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61)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61화 [S공금]
나르모르가 말했다.
“일단 시범적으로 소형 테이사벨 이동 관문을 만들어서 운용해야 해요.”
이사벨이 개념을 던져주자, 나르모르가 모든 것을 구체화시켜 머릿속으로 로드맵을 그려냈다.
“어떤 세력이 무슨 수작질을 해놓을지 몰라요. 이를테면 일부러 물건을 파손한다거나. 편지를 바꿔치기한다거나. 그러니까 철저히 관리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물량으로 운용해야 해요. 마음 같아서는 빈민가에 바로 설치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지만 그건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들은 눈앞에 빵에 너무 쉽게 현혹될 환경에 처해 있거든요. 쉽게 매수될 거예요.”
나르모르는 그들을 탓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그들의 불우한 환경이 그들을 쉽게 흔들리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짚었다.
“황녀님이 저한테 맡겨주시면, 제가 완벽하게 수행해서 보여줄게요.”
유통망을 지배하는 자가 대륙을 지배할 것고 테이사벨 이동 관문은 그 초석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사벨이 물었다.
“……안 귀찮아?”
“네?”
“원래 움직이는 것도 귀찮아했잖아? 이미 게으르지만 더욱 열정적으로 게으르고 싶은 게 나르모르 오빠 아니었어?”
“돈 버는 건 안 귀찮아요.”
소설 속에서라면 ‘부자 돼서 열렬한 게으름뱅이가 될 겁니다’라고 말했겠지만, 이제 나르모르는 달라졌다.
“세상에서 제일가는 부자로 만들어 드릴게요.”
그의 목표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아니었다.
이사벨을 세상에서 제일가는 부자로 만드는 것이었다.
나르모르의 설정이 바뀌었다.
* * *
이사벨은 오랜만에 카린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카린이 양송이 수프를 한 입 떠먹은 뒤,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이사벨은 괜스레 카린의 눈치를 살폈다.
“왜, 왜 그러세요? 입맛이 없나요?”
“황녀님. 황녀님께서 언론에 대한 이해도가 불가사의할 정도로 높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여 질문하겠습니다. 마법사들은 검술 제국에 ‘모든 것을 독점하려 든다’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벌써부터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왜 마법 연방은 검술 제국에 이런 프레임을 씌울까요?”
이사벨도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최종 흑막 카린과의 저녁 식사는 역시 마냥 편하지 않았다.
“대중을 가장 쉽게 흔들 수 있는 게 공포와 혐오…… 라서요?”
대답을 한 이사벨은 찔끔 놀랐다.
이 방법. 그러니까 공포와 혐오로 제국민들을 분열시키고 혼란에 빠뜨렸던 방법은 최종 흑막 카린이 남주 아룬을 상대할 때 아주 즐겨 쓰던 방법이기도 했다.
이사벨은 카린의 속내를 정확히 알 수 없어 괜스레 불안해졌다.
카린이 말을 이었다.
“겨우 이동 관문의 시스템 하나를 고안했을 뿐인데 이렇게 난리가 납니다. 앞으로 황녀님이 가려는 길은 아주 좁고 힘든 길이 될 것입니다.”
“……그럴까요?”
“어쩌면 모두가 황녀님을 손가락질하고 미워할 수도 있어요.”
카린은 그걸 바라지 않았다.
이사벨이 걷는 길은 늘 아름다웠으면 좋겠다는 것이 카린의 욕심이었다.
“사람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믿음을 선택하고, 혹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골라서 믿습니다. 황녀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크게 상처를 받을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아니, 분명히 그런 날이 올 겁니다. 아주 많이.”
“…….”
이사벨은 확신했다.
‘역시 카린은 호락호락 넘어가는 법이 없지!’
여기서 쉽게 ‘맞아요, 무서워요’ 등의 반응을 보이는 건 곧 약점을 드러내는 행위였다.
카린은 작은 약점을 파고들어 뒤흔들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괜히 최종 흑막이 아니니까.
「최종 흑막은 ‘나르비달의 낙인’에 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어떻게든 약점을 만들어 이사벨을 흔들 것이다.」
……라는 명제는 상당히 개연성이 있었다.
‘내가 진짜로 아무렇지도 않은지 떠보는 게 분명해. 이런 때일수록 단호하고 결단력 있는 태도를 보여야겠지.’
그래서 빙그레 웃으며 담담히 말했다.
“제가 가려는 길이 좁고 험한 길이 될 거라 하셨지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길이 길지 않잖아요.”
오른 손목을 내보였다.
나르비달의 낙인.
모래가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이사벨은 7살이 되었고, 7년 치의 모래가 밑에 쌓여 있었다.
이사벨은 아직 어렸지만, 이미 인생의 1/3을 살았다.
“그러니까 저는 괜찮아요. 좁고 험한 길이라도, 저는 걷기로 결심했어요. 금방 끝날 거니까요.”
“……또.”
카린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이사벨의 저 담담함이 카린을 슬프게 만들었다.
