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69)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69화
저만치 구석에 현재 정비 중인 도르래가 있었다.
이사벨은 머릿속에 이미지를 구현한 뒤 실제 시범을 보여주었다.
‘마력을 끌어올려서.’
전기 자전거.
전기 자전거.
전기 자전거.
이미지를 머릿속에 구체화시키고, 마도 공학 지식을 접목했다.
‘이렇게 만든 마법 술식을 도르래에 적용시키고…… 됐다!’
마나로 새겨진 언어. 마법 술식이 도르래에 새겨졌다.
“비웃지 않기로 약속했어요?”
“네, 물론입니다.”
평소 마도 공학에 큰 관심이 있는 헥토르는 도르래의 줄을 당겨보았다.
‘억!’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살짝 잡아당겼는데, 너무 많이 당겨졌기 때문이다.
“어이쿠!”
외부의 힘이 강력하게 작용하여 저절로 도르래를 움직였다.
너무 빠르고 강하게 줄이 당겨지는 바람에, 헥토르는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헥토르는 바닥에 앉은 채 멍하니 도르래를 바라보았다.
“괘, 괜찮으세요?”
“괜찮습니다.”
“일어나보세요.”
“예, 알겠…… 윽, 꼬리뼈!”
경미한 부상을 입기는 했으나 어쨌든 일어나기는 했다.
“제가 처음이라 마력 조절을 제대로 못 했어요. 미안해요.”
“……이게 미안할 일인가요?”
마법 술식을 실제로 도르래에 걸어주었다.
세상의 그 어느 마법사도 이런 허드렛일(?)에 마법을 써주지 않는다.
대부분의 마법사은 마법이 숭고한 학문이라고 생각하여 이런 3D 현장에서는 사용해 주지 않으니까.
“네. 마력 출력값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 선생님한테 혼나거든요. 혼낼 때는 엄청 무섭게 혼내세요.”
“……그렇군요.”
“몇 번 연습해 보면 완벽해질 것 같은데, 연습 좀 해도 될까요?”
“그럼요. 당연하죠.”
결국 이사벨은 적절한 출력값을 찾을 수 있었다.
이사벨은 저도 모르게 활짝 웃었다.
‘와, 나 새로운 거 배웠어!’
이사벨은 현재 얼굴을 바꿔주는 반지를 착용하고 있었다.
난쟁이족의 마도 명장 히르덴이 만든 목걸이 대신, 시중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아티팩트를 차고 있는 상태.
명품이라고 보기에는 어렵기에 착용하고 있는 사람 본인이 마법을 다룰 줄 알아야 했다.
일정한 양의 마력을 끊임없이 불어넣으며 컨트롤해야 했는데, 이것이 이사벨에게는 아주 좋은 연습이 되었다.
‘여기에 신경을 분산시키면서 마법을 구현하니까 훨씬 정교해졌잖아?’
평소에는 마력이 너무 날뛰어서 고민이었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마력을 다루면, 보다 정교하고 세밀한 컨트롤이 가능해졌다.
이거면 비아톤이나 카린도 칭찬해 줄 것이 틀림없었다.
이사벨은 저도 모르게 뿌듯해져서 혼잣말을 하고 말았다.
“칭찬받을 수 있겠다, 헤헤.”
이제는 실전이었다.
일을 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및 인부들 앞에 섰다.
“자자, 잠시 멈춥니다. 여기 마법사님께서 도와주실 겁니다.”
“예? 그게 무슨 소리죠?”
“마법사님이 어디 있어요?”
사람들은 이사벨이 마법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저 어린 나이에 어떻게 마법사가 된단 말인가. 마법사 지망생이라면 모를까.
“여기, 이분입니다. 벨로티 자작가의 영애이십니다.”
“에이, 헥토르. 장난치지 마, 그런 장난 재미없어.”
“장난인지 아닌지 보면 알겠지.”
일하던 사람들이 도르래에서 잠시 멀어졌다.
