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67)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67화
내가 다시 물었다.
“정말로 아바마마가 직접 그렇게 말씀하셨나요?”
“정확히 말하자면, 황후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지.”
“그래요?”
나는 또. 아빠가 직접 그렇게 말했다는 줄 알았지 뭐야.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그래. 분명히 제일 피곤해하고 싶어 하는 날이라고 하셨다. 황제께서도 딱히 부정하지는 않았고.”
“그날은 제 생일이 맞아요.”
“생일? 정말로 생일이란 말이냐? 그 외에 다른 특별한 건?”
“음, 그 날은 정말로 제 생일이었어요. 그날 밤, 서프라이즈로 절 축하해 주시며 가볍게 파티를 해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그러니까 네 말은, 딸의 생일 때문에 황제께서, 다른 황제도 아니고 론 빌로티안 황제 폐하께서, 왕합회의를 일찍 끝냈다는 말이냐?”
“그런 것 같아요.”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얘기라는 걸 황녀도 잘 알고 있겠지.”
라헬라는 한참 동안이나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
“뭐 특별한 뭐가 정말로 없었니?”
“음, 제 남은 생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 정도가 특별할까요? 그래서 아빠가 저를 조금은 다르게 대해 주는 것 같아요.”
아빠보다 내가 먼저 떠날 테니까.
자기보다 수명이 짧은 누군가에게 마음을 준다는 것은 곧 이별을 각오하고 있다는 거고, 그래서 나를 조금은 특별하게 대해 주는 것 같았다.
“……아.”
라헬라는 잊고 있었던 것을 깨달은 듯 아! 하고서 나를 바라보았다.
“불쌍하게 보지 않아도 괜찮아요. 저는 엄청 밝은 나날을 보내고 있거든요.”
“아, 미안하다. 딱히 널 동정하려던 건 아니었어.”
“아니에요, 괜찮아요.”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라헬라가 말했다.
“그래서 정말로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네. 그러려고 왔어요.”
“왜?”
“이유가 꼭 필요한가요?”
“황녀인 이사벨에게는 필요하지.”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어서요.”
“그게…… 다야?”
“남들보다 몇 배나 빠른 시간을 살고 있으니까 몇 배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라헬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부디 그 말이 진짜이기를 바랄게.”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자원봉사는 내일부터 바로 시작하도록 해.”
* * *
라헬라는 이사벨의 말을 전적으로 믿지는 않았다.
‘그 아이의 미소와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괜스레 믿고 싶어져.’
그것은 이사벨만이 가지고 있는 오묘한 힘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7왕들 중 가장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를 만큼 정치적 수완과 능력이 뛰어난 여인이었다.
그녀는 그녀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이사벨의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다.
‘분명 이유가 있겠지.’
그리고 그 ‘이유’는 며칠 내에 드러날 것이다.
이곳에서 자원봉사라는 것은 사실 허드렛일에 가깝고, 육체적으로 거의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행위였다.
‘매일 누군가가 해준 밥을 먹으며 편하게 생활한 아이에게는 무척이나 고된 일일 터. 아무리 빌로티안의 육체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분명 힘든 일이다.’
그러면 결국 본심이 나오게 된다. 틈이 보일 거고, 그러면 빌로티안 황가가 어떤 정치적 이유를 가지고 황녀를 이곳으로 보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이사벨을 수행하는 자로 비아톤을 붙였어.’
비아톤은 각국의 왕들에게도 꽤 요주의 인물이었다.
전직 암살자이자, 뛰어난 실력을 지닌 마검사였고, 황제의 수석 보좌관이었다.
저 정도 인물을 겨우 자원봉사에 허비(?)할 이유가 없었다.
‘분명히 수많은 정치적 모략이 숨어 있다.’
* * *
비아톤의 방은 이사벨 바로 옆방이었다.
자원봉사 바로 전날, 비아톤이 이사벨의 방을 찾았다.
“황녀님. 이게 가면이에요.”
“이게 가면이라구요?”
이사벨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딜 봐도 가면은 보이지 않았다.
비아톤에 손에 들려 있는 건 그냥 작은 목걸이였다.
“네. 난쟁이족의 마도 명장 친구에게 얻어왔어요. 목에 걸고 소량의 마나를 흘려 넣으면 가상의 가면이 생성된답니다. 엄청 신기하죠?”
“……얻어온 거 맞죠?”
“네, 적당한 값을 지불했어요.”
얼굴을 바꿔주는 마도 공학 목걸이라니.
사실 이건 어마어마한 장치라고 볼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이런 일상적인(?) 마법이 발달하지 않은 세계에서는 더더욱.
말하자면 이건 ‘난쟁이족 마도 명장’의 보물일 확률이 높았다.
“사 온 거예요?”
“적당한 값을 지불했어요.”
“그러니까, 값을 지불했냐고 묻는 게 아니에요.”
“그, 그럼요?”
“판매자에게 판매 의사가 있었냐고 묻는 거예요.”
“그게…….”
비아톤은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자꾸 안 판다고 하긴 했거든요.”
