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31)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31화 [S공금]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저도 모르게 저 말을 따라 할 뻔했다.
“응? 오크새…….”
비아톤 경이 내 입을 황급히 틀어막고는 마나를 응축해서 작은 귀마개를 만든 뒤, 내 귀에 쏙 집어넣었다.
느낌이 몰캉몰캉했다.
“부정 탑니다. 듣지 마세요.”
신기하게도 이 귀마개는 아주 심한 비속어만 쏙 골라서 삐이- 처리 해주는 귀마개였다.
비아톤 경이 인상을 찡그리고서 말했다.
“영감. 어린 황녀님 앞에서 말을 좀 가려주면 좋겠는데.”
“네 황녀지, 내 황녀냐? 난 제국민이 아냐.”
테이슬론은 킬킬대며 웃었다.
얼마나 얄밉게 웃어대는지 비아톤 경의 몸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아니, 잠깐만. 이거 살짝 열 받네?
비아톤 경을 놀려대는 걸 보고 있노라니 분기가 탱천했다.
“아하, 테이슬론 경은 저질이구나.”
“뭐?”
“어린이 앞에서 욕하는 어른은 저질이랬어요.”
테이슬론은 눈을 끔뻑거렸다.
내게 반박하고 싶은 모양이었으나, 어린애를 상대로 진지하게 반박하려는 것이 또 썩 내키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악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여기까지 너무 행복하게 왔는걸요.”
테이슬론은 아주 넓게 결계를 펼쳐놓았다.
그는 침입자를 좋아하지 않았고, 남주였던 아룬도 테이슬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기도 했다.
“테이슬론 경이 악질이었다면 나를 괴롭혔을 거잖아요.”
“흥, 마법 결계 들이 고장 났을 뿐이다.”
나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뒤 화제를 돌렸다.
“근데요, 테이슬론 경은 비아톤 경이 정말 그렇게 싫어요?”
“당연하지. 무지 싫다.”
“왜요?”
“인간이지, 인간인데 침입자지, 인간이면서 침입자인데 검술가이지, 인간이면서 침입자이면서 검술가인데 마법까지 쓰지? 혐오 조건의 집합체이자 혐오의 화신이라 할 수 있지.”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왜 안 떠났어요?”
“여긴 내 터전이다! 뭐가 무섭다고 내가 왜 떠난단 말이냐?”
나는 소설로 다 봤다.
테이슬론은 사실 남주 아룬을 꽤 마음에 들어 했었다.
속마음을 직접 읽기도 했었다.
「‘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난 이곳을 버리고 떠났을 거다.’」
그러니까, 사실 테이슬론은 비아톤 경이 그렇게까지 싫지는 않다는 뜻이었다.
정말 싫었다면 이미 테이슬론은 이 자리에 없을 테니까.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고 더러워서 피하는 거랬어요. 근데 테이슬론 경은 안 피했어요.”
“화, 황녀님, 저는 똥이 아닌데요.”
비아톤 경은 조금 서글퍼 보였지만 지금 중요한 건 테이슬론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나는 왼쪽 눈을 가볍게 깜빡여 윙크했고, 비아톤 경은 또 활짝 웃어주었다.
“사람 아니고 똥이어도 상관없을 거 같기도 하고요.”
이상한 말이 들린 것 같았지만 테이슬론에게 집중하느라 제대로 듣지는 못했다.
테이슬론에게 말했다.
“근데 똥보다 더한 혐오의 집합체를 보고도 여기 있잖아요. 찾아오는 동안 마법 공격도 안 하고.”
“흐음…….”
테이슬론은 턱수염을 매만졌다.
“그래. 네가 몇 살이라고?”
“여섯 살!”
“쪼그만 녀석이 말을 아주 잘하는구나. 일단 들어와라. 무슨 말을 하는지 한번 들어나 보자.”
나는 먼저 팔을 들어 올려 비아톤 경의 손을 잡았다.
이렇게 억제해 두지 않으면 ‘쪼그만 녀석’ 같은 말에 크게 반응할 것이 뻔했으므로.
다행히 비아톤 경은 발작하지 않았다.
우리는 오두막에 무사히 들어갈 수 있었다.
* * *
이사벨은 테이슬론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무슨 말을 하든, 테이슬론은 결국 ‘나는 인간이 싫다’라는 내용으로 귀결되었다.
테이슬론은 지독한 동물 애호가였다.
인간은 동물보다 못하며, 동물이 훨씬 사랑스럽다는 얘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인간이 싫다니까.”
“그런데 왜 교류 연구를 그렇게 열심히 했어요?”
“마법사가 마법을 연구하는 게 뭐?”
이사벨은 테이슬론이 왜 마법 연방에서 쫓겨났는지, 왜 인간을 혐오하게 되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사람들을 돕고 싶었던 거 아니에요?”
“애가 고산병에 걸렸나,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이사벨은 탁자 밑으로 얼른 손을 내려서 비아톤의 무릎 위에 손을 얹었다.
이사벨은 비아톤의 인내심이 거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눈치챘다.
비아톤이 저 뜨거운 찻물을 테이슬론에게 부어버린다거나, 아니면 칼을 휘두를 것이 두려울 정도였다.
“저는 테이슬론 경처럼 똑똑한 마법사가 왜 쫓겨났는지 무척 의아했어요.”
테이슬론은 관심 없다는 듯 검지로 콧구멍을 후볐다.
“어쩌면 세상에 나쁜 어른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
콧구멍을 파던 손가락이 멈췄다.
테이슬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도대체 자꾸 뭘 안다고 떠드는 거냐?”
“테이슬론 경의 연구는 많은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연구였어요.”
보다 저렴한 값에, 누구나 손쉽게, 마도 공학의 문명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금은 특권층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도록 해준다.
