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41)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41화
비아톤 경은 늘 그렇듯 마법으로 효과음을 만들어주었다.
두구 두구 두구 두구!
그리고 다시 한번 폭죽이 터지면서 팡파르가 울렸다.
저렇게 세세한 마법 컨트롤을 한다는 게 참 신기했다.
“100점입니다!”
“정말요?”
만점을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그걸 확인받으니 좀 더 기뻤다.
게다가 내 일처럼 함께 기뻐해 주고 있는 비아톤 경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달콤한 마카롱으로 꽉꽉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레이나가 황급히 물었다.
“잠깐만요! 19올림피아드의 만점이 몇 점이죠?”
“100점 만점입니다.”
“100점 만점에 100점이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레이나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응?’
그런데 좀 이상했다.
‘뭐지? 차석?’
분명히 내가 수석이어야 하는데 차석이었다.
“비아톤 경. 제가 정말 차석이에요?”
“네! 황녀님께서 무려 차석을 차지하셨어요!”
흐음.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다.
내가 차석이라니.
만점자가 둘이면, 그다음은 시간이다.
분명히 내가 제일 먼저 제출했다.
그런데 차석이라니.
납득할 수 없는 결과였다.
“이의를 신청해야겠어요.”
“이의요?”
레이나가 빠르게 끼어들었다.
“그렇죠. 황녀의 체통이 있으니까요. 당연히 이의를 제기해야죠. 저는 이사벨 황녀님의 정직함에 감동받고 말았답니다.”
빌로티안의 황녀가 올림피아드에서 차석을 어떻게 하나요?
이건 결과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어요!
얼른 이의를 제기하세요!
그렇게 말을 하는 것 같았다.
한편, 비아톤 경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황녀님. 무엇이 그리 잘못되었는지 저한테만 속삭여주시겠어요?”
비아톤 경이 내게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댔다.
비아톤 경은 내가 이의제기하는 것을 원치 않는 모양이었다.
약간의 부정이 있더라도, 그냥 이 영예(?)를 차지해 주길 바라는 것 같았다.
“저는 분명히 만점이고, 가장 먼저 답안지를 제출했어요.”
“그렇다는 말은 설마…….”
“네. 저는 차석이 아니에요.”
비아톤 경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부정한 짓을 저지른 놈이 있다면 모조리 죽…….”
얼른 내 눈치를 살폈다.
내 앞에서는 비속어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려고 하는 사람이니까.
“죽을 끓여서 먹이고 말겠습니다. 아주 맛없고 속이 울렁거리는 꿀꿀이 죽을요.”
* * *
미로텔 마법 연방.
올림피아드를 주관하는 ‘제1마탑’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어떻게 검술 제국의 황녀에게 수석을 줄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이번에는 창성 마법사 길가레이의 수제자인 마르농께서도 참여하셨습니다.”
참고로 마르농 또한 만점이었다.
다만 제출 시간이 이사벨보다 늦어서 차석이었다.
“창성 마법사의 수제자께서 빌로티안의 황녀에게 패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원탁에 둘러앉은 7명의 교수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개망신도 이런 개망신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사벨은 겨우 6살에 불과했다.
“안 됩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합니다.”
“좋은 방법을 생각 좀 해봅시다.”
당대 최고의 수학자들이자 교육자인 그들은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
결국 하나의 방법을 찾아냈다.
“이거. 이걸로 하면 되겠습니다. 이 이상한 기호를 문제 삼으면 되겠습니다.”
이사벨의 답안지에는 [∴]라는 기호가 들어가 있었다.
맥락상 ‘그러므로’라고 해석되는 기호였다.
그러나 현 수학 체계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수학 기호가 아니었다.
“이걸 꼬투리 잡는다면 감점도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누가 봐도 그러므로라는 뜻 아닙니까? 아마 빌로티안 측에서 납득하지 못할 겁니다.”
1마탑의 수석교수가 빙그레 웃었다.
“맞습니다. 감점까지는 너무 가혹한 것이니, 만점은 그대로 유지시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냥 넘어가기에도 애매하니 시간에 페널티를 좀 주는 게 어떻습니까?”
“……오!”
실수를 했지만 만점은 인정을 해준다. 감점 대신 시간에 페널티를 주어 수석이 아닌 차석을 준다.
“이 정도 결과면 빌로티안 측에서도 납득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그렇군요.”
“과연 수석교수다운 뛰어난 발상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슥 넘어가면 그들도 별다른 문제 삼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차피 검술 제국의 황가는 ‘수학적 재능과 결과’에 큰 의의를 두지 않는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오로지 ‘검술’뿐이었다.
“하긴, 빌로티안의 핏줄이 19올림피아드의 차석을 차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명예롭고 놀라운 일이지요.”
“아무튼, 놀라운 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세상에 그런 천재가 나타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미로텔 마법 연방에서 태어났다면 틀림없이 훌륭한 마법사가 되었을 텐데요. 아쉽습니다.”
빌로티안 황가 출신은 한계가 명확했다.
마법사로서 이사벨을 이끌어줄 사람도 없고, 마법계에 선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지난 수백 년간, ‘빌로티안의 핏줄’은 은근히 마법사들과 경쟁 관계를 이어왔다.
그러니 이사벨이 마법사로서 대성할 수는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며칠이 흘렀다.
“이사벨 황녀 측에서 이의제기를 해왔습니다!”
