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42)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42화
한 달 전.
카린은 이미 이사벨의 만점을 예상했다.
“……제 풀이에 틀린 부분이 있나요?”
“없습니다. 정확한 풀이인 듯합니다. 황녀님께서 문제를 정확히 기억하고 계신 것이 맞다면요.”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카린은 이사벨이 적어준 풀이를 한참 동안 살펴보았다.
“왜 그러세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제일 먼저 답안지를 제출하셨다고 했지요?”
“네, 맞아요.”
카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제가 좀 가져가도 되겠습니까?”
“알겠어요.”
카린은 이사벨의 문제 풀이가 담긴 종이를 가져와서 하루 동안 그걸 유심히 살펴봤다.
그녀는 미로텔 마법 연방 출신이었기에 그곳의 사정에 밝았다.
마침 길가레이의 수제자인 마르농이 이번 올림피아드에 응시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평소보다는 문제 난이도가 쉽다. 마르농이 만점을 맞도록 하기 위한 배려겠지.’
미로텔 마법 연방은 이사벨에게 수석을 주기 싫을 것이다.
그렇다면 수를 낼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점수를 바꾸거나 할 수는 없을 테니.’
카린은 최종 흑막다운 치밀함으로 종이를 한참 동안 살펴보았다.
그리고 결국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를 문제 삼겠지.’
그리고 차석을 줄 테니 이 정도에 만족해라.
이런 식으로 교섭을 시도할 것이라 생각했다.
‘내 지나친 기우일지도 모르나,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겠지.’
그녀는 아무도 몰래 이사벨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한 달이 흘러서, 이사벨이 결국 ‘차석’이라는 결과가 발표되었을 때, 카린은 참지 못했다.
‘우리 황녀님은 내가 지킨다.’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움직였다.
그리고 결국 이 자리에 섰다.
“교수님들은 최근 게재된 학술지들을 보지 않으신 겁니까?”
카린은 수석교수 망콩을 향해 걸어갔다.
손에 들고 있던 학술지를 내려놓았다.
“이상하군요. 제 논문을 검토하여 통과시킨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망콩 교수님 아니십니까?”
학술지 게재를 위해서 수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권위 있는 교수의 검증이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 카린?”
“망콩 교수님께서 이사벨 정리를 인정한 장본인이라는 뜻입니다.”
“…….”
이사벨이 ‘라프라스 정리’라고 표현했었던 정리.
카린은 그것의 학술지 게재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고, 결국 ‘이사벨 정리’라는 이름으로 정식 등록했다.
망콩 수석교수는 크흠, 헛기침을 하고서 안경을 고쳐 썼다.
카린이 내민 학술지를 살펴보았다.
[이항분포에서 시행 횟수가 크고…….]그곳에는 분명히 [∴] 표시가 사용되어 있었다.
“분명히 ‘그러므로(∴)’ 표시를 인정하셨습니다.”
* * *
이사벨과 카린이 떠나간 뒤, 제1마탑의 교수들은 머리를 싸매고 끙끙 앓았다.
“창성 마법사 길가레이께서 이 사실을 아시게 되면…….”
길가레이는 불같은 사람이다.
교수들은 그러한 길가레이를 두려워하고 어려워했다.
“어쨌든 사실을 알리긴 알려야 합니다.”
“…….”
교수들의 시선이 한 명을 향했다.
수석교수 망콩은 교수들의 시선을 은근슬쩍 피했다.
망콩의 민머리가 반짝반짝 빛났다.
“크흠.”
망콩은 자신이 보고를 올려야 할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보고를 올리기는 올릴 건데 말이오.”
이번에는 망콩이 교수들을 둘러보았다.
구원을 요청하는 애절한 눈빛이었으나, 그 눈빛에 응답해 주는 교수는 한 명도 없었다.
다들 은근슬쩍 눈을 피하고 눈을 아래로 깔았다.
“같이 가줄 사람 없소?”
“…….”
침묵이 감돌았다.
“진짜 아무도 없소?”
그의 민머리가 또 반짝반짝 빛났다.
“진짜 아무도 없단 말이오? 자네들이 그러고도 마탑의 영예로운 교수들이오? 응당 마탑의 교수들이라면 힘들고 무거운 짐을 나눠서 지는 것이 바람직한 것 아니겠소? 부수석교수…….”
“아이고, 내 정신 좀 봐라. 우리 딸 하원할 시간이네. 수석교수님. 저는 먼저 일어나보겠습니다. 보고 잘 부탁드립니다.”
망콩은 외치고 싶었다.
당신 딸은 홈스쿨링 하잖아!
그러나 여기서 소리 질러봐야 좋을 것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 망콩은 은근슬쩍 옆자리의 교수를 쳐다보았다.
“제가 오늘 상견례가 있어서 이만.”
“……비혼주의자라 하지 않았나?”
“좋은 남자가 생겼습니다.”
“좋은…… 남자요?”
“예, 평생을 함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서요.”
“어제까진 솔로라며?”
“비밀 연애했습니다, 수석 교수님.”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실 그녀는 여전히 비혼주의자였지만, 상견례는 좀 해보기로 했다.
결국 모두가 일어섰고 수석 교수, 망콩 혼자 남게 되었다.
“……하아.”
적막함이 감도는 공간.
그의 머리가 샛별처럼 빛났다.
3일 뒤, 최종 결과가 나왔다.