그 기초가 되어주는 이론이다.
“나쁜 어른들은 자기 손에 움켜쥐고 있는 것들을 베풀지 않잖아요.”
마법은 특권이다.
특권층만 누릴 수 있는 귀중한 권리.
테이슬론은 그 권리를 모두에게 나누고 싶어 했다.
“그래서 어른들은 테이슬론 경의 연구를 싫어한 것 같아요.”
그게 테이슬론이 미로텔 마법 연방에서 쫓겨난 이유였다.
사실 테이슬론은 사람을 좋아했다.
어린 시절의 테이슬론에게는 꿈이 있었다.
사람을 이롭게 하고,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테이슬론 경을 쫓아냈고 배척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테이슬론은 사람을 싫어하지 않았다.
마탑에서는 쫓겨났어도 그는 사람들을 위한 마법사로 살고 싶어 했다.
그렇지만 마탑에서 쫓겨난 그를 몰아세운 건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너 때문에 마법사 파견이 거부되었잖아!”」
「“형편없는 마법사 나부랭이 같으니라고.”」
사람들은 권위 있는 마탑에서 쫓겨난 마법사인 테이슬론을 믿지 않았다.
오히려 테이슬론을 더욱 끌어내렸다.
그의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매일같이 폭력과 협박에 시달렸다.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마법사가 되고 싶었던 젊은 날의 꿈은 그렇게 바스러졌다.
“저는 테이슬론 경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테이슬론 경이 옳았다고 생각해요.”
이사벨의 말을 잠자코 듣던 테이슬론은 흥! 하고 고개를 휙 돌렸다.
“다 부질없는 얘기다. 이미 지난 일이니.”
“테이슬론 경은 사실 좋은 사람이잖아요.”
테이슬론은 황당하다는 듯 비아톤을 바라보았다.
“얘가 뭐라는 거냐?”
“영감보고 좋은 사람이라잖아.”
“그렇게 보이는 게 가능한 거냐?”
“황녀님께 불가능한 건 없어. 황녀님은 가능의 화신이거든.”
사실 비아톤도 이해는 잘 안 됐다.
그저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어쩌면 황녀님의 눈에는 보일지도 모르겠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갈 뿐이었다.
테이슬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스스로 생각해도 그는 결코 좋은 사람처럼 보일 수 없었다.
“도대체 뭘 보고 날 좋은 사람이라고 하는 거냐?”
“그냥 좋은 사람 같아요.”
“헹, 논리도 없고, 맥락도 없고, 아주 어린애처럼 구는군.”
“어린애 맞는걸?”
이사벨이 손가락 여섯 개를 폈다.
“여섯 살인걸?”
“…….”
“여섯 살은 어린애인데.”
테이슬론도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사벨의 말이 지극히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하. 여섯 살이 뭐 이렇게 조숙해?’
대화하는 내내 이사벨이 여섯 살이라는 사실을 잊었다.
물론 겉보기로는 열 살 정도로 보이기는 했지만, 아무튼 이사벨이 살아온 시간은 6년에 불과했다.
“테이슬론 경은 좋은 어른이 되어주면 좋겠어요.”
“꼬마야. 세상은 좋은 어른을 원하지 않아. 돈 많고 강한 어른을 좋아해.”
“나는 좋은 어른 좋아해요.”
이사벨이 손가락으로 비아톤을 가리켰다.
“그래서 비아톤 경도 엄청 좋아해요.”
손가락을 움직여 테이슬론을 가리켰다.
“테이슬론 경도 좋아할게요.”
“…….”
비아톤은 천천히 차를 들이마셨다.
오늘따라 차가 굉장히 향긋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저는 빌로티안의 황녀예요. 저는 테이슬론 경을 도와줄 수 있어요.”
이사벨은 감성에만 호소하지 않았다.
테이슬론을 움직일 강력한 동기가 필요했다.
그녀는 손목을 걷어 올렸다.
모래시계 형상의 낙인이 보였다.
“나르비달의 낙인?”
“그냥 황녀가 아니고, 마음이 아주 급한 황녀예요.”
“…….”
“그러니까 테이슬론 경을 전폭적으로 도와줄 수 있어요.”
마음이 급한 사람.
절실한 사람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법이다.
“너무 급해서, 하루하루가 소중해요. 다른 사람들보다 시간이 없어요. 저한테는 좋은 어른이 꼭 필요해요.”
“……왜 그렇게까지 좋은 어른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거냐?”
소설 속 아룬은 테이슬론을 설득할 때 이렇게 말했었다.
「“조금은 더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기 때문입니다.”」
이사벨이 말했다.
“조금은 더 소중한 세상을 꿈꾸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왜?”
“세상이 저한테 21년의 선물을 줬잖아요.”
“…….”
“그러니까 저도 세상에 보답하고 싶어요.”
진심이었다.
그게 이사벨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되어주었다.
이사벨이 쐐기를 박았다.
“있잖아요, 황궁에는 저랑 대화가 아주 잘 통하는 벌꿀오소리도 있답니다?”
동물 애호가 테이슬론의 눈빛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털이 옴총옴총 보드랍고요.”
말을 할 때마다 테이슬론의 몸이 움찔거렸다.
“몸에서는 벌꿀 냄새가 나고요.”
“…….”
“엄청 귀엽고요.”
침을 꼴깍 삼켰다.
“엄청 용감해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육성으로 반응하고 말았다.
“요, 용감하다고?”
“눈썰매도 엄청 엄청 잘 타요.”
“누, 눈썰매를 탄단 말이냐? 벌꿀오소리가?”
눈썰매를 타며 대화하는 벌꿀오소리에 반쯤 넋이 나간 테이슬론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나름대로는 아주 진지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