“그래서요?”
“그래서 적당한 값을 지불하고…….”
“훔쳤어요?”
“훔쳤다기보다는…….”
“훔쳤네.”
“…….”
“훔쳐 오면 어떡해요? 얼굴에 쓰는 형태의 훌륭한 가면도 많잖아요.”
비아톤은 민망한 듯 환하게 웃었다.
“저, 지금 혼나는 건가요?”
뭐랄까. 미묘하게 좋아하는 느낌이었다.
“선생님!”
“잠깐 빌린 겁니다. 자원봉사가 끝나고 나면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을게요.”
“안 판다는 걸 몰래 가져온 걸 누가 빌렸다고 해요? 훔쳤다고 하죠!”
“…….”
“돌려놓고 오세요.”
“지, 지금요?”
“최대한 빨리요.”
“나중에 하면 안 될까요?”
“안 돼요.”
“엄청 단호하신 걸 보니, 말을 들어야겠네요.”
“꼭이요. 약속해야 해요.”
이사벨이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반드시 제자리에 돌려놔야 해.’
이사벨은 이 목걸이를 만든 마도 명장이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난쟁이족 마도 명장 ‘히르덴’이 분명했다.
[시한부 악녀가 죽고 나면> 속 악녀인 이사벨이 히르덴의 역작인 ‘태양의 눈물’을 그토록 갖고 싶어 했고, 결국 비아톤을 시켜 그걸 훔쳐 오는 내용이 있었다.화가 머리끝까지 난 히르덴은 훗날 남주 아룬에게 뛰어난 무구들을 만들어 주었고, 그 무구들은 빌로티안 제국을 무너뜨리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히르덴은 자기 물건을 훔친 사람을 절대로 용서 안 하는 타입이야. 무시무시한 복수를 할 거라고!’
마도 명장 히르덴을 적으로 돌리면 훗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훗날 빌로티안의 큰 위협이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저랑 같이 가서 또 사과하는 거예요.”
히르덴은 불같은 성격을 가진 난쟁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에게는 약한 타입이었다.
그러니까 이사벨이 직접 가서 사과하면 받아줄 확률이 매우 높았다.
“저도 히르덴 경에게 사과할 거예요.”
“황녀님은 잘못한 게 없는데요?”
“제가 가면을 구해 달라 부탁한 거잖아요. 저도 같이 가서 사과할 거예요.”
“황녀님께서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제가 이렇게까지 해야, 비아톤 경이 또 도둑질 안 하죠! 비아톤 경을 나무라는 방식이에요.”
“알겠어요. 죄송해요. 그러면 벌로, 여기서 불침번 서면서 황녀님 곁을 지킬게요.”
비아톤은 정말로 그날 새벽 내내 그 자리에 서서 이사벨을 지켰다.
이렇게라도 해야 그의 마음이 편했다.
‘이런 벌이라면 매일 받아도 될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아침이 밝았다.
* * *
자원봉사를 떠나기 직전, 이사벨은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인명피해가 어떻게 하나도 없을 수가 있어?’
그것은 알페아 왕국을 다스리는 라헬라의 역량이었다.
지진이 일어나기 한참 전에 지진파를 분석하여 지진을 예측했고,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대피소가 굉장히 잘 되어 있었고, 이후 피해복구도 상당히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중이었다.
‘굉장하네.’
그래서 알페아 왕국의 국민들은 존경의 의미를 담아 라헬라를 ‘성왕’이라 불렀다.
‘그래도 마음은 조금 편하다.’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자원봉사에 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린타 지방, 재해복구 제3 지역의 작업반장 헥토르는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저건 뭐야?”
“자원봉사자라고 합니다. 벨로티 자작가의 막내딸이라고 하네요. 특기는 마법이라고는 하는데…….”
사실 의미는 없었다.
보통 별다른 재주가 없을 때 마법이 특기라고 적는 귀족들이 많았으니까.
미로텔 마법 연방이나 마탑 소속의 마법사를 제외하면, 마법사라 주장하는 이들 중 제대로 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자는 극소수였다.
“하아, 또냐, 또야?”
벨로티 자작가는 가상의 가문이었다.
벨로티 자작가의 막내딸은 바로 이사벨이었다.
이사벨을 본 헥토르는 한숨을 푹푹 쉬었다.
헥토르는 저런 유형의 자원봉사자들을 매우 싫어했다.
자신과 가문의 명예를 위해서 자원봉사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참여하는 귀족 나부랭이들.
헥토르는 저런 유형의 자원봉사자들을 일컬어 ‘명예충’이라고 불렀다.
‘서류상 머릿수만 차지하는 명예충들.’
오죽하면 평민 봉사자 하나가, 귀족 봉사자 열보다 낫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심지어 저 아이는 겨우 십 대 초반의 어린애였다. 도움이 될 수도 없고, 방해나 안 되면 다행이었다.
“다른 구역에 일손 모자라는 곳 없다냐? 좀 보내 버려라, 제발.”
그리고 몇 시간 뒤, 작업반장 헥토르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거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