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43)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43화
이사벨은 테이슬론이 왜 미로텔 마법 연방에서 배척당했는지 알고 있다.
그들에게 걸리면 인생이 피곤해질 가능성이 농후했다.
‘나를 낮추면서 숨겨야 해.’
그러면서도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 했다.
“마탑에 입학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 재능과 실력이 아깝지 않으신가요?”
이사벨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운이 좋았어요. 전에 한 번 풀어봤던 문제였거든요.”
“아무리 운이 좋아도 기본적인 실력이 없으면 올림피아드 수석은 불가능할 텐데요.”
“저는 거창한 마법사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황녀로서 그리 어울리는 말은 아니었다.
검을 익힐 수 없으니, 마법에라도 최선을 다하여 황가의 명예를 드높이겠다고 말하는 것이 황녀에 보다 어울리는 대답이었다.
그렇지만 이사벨에게는 아주 강력한 무기가 하나 있었다.
“미로텔 마법 연방의 뛰어난 마법사분들처럼 되려면, 아주 오랜 시간 노력하고 공부에 매진해야 한다고 알고 있어요.”
이사벨이 손목을 보여주었다.
나르비달의 낙인.
모래시계에 모래가 계속 흐르고 있었다.
이사벨은 6살이다.
인생의 1/4을 넘게 살았고 그에 따라 1/4가량의 모래가 쌓여 있었다.
“아시다시피 제게는 그럴 시간이 없어요.”
“…….”
“그러니까 저는 소소하고 즐거운 마법을 익히고 공부하고 싶어요.”
이 세계의 마법은 전쟁과 파괴에 특화되어 있다.
이사벨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소소하고 즐거운 마법이라면 어떤 것인가요?”
“여름에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돌을 만들고 싶어요. 제 친구가 더위를 많이 타거든요. 그리구요. 여름에 머리가 얼얼할 정도로 차가운 망고 스무디를 만들어서 나눠 먹을 거예요. 복숭아를 복숭아 젤리로 뿅 변신시켜 주는 마법 장치도 만들고 싶어요.”
“……예?”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송송 나오는 장판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침묵이 감돌았다.
세상에 지금까지 이런 포부를 밝힌 마법사 지망생은 없었다.
그것도 19올림피아드 최연소 수석 출신이 이런 사소한 희망을 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러한 것들이 널리 보급된다면, 이 세상에도 좋은 선물이 되겠죠?’
결국 이사벨이 바라는 것과 테이슬론이 꿈꾸었던 것은 비슷했다.
포장을 어떻게 했느냐가 다를 뿐.
“번외 질문입니다만, 상금은 어찌하실 계획인가요?”
그 말에 이사벨은 저도 모르게 활짝 웃고 말았다.
‘흐흐흐, 1,000만 루덴이다!’
세상에 1,000만 루덴이라니.
대략 비교하자면 1,000만 루덴은 한국 돈 1,000만 원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나는 부자가 될 거다!’
여섯 살에 1,000만 루덴이라는 거금을 얻게 된 이사벨은 저도 모르게 행복해졌다.
이 1,000만 루덴은 폭등 로켓을 쏘아 올릴 시드머니가 되어줄 거다.
“음, 기부할 거예요.”
정확히는 투자요.
그 말은 하지 않았다.
“기부요?”
“네. 꿈이 있고 열정은 있지만 가난한 사람을 돕고 싶어서요.”
그 폭등 로켓, 아니, 그 사람의 이름은 나르모르랍니다.
그 말도 하지 않았다.
이사벨은 저도 모르게 또 행복하게 웃고 말았다.
“……왜 그런 생각을 하셨나요?”
“그냥 저도, 누군가의 선물이 되어주고 싶어서요.”
이사벨은 세르나와 론을 떠올렸다.
전에는 가져보지 못했던 가족들.
그들에게도 선물을 남겨줄 거라고 다짐했다.
