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86)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86화
일곱 명의 왕 또한 황녀의 가치를 알아보라는 무언의 주문이었겠지.
그것은 황녀를 지지하라는 무언의 암시였다, 라는 결론을 내린 라헬라는 이사벨과 대화를 나눈 끝에 나르모르라는 자를 왕실로 초청했다.
나르모르가 알페아 왕성에 도착했다.
알페아 왕성에 입성하는 내내, 나르모르는 조금 의아했다.
‘대접이 융숭하네?’
나르모르는 귀족이 아니어서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나르모르 경.”
“그니까, 경 아니라니까요. 나르모르라고 불러주세요.”
“국왕 폐하의 손님이시니 예의를 갖추는 것이 맞습니다.”
“근데 진짜 국왕 폐하의 부관님이세요?”
“예. 그렇습니다.”
“그렇게 지체 높으신 분이 왜 저를…….”
“그야 이사벨 황녀님께서 나르모르 경을 적극적으로 추천하셨기 때문이지요.”
나르모르는 알페아의 성왕 라헬라를 만났다.
“알페아의 국왕, 모든 존경을 받아 마땅한 성왕을 뵙습니다.”
“그대를 환영한다.”
나르모르는 라헬라와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약간 긴장했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꽤 편해졌다.
“예. 사실 유리모르 제과점 앞은 하나의 사교장처럼 변해 있었거든요.”
“날마다 귀족들이 밤을 새워서 기다린다는 말은 들었는데, 그게 정말인가 보군.”
“생각보다 그 수가 많아서 저는 거기서 자그마한 호텔 사업을 시작했어요. 아 참, 이건 황녀님께는 비밀입니다. 내년 생일 선물로 드릴 거라서요.”
“생일 선물을 1년 전부터 준비한단 말이냐?”
“이번 생일에 번듯한 걸 못 드렸거든요. 그래서 내년에는 꼭 좋은 거 드리려고요.”
그 좋은 게 호텔?
라헬라는 더 이상 묻지 않고서 그냥 나르모르의 말을 들었는데, 듣다 보니 기가 찼다.
“그렇게 말도 안 되는 폭리를 취한단 말이냐? 제정신이 박힌 자라면 절대 숙박을 하지 않겠지.”
“당연히 그렇죠.”
긴장이 풀린 나르모르는 손가락을 까딱까딱 흔들었다.
“대신 유리모르 호텔에 숙박하면 저희 유리모르 제과점의 우선 대기표를 줍니다.”
“그게 먹힌다고?”
“애초에 디저트 하나 먹으려고 수백만 루덴을 지불하면서 멀리까지 오는 한량들인데요, 뭐. 돈이 안 중요하신 분들이잖아요.”
그들에게 돈은 그저 원하는 것을 이루는 작은 수단일 뿐. 그것에 얼마가 들어가든 중요하지 않은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대신 그에 걸맞은 서비스와 예우를 해드려야죠. 유리모르 호텔의 시종과 시녀들은 황실에서 교육받았거든요.”
데일사 시종장의 특훈 아래, 특별히 교육받은 자들이 시종과 시녀로 배치되었다.
황실의 시종과 시녀라면 대부분 귀족 출신이다.
“황실에서 교육받은 시종과 시녀들? 인건비 감당이 안 될 텐데?”
“평민 출신들이라 괜찮아요.”
“뭐?”
듣다 보니 더욱 기가 찼다.
“그 깐깐한 데일사 시종장이 평민 출신들을 직접 훈련시키고 가르쳤단 말이냐?”
“네? 좀 무섭긴 해도 별로 안 깐깐하신데요?”
“그럴 리가!”
“이사벨 황녀님을 위해서라고 하니까 군말 없이 그냥 해주시던데…….”
“……그렇단 말이지.”
“혹시 시종장님의 이름을 잘못 알고 계신 거 아닙니까?”
“데일사. 빌로티안 최강의 검대 검은 고래를 지휘하던 그자를 내가 어찌 헷갈릴 수 있단 말이냐?”