“이의제기를 했다고? 차석을 주었는데?”
7명의 교수가 다시 모였다.
“에잉, 욕심이 지나치게 많군.”
“그러게나 말입니다.”
“무려 차석을 양보해 줬는데 그걸로 만족을 못 한다니, 이해할 수가 없는 상황이군요.”
“누가 문제를 삼았다고 하던가요? 혹시 세르나 황후입니까?”
빌로티안 황가 내에서 문제를 인지하고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황후밖에 없었다.
“그럴 가능성이 높겠죠. 황제는 올림피아드에 관심 자체가 없을 테니.”
“그러면 세비라 교수가 황후와 접선해서 얘기를 좀 나눠봐. 분명 원하는 것이 따로 있을 테니.”
정말로 ‘이사벨의 차석’에 불만이 불만이 있는 게 아니라 정치적인 의견이 개입했을 것이라 판단했다.
“어지간한 요구 정도는 들어줄 수 있다고 해. 우리에게는 수석을 마르농에게 주는 것이 중요하니까.”
그런데 예상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직접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세르나가 아니었다.
이사벨 본인이었다.
그리고 이사벨이 1마탑에 직접 찾아왔다.
“제가 가장 먼저 답안지를 제출했어요.”
“이사벨 황녀님. 그것은…….”
이사벨은 칠판 앞으로 걸어갔다.
마도 공학으로 만든 무한 분필을 하나 집어 들었다.
비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분필이었다.
“제가 풀었던 문제들이에요.”
논리적으로 연결되는 문제였다.
말하자면 ‘스토리’가 있는 문제들이었기 때문에 이사벨은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수학자들은 숫자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없다.
그래서 문제를 정확히 재현해 냈다.
다들 입을 쩍 벌렸다.
‘저, 저게 여섯 살의 논리란 말인가?’
‘설명하는 방식이 너무나 명확하다.’
문제를 기억하는 것도 놀라웠을뿐더러 풀이 자체도 정확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충격적인 건, 그 풀이를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어, 어떻게 저렇게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전달할 수 있단 말인가!’
이사벨 스스로도 몰랐으나 이것은 K-수능의 힘이었다.
대한민국은 사교육의 전쟁터였다.
당연히, 사교육을 진행하는 강사들에게도 전쟁터였다.
그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자들만이 일타강사가 될 수 있었고, 한국 일타강사들의 전달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리고 이사벨은 그런 강사들의 온라인 강의를 수도 없이 접해 본 수능 세대였다.
이사벨에게는 무척 평이한 일상이었다.
‘문제의 본질에 대한 이해도가 우리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것이다.’
100을 알아야 10을 전달한다.
대한민국 사교육을 경험해 보지 못한 그들은, 그리고 이 세계에서 마법을 독점하고 있는 탓에 강의로 경쟁해 본 적 없는 교수들은 신세계를 경험했다.
“……해서, 이러한 답이 도출되었어요. 시간도 제가 제일 빨랐구요.”
“…….”
“…….”
침묵이 감돌았다.
이사벨을 수행하는 비아톤은 뒤에서 팔짱을 끼고 지켜보았다.
‘어디, 얼마나 개수작을 부리는지 한번 보겠어.’
사실 비아톤은 긴가민가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비아톤은 ‘이사벨을 보는 교수들’을 보면서 비아톤은 확실히 눈치챌 수 있었다.
‘마르농에게 수석을 주고 싶었던 거네. 혹은 빌로티안 황녀에게 수석을 줄 수 없다거나. 아무튼 개수작 부리기만 해봐. 전부 다 죽을 끓여줄 테니까.’
이사벨이 말했다.
“그런데 제가 왜 차석인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어서 직접 찾아왔어요.”
교수들은 서로 눈치를 살폈다.
결국 수석교수가 나섰다.
그가 문제 삼은 것은 역시 [∴] 기호였다.
이사벨의 몸이 움찔했다.
‘아차.’
익숙한 문제였기에, 너무 익숙한 풀이 방식을 사용한 것 같았다.
“그러나 맥락상 해당 기호가 너무나 정확히 그러므로라는 뜻으로 해석되었으므로, 감점을 하기에는 너무 가혹하다 판단. 시간에 페널티를 주어 차석의 영예라도 주는 것이 옳겠다는 것이 저희의 판단이었습니다. 납득이 되었습니까?”
이사벨은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듣고 보니 저쪽에도 나름의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비아톤은 순간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야, 너네들 개수작 부리면 죽 끓여준댔지.
전직 검귀였던 그의 눈이 돌아가기 직전,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이사벨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돌아갔다.
너무 익숙한 목소리였다.
[시한부 악녀가 죽고 나면>의 최종 흑막, 카린이었다.‘카린이 여긴 왜……?’
허가를 받고 방 안으로 들어온 카린은 이사벨을 한 번 보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칠판에 적힌 내용을 눈에 담았다.
그녀는 과연 최종 흑막다운 눈으로, 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조리 읽어냈다.
“교수님들께서는 이것을 봐주셔야 할 것입니다.”
그녀는 전쟁선포 직전, 학살극을 벌이기 직전, 누군가와 진심으로 대적하기 직전, 늘 왼쪽 입가가 꿈틀거리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 그녀의 왼쪽 입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서류 뭉치들이 들려 있었다.
이사벨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