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85)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85화
아빠는 다소 불편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비아톤 경에게 안기는 게 그렇게 행복합니까?”
“네! 엄청 엄청요!”
“어째서죠?”
아빠랑 역할극 하는 것 같아서 무척 즐거웠다.
내 육체는 이 상황을 소꿉놀이처럼 느꼈다.
아빠와의 추억을 만들어가는 것만 같아서 심장이 콩닥거리고 마음이 몽글몽글해져 버렸다.
“왜냐하면은요, 저는 안기는 거 좋아한대요.”
“…….”
“원래는 비밀인데 문지기 아저씨한테만 가르쳐 주는 거래요.”
나는 안기는 걸 굉장히 좋아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보호자’의 품에 있는 게 좋았다.
보호자의 그늘 아래 있어 본 기억이 없어서, 전생에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거라서 그런 것 같다.
“황녀님은 7살입니다. 어린애처럼 응석 부릴 나이는 지나지 않았습니까?”
“문지기. 입을 함부로 놀리면 혀를 자르겠…… 아니, 깊이 있는 교류를 나누는 친구가 되어주마.”
“……뭐라 했지?”
“반말하지 마라, 문지기.”
비아톤 경은 말끝마다 ‘문지기’를 붙이며 계속 강조했다.
비아톤 경도 소꿉놀이에 진심인 편이 틀림없었다.
저 두 분은 이 상황에 정말 충실했다.
비아톤 선생님이 또 말했다.
“왜 네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문지기?”
응? 저건 또 무슨 말이람.
“응석 부려도 될 나이에 지나치게 조숙한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에, 왜 기뻐하고 있느냔 말이다, 문지기, 대답해라, 문지기! 그걸 왜 네가 기뻐하는 것이냐, 문지기! 문지기가 오지랖도 참 넓구나, 문지기! 문지기 주제에, 문지기!”
생각해 보니 그건 그렇네.
나는 아빠와 비아톤 경의 역할극(?)에 최선을 다해 동참해 주었다.
“무엄하시도다! 문지기!”
소꿉놀이하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비아톤 경도 신난 것 같았다.
“황녀님은 나만 안을 거다, 문지기! 너는 못 안지, 문지기?”
“꺄르르!”
나도 모르게 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분은 아주 사랑스러운 분이시다, 문지기!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황녀님을 본 적 있나, 문지기!”
너무 대놓고 금칠을 하는 바람에 나는 민망해지고 부끄러워져서 숨고 싶어졌다.
비아톤 경의 가슴팍에 파고들며 얼굴을 숨겼다.
휙!
뭔가 바람이 일었다.
‘뭐지?’
비아톤 경의 허리가 뒤로 굽었다.
우와. 신기해. 무슨 아크로바틱하는 줄.
“꺄르르!”
나는 또 웃었다.
그 왜, 왜 엄마, 아빠들이 애들을 높이 들어 올렸다 내렸다 하는 그런 놀이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무엄하다 문지기! 황녀님의 아.빠. 같.은. 내게 감히 칼을 휘두…… 응? 어디 가셨지?”
아빠는 사라져 있었다.
왜 문지기 역할극을 한 건지 여전히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아무튼 함께 잘 즐겼으면 됐지 뭐!’
* * *
론은 어딘가로 사라졌고 비아톤은 황녀를 안은 채 승리자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느새 이사벨은 비아톤의 품에 안겨 잠든 상태.
정확히 말하면 혼절에 가까웠다.
어린 몸과 마음으로 감당하기에 지나치게 많은 일을 겪었고, 긴장이 풀리자 기면증에 걸린 것처럼 잠에 빠져든 것이었다.
북부 대공 로베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폐하와 넌 10년이 지나도 여전하구나.”
“여전히 잘생겼다는 말이죠?”
“아직도 살아 있는 게 용하다.”
벽에 기대어 서 있던 노신관(카델리나)이 끼어들었다.
“용하다고 하지 마십시오”
신관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았는지 그녀(?)는 정중한 목소리를 되찾은 상태였다.
“어째서?”
“뭔가 싫습니다.”
그냥 네가 용이라고 아주 광고를 해라 광고를. 어휴.
로베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냥 내버려 두면 ‘내가 사실 어쩌고 흑염룡인데!’라며 난동을 피울 것 같아서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로베나가 비아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이사벨을 소중하게 안아 든 비아톤은 두 걸음 멀어졌다.
“왜 도망쳐?”
“황녀님한테 해코지할까 봐요.”
“내가 그깟 어린애에게 해코지를 왜 해?”
“겨우 14년 남은 아이의 5년을 빼앗겠다고 그렇게 생난리를 피웠으면서.”
“그야…….”
노신관(카델리나) 쪽을 힐끗 살폈다.
로베나가 이런 계책을 꾸민 것은 이사벨이 아룬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노신관이 고개를 황급히 젓고 있었다.
‘그래. 내가 나쁜 용하지 뭐.’
북부 대공 로베나에 대한 괴담이야 어차피 만연한 상태.
여기에 뭐가 하나 추가된다고 해서 딱히 나빠질 것도 없었다.
“시끄럽고, 얘나 받아.”
로베나가 목덜미를 잡아 들어 올리고 있던 김벌꿀을 휙! 던졌다.
성의 없이 던지는 것 같았지만 사실 마력으로 정밀하게 컨트롤했다.
김벌꿀의 몸이 비아톤의 어깨에 철퍼덕 떨어졌다.
김벌꿀은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로베나를 상대로도 전혀 기죽지 않았다.
[완벽 착지.] [나는 지지 않았어.]도발적인 눈으로 로베나를 노려보았다.
