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36)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36화
아룬은 곧바로 이사벨의 침대에 파고들었다.
용언 마법이 걸린 침대보다, 이사벨의 침대가 더 좋았다.
벌꿀오소리의 본능이 피어올랐다.
파고들자.
파고들자.
파고들자.
김벌꿀은 마구마구 파고들었다.
[♩♪]김벌꿀은 이사벨의 품에 안길 때에 행복했다.
이사벨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언제 왔어? 아이, 아이 참, 간지러워!”
그리고 이사벨의 웃음소리를 들을 때 더 행복했다.
븅븅.
김벌꿀은 이사벨 앞에서만 내는 특별한 소리를 내며 이사벨의 품에 안겼다.
이사벨도 김벌꿀을 꽉 안았다.
이사벨은 김벌꿀을 껴안고 자는 것을 좋아했다.
누군가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다.
예전에는 늘 혼자 잤었다.
가끔 간호사 선생님들이 찾아오는 것 외에는 늘 혼자였다.
그래서 밤이 많이 외로웠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았다.
김벌꿀이 뭔가를 내밀었다.
“응? 그게 뭐야?”
이 어둠 속에서도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이게 뭔데?”
이사벨은 김벌꿀에게 해석 마법을 걸어주었다.
김벌꿀의 머리 위로 마법 글자가 생성되었다.
[오다 주웠음.]“이걸 오다 주웠다고?”
[이사벨 거.]“나 주는 거야?”
[소유권 양도.]“왜 주는데?”
[예쁨.]“예뻐서 내 생각이 났다는 거야?”
[긍정.]이사벨은 활짝 웃었다.
예뻐서 가져왔단다.
“세상에 이렇게 낭만적인 벌꿀오소리가 또 있겠어?”
김벌꿀은 당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자아정체성을 확립했다.
[콜미. 낭만 김벌꿀.]이사벨은 김벌꿀이 기특해서 꼭 껴안아주었다.
김벌꿀의 머리 위에 또 마법 글자가 생성되었다.
다만, 그 글자는 이사벨의 눈에 보이지 않는 글자여서 읽을 수는 없었다.
[보석=청혼 선물.]그것은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용언’이었다.
용언이 숨 가쁘게 생성되었다가 사라졌다.
[찜콩 완료.] [계약 성립.] [철회 불가.] [절대 계약.]김벌꿀 또한 자신이 용언으로 마법 언어를 생성시켰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김벌꿀은 이사벨의 체온이 좋았고, 이사벨은 김벌꿀의 체온이 좋았을 뿐이었다.
늘 그렇듯 둘은 꼭 껴안고 아침을 맞이했다.
그리고 다음 날.
이사벨의 방을 찾은 데일사는 그 자리에 몸이 굳고 말았다.
“황녀님?”
이사벨의 방에 꽃이 잔뜩 피어 있었다.
* * *
데일사가 놀란 것 이상으로 이사벨 또한 깜짝 놀랐다.
‘벌꿀이랑 꽃밭에서 노는 꿈을 꾸기는 했는데.’
그 꿈은 아직도 생생했다.
이사벨이 벌꿀이에게 화관을 씌워주었고, 벌꿀이도 화관을 만들어서 이사벨의 머리 위에 씌워주는 꿈이었다.
“시종장님.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여기에는 흙이 없다. 그런데 벽면에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시종장은 대답하지 못했다.
‘지하 냉동고 때와 같은 현상인가.’
저 꽃은 진짜 꽃이 아니었다.
진짜 꽃 같기는 했지만 일종의 마법 형상이었다.
마나가 어우러져 실체를 이루었다.
‘황녀님이 일부러 만들어 낸 건 아니야.’
이사벨의 무의식이. 그녀의 무한한 잠재력이 저도 모르게 꿈틀거려 이러한 기현상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황녀님의 천재성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겠지.’
사실 청혼석과 용언 계약의 콜라보였지만 데일사는 그러한 것까지 알아차리지는 못했다.
데일사가 말했다.
“예쁜 꽃들이군요. 하지만 마법 형상이기에 그렇게 오래 유지되지는 않을 겁니다.”
“이게 왜 생긴 거예요?”
“저도 잘은 모르겠군요. 비슷한 전설이 있기는 합니다만.”
황녀님의 천재성 때문입니다.
일부러 그 사실을 감췄다.
‘황녀님은 배려심이 지나칠 정도로 깊으시니까.’
그렇기에 지하 냉동고 사건도 말하지 않았다.
이사벨이 의도했던 건 아니었지만 지하 냉동고에 외부의 마나(이사벨의 얼음 속성 마나)가 침입하면서, 약간 문제가 생겼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벽면도 보수해야 할 거야.’
그러면 배려심 깊은 이사벨은 미안해할 것이다.
데일사는 이사벨에게 마음의 부담을 짊어주고 싶지 않았다.
‘황녀님의 천재성을 키우고 관리하는 건 카린 경과 테이슬론 경의 몫이다.’
이사벨의 천재성과 관련한 것들은 그들이 다룰 것이다.
데일사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시종장’이었고, 시종장으로서 이사벨을 배려하기로 했다.
마음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그래서 그냥 허황된 옛 전설이나 들려주기로 했다.
“전설이요?”