이번 19올림피아드의 수석은 빌로티안 제국의 이사벨 황녀였다.
그녀의 나이 여섯 살이었고, 역대 올림피아드 최연소 수석이었다.
그 소식이 대륙을 휩쓸었다.
* * *
제1마탑에는 유력 소식지의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변도 이런 이변이 없었다.
올림피아드의 500년 역사 이래로, 빌로티안 황족이 올림피아드에서 수석을 차지하는 일은 처음이었다.
“살다 보니 이런 일도 벌어지는구나.”
대륙의 제1 소식지인 ‘귓속말’의 파견기자 율리는 여전히 결과를 믿을 수 없었다.
빌로티안에 황녀가 태어났다는 것도 놀라운데, 그 황녀가 어떻게 올림피아드에서 수석을 차지했단 말인가.
‘어? 저기 나온다!’
베일에 가려진 여섯 살 황녀.
좋은 소문보다는 나쁜 소문이 더 많은 황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와…… 엄청 귀엽다.’
화사하고 풍성한 금발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얼굴이 무척 작았는데, 피부는 도자기처럼 하얀색이었다.
‘저 작은 얼굴에 눈코입이 다 들어가 있네!’
귀여움을 빚어 사람으로 만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율리는 황녀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좀 더 날카로운 인상과 분위기를 예상했는데.’
빌로티안 특유의 예리한 인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녀의 분위기는 따뜻한 햇볕 같았다.
그 햇살을, 수많은 기자가 둘러쌌다.
“안녕하세요? 빌로티안의 5황녀 이사벨입니다.”
당황할 법도 하건만, 이사벨에게서는 그리 당황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이런 자리가 꽤 익숙한 사람인 것 같았다.
율리는 황녀를 보자마자 깨달을 수 있었다.
아주 가끔가다 저런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반짝반짝 빛이 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가만히 있어도 빛이 나는 사람.
이토록 수많은 사람과 소식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여전히 특유의 분위기를 강하게 뿜어내는 사람.
그녀가 보는 이사벨은 그런 사람이었다.
심지어 이사벨은 이 혼잡스러운 상황을 정리하기도 했다.
“네, 고맙습니다. 다음 질문받을게요. 거기 머리 짧으신 남자분. 질문해 주세요.”
“중간에 수석의 영광을 빼앗길 뻔했다고 했는데, 그게 사실인가요?”
“빼앗겼다, 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요. 마탑의 교수님들은 교수님들의 일을 해주셨어요. 제가 흔히 사용하지 않는 기호를 사용한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렇지만 카린 선생님께서 마침 학술지에 게재된…….”
이사벨은 소식지 기자들 앞에서 전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도저히 여섯 살이라고 볼 수 없는 단단함이었다.
율리는 넋을 빼앗기고 말았다.
‘공식적으로는 첫 인터뷰일 텐데. 어떻게 저럴 수가 있담?’
율리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이사벨은 이곳보다 미디어가 훨씬 더 발달한 세상에서, 수많은 미디어에 노출되어 왔다.
많은 사람에게 후원을 받았고 그를 통해 겨우 삶을 살아낼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본의 아니게 이사벨은 이러한 상황에 매우 익숙했다.
어떤 말을 했을 때에, 대중들에게 어떻게 비춰질 지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숱하게 경험했던 거니까.
이사벨은 많은 사람이 뻗어주었던 온정의 손길을 잊지 않았고, 매 순간 카메라 앞에서 최선을 다했었다.
“그냥,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빌로티안의 검술을 익힐 수 없어도, 저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이고 싶었어요.”
“왜 그런 다짐을 하셨습니까?”
황녀로서의 부족한 입지를 채우기 위해? 모자라지 않음을 증명하기 위해? 검술 외에 다른 무기를 장착하기 위해?
모두가 그러한 답을 예상했다.
“저는 검술 제국의 황녀로서는 불량품이잖아요.”
그녀의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황녀 스스로 ‘불량품’을 언급할 줄이야.
“그 불량품이 무언가를 해낸다면, 자신을 불량품으로 여기는 많은 사람이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세상에는 수많은 이사벨이 있다.
병에 걸려 신음하고 있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고. 남들보다 모자라다 생각하는 아이들도 많을 것이다.
어쩌면 살기보다 죽기를 바라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빙의 전, 이사벨이 그랬다.
“세상에 불량품은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는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에요. 그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렇다면 더 쉬운 올림피아드도 있지 않았습니까?”
“제 시간은 다른 사람의 시간과 다르게 흘러가서요.”
이사벨이 손목을 걷어 올렸다.
모래시계 모양.
나르비달의 낙인이 보였다.
모래시계 속 모래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죽음을 향해서.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다른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보다 많이 짧아서, 남들보다 빨리 뛰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말에 질문을 했던 기자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몇몇은 감탄성을 내뱉었다.
도무지 여섯 살 시한부 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담담함이었다.
“다른 질문은 없을까요?”
율리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제1 소식지 ‘귓속말’의 기자.
그녀가 물었다.
“전통적으로 올림피아드의 수석들은 마탑에 입학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황녀님께서도 마탑에 입학하실 건가요? 진즉에 마법을 익히셨다고 들었는데, 앞으로 진로를 마법사로 확정하신 건가요?”
언론에 대한 이해도가 탁월한 이사벨이, 오랫동안 기다리던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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