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198)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198화
‘살고 싶어.’
죽음을 확신한 가운데 살고 싶다는 욕망.
나는 이 모순이 무언가 기적을 일으킬 것만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 이건……!’
아룬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도톰한 이불이 내 몸을 덮어주는 것 같았다.
내가 상상했던 것만큼 짜릿하거나 강렬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첫 키스라고 하기에는 아룬이 너무 절실했으니까.
‘아……!’
예전에 잊고 있던 감각이 느껴졌다.
예전에는 손만 잡아도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게 완전히 없어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룬의 마음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내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 뚝, 뚝 떨어져 내렸다.
아룬의 감정이 내게 전달되었을 뿐인데.
내가 감히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의 폭포가 내게 쏟아졌다.
‘살아야 해.’
나를 살리고 싶다는 저 애절함은 나를 슬프다 못해 벅차게 만들었다.
‘나는 살아야만 해.’
비록 죽었지만 그래도 살아야 한다.
살고 싶다는 절실한 다짐조차 하지 않는다면, 아룬의 이 간절함을 모욕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를 살리고 싶다는 아룬의 마음은 정말로 순수했다.
그저 나와 함께하고 싶다는 그 마음밖에 없었다.
아룬의 간절함은 경건할 정도였다.
그 경건함에 나도 반드시 응답해야만 할 것 같았다.
“고마워, 아룬.”
입술을 맞대고 있어서 발음이 뭉개졌지만 괜찮았다.
아룬의 마음이 내게 전달되었듯, 내 마음도 아룬에게 전달되었을 테니까.
강대한 마력의 빛이 나를 품는 기분이 들었다.
아룬의 마음을 넘어 존재 자체가 내게 파고드는 것만 같았다.
‘입을 조금 더 벌릴게.’
아룬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저 경건함이 내 살고 싶다는 욕망에 닿을 수 있도록.
‘뭔가가 전해지는 것 같아.’
물질은 아닌 것 같았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미끈거리는 덩어리가 내 입속에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혀?’
혀는 아니었다.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보드라웠다.
아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긴장하지 말고 몸에 힘 풀어.]그 목소리에는 이루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사랑이 담겨 있었다.
그 마음이 너무 몽글몽글해서 귓가가 간지러울 지경이었다.
아룬의 목소리가 마치 사랑을 나누는 밀어처럼 내 마음에 닿았다.
나는 온몸에 긴장을 풀었다.
키스 아닌 키스를 나누고 있는-사실 인공호흡에 더 가깝겠지만-이 상황에 힘을 푸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룬을 믿어보기로 했다.
눈을 감았다.
그저 아룬을 믿고서 아룬에게 나를 맡겼다.
‘무언가가…….’
아룬의 입으로부터 전달된 무언가가 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그것은 마치 생명을 가진 생명체처럼 꿈틀거렸다.
[아프지는 않아?]나는 아주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따라 아룬이 나를 조금 더 꽉 껴안았다.
그리고 축 늘어진 내 손을 잡아주었다.
무서워하지 말라는 듯, 내가 반드시 널 살려주겠다는 마음으로, 깍지를 껴서 꼭 잡아주었다.
[혹시 아프거나 너무 무서우면 내 손을 꽉 잡아.]‘하나도 안 무서워.’
아룬이 뭘 하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아룬은 분명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온 마음을 다하여서.
그러니까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어?’
가슴팍이 간질거렸다.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던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마력 덩어리?’
이게 왜 이렇게 포근하게 느껴졌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채로운 마력이 한데 엮여 있었는데, 그것을 덮고 있는 것이 아룬의 마력이었다.
말하자면 아룬의 마력이 주머니가 되어 있었고, 그 주머니 안에 강대한 마력이 담겨 있었다.
‘이건…….’
내 가슴팍에 무엇인가가 자리 잡고 뛰기 시작했다.
‘심장?’
쿵! 쿵!
이질적인 심장박동이 들려왔다.