로스일드 공작가가 무시하지 못할 재력을 말이다.
‘물론 그렇게 되면 황가의 힘과 세력이 지나치게 커져서 원작 설정이 붕괴되긴 하겠지만, 그것까지는 내가 알 바 아니지!’
율리가 손수건으로 눈을 닦았다.
“황녀님께서는 정말 따뜻하시군요. 일면식도 없는 가난한 이를 위하여 그토록 긍휼한 마음을 품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감동입니다.”
……응?
그러고 보니 수많은 기자가 비슷한 눈을 하고 있었다.
“기부를 말하며 그토록 행복하게 웃는 분을 저는 처음 보았습니다.”
“저도 처음 보았습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선물을 남기고 떠나고 싶다는 말을 기록하여 널리 전하겠습니다.”
짝짝짝.
누군가 먼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기자들은 펜과 메모지를 가슴팍에 꽂고 박수를 쳤다.
개중에는 빌로티안 제국민도 있었다.
“빌로티안 제국, 제5황녀, 이사벨 황녀님, 만세!”
……아니. 잠깐만요.
이사벨은 크게 당황했다.
‘내, 내가 이런 걸 해달라고 한 적은 없잖아요.’
만세 소리가 점점 커졌다.
“만세!”
그, 그만. 부끄러우니까 제발 그만.
‘나, 나는 관심 받고 싶지만 관심받기 싫단 말이야!’
저들이 아주 헌신적으로 만세를 외치는 바람에, 이사벨의 얼굴이 새빨개지고 말았다.
누군가 가슴에 손을 얹고 진심을 다하여 말했다.
“저는 빌로티안 제국민으로서 깊은 긍지를 느낍니다. 이러한 자긍심을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황녀님.”
이것이 이사벨 황녀의 공식적인 첫 행보였다.
* * *
황궁으로 돌아온 이사벨은 하아-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유모인 루루카는 기쁘게 달려와 이사벨을 맞이해 주었다.
“저도 소식지 봤어요, 황녀님!”
“……응.”
소식지에는 만세를 외치는 몇몇 기자의 얼굴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려 있었다.
이사벨을 칭송하는 수많은 내용이 담겼다.
‘저게 소식지야, 주접지야……?’
이사벨은 낯이 뜨거워서 기사 제목들을 차마 읽을 수 없었다.
그러나 루루카는 그렇지 않은 듯했다.
어떤 글을 읽었다.
“우리는 햇살을 보았다.”
“…….”
“그녀의 따스함이 곧 선물이었다.”
“그, 그만……!”
“이거 보세요. 대륙의 수많은 감정 술사의 인터뷰랍니다.”
이 세계에는 각양각색의 감정 술사들이 존재했다.
그중에는 표정을 분석하는 기술자들도 있었다.
루루카가 그 감정 술사들의 인터뷰를 육성으로 읽었다.
“나는 그토록 진심 어린 미소를 본 적이 없었다. 진실로 행복한 웃음에 보는 나마저도 미소를 짓고 말았다. 이사벨 황녀의 미소는 단언컨대 10억분의 1의 보물이다. 형편이 어려운 자를 긍휼히 여길 줄 아는 마음, 그 따뜻한 마음으로부터 기인한 햇살 같은 미소는 제국민들의 축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어떤 이가 이토록 순수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단 말인가. 나의 마음은, 오늘 황녀의 미소에 물들어 복숭앗빛이 되고 말았다.”
“그, 그거 아닌데…….”
루루카는 이사벨을 가볍게 안아주었다.
사실 루루카에게 중요한 건 하나밖에 없었다.
“저는 황녀님께서 행복한 것이 제일 기뻐요. 이렇게 기쁘게 웃어주셔서 감사해요.”
루루카의 손에 들린 소식지에는 행복하게 웃고 있는 이사벨이 담겨 있었다.
상금 천만 루덴을 생각했을 때 찍힌 사진이었다.