힘들어도 괜찮다니. 그게 짧아서 괜찮을 거라니.
카린은 저 무덤덤한 대답에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조금 화가 났다.
부르르- 테이블 위 그릇들이 가볍게 진동했다.
이사벨은 침을 꼴깍 삼켰다.
‘화, 화났다. 약점을 잡지 못해서 화가 난 걸까?’
사실 이사벨도 카린이 마냥 최종 흑막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으나, 지금 카린이 화가 난 이유를 정확히 유추할 수는 없었다.
지금 카린이 화를 낼 이유가 없었으니까.
‘몰라. 이유가 뭐가 중요하겠어?’
아무튼 중요한 건 최종 흑막이 화가 났다는 사실이었다.
최종 흑막 카린이 말했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생각할 수 있습니까?”
“며칠 전에, 에르베 산맥의 병사들을 만났어요.”
루카인 병장과 에르베 산맥의 병사들을 만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분들이 저한테 고맙다고 말해줬어요. 제가 한 건 별거 아닌 거 같은데, 희망을 선물해 줘서 고맙다고 했어요. 제가 준 건 정말 작은 관심이었는데, 그 작은 관심이 세상을 바꾼다고 말해줬어요. 그래서 저는 기뻤어요.”
“…….”
“누군가에게는 제 관심이 희망이래요. 그 말이 무척 기뻤어요.”
누군가의 관심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이었다.
그건 전생의 이사벨도 뼈저리게 경험했었다. 그 경험을 이제 남들에게도 나누어줄 수 있게 되었다.
“정말 멋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카린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했다.
이사벨은 흔들림 없이 단단한 태도로 카린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카린은 여전히 입술을 꽉 깨문 상태로 이사벨을 바라보다가 이내 무언가를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긴히 여쭤볼 것들이 있습니다.”
그녀의 표정은 무척이나 진지하고 냉철했다. 마치 최종 흑막의 표정 같았다.
때문에 이사벨은 조금 긴장한 채 카린의 말을 들었다.
“테이사벨 이동 관문의 구동 원리에 관한 질문들입니다.”
카린은 테이사벨 이동 관문의 구동 원리에 대하여 자세히 캐묻기 시작했다.
원래 이것은 학자들 사이에서는 금기시되는 행위였다. 상대의 기술을 몰래 빼돌리려는 것으로 간주되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알아야겠다.’
빌로티안에는 미로텔 마법 연방과 마탑에 대하여 자신보다 잘 아는 사람이 없다.
이사벨을 위해서, 이사벨의 기술이 정말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미로텔 마법 연방 출신인 그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테이슬론, 이사벨의 기술에 대하여 확실히 알아야 했다.
“인버터 기술에 대하여 보다 정확히 말씀하여 주십시오.”
카린과 이사벨은 이미 여러 차례 ‘인버터’ 기술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했었다.
대략적인 내용은 다 파악하고 있었으나 조금 더 구체적이고 정확한 이론이 필요했다. 그래야 학회에 참석하여 이사벨의 이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테니까.
이사벨이 입을 열었다.
“그게…… 그러니까, 결국 인버터는 마나의 압력과 주파수를 변경하는 것에 목적이 있는데요.”
“그러려면 마나를 유도하는 마력 유도전동기의 속도부터 정의할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이사벨은 찔끔 놀랐다.
너무 기초적인 내용이라 빼먹은 건데, 사실 빠뜨리면 안 될 내용이기도 했다.
‘그래. 맞아. 정신 차리자.’
“마력 유도전동기의 회전 속도를 N, 극수를 P, 주파수를 F, 슬립을 s라고 정의하구요.”
이사벨은 노트에 필기하기 시작했다.
카린이 보기에 그 손이 무척 작고 앙증맞았다. 그러나 내용까지 앙증맞지는 않았다.
N=120 x f / p X(1 – s)[rpm]
이사벨이 말을 이었다.
“유도전동기의 극수는 고정이 되어 있으니깐, 주파수를 가변시켜서 임의의 회전 속도를 얻을 수 있어요.”
“임의의 회전 속도를 얻을 수 있다라…….”
카린은 눈을 크게 뜨고 이사벨이 말하고 쓰는 것을 머릿속에 모두 입력했다.
보는 내내 계속해서 느꼈다. 이건 결코 일곱 살 어린아이가 생각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카린은 놀라움을 겨우 삼키며 다시 물었다.
“인버터를 이용한 속도제어를 수식으로 표현시키면 어떻게 됩니까?”
이사벨이 펜을 들어 종이에 수식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Ns=120f / p [min-¹]
대화는 오랜 시간 이어졌다.
테이사벨 이동 관문에 적용된 이론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거나, 혹은 존재했더라도 기득권을 지닌 세력이 철저히 무시해 왔던 것들이었다.
“잘 들었습니다. 상당히 체계적으로 정리하셨군요.”
“저…… 잘했나요?”
이사벨은 조심스레 카린의 눈치를 살폈다.
그런데 카린은, 이사벨이 생각지도 못했던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