 존대하니까 무섭습니다.”
“저는 거리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에게 존대합니다, 아룬 경. 앞으로는 존대하죠. 그리고 앞으로는 파렴치한 아룬 경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줄여서 파룬 경.”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아룬이 말했다.
“황제 폐하와 황후마마께 보고는 올리지 말죠.”
“파룬 경의 생각과 내 생각이 일치하는 경우도 있군요.”
“비아톤 경은 거짓말 잘할 것 같아서요.”
“인성이 파탄 난 파룬 경만 하겠습니까? 여섯 살에 청혼? 진짜 돌아버린 거 아닙니까? 아, 진짜 이걸 죽일 수도 없고.”
황가에는 비밀로 하기로 했다.
심지어는 이사벨 본인에게도 비밀로 해야 했다.
이사벨이 자신의 죽음을 완전히 인정하게 만들어야 했으니까.
“파룬 경, 파룬 경은 연기할 수 있습니까?”
“당연히 연기 못하죠.”
이사벨을 살릴 방법이 있는데 숨긴다?
그걸 티 내지 않는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대신 대놓고 말할 겁니다. 이사벨을 살리겠다고.”
“…….”
“어쩐지 제가 말하면 잘 안 믿어주거든요. 제가 말할 때마다 오히려 더 죽음을 대비하는 느낌이라 괜찮을 겁니다.”
아룬은 늘 말했다.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내가 어떻게든 너를 살릴 거라고.
이사벨은 그 말이, 약혼녀에게 건네는 위로라고 생각했었고.
“그 계획에 나도 끼워주겠어?”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법진이 생성되어 검은 머리의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머니?”
“안녕, 아들. 오랜만이네. 근데 파룬 경이 도대체 뭐야?”
비아톤이 허리를 숙였다.
“아름다우신 분이시군요. 파룬 경은 귀엽다 못해 파릇파릇한 아룬 경을 뜻하는 말입니다.”
* * *
“하하, 모자의 상봉을 제가 방해할 수는 없겠지요.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아룬 경. 그리고…….”
“헤라 세이렌 아그리시아 올리비아 헤르센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뭐지, 요즘 유행하는 이름을 다 갖다 붙인 거 같은 저 이름은.
비아톤은 그 말을 하지 않았다.
“예, 헤라 세이렌 아그리시아 올리비아 헤르센 부인.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비아톤이 자리를 뜨자 아룬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어머니?”
“그냥 계속 누워 있기 답답해서.”
마지막 유희를 즐기러 왔어.
그 말은 하지 않았다.
“심장을 회복하셔야지요.”
“회복 안 해도 100년은 거뜬해.”
그리고 너도, 네 심장을 소모할 생각이잖아.
내가 깨어나면 너는 이 세상에 없잖니?
그 말도 하지 않았다.
“재미없는 만 년보다, 재미있는 백 년을 살 거야. 그게 엄마 뜻이야. 네가 아무리 내 아들이라도 내 삶에 이래라저래라 관여할 수는 없어.”
“…….”
“그래서 나는 앞으로 남은 100년을 아주 재미있고 알차게 보낼 생각이거든? 이사벨을 살리는 계획에 나도 동참하게 해주면 좋겠네.”
“어머니가 왜…….”
“역사에 남을 만큼 재미있는 일이잖아. 요즘 이사벨보다 핫한 주제가 어디 있겠어?”
이사벨을 살리는 게 아룬 너를 살리는 일이잖아.
엄마는 그걸 잘 알고 있단다.
그 말도 하지 않았다.
“이사벨을 살리고 나면 귀여운 남자 만나서 알콩달콩 연애도 하고, 이런저런 경험도 하고, 즐겁게 살다가 떠나려고 해. 사실 인간과 연애하고 사랑할 때가 제일 행복했거든. 너도 알다시피 그때 내 자아가 다 형성됐고, 그때가 너무 그리워.”
내가 너 때문에 이런 선택을 했다고 말하면 너는 괴로워하겠지.
“말하자면 아들과 엄마가 함께하는 마지막 추억이 될 거야. 이번 일이 마무리되면, 엄마는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살아갈 거거든.”
카델리나가 손을 내밀었다.
“내 마지막 유희, 잘 부탁해, 아들.”
이번 계획을 아는 사람은 비아톤, 아룬, 카델리나.
이렇게 셋뿐이었다.
그래야만 완벽하게 계획에 성공할 수 있었으니까.
카델리나는 자신의 역할에 굉장히 흡족해했다.
“역할이 아주 마음에 들어.”
천사 혹은 신의 역할이라니.
카델리나가 활짝 웃었다.
“엄청 멋있잖아!”
신을 연기하기로 했다.
“연기 잘하셔야 합니다, 어머니.”
“걱정 마. 너와 달리 나는 이사벨에게 별 감흥 없거든.”
이사벨을 아끼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룬처럼 각별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제대로 된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
“아, 그리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나중에라도 날 찾지 않았으면 해. 여러 번 강조했다시피 난 새로운 신분의 인간으로 유희를 즐길 거거든?”
“…….”
“생각해 봐. 시어머니가 둘이면 이사벨 입장에서 얼마나 힘들겠니?”
아룬 역시 지금은 인간이다.
인간 어머니는 로베나 대공.
용 어머니는 카델리나.
“이사벨에게 그런 무시무시한 상황은 만들지 않는 게 좋아. 이사벨이 나처럼 깽판을 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엄마의 지혜니까 잘 따르렴.”
카델리나는 자신의 레어로 돌아가 상당히 오랜 시간 연기 연습에 돌입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큰 ‘모순’이 발생했다.
“아마도 지금이 때인 것 같구나, 아들아.”
아룬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사벨이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아룬은 이사벨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설명할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이 모순의 권능이 사라지기 전에, 그는 여태껏 준비해 왔던 모든 것을 행해야 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눌 시간도 없었다.
이사벨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추었다.
‘잠깐만 실례할게.’
이사벨의 입술을 살짝 벌린 뒤, 머금고 있던 강대한 마력을 이사벨의 몸속으로 불어넣기 시작했다.
용들의 심장에 담겨 있던 마력을 전해주기에 이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제발.’
첫 키스의 달콤한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이사벨을 살리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이 그의 머릿속에 가득했다.
‘살아줘.’
강대한 마력 폭풍이 주위를 집어삼킬 듯 불어닥쳤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