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27)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27화
카린의 반응으로 미루어 보건대, 이사벨은 자신이 틀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왕 틀렸다면, 아예 확실히 틀리는 게 낫지.’
이렇게 된 건 끝까지 확실하게 말하기로 했다.
아예 완벽히 틀려야 차라리 약점을 잡히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카린이 너무 황당해서 화가 나지 않을 정도로 확실하게 틀리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오히려 마음이 훨씬 편해져서 말도 술술 나왔다.
“주파수가 같고 위상이 다른 3개의 마나 흐름을 만들어 봤어요. 서로 위상이 120도만큼 차이가 나고 진폭이 같은 정현파 교류를 응용했거든요. 이렇게 하면요…….”
“잠깐만요.”
“……네?”
카린은 메모장을 꺼냈다.
이사벨의 말이 심상치 않았다.
현재 이론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내용이었다.
“정현파 교류가 무엇인지 정확히 말씀해 보십시오.”
“아…… 네.”
“수식으로 써서 보여주시겠습니까?”
카린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메모장과 펜을 건넸다.
이사벨은 종이와 펜을 보자 마음이 편해졌다.
그녀는 시험에 매우 익숙했고, 그중에서도 이렇게 종이에 푸는 시험을 선호했다.
그녀는 대한민국의 입시생이었으니까.
“설명도 덧붙이셔야 합니다. 마법 이론은 늘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 그런지 아시지요?”
“그것이 영창의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자신감이 붙은 이사벨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카린은 저도 모르게 방긋 웃을 뻔했지만 황급히 표정을 다스렸다.
“맞습니다. 정현파 교류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아아, 네! 정현파 교류는 시간에 대하여 정현파 형으로 변화하는 교류를 뜻하는데요, 그걸 수식으로 나타내면.”
슥슥-
메모장에 쉬운 수식을 써 내려갔다.
[u= Vm sin(wt+Θο)]“이렇게 돼요. 시간 t의 경과에 따라서 값이 변화하는 흐름이에요.”
카린으로서는 처음 보는 수식이었다.
“Vm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아, 이거는 마법 압력의 최댓값을 뜻해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지만, 카린 또한 세기의 천재로 설정된 인물.
일단 이사벨이 개념을 짚어주자 머리가 재빠르게 회전하며 개념을 정립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는 무엇입니까?”
“각속도로 설정했어요.”
이사벨은 곧바로 다음 수식을 써냈다.
공과대학 1~2학년 수준의 아주 기본적인 개념이라 그리 어렵지 않았다.
[w=2 π ft ]“f는 1/T로 나타낼게요!”
[2 π ft=2 π /T]마법의 흐름이라는 것은 결국 전류와 비슷했다.
전달하는 에너지의 종류가 다를 뿐이었다.
‘잘만 이용하면 세상에 변혁을 가져올 수 있을지도 몰라.’
그 변혁의 중심에 이사벨이 있을 것이다.
그녀는 전심을 다 하여 이사벨을 도울 생각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좋은 추억으로 기억해 주면 좋겠다는 이사벨의 그 소원.
‘그 소원. 반드시 들어줄게요.’
굳게 다짐했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해 본 적이 없는 그녀는 그러한 생각을 하자 표정이 굳어져 버렸다.
“이러한 방식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이사벨은 그 표정을 오해했다.
‘선생님 표정을 보니 허무맹랑할 정도로 틀렸나 보다.’
그래서 자신 있게 그냥 말을 이었다.
“마법 압력의 승압과 강압이 용이해져요.”
“마법 압력을 강압하면 마력 회로를 얇게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이 저렴해질 수 있겠군요.”
“마, 맞아요!”
응? 틀린 게 아닌가?
이사벨이 계속 말했다.
“그리고 직류 마법 발생기보다 교류 마법 발생기의 구조가 간단하고 효율이 좋아서, 이동 관문을 구동하는 데에도 무척 유리할 거예요. 일관된 운용을 통해 ON/OFF 시 소모되는 마나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거예요!”
“…….”
카린은 결국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하늘이 내린 이 6살의 아이는 기존의 천재들을 부끄럽게 만들 정도의 천재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 시베룬 마석에 그러한 이론을 접목하였다는 것이군요. 적은 에너지와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을 뽑아 냉풍을 계속 나오게 했다고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같은 원리로, 이동 관문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고요. 맞습니까?”
카린은 끝내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입가에 경련이 일만큼 참았으나, 결국 방긋 웃음이 새어 나왔다.
감정표현을 배워본 적이 없던 그녀는 표현하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었다.
* * *
카린은 급하게 비아톤의 방을 찾았다.
마침 샤워를 끝낸 비아톤은 샤워가운을 입은 채 머리를 말리던 중이었다.
그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검사였다.
마도 공학 문물을 사용하기보다는, 스스로 열풍을 일으켜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비아톤 경. 상의드릴 것이 있습니다.”
비아톤은 거울에 비친 카린을 힐끗 바라보았다.
비아톤의 시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는 개인 시간을 방해받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때문에 그의 눈빛은 호의적이지 않다 못해 날카로웠다.
그의 음성은 날 선 북풍 같았다.
“황녀님이랑 상관있는 거 아니면 거절합니다.”