그들은 호기심 반, 불신 반으로 이사벨을 바라보았다.
이사벨의 심장이 콩닥거렸다.
‘관심이 쏟아지고 있잖아?’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지자 조금 민망하기도 했지만, 또 기분이 좋기도 했다.
‘어떡해, 나 관심 너무 좋아.’
이사벨이 한 발자국 앞으로 움직였다.
‘아까랑 똑같이 하면 돼.’
몇 번 연습했으니 잘할 자신 있었다.
“딱 보여 드릴게요!”
* * *
고정도르래에 회전력을 발생시켰다.
도르래를 당기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게 보였다.
“어? 진짜 가벼워졌는데요?”
“진짜 가볍잖아?”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그들은 정말로 신기해하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짜 마법사님인가요?”
“그럼 외모는 변형하신 건가?”
질문들이 마구 쏟아지는 바람에 나는 조금 난처해졌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애매했는데, 다행히 헥토르 아저씨가 정리해 주었다.
“자자, 마법사님께 그렇게 마구잡이로 질문들을 쏟아내면 어떡하나? 결례야, 결례. 외모가 어려 보인다고 해서 그렇게 예의 없이 굴면 쓰나?”
그 말에 사람들은 조용해졌다.
저것만 봐도 이 세계에서 마법사들이 갖는 위상이 어떠한지 알 수 있었다.
다들 침묵하는 가운데, 몇몇 사람이 내게 고맙다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리고 저게 맞다고 생각했는지 많은 사람이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아니에요. 도움이 되었다니 기뻐요.”
사람들이 도르래 줄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무거운 물체가 아주 쉽게 잡아당겨지자 사람들의 얼굴에 활력이 도는 것이 보였다.
내 마법이 정말 큰 도움이 된 것 같았다.
아, 어떡해. 내가 정말로 도움이 되고 말았어.
짜릿해.
나는 조금 들떠 말이 빨라졌다.
“작업반장님. 도르래들에 회전 마법을 계속 걸면 될 것 같아요. 전체 도르래가 몇 개쯤 돼요?”
“16개쯤…… 됩니다.”
“그럼 금방 끝나겠네요!”
“금방 끝난다고요?”
“네. 금방 할게요. 그럼 다른 일도 주세요.”
“다른 일도…… 하신다고요? 16개의 도르래에 마법을 다 걸고요?”
“네.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니까요.”
“별로…… 어렵지 않다고요?”
정말이었다.
나는 도르래 16개에 모두 회전 마력을 걸어주었다.
“정말로…… 금방 하셨네요?”
헥토르 아저씨는 내가 정말 신기한 것 같았다.
‘뭐, 마법사들을 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그럴 수 있지.’
나는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내가 별로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던 중, 나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작업반장님! 저도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요.”
내 말을 들은 헥토르 아저씨는 얼빠진 얼굴을 하고 말았다.
“그게 진심입니까?”
“물론이죠!”
“원하신다면 그렇게 해도 됩니다만…… 마법사님께서 왜…….”
허락을 받은 나는 한 현장으로 달려갔다.
몇몇 사람이 망치질과 삽질을 하고 있었다.
‘삽질! 해보고 싶었어!’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다.
작업반장님은 나한테 삽질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가르쳐 주었다.
‘아, 그렇게 어려운 동작은 아니구나!’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나는 삽질을 해보기 시작했다.
전생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내리쬐는 햇볕 아래, 삽질을 할 수 있다는 건 건강한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푹!
흙 속에 삽이 파묻혔다.
“영차.”
흙 한 덩이를 파냈다.
오, 생각보다 재미있네. 흙 놀이 하는 것 같아.
“영차.”
작업반장님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삽질을 해본 적은 없으시지요?”
“네, 오늘이 처음이에요.”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생각보다 고된 일이어서 몸 여기저기를 다칠 수 있어요.”
“알겠어요. 조심히 할게요.”
……라고 대답은 했으나 나는 일곱 살의 육체를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했다.
