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63)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63화
이사벨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벌꿀. 못 써! 폐하께 말버릇이 그게 뭐야?”
아무리 벌꿀오소리라지만, 황제에게 이 무슨 망발이란 말인가.
세르나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괜찮단다. 지금은 황제와 황후로 네 방을 찾은 게 아니잖니?”
세르나 뒤로 작은 불꽃이 팡팡! 터졌다.
이사벨은 그 불꽃놀이에 또 설레기 시작했다.
저 불꽃은 비아톤이 터뜨리는 불꽃이었다.
복도에 숨어 있던 비아톤이 마법으로 폭죽을 터뜨리고, 그 뒤를 따라서 유리가 손수 만든 수제 생크림 복숭아 케이크를 들고 왔다.
“생일 축하~ 합니다.”
비아톤이 노래를 시작했는데, 이사벨은 그 모습마저 홀린 듯 바라보고 말았다.
‘뭐야, 저 선생님은 왜 노래도 잘해?’
그저 한 소절을 불렀을 뿐인데 노랫소리가 정말 달콤했다.
비아톤이 저렇게 노래를 잘하는 줄 몰랐고, 생일 축하송이 이렇게 감미로운 건 줄 처음 알았다.
생일 축하송이 끝나고 유리가 생크림 복숭아 케이크를 건넸다.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어요.”
촛불에 빛나는 유리의 얼굴이 살짝 발그레했다.
이사벨이 활짝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오늘은 왕합회의가 있는 날 아닌가요?”
“일찍 끝났다.”
세르나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해석해 주었다.
“딸이 보고 싶어서 얼른 끝냈다. 딸에게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 멋들어진 제복도 차려입었지. 그러니 이 멋드러진 아빠 좀 봐주렴.”
“황후!”
“네?”
론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자신의 마음을 너무 정확하게 해석하는 세르나 때문에 몹시 부끄러웠지만 그 부끄러움을 내색하기에는 또 애매했다.
“왜 그러세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오.”
론은 이사벨을 향해 말했다.
“소원을 빌고 바람을 불거라.”
“알았어요!”
수제 복숭아 생크림 케이크 위에는 형형색색의 마법 불빛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이사벨이 후- 하고 바람을 불자 마법 불빛이 촛불 꺼지듯 사라졌다.
“우와아-!”
이사벨은 저도 모르게 감탄성을 자아냈다. 스르르 사라지는 마법 불꽃이 참 예뻤다.
“무슨 소원을 빌었지?”
“오늘의 행복에 무뎌지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몸도 아프지 않고, 생일을 축하해 주는 가족들이 있고, 보기만 해도 군침이 싹 도는 케이크도 있다.
이 모든 것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다.
그렇지만 이사벨도 사람인지라, 감사함을 잊을 때가 종종 있었다.
요즘에는 아프지 않은 것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곤 했다.
“무뎌지지 않게 해달라?”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싶어서요.”
“작은 것이라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
세르나가 빙그레 웃으며 이사벨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다 들리게 속삭이며 론의 말을 해석해 주었다.
“당장 아빠라고 말해. 그 작은 것이 아빠라고 말하라는 거야.”
“황후. 나는 그렇게 말한 적이…….”
이사벨은 가까이 다가온 세르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헤헤. 고마워요.”
왕합회의가 이렇게 일찍 끝났을 리 없다. 일부러 일찍 끝낸 것이 확실했다.
작은 것에 많이 익숙해지긴 했지만, 이사벨은 여전히 이 모든 것이 감사했다.
케이크를 한 입 떠먹고 나니 감사함에 더욱 증폭됐다.
“세상에…….”
눈물이 날 정도로 맛있었다.
으으으음!
하이톤의 감탄성이 저도 모르게 마구 튀어나왔다.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은 행복함이 입 안에서 피어올랐다.
“입 안에 복숭아가 피었어요!”
론과 세르나는 케이크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활짝 웃는 이사벨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바라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특히, 론은 이런 감정을 처음 느껴봤다.
내가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이 기이한 풍성함은 론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작은 생일파티가 끝나고 세르나와 론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엄마, 아빠가 떠나려는 것을 눈치챈 일곱 살 이사벨은 조금 시무룩해졌다.
자신의 마음을 눈치챈 이사벨은 스스로도 약간 어이가 없기는 했다.
‘역시 애는 애인가 보다.’
전생의 경험이 있다고는 해도, 이 몸은 아직 일곱 살이 맞았다.
일곱 살의 육체가 보는 것, 느끼는 것은, 원하는 것은 전생의 육체와는 많이 달랐다.
이사벨은 엄마 아빠가 옆에 더 있어 주면 좋겠다는 갈망을 느꼈다.
‘이 감정을 억지로 외면할 필요는 없어.’
일곱 살에게는 너무 자연스러운 감정이었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자면, 엄마, 아빠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이즈음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니까.’
이 몸도 나이를 먹어갈 거고 조금 더 성숙해질 거다.
어느 날, 어느 순간이 온다면, 오늘 같은 감정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사벨은 엄마, 아빠가 너무 좋다는 이 솔직한 감정을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
“엄마, 아빠가 안 가면 좋겠어요. 오늘 저는 너무너무 행복하거든요.”
그 감정에 솔직하되, 엄마, 아빠를 너무 곤란하게 만들지는 않기로 했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사람들이다.