“죄송합니다. 저는 촌뜨기라 그런 건 잘 모릅니다. 어쨌든, 아레나 궁의 시종장님인 건 확실합니다.”
라헬라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아레나의 시종장 데일사에 대해 잘 알고 있던 라헬라는 자신의 판단에 점점 더 확신이 생겼다.
‘역시, 이사벨은 정치적으로 매우 특별한 위치에 있는 황녀가 틀림없군.’
덕분에 더욱 쉽게 결론이 내려졌다.
라헬라는 알페아 왕국 내에서 테이사벨 이동 관문 설치와 이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기로 했다.
“테이사벨 이동 관문 설치와 그에 따른 유통망 공급은 저희가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
“자본금은? 투자금이 얼마나 필요하지?”
“각종 행정적 지원만 부탁드립니다. 금전적인 투자는 받지 않겠습니다.”
“뭐? 황실에서 지원하나?”
“아뇨. 유리모르 제과점과 호텔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나르모르는 금전 투자를 받을 생각이 없었다.
현재 자본금이 부족하다면야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이 달콤한 꿀을 나눌 수는 없지. 나는 엄청난 부자가 될 거다. 무지무지 엄청난 부자가.’
그는 타고난 감각으로 돈 냄새를 맡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는 다른 사람과 돈을 나눌 생각이 없었다.
“이사벨 황녀가 그대를 추천한 이유를 알겠군. 비록 나이는 어리나 포부와 강단이 있으며 계획을 실천한 실행력도 갖추고 있으니, 이사벨 황녀는 훌륭한 인재를 얻었구나.”
“과찬이십니다.”
라헬라의 눈이 가늘어졌다.
‘황녀는 뛰어난 마법 능력과 고운 심성을 가졌지. 너무나 귀여워서 사랑스러운 구석도 있어. 그러나 저러한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까지 갖추기에는 아직 지나치게 어리다. 이사벨에 대한 저 맹목적인 충성심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는 말은?
‘결국 황실에서 붙여준 자야. 태어나면서부터 황실을 위해 교육받고 훈련되었겠지. 확실하다. 그러니 그 데일사마저 나서서 도와주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황실에서 비밀리에 육성한 인재일 것이 분명했다.
그러한 자를 이사벨에게 붙여주었고 그자가 결국 알페아 왕국으로 파견되어 함께 일을 진행하게 된 것이리라.
뛰어난 이성의 소유자이자 성왕이라 칭송받는 라헬라는 확신했다.
‘황실의 비밀스러운 프로젝트에 함께하게 된 것이 틀림없어.’
* * *
나르모르는 알페아 왕국과 계약을 체결했다.
유리모르 제과점에서 생산되는 디저트들을 알페아 왕국 구석구석까지 판매하는 계약이었다.
맨 처음, 유리는 그에 반대하며 몹시 성을 냈다.
“우리 처음 약속 잊었어? 내 디저트는 황녀님만을 위한 거라고 했잖아. 그런데 오빠가 설득해서 한정 수량 판매를 하기로 한 거잖아. 황녀님께 도움이 될 거라고. 근데 이제 와서 뭐? 대량 생산?”
“걱정 마. 이건 유리모르 제과의 이름 말고, 그냥 나르모르의 이름으로 나갈 거야. 내가 판매하려는 건 네가 만드는 디저트의 저렴이 보급판이라고.”
나르모르는 대량생산체제를 갖추었다. 그것은 이사벨과 테이슬론이 창안한 교류기술 덕분이기도 했다.
효율이 무척 뛰어난 공장을 설립할 수 있게 되었다.
성왕 라헬라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나르모르 제과가 여기저기 유통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석 달이 흘렀다.
나르모르는 두 번째 공장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알페아 왕국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두 번째 공장은 알페아 왕국령에 지었다.
……라는 대외명분이 있었지만 사실 나르모르는 이사벨에게 비밀로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어쨌든, 밤낮으로 공장이 가동되었고 실시간으로 제과들이 판매되었다.
라헬라는 나르모르 제과점의 조각 케이크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말했다.
