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65)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65화
겨우 두 달 만에, 유리와 나르모르가 합작해서 만든 ‘유리모르 제과점’은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렸다.
초고가 한정판매.
이 전략이 굉장히 유효하게 먹혀들었다.
“대륙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다네요? 달고나? 크로플? 뭐 그런 거였어요.”
“그 맛이 가히 천국의 맛이라지요?”
“하루에 겨우 20세트밖에 안 판대요.”
“왜죠? 장사를 하기 싫은 건가요?”
“애초에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봐요.”
“돈을 벌게 아니면 도대체 왜 제과점을 만든 거죠?”
“황녀님께서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디저트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유해 주고 싶다는 게 목적인가 봐요. 황녀님은 아무래도 디저트에 진심인 사람인 것 같더라구요.”
귀족들은 사람들을 고용하여 텐트를 치고 기다리게 했다.
하루 20명 한정.
20명 안에 들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노력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리모르 제과점에 공지가 하나 내 붙었다.
[신분패를 확인하는 절차를 가지겠습니다.]유리는 ‘황녀님께서 드시는 디저트인데 대타를 고용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귀족들더러 직접 줄을 서라는 건가요?”
“이건 말도 안 돼요!”
귀족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한낱 디저트 따위가 뭐라고?”
“자존심 상해서 난 줄 안 서.”
그렇지만 유리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후 일주일간 손님들이 뜸해졌으나, 그건 잠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을 서는 귀족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내 수많은 귀족 자제가 직접 대기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유리모르 제과점 앞은, 하나의 사교장이 되어버렸다.
“디저트 앞에 만민이 평등하다, 뭐 그런 건가요?”
“황녀님이 보통의 황족과는 좀 다르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에요.”
“그런데 이상하게 좀 시원하네요?”
때는 오후 2시.
하루 중 가장 더울 때인데도 이곳은 하나도 덥지 않았다.
“그러게요. 왜 이런 거죠?”
그 사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밝혀졌다.
“새로운 개념의 마도 공학 장치인가 봐요.”
“에어 컨디셔너라고 부른대요.”
“저게 에어 컨디셔너란 말인가요?”
수많은 귀족이 눈으로 ‘에어 컨디셔너’. 줄여서 ‘에어컨’을 발견했다.
현대식 에어컨과는 달리, 벽면에 부착된 형태의 마정석이었다.
“저 마정석이 주변의 열을 흡수한 뒤, 차갑게 만들어서 냉풍으로 바꿔주나 봐요.”
“말도 안 돼요!”
개중에는 마법을 수련하는 귀족들도 있었다.
그들의 개념으로는 저건 말도 안 됐다.
“기본적으로 효율이 너무 나쁘단 말이에요. 저걸 유지하려면 정말 수준이 뛰어난 마법사들을 여럿 고용해야 해요.”
이건 수지타산이 지나치게 맞지 않았다.
도대체 왜, 겨우 제과점을 위해서 저런 상승 마법과 고도의 마도 문명을 동원한단 말인가.
그런데 누군가가 말했다.
“쯔쯧, 그렇지 않답니다, 여러분.”
그는 굉장한 미남이었기에 그 한마디로도 수많은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가 시원한 미소를 선보이며 말을 이었다.
“여기에는 테이사벨 이동 관문에 적용된 인버터 시스템이 들어가 있어요. 덕분에 최소한의 에너지로, 아주아주 효율적인 냉풍 마법을 구현할 수 있게 된 거죠.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개념이에요.”
이 ‘에어컨’에는 인버터 시스템이 포함되어 있었다.
테이슬론과 이사벨이 함께 만들어낸 역작이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7살의 황녀님께서 이런 걸 고안하셨단 말이에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얘기였다.
7살이 이런 걸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으면, 미로텔 마법 연방과 마탑의 마법사들, 그리고 수많은 명문 대학의 교수들이 먼저 만들었겠지.
“그러게 말이에요. 황녀님이 만든 걸, 뛰어나신 마법사들께서는 못 만드셨네요. 참 이상한 일이죠?”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그를 알아보았다.
“설마 당신은? 제, 제1 수석 보좌관 비아톤 경?”
비아톤도 3일째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줄을 서는 것에 대한 귀족들의 불만은 쏙 들어갔다.
황제를 섬기는 제1 수석 보좌관조차 3일 동안 줄을 서지 않았는가.
며칠 뒤, 비아톤과 만난 이사벨이 물었다.
“일부러 그런 거죠?”
“네? 뭐가요?”
“고마워요.”
“제가 늘 고맙죠.”
비아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고맙다고 말했다.
그 표정과 말투가 따뜻하고 다정했다.
“비아톤 선생님이 저한테 고마울 게 뭐가 있어요?”
“그냥요. 다요.”
‘그냥’이라는 말에는 참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사벨이 저렇게 눈을 깜빡이는 것도 고마웠고, 숨을 쉬고 있는 것도 고마웠고,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도 고마웠다.
모래시계의 모래가 매일같이 떨어지고, 매일같이 떨어진 모래가 쌓여가고 있는데도, 미소를 잃지 않는 이사벨이 고마웠다.
“치. 누가 보면 선생님이 아빠인 줄 알겠어요.”
“반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비아톤은 후후, 하고 웃었다.
그 청량한 미소에 이사벨은 헤- 하고 웃고 말았다.
“어쨌든 고마워요. 선생님이 직접 줄을 서서 기다려주신 덕분에 귀족들의 불만이 쏙 가라앉았지 뭐예요?”