왕합회의를 일찍 끝내고 생일 축하를 해주러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황제와 황후는 많은 시간을 빼낸 것이었다.
“그렇지만 특별히 보내드릴게요. 저는 배려심이 있는 아이니까요.”
이사벨은 총총걸음으로 걸어가 두 팔을 활짝 벌렸다.
“대신 안아주세요.”
론의 몸이 움찔했다.
저도 모르게 순식간에 반응하여 이사벨을 안아 들 뻔했다. 그렇지만 황제의 체통이 있어 움직이지 못했다.
세르나가 싱긋 웃고 말했다.
“저는 허리가 아파서 이사벨을 안을 수가 없어요. 이사벨이 저래 보여도 꽤 무겁잖아요?”
“…….”
“얼른요.”
론은 허리를 숙이고 이사벨을 살짝 안아주었다.
햇살을 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기쁘면서도 왠지 모르게 슬펐다.
‘너무 많이 컸구나.’
그는 이사벨이 크는 것이 싫었다. 여기서 멈추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작은 이사벨로 남으면 좋겠다.
큰 이사벨은 자신을 떠날 것이 분명했기에.
한편, 이사벨은 자신을 안아준 아빠의 품이 정말로 좋았다.
전생에 그토록 갈망하고 원했던 그것이, 이제는 그녀의 삶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빠. 비밀인데요.”
이사벨이 론의 귀에 속삭였다.
“너무너무 좋아해요.”
“…….”
론은 이내 허리를 세웠다.
아직 키가 작은 이사벨이 론을 올려다보았고, 론은 그제야 조금 안심했다.
아직 많이 작았으니까. 아직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으니까.
뒤에 서 있던 비아톤이 약간 불만인 듯 말했다.
“황녀님. 황녀님이 황후마마를 좋아하는 건 알겠어요. 황후마마는 모든 제국민의 사랑을 받기에 합당하신 분이니까요. 근데, 도대체 황제 폐하는 왜 그렇게 좋아하시는 거예요?”
“네?”
“별로 다정하지도 않지, 솔직하지도 않지, 유머 감각도 없지, 무섭지, 노래도 저보다 못하지, 마법도 저보다 못하지.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폐하보다 더 사랑스럽지 않나요?”
이사벨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그 이유에 대해서 열심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론도 평소와는 달리 비아톤을 그냥 내버려 두었다. 이사벨의 대답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이사벨이 말했다.
“좋아하는 데 이유가 있으면 존경이래요. 근데 이유가 없으면 사랑이래요. 저는 아바마마를 사랑하나 봐요.”
론이 몸을 돌렸다. 그의 입가에는 함박웃음이 걸려 있었다.
딸에게 표정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뒤쪽에서 사랑스러운 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마마마도 사랑하고.”
거기까진 아주 좋았다.
“비아톤 선생님도 사랑해요.”
이건 조금 마음에 안 들지만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생크림 케이크를 쩨일 쩨일 사랑하는 것 같아요!”
단 한 번도 패배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황제 론은 오늘, 생크림 케이크에 패배했다.
* * *
우와, 나 진짜 민망했어.
행복에 취해 나도 모르게 속마음을 전부 고백해 버리고 말았다.
정말 솔직한 마음이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전생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다 보니 민망하고 부끄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생크림 케이크를 제일 사랑한다고 황급히 덧붙인 것이었는데, 유리 언니의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기뻐요.”
“응?”
“맛있게 드셔주셔서 정말 행복하네요.”
“같이 먹자, 진짜 엄청 맛있어, 언니.”
나는 유리 언니와 케이크를 먹었다.
새벽 1시가 넘었지만, 이 복숭아 생크림 케이크 앞에서 그런 것쯤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케이크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고 있는데 문득 시선이 느껴졌다.
“왜, 왜 그래?”
혹시 입에 너무 많이 묻히고 먹었나.
약간 걱정스러워진 시점에 언니가 입을 열었다.
“황녀님을 만나고 너무 많은 것이 변했어요. 황녀님은 저한테 정말 많은 것을 선물해 주셨어요.”
나는 괜스레 민망해졌다. 그런데 유리 언니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말을 끊기도 애매했다.
“사실 로스일드 공작가의 후원을 받을 때는 제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그냥 후원을 받으니까 실적을 내야 하는 어린애였어요.”
“…….”
그런데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이 눈에 들어왔다.
몰캉몰캉한 복숭아와 하얀색 우유 생크림이 퐁퐁 피어 있는 생크림 케이크.
유리 언니의 얘기에 집중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7살의 육체는 저 생크림 케이크에 자꾸만 시선을 빼앗겼다.
‘언니가 진지한 얘기 하잖아, 정신 차려, 이사벨!’
이럴 때는 7살의 육체인 것이 수치스러웠다.
언니의 얘기에 집중하려고 무던히 애를 쓰고 있지만, 내 정신력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황녀님을 만나고 나서는, 제가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가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고마워요. 태어나주셔서 정말 너무너무 감사해요. 진심으로 생일 축하드려요.”
내 생애, 최고의 약속이 선물이 되어 다가왔다.
“다음에는 무화과 케이크를 만들어 드릴게요.”
그런데 선물 같은 약속이, 또 다른 사건을 일으킬 줄이야.
사건의 발단은 내 폭등 로켓 나르모르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