“예. 빌로티안의 황족들은 누군가에게 청혼할 때 청혼석이라는 보물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청혼석에 맹세하고 사랑이 만개하면 꽃이 잔뜩 핀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낭만적인 전설이네요!”
이사벨은 기도하는 것처럼 손을 마주 잡았다.
사랑이 만개하면 꽃이 핀다니.
6살이 듣기에는 너무나 매혹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그럼 아버지께서도 그 보물로 어머니께 청혼하셨나요?”
“아닙니다. 그 보물은 200년 전에 소실되었습니다.”
“왜요?”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습니다만…….”
개중 가장 유력한 설이 하나 있었다.
“희대의 악룡에게 빼앗겼다는 설이 있습니다. 악룡은 자신을 일컬어 최후 종식과 파괴와 투명의 흑염룡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는군요.”
“최후…… 뭐라구요?”
“보통은 그냥 어쩌고 흑염룡이라고 부릅니다.”
문득, 데일사는 침대 옆 협탁에 놓인 붉은 보석을 발견했다.
“저건 무엇입니까?”
“벌꿀이가 오다 주웠대요.”
“…….”
기록에 따르면 200년 전 사라진 보물도 ‘붉은 보석’의 형태를 하고 있다고 했다.
‘설마 아니겠지.’
어떻게 200년 전 사라진 보물을, 벌꿀오소리가 오다 주울 수 있단 말인가.
오늘의 이 현상은 이사벨의 천재성이 빚어낸 현상일 뿐일 것이다.
데일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사벨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거 비쌀까요?”
“동물이 주운 것이니 그리 값나가지는 않을 것입니다만…… 그래도 감정이라도 한 번 맡겨볼까요?”
“그래 줄래요?”
사실 이사벨은 이 예쁜 돌을 팔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렇지만 김벌꿀이 계속 ‘판매’를 외치는 통에 감정이라도 한번 받아보기로 했다.
이사벨도, 데일사도 이 돌이 그냥 돌멩이인 줄 알았다.
며칠이 흘렀다.
* * *
이사벨은 올림피아드 참가를 위하여 미로텔 마법 연방으로 떠났다.
그사이, 데일사는 제국 제일의 감정사 마르코 유르미엘을 찾았다.
이사벨이 맡긴 붉은 보석에 대한 감정을 맡기기 위해서였다.
마르코가 감정 결과를 말해주었다.
“노, 놀랍게도 진품입니다. 틀림없이 세바스찬 명인께서 세공한 붉은 보석입니다.”
“다시 확인해 보십시오.”
“이미 여러 차례 확인했어요. 저는 그분의 혈족입니다. 저희 가문이 사용하는 특별한 제련방식 또한 확인됐습니다. 저희 가문 기록에 존재하는 붉은 보석과 똑같습니다.”
마르코는 데일사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책 한 권을 내밀었다.
붉은 보석에 대하여 비교적 상세히 적혀 있었다.
거기에는 세바스찬이 ‘붉은 눈물’에 대해 평가한 내용도 존재했다.
그는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말을 빠르게 이었다.
“어쩌고 흑염룡의 강압과 강요에 못 이겨 만들어낸 작품이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남긴 최고의 명작이라고 하였습니다.”
“강압과 강요…… 말입니까?”
데일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고서에 쓰여 있기로는 분명 [원만한 대화와 합의를 통해]라고 적혀 있었는데 마르코는 ‘강압과 강요’라고 읽었다.
“아. 저희 가문만 알아볼 수 있는 암호 같은 것입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하하! 아무튼 이건 틀림없이 진품입니다. 이 보물을 다시 만나게 되다니. 무척이나 기쁘군요.”
“비쌉니까?”
“제가 드릴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원하시는 만큼 드리겠습니다.”
데일사는 잠시 고민했다.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예?”
급한 사람은 데일사가 아니라 마르코였다.
최대한 내색하지 않고 있지만 마르코는 간절했다.
데일사는 제국의 시종장이었고 그러한 기색을 기가 막히게 읽어냈다.
‘이 보물을 그저 돈에 넘길 수는 없겠지.’
이사벨은 이 보물을 가치를 모르고 있다.
200년 전 명인 세바스찬이 최고의 역작이라 평가한 보물이다.
단순히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데일사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고의 효과를 얻기로 했다.
다음 날.
데일사가 말했다.
“빌려드리는 걸로 하죠.”
“……예?”
“소유권은 이사벨 황녀님께 있습니다.”
“하, 하지만…….”
“싫으면 됐습니다.”
데일사는 가차 없이 보석을 회수했다.
“자, 잠깐만요!”
“대신 대여료는 1년에 1억 루덴입니다. 보물의 가치에 비하면 형편없이 적은 금액이지요.”
보통 제국에서 고소득이라 분류되는 기준점이 연봉 1억이었다.
“1, 1년에 1억 루덴이요?”
“제국 최고의 감정사에게 부담되는 금액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데일사는 시종장의 안목으로 정확한 금액을 산출해 냈다.
마르코가 포기할 수 없으면서, 그러면서도 그렇게 적지 않은 금액.
제국 시종장의 안목은 정확했다.
마르코는 엄청난 갈등에 빠져들었다.
데일사가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기회는 한 번뿐입니다.”
훗날, ‘시종장이 시종장 했다’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사건.
그 유명한 ‘시종장이 시종장한 사건’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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