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58)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58화
대륙 제1 소식지라 불리는 ‘귓속말’의 기자 율리는 귀가 솔깃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난감한 제안을 받았다.
‘빌로티안 황제가 내게 서신을 보냈다라…….’
빌로티안의 황제가 자신을 콕 집어서 지목을 했다.
지금 대륙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테이사벨’ 게이트와 관련된 취재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왜 나한테?’
저번에 올림피아드에서 수석을 차지한 이사벨에게 인터뷰 질문을 몇 개 하기는 했었다.
이사벨은 시한부답지 않은 담담함으로 대답을 해주었었다.
그게 다였다.
귓속말의 편집장은 율리에게 말했다.
“아무튼 처신 잘해야 한다. 우리 제1 스폰서가 미로텔 마법 연방. 제2 스폰서가 마탑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괜히 마법사들에게 찍힐 일 만들면 안 돼. 알지?”
그 말은 곧 빌로티안에 불리하게 취재하라는 얘기였다.
“……네.”
검술가와 마법사, 둘 중 한 명만 선택해야 한다면 마법사를 선택하는 게 기자들 사이에 퍼진 불문율이었다.
‘검술가들에게는 찍혀도 마법사들에게는 찍히면 안 되지.’
그러면 인생 자체가 피곤해진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검술가들은 대부분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한 편이었다.
보통 사사로운 감정보다는 대의명분과 명예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에 반해 마법사들은 감정이나 본인의 이익이 최우선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검술가와 악연을 맺는 것보다 마법사와 악연을 맺는 것이 더 끔찍했다.
검술가들은 한 번 무섭고 끝이지만, 마법사들은 차라리 죽고 싶을 만큼 괴롭히니까.
“너도 잘 알 거라고 생각한다, 율리.”
“네. 검술가들을 대할 때에는 검만 조심하면 되지만, 마법사들을 대할 때에는 검 빼고 다 조심해야죠.”
“괜히 기자정신이다, 제국민들의 알 권리다 뭐다, 사명감 불태우면 우리 모두가 곤란해진다. 알겠지?”
“알았다니까요, 선배님도 걱정 진짜 많으셔. 저도 제 밥줄 귀한 줄은 알아요.”
“그래. 부탁한다.”
율리는 혼자서 빌로티안 황궁으로 향했다.
취재를 하다 보니 조금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첫 시작은 이사벨 황녀의 유모 루루카였다.
이른 새벽. 루루카와 만난 곳은 에르베 산맥으로 향하는 ‘테이사벨 이동 관문’ 앞이었다.
루루카가 말했다.
“네. 직접 지원했어요.”
사람들은 황제가 ‘빌로티안의 육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안전한 거라고 말한다.
일반 사람들은 그들과 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루루카가 지원했다.
“기자님도 아시겠지만 저는 특별한 육체를 가지지도 않았고 마력도 다루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제가 테이사벨 이동 관문의 안전함을 증명해 볼게요.”
“황궁의 외압이라든가, 은근한 회유 같은 것이 있었나요?”
율리는 황궁에 불리하도록 기사를 써야 한다.
그래서 계속 그렇게 유도하며 질문했다.
“전혀요. 이건 백 퍼센트 제 자의예요. 황녀님은 제가 먼저 지원한 것도 몰라요.”
“황녀님께서, 유모가 지원했다는 사실을 모른다구요?”
“네. 황녀님 몰래 지원했어요.”
“어째서 이런 선택을 하셨나요?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셨나요?”
“테이사벨 이동 관문의 안전성을 증명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잖아요.”
결국 루루카는 직접 이동 관문에 몸을 맡겨 에르베 산맥에 갔다가 되돌아왔다.
“여기. 에르베 산맥에 쌓여 있던 눈을 가져왔어요.”
그것으로 루루카가 테이사벨 이동 관문의 안전을 증명했다.
그런데 루루카는 첫 시작에 불과했다.
율리는 또 다른 지원자를 만날 수 있었다.
“당신은 14 올림피아드의 수석을 차지했던…… 그 유리?”
“저를 알고 계시나 봐요.”
“이름이 저와 비슷해서 외우고 있었죠.”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유리가 말했다.
“저는 황녀님의 시녀로서가 아니라, 황녀님의 친구로서 지원하려고 해요.”
“무슨 의미죠?”
“어떤 외압과 명령도 없었다는 걸 확실히 말씀드리는 거예요. 저는 그냥 황녀님을 돕고 싶어요.”
“그건 황녀님께 도움을 얻었기 때문이겠죠?”
황녀에게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은혜를 갚기 위해 나섰다.
그런 설명이 가장 개연성이 있었고, 빌로티안에 ‘불리한’ 설명이 될 것이다.
“그게 아니라고는 말 못 해요. 하지만 저는 황녀님을 믿어요. 황녀님이 꿈꾸는 세상은 무척 아름답거든요.”
결국 유리도 자신이 직접 테이사벨 이동 관문의 안전을 증명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황후마마께서 직접 시연하실 줄은 몰랐네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을 수 있겠지요. 위정자들이 몸소 본을 보이지 않으면 어찌 제국민들이 믿음을 보일 수 있겠어요?”
루루카, 유리에 이어 세르나까지 동참했다.
율리는 머리가 아파왔다.
‘다들 이사벨 황녀에게 지나치게 호의적이야.’
빌로티안에 불리하게 작성하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한 가지, 그나마 물고 늘어질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모두 이사벨 황녀와 깊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지.’
