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57)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57화
나는 깜짝 놀라 말했다.
“아빠가, 아니, 아바마마께서 직접 시연하시려구요?”
여태까지 이동 관문은 이론이었다.
하지만 이론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잘못되면 어떡하지?’
이동 관문을 향해 직접 걸어가고 있는 아빠를 보니 더욱 명확해졌다.
나는 지금 아빠를 걱정하고 있었다.
‘내가 만든 이 시스템 때문에 아빠가 크게 다친다거나…….’
혹은 차원의 균열에 빠져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거나.
그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두려워져서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아직 그저 이론에 불과해. 한 번도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해 본 적 없어.’
누군가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그게 내 아빠가 아니면 좋겠다는, 너무 이기적이고 못된 생각이 피어올랐다.
그런데 아빠의 표정은 지극히 무덤덤했다.
“뭘 그리 두려워하느냐?”
“그, 그게…….”
“두려워할 것 없다. 이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니.”
아빠는 무심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겨 이동 관문 위에 올라섰다.
아빠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은데, 정작 나는 두려웠다.
‘무서워.’
머리로는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것과는 별개였다.
너무 나쁜 생각인데, 아빠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하면 좋겠다.
‘바보 이사벨. 왜 누군가가 실험을 해봐야 한다는 구체적인 생각 같은 걸 안 한 거야?’
그저 실제 이동 관문을 구현했다는 것에만 심취해서 다른 것들을 보지 못했다.
이건 명백한 실수였다.
실무 경험 없이 이론만 공부한 사람의 한계인 것 같아서 속상했다.
‘차라리 내가 직접 가자.’
혹시 잘못되더라도 나는 시한부니까. 그러니까 차라리 내가 실험에 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아빠. 제가…….”
내가 가겠다고 말을 하려던 그때, 이동 관문 위로 올라갔던 아빠가 휴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다시금 내려와 내 앞에 섰다.
한쪽 무릎을 꿇어서 나와 눈높이를 맞춰주었다.
“나는 그저 아버지의 일을 하려 하는 것이다.”
아빠의 큼지막한 손이 내 머리에 닿았다.
그 손에 요술이라도 담겨 있는 듯 내 마음의 요동을 잠재웠다.
“네가 너 스스로를 믿지 않아도, 나는 너를 믿는다.”
다시 보니, 아빠는 엄마랑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상냥한 엄마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지만, 가진 마음은 똑같았다.
나는 그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아. 이게 아닌가.”
아빠는 무엇인가를 떠올린 듯 말을 바꾸었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시키면 일이 매우 복잡해진다.”
지원자부터 받아야 한다.
실험에 강압이 없음을 증명해야 하고, 혹시 모를 피해에 대한 확실한 보상을 책정하고, 계약서를 작성하고 블라블라.
아무튼 뭐가 많다.
“이게 가장 간편하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너는 논리적인 아이이니 내 말을 이해하겠지.”
“그치만…….”
“그리고 이 나라에 나보다 강한 자가 있더냐?”
그 말은 곧 혹시 어떤 나쁜 일이 발생했을 때, 아빠만큼 잘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었다.
“더 큰 힘과 권리에는 더 큰 책임과 의무가 뒤따르는 것이 당연하니, 너는 마음 쓰지 않아도 된다.”
* * *
론은 이사벨의 머리 위에 얹었던 손을 뗐다.
은근슬쩍 세르나의 눈치를 살펴보았는데, 세르나는 빙그레 웃고 있었다.
둘은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나, 잘했습니까?’
‘잘했어요.’
‘네가 너 스스로를 믿지 않아도, 나는 너를 믿는다.’
여기까지가 사실 론의 진심이고 마음의 핵심이었다. 그다음 말부터는 그냥 논리를 가장한 부연 설명일 뿐이었다.
이사벨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논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론이 보는 이사벨은 지극히 이성적이고 수학적이며 논리적인 아이였으니까.
열여섯 번의 피곤함을 말할 때도 숫자를 지적하는 아이니까.
그래서 감성보다는 논리로 이사벨을 안심시켜 주려 했다.
뒤에서 지켜보던 비아톤이 깐족거렸다.
“우와, 너무 멋있으세요, 더 큰 힘과 권리에 더 큰 의무가 따른다니! 앞으로도 많은 의무를 져주세요. 제 다크써클도 좀 책임져 주실 거죠?”
이동 관문 위에 올라선 론이 비아톤을 바라보았다.
“나 다음은 너다, 부관.”
“……예?”
비아톤은 순간 흠칫했다.
황제가 먼저 자처했으니 그다음 실험은 부관이 하는 것이 이치상 맞기는 했다.
론이 씨익 웃었고 그 미소를 본 비아톤은 또 순간 짙은 패배감을 느끼고 말았다.
“굴욕적이야.”
황제에게 검으로 패했을 때에도 이런 패배감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이런 패배감들은 이사벨이 태어난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것들이었다.
‘나는 왜 또 흠칫했단 말인가!’
아주 잠깐.
아주 찰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흠칫했다.
론은 딸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여주었지만, 비아톤은 그렇지 못했다.
“제가 황녀님을 못 믿어서가 아니고요, 폐하께서 저한테만 또 일감을 밀어주시는 것 같아 약 올라서 그랬어요.”
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이 너와 나의 수준 차이겠지.”