“고마워하실 일 아닙니다. 저도 유리의 디저트에 진심인 편이라서요. 그래서 줄을 섰던 것뿐이랍니다.”
이사벨은 저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잘 알았다.
마음만 먹으면 비아톤은 유리의 디저트를 먹을 수 있었다.
이사벨의 방에서 함께 먹어도 되고, 유리에게 직접 부탁해도 될 일이었다.
비아톤이 굳이 줄을 선 이유는 간단했다.
실제로 며칠 전 그는 데일사 시종장에게 이렇게 표현했었다.
‘황제의 제1 수석 보좌관인 나도 줄을 서니까, 그냥 닥치고 줄 서라, 너네도. 뭐 이런 거지.’
비아톤이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말을 이었다.
“아, 참. 서쪽 린타 부근에 지진이 일어났다는 거 아시죠?”
“알고 있어요.”
린타는 제국 수도로부터 약 400㎞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평야 지대이다.
7왕 중 한 명인 ‘라헬라’가 다스리는 지방이었다.
“피해가 상당해서 지원이 좀 필요한 모양이에요. 대륙 각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들고 있답니다.”
“자원봉사자들이요?”
“네.”
비아톤은 빙그레 웃고서 이 세계의 생태에 대하여 말해주었다.
평상시, 귀족들은 수많은 권리를 누리고 살아간다. 그렇기에 이런 재난 상황 혹은 재난 복구 상황에서는 귀족들이 먼저 발 벗고 나서야 했다.
원칙은 그랬다.
“부유한 귀족들은 상당한 구호 성금으로 대체하고 있기는 해요.”
부유한 귀족들은 돈으로. 가난한 귀족들은 직접 몸으로 나서서 자원봉사에 임해야 했다.
이사벨이 조심스레 물었다.
“저도! 저도 자원봉사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황녀님께서요?”
비아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저, 꼭 가고 싶어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사벨은 비아톤의 의도를 눈치챘다.
지진과 피해복구 및 자원봉사에 대해 일부러 알려준 것이었다.
‘황녀’ 이사벨을 위해서.
비아톤은 제국의 수석 보좌관이었고 정치에 매우 익숙했다.
어떻게 하면 이사벨에게 도움이 될지, 이사벨이 빛날 수 있는지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황녀님이라면 직접 가겠다고 할 줄 알았어요.’
나이는 겨우 7살이고 겉모습은 10대 초반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빌로티안의 육체를 가졌다.
그렇기에 어지간한 성인 남성보다 강한 힘과 체력을 가지고 있었다.
‘황녀님이 더 멋있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사실 비아톤은 황녀가 빛나든 말든 상관없었다.
멋있어도 되고, 멋있지 않아도 되었다.
그에게 있어서 이사벨은 이사벨이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역시 이사벨은 이사벨이었다.
그저 이사벨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사벨은 사랑받기 합당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황녀님이 꿈꾸는 것들을 이루어가려면 결국 명성과 명예는 필요한 법이니까요.’
누군가 그랬다.
유명한 사람이 되면 입으로 똥을 싸도 칭송받는다고.
그래서 비아톤은 비아톤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사벨을 돕기로 작정한 것이었다.
“기뻐 보이시네요?”
“그럼요! 엄청 기뻐요.”
“뭐가 그렇게 기쁘신가요?”
“제 몸을 맘껏 움직일 수 있잖아요.”
이사벨의 나이 7살.
무척 활동적일 나이였는데, 이사벨은 약간 욕구불만인 상태였다. 황녀의 체통 때문에 본능을 억누를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사실 매일 우다다! 뛰고 싶었다.
이상하게 계단 같은 것만 보면 뛰고,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들어서 그걸 억누르느라 무척 힘들었다.
“막, 막, 숨도 차고 그렇겠죠?”
“그렇겠죠? 숨이 막막 차겠죠?”
전생에는 숨이 차면 괴로웠다. 아니, 애초에 숨이 찰 정도로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이 몸은 달랐다.
아무리 움직여도 아프지 않았고, 숨을 헐떡거려도 괜찮았다.
“땀도 막 뻘뻘 나고 그러겠죠?”
“땀도 뻘뻘 나고 목도 타고 그러겠죠?”
병원에서는 땀을 내본 적이 거의 없었다.
격렬하게 몸을 움직인 적이 없어서 땀이 뻘뻘 난 경험도 없었다.
“그럼 막 찬물도 벌컥벌컥 마시고 그러겠죠?”
“그럼요. 찬물도 벌컥벌컥 마실 거예요.”
“헤헤. 기적이에요!”
이사벨은 저도 모르게 헤헤- 하고 웃고 말았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그 모든 것이, 이사벨에게는 기적이었으니까.
그런데 문득 이사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내 정신 좀 봐.”
“왜 그러세요?”
이사벨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방금, 너무 큰 실수들을 저지르고 말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금 말들은 실수였다.
“린타 지방에 지진피해가 일어나서 자원봉사자들이 필요한 거였잖아요.”
누군가는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삶의 터전이 무너지고 소중한 사람이 다치거나 죽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힘들어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잠깐 미쳤나 봐.’
하나를 깊이 생각하면, 하나를 잊게 되는 이 일곱 살의 육체가 오늘따라 조금 원망스러웠다.
즐거워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이건 옳지 못한 즐거움이잖아요.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비아톤의 말이 들려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