결국 저들은 모두 이사벨의 편이다.
‘공정성이 의심된다’라는 표현 정도는 충분히 넣을 수 있을 법했다.
그녀는 취재를 이어갔다.
그다음은 이사벨 본인이 직접 지원했다.
“오랜만에 뵙네요, 율리 기자님.”
“저를 기억하세요?”
“네. 제게 꼭 필요한 질문을 해주셨던 기자님이시잖아요.”
율리는 솔직히 조금 놀랐다.
그때 기자회견장에는 수많은 기자가 있었고, 이사벨은 정말 많은 질문에 대답을 했었다.
그 와중에 율리 자신을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사실 아바마마께, 율리 기자님을 불러달라고 요청한 사람이 저예요.”
“예?”
“율리 기자님이 좋은 사람인 것 같아서요.”
이사벨은 율리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여름에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돌을 만들고 싶어요. 제 친구가 더위를 많이 타거든요. 그리구요. 여름에 머리가 얼얼할 정도로 차가운 망고 스무디를 만들어서 나눠 먹을 거예요. 복숭아를 복숭아 젤리로 뿅 변신시켜 주는 마법 장치도 만들고 싶어요.’
이사벨이 그렇게 말했을 때, 율리의 눈은 무언가를 꿈꾸고 있었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율리는 이사벨의 열렬한 팬이자 그녀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이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분명히 그랬다.
‘그냥 저도, 누군가의 선물이 되어주고 싶어서요.’
이사벨의 말에, 율리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었다.
‘황녀님께서는 정말 따뜻하시군요. 일면식도 없는 가난한 이를 위하여 그토록 긍휼한 마음을 품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감동입니다.’
이사벨은 그러한 율리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고, 그래서 율리를 불러 달라 요청했던 것이었다.
율리는 괜스레 마음속이 간질간질해졌다.
“저를 기억하고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결국 이사벨은 또 직접 테이사벨 이동 관문의 안전성을 증명해 주었다.
그쯤 되니, 율리는 무언가 석연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사실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인정하지 않았던 것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원래는 안전한 거 아니야?’
그녀는 전문가가 아니었다.
그래서 전문가인 마법사들과 마도 공학자들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권위 있는 학자들이 ‘저건 지나치게 위험하다’라고 말을 하면, 그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미로텔 마법 연방과 마탑을 비롯한 마법사들은 이런 대중적인 기술이 퍼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실해졌네.’
율리가 본 테이사벨 이동 관문은 안전했다.
그걸 지금 빌로티안 제국의 사람들. 아니, 이사벨 황녀 주변의 사람들이 직접 몸으로 증명해 주고 있었다.
다음 날엔 미하엘 황자가 지원했다.
“황자님도 지원하신다고요?”
“응. 저는 에르베 산맥 좋아해요. 요즘은 못 갔지만.”
“하지만 황자님께서 지원하시는 건 딱히 별 도움이 안 될 겁니다. 워낙 무식하게…… 아니, 워낙 튼튼한 몸을 가지고 계셔서요.”
“흐흐, 상관없어요.”
미하엘은 오늘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는 이동 관문을 이용해 에르베 산맥에서 신나게 놀다가 돌아왔다.
어찌 됐든 그 또한 안전함을 증명했다.
거기에 이사벨의 마법 스승인 카린까지도 지원했다.
율리가 조심스레 말했다.
“카린 경. 당신은 어찌 됐든 언젠가 미로텔 마법 연방에 돌아가야 할 사람 아닌가요? 당신은 빌헬름 경의…….”
순간 율리는 입을 다물었다. 빌헬름은 지금 행방불명된 상태니까.
대외적으로 빌헬름은 훌륭한 양아버지였고, 율리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것을…….”
“저는 그저 마법사로서 더 진보된 것을 증명하고자 할 뿐입니다.”
“그래도 이건 어쩌면 마법사들을 배신하는 행위가 될지도 모르는데요?”
“진보된 기술을 외면하는 것은 마법을 배신하는 행위입니다. 저는 마법사들을 배신할지언정, 마법을 배신하고 싶지 않습니다.”
카린은 이동 관문을 통해 사라졌다.
율리는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지고 말았다.
‘카린 정도면 진짜 촉망받는 인재잖아. 훗날 미로텔에서 중책을 맡을 거잖아. 근데 왜?’
저런 사람이 진리를 위해 나섰다. 진실을 알리기 위해 보장된 미래를 내던졌다.
율리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거야?’
황녀는 어차피 21살이 되면 죽는다. 미래를 보장해 주지 못한다.
그런데 왜 카린이 이런 짓을 자처한단 말인가.
‘내가 보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는 건가.’
보장된 미래, 밥줄 외에 더 중요한 것이 있는 건가.
‘왜 내게는 보이지 않는 걸까?’
아니. 그녀는 조금 더 솔직해지기로 했다.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지 않는 것이었다.
‘언제부터 보지 않았던 걸까?’
지금보다 젊은 시절. 그녀에게도 진리가 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불철주야 진실을 알리기 위해 발로 뛰었던 젊은 날이 있었다.
‘왜 지금은 진실을 안 보고 있을까? 언제부터? 왜?’
그녀의 마음속에 작은 불길들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다시 며칠 뒤, 그녀는 취재 중 가장 놀라운 일을 경험했다.
테이사벨 이동 관문을 통해 수많은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 다, 당신들은 누구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