비아톤의 얼굴이 새까맣게 변했고 그와 동시에 이동 관문이 작동되어 론이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후, 론이 되돌아와 말했다.
“이전의 이동 관문보다 훨씬 더 편안하군.”
안정성이 증명되었다.
그다음은 비아톤이 실험해 보았고, 비아톤 역시 별문제 없이 돌아왔다.
“그러게요. 훨씬 더 안정적인데요? 이질적이고 불안한 느낌도 덜합니다. 이동 관문의 마력 소모도 현저히 적고요. 획기적인 진보네요!”
실험 자체는 대성공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이사벨은 론이 했던 말의 의미를 조금 더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그저 아버지의 일을 하려 하는 것이다.’
그건 단순히 론이 이사벨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했던 말이 아니었다.
이사벨과 테이슬론이 만들어낸 새로운 이동 관문 시스템은 온갖 루머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일곱 살 황녀의 검증되지 않은 시스템.]빌로티안 제국의 황녀.
빌로티안 검술을 익힐 수 없는 황녀는, 빌로티안 제국의 수치이고 창피였다.
물론 올림피아드에서 우승하는 등 활약을 보이고 있기는 했고, 그에 따라 황녀를 칭송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기기는 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그래도 검술 제국의 황족이 검술을 못 한다는 게 말이 돼?’라는 것이 검술 제국 사람들의 기본적인 생각이었다.
“부족한 자질을 가리기 위한 연막작전 같은 거라는데?”
“그러게. 검술을 못 하니까 다른 걸로 대단하다, 뭐 이렇게 포장하는 거겠지.”
“일곱 살짜리가 만든 걸 어떻게 믿냐? 그 테이슬론? 그놈도 마법 연방에서 쫓겨난 변태라며?”
소문은 소문을 낳았고, 그 소문은 또다시 소문을 낳았다.
선동은 무척이나 쉬웠다.
이사벨과 테이슬론이 만든 시스템은 둘의 이름을 따서 ‘테이사벨 이동 관문’이라 했는데, 많은 이가 그에 대한 의심을 품었다.
“황녀의 부족함을 채워주기 위한 선전 도구에 불과한 거지.”
“마탑의 마도 공학자들도 못 만든 걸 어떻게 황녀와 변태가 만들겠어?”
“사실상 제국민들을 실험 쥐로 사용하겠다는 거야.”
수많은 제국민이 테이사벨 이동 관문이 설치되는 것을 반대했다.
“근데 이미 폐하와 비아톤 부관이 스스로 안정성을 검증했다던데?”
“그거야, 폐하와 비아톤 부관의 육체를 가졌으니까 그런 거 아니겠어? 일반적인 사람들은 절대 그렇게 안 될 거야.”
론은 이미 이러한 사태를 예상했다.
그는 이사벨과 테이슬론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테이슬론. 그대는 이미 한 번 겪었던 일이겠지.”
“그렇습니다.”
이 수많은 루머는 사실상 마법 연방 미로텔에서 생성되었을 것이었다.
그들은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
기득권을 가진 소수의 마법사는 자신들이 가진 것을 내어주고 싶지 않아 한다.
그 때문에 테이슬론은 마법 연방에서 쫓겨났고, 에르베 산맥에서 홀로 연구를 진행했었다.
저녁 식사가 끝난 뒤, 이사벨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빠가 저를 위해 힘써주고 계신 거 잘 알아요. 아빠가 아빠의 일을 해주신다고 했던 게, 무엇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아요.”
미로텔 연방 측에서 루머를 퍼뜨리는 것 이상으로, 론은 그 루머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이사벨을 향한 악성 추측들이 쏟아지는 것을 막아내며 이사벨의 귀에 나쁜 말들이 들어가지 않도록 철저히 단속했다.
앞으로 있을 여론전에 대한 준비도 착실히 해나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저는 정말로 괜찮아요.”
이사벨은 이 세계보다 여론전이 훨씬 더 발달한 세상에서 살았었다.
클릭 몇 번이면 세계여행도 가능한 미디어의 세계.
그 세계의 중심에도 서봤고, 수많은 사람의 관심도 받아봤다.
위로와 후원을 비롯한 좋은 관심도 많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악플도 많이 받았었다.
본의 아니게 이런 상황은 아주 익숙한 상황이었다.
이사벨은 오히려 론을 안심시켰다.
“원래 좋은 말보다는 나쁜 말이 잘 들리고, 좋은 쪽보다는 나쁜 쪽으로 휩쓸리게 마련이잖아요. 특히나 그것이 안전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종류의 것이라면 더욱 그럴 거예요.”
“…….”
“저는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당연히, 응당 그렇다고 생각해요. 저는 하나도 상처받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셔요.”
이사벨은 빙그레 웃으며 론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알겠다.
저 무표정한 가면 뒤에 가득 서려 있는 아빠의 걱정을.
“그냥 저는 저를 진심으로 믿어주는 사람 한 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쁜걸요. 그게 아빠여서 더 기쁘구요.”
“…….”
“이게 이렇게 든든한 건지 처음 알았어요. 너무 든든해서 행복하고 고마워요.”
거기까지 말한 이사벨은 괜스레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 바람에 보지는 못했지만 론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했다 사라졌다.
그리고 며칠 뒤, 제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할 소식들이 연달아 발표되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