“이렇게 햇살처럼 웃는 황녀님이 제게는 선물이랍니다.”
“…….”
그거 햇살 웃음 아니고, 자본주의 웃음인데.
이사벨은 차마 그 말은 하지 못했다.
뭐가 어찌 됐든 루루카가 느끼는 행복은 진짜였으니까.
‘뭐,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이사벨도 루루카를 안아주었다.
이사벨은 루루카의 체온이 참 좋았다.
시간이 조금 흘렀다.
저녁을 먹은 뒤, 루루카가 말했다.
“그런데 황녀님, 유리는 괜찮을까요?”
“유리? 유리가 왜?”
“여기 보시면…….”
루루카가 사진 하나를 짚었다.
유리가 이사벨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누가 봐도 행복한 표정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소식지를 다 스크랩한 거야?”
“네, 여기는 황녀님의 머리카락 일부가 담겼고요. 여기는 양말 일부가 담겼고요.”
이사벨과 관련된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 모조리 스크랩했다.
이 정도면 대륙 전체에서 발간되는 모든 소식지를 섭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행히 황녀님과 관련된 것들은 예산이 지원이 돼서 이렇게 할 수 있었어요. 흠흠, 아무튼 이걸 봐주세요. 이 각도의 사진을 보면…….”
이사벨은 루루카가 가리킨 사진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레이나잖아?”
“맞아요.”
“표정이 무척 안 좋네.”
“레이나 영애가 화난 것 같아요.”
“그렇…… 구나.”
누가 봐도 표독스러운 표정이었다.
레이나가 유리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사벨의 머릿속에 불길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유모. 유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봐 줘.”
루루카는 그리 어렵지 않게 유리의 소식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유리가 직접 빌로티안의 수도를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녀가 발견한 유리는 그야말로 거지 몰골이었다.
수도 외벽의 성문을 지키는 경비병 중 한 명이 창을 들이밀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제발요. 황녀님을 뵙게 해주세요.”
유리는 무릎 꿇고 빌고 있었다.
경비병은 무척 짜증이 났다.
이사벨에 관한 기사가 소식지에 도배된 이후로, 이런 자들이 너무 많아졌다.
이사벨에게 구걸하겠다는 자들이 하루에도 500명도 넘었다.
수도 외벽의 경비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경비병은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차라리 신분증을 내밀고 평범하게 입성시켜 달라 하던가. 뭔 놈의 거지패사 맨날 이사벨 황녀님을 찾고 앉았어?’
인내심을 최대한 발휘하며 말했다.
“꺼지라고 했다.”
경비병은 가까스로 험한 말을 참았다.
이미 그도 예민할 대로 예민해져 있는 상태.
“한 번만 더 들러붙으면 정말로 무력을 행사하겠다.”
“잠깐만요!”
루루카가 뛰어갔다.
황급히 경비병에게 신분패를 내밀었다.
“이사벨 황녀님을 모시는 루루카입니다.”
오늘로 신분패를 내민 사람이 벌써 320명째였다.
이사벨 황녀를 모시는 유모라는 자만 벌써 50명째이기도 했다.
“또! 또냐! 황녀님 유모가 세상에 3천 명쯤 되나 보지!”
황녀님의 유모쯤 되는 자가 왜 이 수도 외벽까지 찾아온단 말인가.
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란 말인가.
이미 인내심이 바닥난 경비병은 신분패를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버럭 소리 질렀다.
“썩 꺼져!”
“황녀님께서 데려오라 하셨어요. 저는 황녀님의 유모 루루카입니다. 신분패, 확인하세요.”
루루카는 유리를 부축해서 일으켰다. 그리고 외벽 안으로 데려오려 했다.
마침 날이 굉장히 더웠다.
“보자 보자 하니까 이것들이!”
며칠 내내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던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했다.
안 그래도 예민함이 극에 달해있던 그는 폭발해 버렸다.
“공무집행 방해로 너희를 처벌한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