“테이사벨 이동 관문의 힘이 엄청나군. 우유 생크림이 무척이나 신선해.”
“예. 만들자마자 곧바로 이송하여서 그렇습니다.”
“딱히 변질이 된 것 같지도 않고.”
테이사벨 이동 관문이 생활 속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그에 따라 수많은 사람이 테이사벨 이동 관문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인명사고는?”
“여태까지는 전혀 없습니다.”
“그래. 그래도 이동 관문을 이용하는 자들을 면밀히 조사하고, 확실히 관리하도록.”
마법 연방 측에서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모른다.
테이사벨 이동 관문을 이용했다가 심각한 부작용을 겪어 희귀병에 걸렸다거나, 테이사벨 이동 관문 때문에 사망했다거나.
그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라헬라는 국가 차원에서 사안을 관리했다.
적어도 알페아 왕국 내에서는 테이사벨 이동 관문이 완전히 자리 잡았다.
그 덕분에 가장 크게 웃는 사람은 나르모르였다.
“후후후.”
테이사벨 이동 관문은 급속도로 자리를 잡았고,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신문명의 산물이 되었다.
그리고 그 테이사벨 이동 관문을 활용한 유통망의 주인은 나르모르였다.
나르모르는 유리모르 제과, 유리모르 호텔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나르모르 코퍼레이션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소설 속, 최대 부호가 될 예정이었던 캐릭터 나르모르의 머리가 팽팽 돌았다.
“이로써 알페아 왕국은 부강해지겠지.”
교통과 물류가 곧 힘이다.
알페아 왕국은 서쪽으로는 쓸모없는 바다라 알려진 흑해와 접해 있고, 남쪽으로는 포악한 이종족들의 경계와 맞닿아 있다.
북쪽은 지나치게 추운 산맥지대였고, 그나마 교역이 가능한 곳은 동쪽뿐이었다.
그마저도 교역하기에 딱히 유리한 곳은 아니었다.
그런데 테이사벨 이동 관문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교류하기에 불편하다는 말은,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지키기도 수월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평시에는 이동이 무척 편리하나, 전시에는 이동 관문을 폐쇄하면 그만인 전략적 요충지로 탈바꿈될 거야.”
교역에는 좋은데 침범당하지 않는 천혜의 무역도시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뭐가 됐든 맵빨은 중요하니까.”
결국 알페아는 계속해서 강해질 것이고, 그러면 주변 국가들은 좋으나 싫으나 테이사벨 이동 관문을 써야만 할 것이다.
가만히 있다가는 뒤처질 테니까.
그런데 나르모르만 웃는 것은 아니었다.
안경 쓴 여인 한 명이 어두운 골방에서 나르모르보다 더욱 환하게 웃고 있었다.
[테이사벨 이동 관문, 신문명 시대를 개척하다!]그녀는 대륙 최대의 소식지 ‘귓속말’의 수석기자 출신인 율리였다.
그녀는 이제 귓속말 소속이 아닌 자유 언론인이었기에 일부러 황실의 지원도 모두 거부했다.
그래야 언론인의 자유도와 투명성이 높아진다면서 말이다.
[성왕 라헬라, 이를 일컬어 테이사벨 혁명이라 부르기로.]자유언론인이 된 율리는 발 빠르게 알페아 왕국 소식을 전했다.
그 소식에 그간 마법 연방의 눈치를 살피던 7명의 왕과 수많은 귀족이 테이사벨 이동 관문에 크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 * *
국제정세는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었으나 정작 이사벨은 현재 경제나 정치 등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이사벨은 그보다 훨씬 거시적이고 중요한 것에 관심을 두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응, 그러니까, 이렇게 만들어 보면 어때?”
이사벨의 눈이 샛별처럼 반짝거렸다.
“……이런 게 가능할까요?”
“당연하지! 유리 언니의 능력이라면 만들 수 있을 거야!”
이사벨은 테이사벨 이동 관문만큼, 혹은 테이사벨 이동 관문보다 더 위대한 것을 발명하고 있었다.
지금의 이사벨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 보였다.
“이름은 떡볶이로 하기로 딱 결정했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