너무 크고 강렬해서 잠시 두려워졌다.
‘아니. 나는 두렵지 않아.’
나는 살아야 했다.
내 가족들을 위해서, 그리고 내 연인을 위해서.
‘아룬은 내게 심장을 주고 있는 거야.’
그렇다면 나는 이 심장을 잘 받아들여서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아룬이 주는 거니까.’
그러니까 괜찮았다.
아무리 이질적이어도.
나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으읍!”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참아냈다.
아룬이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맞닿은 입술을 통해, 아룬의 걱정이 밀려들었다.
‘괜찮아. 잠깐 놀란 것뿐이니까.’
잠시 멈칫했던 아룬은 다시금 내게 마력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금 아팠지만 이내 괜찮아졌다.
내 몸속에 느껴지던 이물감은 어느새 나와 하나가 되어 쿵! 쿵! 박동 소리를 내고 있었다.
‘더 이상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아.’
정말로 하나가 된 것 같았다.
강렬했던 마력의 느낌은 이제 부드럽고 따스한 기운으로 내 몸을 감싸주고 있었다.
‘진짜로…… 뛰고 있어.’
정말 내 심장처럼.
원래 내 것이었던 것처럼 박동하고 있었다.
‘이제 안 아파.’
그것은 내게 살 수 있다는 환희를 안겨다 주었다.
꺼져가던 생명의 불꽃이, 다시금 화르륵 타오른 것 같았다.
생명이 탄생하는 경이로운 순간을 내 눈으로 보고 있는 것처럼, 이루 말할 수 없는 환희가 피어올랐다.
나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는 죽지 않았어.’
살았다.
살았다는 그 감정이 이렇게 황홀한 것인 줄 몰랐다.
나는 눈을 떴다.
“아룬.”
아룬의 온몸에서 열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고마…… 읍!”
아룬이 다시 내게 키스했다.
아주 짧은 키스가 끝난 뒤 나를 또 한 번 와락 끌어안았다.
아룬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살아줘서 고마워.”
고맙다고 말해야 할 건 나인데, 아룬이 고맙다고 말했다.
나는 울고 있는 아룬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내가 더 고마워.”
* * *
아룬은 이사벨에게 심장을 이식하는 작업을 하면서 몇 번이나 기절할 뻔했다.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룬은 몇 번이나 맹세해야 했다.
‘나의 생명은 이사벨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은 질서에게 하는 맹세였다.
온당한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으니, 아룬 또한 그에 해당하는 대가를 내놓아야 했다.
‘맹세한다. 나의 생명은 이사벨로 이루어져 있으니, 이사벨과 한날한시에 눈을 감을 것이다.’
그것은 용언 맹세였다.
그가 이사벨에게 첫 청혼을 할 때, 영혼이 결속되었고, 이제는 그 결속을 더욱 단단히 하여 용언으로 결박했다.
이사벨을 완전히 살리는 것에 대한 대가는 아룬의 남은 모든 용생이었다.
그리고 결국 그는 해냈다.
이사벨에게서는, 전에 없던 풍성한 생명이 느껴졌다.
모든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카델리나는 빙그레 웃었다.
‘결국 해냈구나.’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자리를 떴다.
‘아, 마지막 유희는 뭘로 해야 하나?’
아직 확실히 정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500년 전처럼, 귀엽고 잘생긴 인간 남자와 알콩달콩 연애하면서 청춘을 즐겨보고 싶다.
‘나도 아룬처럼, 내 연인과 한날한시에 죽으면 좋겠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점검해 봤다.
‘내 남은 삶은 대략 70년 정도인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 정도인 것 같았다.
용생에 비하면 티끌만큼 짧은 시간이었으나, 오히려 더 소중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내 삶을 이렇게 소중하게 느낀 적은 잘 없는데.’
70년이라는 짧은 시간 때문에 오히려 이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래서 인간들이 그렇게 많은 희로애락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거구나.