이것은 마치 ‘네가 날 잘 던져줘서가 아니라, 내가 아름답게 착지한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노신관은 흐뭇한 웃음을 감추지 못했고, 비아톤의 눈이 가늘어졌다.
“세심하게 컨트롤해 주시네요? 스승님 그렇게 다정한 사람 아니잖아요?”
“…….”
“사람을 물었으니 죽여야 한다느니, 하찮은 미물이라느니 엄청 살벌하게 굴 땐 언제고.”
아룬의 엄마이자 어쩌고 흑염룡, 현직 노신관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가 기이하게 웃으며 물었다.
“북부 대공께서 그렇게 차갑게 말씀하셨습니까?”
“그, 그게…….”
비아톤은 낄낄대며 웃었다.
“스승님 당황하는 거 처음 보니까 신나네요.”
“제자야, 너 그 사실 알고 있니?”
“화제를 돌리려고 하는 것 같은 건 제 착각입니까?”
왜 갑자기 화제를 돌리려고 하는 건지 이유는 알지 못했다.
다만 알 수 있는 건 스승인 로베나가 저 노신관을 상당히 신경 쓰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이유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로베나가 노신관을 어려워한다는 그 사실만이 중요할 뿐.
좀처럼 약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로베나에게 약간의 약점을 잡았다는 그것만이 중요했다.
“이사벨이랑 관련된 건데.”
“부디 제자에게 귀중한 가르침을 내려주십시오.”
로베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이내 풀었다.
그릉그릉하고 뜨거운 콧김을 내뿜고 있는 카델리나를 보아하니, 지금은 화제를 돌리는 게 급선무였다.
“저번에 외눈박이 거인에게서 이상함을 느꼈었지? 너는 거기서 빌헬름이란 놈의 냄새가 난다고 했었고.”
“네, 그랬습니다.”
“그놈이 개입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인위적인 무언가가 개입한 건 맞는 것 같아.”
일반적인 외눈박이 거인보다 훨씬 강했고 마법적인 저항력도 높았다.
인위적인 무엇인가가 합성된 마물이었다.
“거인의 시체에서 묘한 술식을 발견했는데 말이야.”
“묘한 술식이요?”
말해줄까, 말까, 잠시 고민했다.
지혜의 용 라비나는 인간 세상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을 지양하는 편이었으니까.
그런데 문득 잠에 빠져든 이사벨의 작은 등이 보였다.
그녀는 스스로를 세뇌했다.
‘하나도 안 귀엽다.’
안 귀엽다.
안 귀엽다.
안 귀엽다.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갑자기 ‘팥빙수 마시써’라며 잠꼬대를 하고 있었다.
‘나 귀여운 거 좋아했네.’
결국 입을 열었다.
“그래. 네가 발견했던 어깨의 해골문양. 그건 마법술식이 새겨진 문양이었어. 근데 그게 묘하게 이사벨을 저격하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예?”
“빌헬름이라는 놈이 혹시 이사벨을 만난 적이 있어?”
비아톤은 과거 납치미수사건의 범인이 빌헬름이라 확신하는 중이었다.
“예, 아마도요.”
“어쩌면 외눈박이 거인이 이곳에 나타난 것이 우연의 일치는 아닐지도 몰라.”
비아톤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로베나도 몇 번 보지 못했던 비아톤의 진중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이사벨이 마법을 엄청 많이 썼다며?”
“그랬죠. 자원봉사를 열심히 하셨거든요.”
“그 냄새를 맡은 것 같아.”
“냄새를 맡다뇨?”
“이사벨이 목표인 것 같은 느낌이야. 이사벨과 관련해서 이상한 점들이 뭐 없었어?”
그러고 보니 조금 이상한 점들이 있었다.
‘동서남북. 네 방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마물이 나타났었어. 그리고 놈들의 질주 방향이 모두…….’
그냥 성으로 향한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로베나의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전부 왕궁 방향으로 달려왔었다.
그러니까 ‘이사벨이 있던 곳’이었다.
‘그리고 하나 더.’
비아톤이 먼저 북쪽 성벽에 도착했었고 이후에 이사벨이 나타났었다.
“황녀님이 모습을 드러내자 외눈박이 거인이 더욱 흉포해졌던 것이 기억나네요. 외눈박이 거인은 본래 지능이 없는 순수 육체파 마물이잖아요.”
그래서 성벽으로도 어느 정도 막아낼 수 있었다. 성벽으로 무식하게 돌진하는 놈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가끔 열 받으면 저렇게 뛰어올라서 방망이를 휘둘러요.’
그냥 화가 나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같았다.
어쩌면 이사벨을 노리는 행동이었을 수도 있었다.
“황녀님이 나타나자 도약했던 거군요. 우연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우연이 아니라는 것에 내 여동생을 걸겠어.”
“그러니까 스승님 말씀은 빌헬름이 황녀님을 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리죠?”
“그럴지도.”
그 말을 모두 들은 김벌꿀의 머리 위로 느낌표가 일곱 개나 생겼다.
붉은 느낌표였다.
무척 화가 났다는 표식이었다.
[이사벨 절대 지켜.]씩씩대며 콧김을 내뿜었다.
벌꿀오소리인 그는 아룬에 대한 기억을 전혀 갖고 있지 못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능적으로 말했다.
[엄마한테 다 일러.] [우리 엄마 짱 세.]‘여동생을 건다’는 말에 발끈하려던 노신관의 얼굴에 노기가 사라지고 뿌듯함이 피어올랐다.
‘하긴, 어머니가 위대하긴 하지’라고 중얼거리면서.
그리고 며칠이 흘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