일곱 살에게 흙 놀이는 아주 즐거운 놀이였다.
자존심이 좀 상하기는 하지만, 이 삽질이 나는 너무너무 즐거웠다.
평범한 애들은 손으로 흙장난을 하겠지만 나는 빌로티안의 육체를 가지고 있으니 삽으로 하고 있을 뿐, 어쨌든 본질은 비슷했다.
“……즐거워 보이시는군요.”
“네. 즐거워요.”
“뭐가 그렇게 즐거우십니까?”
“그냥 아프지 않고 내 몸을 움직일 수 있잖아요. 숨이 이렇게 헥헥 차는데도, 가슴이 하나도 안 아파요. 햇빛을 이렇게 오래 받았는데도, 쓰러지지 않아요! 헤헤”
“아니, 그런 건 누구나 가능한…….”
아저씨는 말을 하다 말았다.
왠지 모르게 감동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는데 흙놀이에 심취한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정말 봉사가 즐거워 보이시는군요.”
“네, 재미있어요.”
“황녀님께서 이토록 숭고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계실 줄이야…….”
나는 아저씨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서 삽질을 이어갔다.
원래 재밌는 것에 푹 빠지면 다른 사람 말은 잘 안 들리는 법이었다.
한참 후에, 목이 말라진 나는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우와, 시원해.’
띵-
머리가 조금 아파왔다.
‘크으!’
놀이 후에 먹는 찬물이란 이런 맛이구나. 갑자기 찬 걸 먹으면 머리가 띵하다던데, 이게 그거구나!
나는 새로운 걸 알게 됐다.
꼬로록-
배도 고파왔다.
‘기분 좋아.’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몸을 맘껏 움직여서 배가 고파지는 경험은, 단언컨대 내 경험 중 최고로 짜릿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 짜릿한 경험에는 후폭풍이 따르게 마련이었다.
“으…….”
그날 밤, 나는 몸살에 걸리고 말았다.
평소에 쓰지 않던 근육을 너무 많이 썼고, 빌로티안의 육체를 믿고서 너무 까불었던 모양이었다.
‘갑자기 너무 무리했나 봐.’
황녀로서의 특혜는 대부분 포기하고 이곳에 왔지만, 잠만큼은 왕성 내에서 잤다.
라헬라 언니가-라헬라 언니가 언니라고 하라고 한 적은 없지만 나 혼자 지칭할 때는 언니라고 하기로 했다.-꼭 그렇게 해달라 부탁하기도 했고.
‘근데…….’
마침 비가 내리고 있었다.
투둑- 투둑-
굵은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렸다.
문득, 나는 무서운 감정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아파.’
머리로는 안다. 이건 그냥 단순한 몸살감기일 뿐이었다.
이 몸은 워낙 튼튼하니까 사흘 정도만 푹 쉬면 잘 먹으면 금방 나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건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무서워.’
갑자기 온몸이 바들바들 떨려오기 시작했다.
전생에서의 그 끔찍했던 경험들이 내 방에 밀려들어 오는 것 같았다.
밖에서 부는 바람 소리가 내게 속삭이는 듯했다.
너는 아파야 해. 너는 원래 아픈 아이야.
꿈에서 깨어나.
지금 네 삶은 꿈이야. 돌아가야지.
한 번 그런 생각에 사로잡히자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났다.
‘자고 싶지 않아.’
여기서 만약 잠들고 나면, 또다시 병실일 것만 같았다.
몸이 으슬으슬 떨려왔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무서워졌다.
‘무서워.’
누가 내 옆에 있어 줬으면 좋겠다.
이 무서운 생각을 누가 쫓아내 주면 좋겠다.
제발요. 누가 저 좀 도와주세요.
‘누가…… 나 좀 안아주세요.’
크고 커다랗고 검은 손이 나를 집어삼키는 것만 같아서 이불 속에 몸을 숨겼다.
그때, 누군가가 나를 꼭 안아주었다.
달콤한 벌꿀 냄새가 났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