그걸 느낀 카델리나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하고서는 오솔길을 걸었다.
‘응?’
갑옷을 입은 한 남자가 보였다.
“멋있는! 훌쩍 황녀님! 훌쩍!”
이상한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노래 실력이 썩 뛰어난 건 아니었다.
웃다가 울다가 코를 팽 풀었다가 이상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기쁘다아아아!”
하나도 기쁘지 않은 모양새로 기쁘다를 외치고 있었다.
“척 봐도 슬퍼 보이는데?”
“너, 너는 누구냐!”
엉덩방아를 찧었다.
“소속과 이름을 밝혀라! 나는 빌로티안 제국군, 루카인 대위다!”
“루카인?”
“내, 내 이름을 들어봤겠지?”
“처음 듣는데.”
“에르베 산맥 병사 출신, 병사로 시작하여 장교가 된 두 번째 평민, 이사벨 찬가의 작곡자인 이 몸, 루카인 대위를 모른다고?”
“그냥 쫄아서 횡설수설하는 얼간이밖에 안 보이는데?”
“이봐.”
“왜?”
“진짜로 몰라?”
“뭘?”
루카인은 갑자기 분기탱천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사벨 찬가를 모른다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가르쳐 주지!”
“…….”
“이사벨 찬가를.”
그리고 다가와서 무언가를 열심히 가르쳤다.
그 가르침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카델리나는 씨익 웃었다.
‘제법 귀엽잖아?’
* * *
아룬이 말했다.
“청혼 선물 구해온다고 했잖아. 이제 진짜로 나랑 결혼해 줘야겠어.”
“이, 일단은 돌아가자.”
이사벨은 아까의 상황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졌다.
‘내, 내가 손깍지를 꼈다고?’
그리고 키스 아닌 키스를 했다.
아까는 너무 절박해서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확실히 느껴졌다.
‘그, 그건 키스였어!’
저도 모르게 발가락에 힘을 꽉 줬다.
발을 동동거리고 싶은 본능을 억지로 눌렀다.
“이, 일단 가족들에게 돌아가자. 내가 죽지 않았다는 걸 알려줘야지.”
“일단 결혼을 약속해줘.”
“가족들에게 돌아가야 결혼을 허락받지.”
그 말에 아룬이 이사벨을 안아 들었다.
“워프로 이동할 거야.”
그리고 이사벨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
단순한 키스가 아니라 마법을 사용한 것이었다.
“뭐, 뭐 한 거야?”
“얼굴과 모습을 조금 바꿨어. 너무 큰 소동이 벌어지면 곤란하니까. 꽉 붙잡아.”
아룬이 용언을 외웠다.
그와 동시에 아룬과 이사벨의 몸이 어딘가로 사라졌다.
둘은 한 이동 관문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는…….’
이사벨 광장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모여서 잔치를 벌이고 있었고, 저만치 멀리 단상에 아빠가 연설하고 있었다.
‘와…… 사람이 정말 많다.’
너무 바글바글해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모두 이사벨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모인 자들이었고, 이사벨의 당부대로 술과 빵으로 축제를 즐기는 중이었다.
“……하여, 나는 이 제국의 통치자로서, 그대들에게 명령한다. 나의 딸, 제국의 딸, 이사벨의…….”
말을 하던 론이 멈추었다.
행사를 담당하는 담당자들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야, 야, 목소리가 왜 안 나와?”
“음증(음성증폭 장치) 빨리 점검해! 빨리!”
그들 나름대로 비상이 떨어졌으나, 그건 장치의 고장이 아니었다.
론이 어딘가 한 곳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 수많은 군중이 모두 그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단 한 명의 모습만이 눈에 담겼다.
‘저 아이는…….’
붉은색 머리카락의 처음 보는 소녀였으나 론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딸이 변장한 아빠를 한눈에 알아봤던 것처럼.
‘데리러 가마.’
론의 모습이 단상에서 사라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