“황녀님이랑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비아톤이 활짝 웃었다.
그는 머리를 말리다 말고 카린 쪽으로 다가왔다.
“마실 건 뭐 드릴까요? 뭐 좋아해요?”
“마실 건 됐습니다. 다만, 최근 아레나 궁에서 기이한 마법 현상이 관측된 적 없습니까? 냉속성 계열의 마법과 관련된…….”
“음, 글쎄요. 아, 있어요. 황녀님에게서 새어 나온 마나가 지하실을 꽁꽁 얼려 버렸습니다.”
“그렇군요.”
카린은 이사벨이 해주었던 얘기를 그대로 비아톤에게 전해 주었다.
“……하여 이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접근입니다. 비아톤 경이 말했던 수준의 부작용이나 역효과 정도는 직류 방식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이고요. 만약 체계화하여 잘 정립할 수만 있다면, 이사벨 황녀님은 노르베 상을 받고도 남을 것입니다.”
노르베 상은 전 세계를 처음으로 통일했다 알려진 전설 속 성왕의 이름을 딴 상이었다.
후세의 사람들은 매년 각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낸 영웅들에게 ‘노르베 상’을 수여했다.
그런데 비아톤의 반응이 생각보다 싱거웠다.
“흠, 그래요?”
“비아톤 경은 알고 있었습니까?”
“저도 몰랐죠.”
“그런데 태연하시군요.”
카린 입장에서는 이상했다.
그녀가 아는 비아톤이라면 지금 ‘경사가 났네! 우리 황녀님이 최고네! 하! 역시 기여워!’라면서 반쯤 미친 반응을 보이고도 남았을 테니까.
“저는 한 단계 성장했거든요.”
“성장이요?”
“그런 게 있습니다. 후후.”
황제를 보며 배우지 않았던가.
황제는 아무리 놀라운 일이 있어도 ‘이사벨이라면 그 정도는 당연하지’라는 태도를 고수했었다.
큰 깨달음을 얻었던 비아톤은 그때의 교훈을 잊지 않았다.
“저는 예전의 애송이가 아니라고요.”
“……예.”
“그래서요? 결론이 뭐죠?”
“저는 저보다 뛰어난 마법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사벨 황녀님의 이론을 완성시키기 위해서요.”
“황녀님께 새로운 마법 선생님이 필요하단 뜻인가요?”
“정확히 말하면 마법 개념과 기본이론과 더불어 공학적 지식까지 능통한 마법사가 필요합니다.”
“제가 아는 한 그 정도 수준에 이른 자는…….”
카린은 잠시 고민했다.
사실 그녀로서도 이 말을 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빌헬름밖에 없습니다.”
“빌헬름이요?”
비아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쥐새끼처럼 숨어버린 그 빌헬름이요?”
“예? 행방불명이 아니라 숨은 겁니까?”
사실 비아톤이 빌헬름을 추적했다는 것은 비밀스러운 임무였다.
빌헬름이라 추정되는 자가 황녀를 납치하려 했다는 것도 대외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았고.
비아톤이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아이코! 말실수를 해버렸네!”
그렇지만 비아톤도, 카린도 알고 있었다.
비아톤의 말은 실수가 아니었다.
비아톤이 카린에게 넌지시 알려준 것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죠. 나는 빌헬름을 잡아 족치려고 했어요.”
“…….”
“별로 안 놀라네요?”
“바라던 바였으니까요.”
비아톤이 씨익 웃었다.
“세상에는 천애 고아를 거두어준 훌륭한 양아버지로 소문나 있던데.”
“…….”
“아니었구나. 역시 죽여 버렸어야 했는데.”
순간,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이는 검귀의 마나에 감응한 주변의 마나가 스스로 움직여 생겨난 현상이었다.
“아무튼, 그 자식은 황녀님을 납치하려고 했어요. 뭐, 아닐 수도 있는데 상관은 없고요. 어쨌든 내가 추적했고, 놓쳤습니다.”
“행방불명이 아니라 비아톤 경을 피해 도망친 것이었군요.”
비아톤과 카린은 빌헬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결국 카린은 결론을 내렸다.
“빌헬름은 나를 필요로 해요.”
“필요로 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뭐죠?”
“여러모로.”
카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빌헬름과의 모든 시간이, 그녀에게는 악몽이었다.
비아톤은 더 이상 자세히 묻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내가 찾으면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도망친 상황이라면 더더욱 저를 필요로 할 겁니다.”
“그래서요?”
“빌헬름에게 배워야 할 것들이 아직 남아 있어요.”
“빌헬름을 혐오하는 거 아니었어요?”
“혐오해요. 그렇지만…….”
그녀는 오랜 겨울에 살아왔다.
그 겨울 끝자락에서, 이사벨이라는 봄을 맞이했다.
“제 봄을 지키고 싶어서요.”
그래서 그녀는 결정했다.
다시 빌헬름에게 돌아가기로.
* * *
다음 날.
카린은 이사벨에게 작별 인사를 고하기 위해 이사벨의 방을 찾았다.
그런데 그때, 예상치도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비아톤 경?”
방문을 열자마자 예리한 검날이 카린의 목젖에 닿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