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88)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88화
대륙 3대 요리협회가 뭉쳤다.
[라면, 그것은 악마의 음식!] [몸을 파괴하는 극독이나 다름없는 음식 판매를 중단하라.]두 곳은 미로텔 마법 연방 소속 협회였고, 또 다른 한 곳은 빌로티안 제국 소속이었다.
그들은 라면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악마의 음식이라 칭했다.
그에 따라 라면에 관한 온갖 소문이 대륙을 휩쓸기 시작했다.
“그거 들었어? 그 뭐냐, 라면이라던가? 그걸 먹으면 몸에 독소가 쌓인다나 봐.”
“결국 악마화가 진행된다던데?”
“어휴, 끔찍해라.”
“나르모르 코퍼레이션이 사실은 흑마법사들이 지원한 거라나 봐.”
요리 명장으로 유명한 마레센츠 또한 직접적으로 라면을 언급하며 그것을 죄악시했다.
“그것은 매우 위험한 악마의 물건입니다. 마약보다도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만들며, 종국에는 악령을 강림시킬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이 공포에 휩싸였다.
곳곳에서 라면을 불태웠고, 나르모르 코퍼레이션에 무척 호의적인 알페아 왕국에서조차 소동이 일었을 정도였다.
몇몇 소식지를 읽어본 이사벨은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진짜 맛있는 건데.”
심지어 현대의 라면보다 더 좋다.
현대의 라면과 맛은 비슷하지만 염분과 칼로리가 더 낮았다. 영양적으로도 더 우수했다.
“이 맛을 몰라주다니 속상하네.”
이사벨은 후후- 하고 뜨거운 면발을 분 뒤 호로록- 하고 면을 빨아들였다.
전생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짜릿한 느낌이었다.
“세상에, 내가 면 치기를 또 해버렸잖아?”
전생의 몸으로는 꿈도 꾸지 못했을 위대한 행위. 무려 ‘면 치기’에 성공하고 말았다.
그 앞에 앉은 유리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황녀님. 괜찮으세요?”
“응, 좀 속상하기는 한데 괜찮아.”
요리 명장과 요리협회 차원에서 라면을 공개 저격하면서, 이사벨과 유리, 나르모르까지 싸잡혀서 비판을 받는 중이었다.
“어떻게 괜찮을 수 있어요?”
“음…….”
사실…… 그냥 뭐, 익숙해서……. 한국에 있었을 때는 이것보다 수천, 수만 배는 더 욕을 많이 먹어봤는걸. 그래서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
그렇게 말하기는 좀 애매해서 그냥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엄청 위험하고 몸에 나쁜 마약도 몰래 사고팔아.”
“네?”
“나쁘다는 것이 완벽하게 증명된 것조차도 혈안이 돼서 구하려 들잖아. 그런데 라면은 맛도 있고, 몸에도 그렇게 안 나쁘고, 가격도 싼걸? 나는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믿어.”
이 세상에는 굶어 죽는 사람들도 많았다. 적어도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웠던 한국 사회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그렇기에 라면은 그들에게 무척 좋은 식료품이 되어줄 것이었다.
“라면에 이토록 예민하게 반응하고 악마의 음식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류층 사람들인 거 알지?”
귀족 아니면 부유층들.
그들만이 소식지를 접할 수 있고, 그들만이 정보를 공유하는 세상이다.
“그 사람들은 배고픔을 몰라.”
하지만 이사벨은 배고픔을 알았다.
물론 사람들의 후원 덕분에 정말로 끼니를 굶은 적은 없었지만, 그녀는 늘 떡볶이와 라면이 먹고 싶었다.
남들 다 한 번씩은 먹는다는 피자나 햄버거, 콜라도 먹어보고 싶었다.
그런 음식들은 7살 이전에 딱 몇 번 먹어봤을 뿐이었다.
그래서 정신적으로 늘 배가 고팠다.
안 먹고 싶어서 안 먹는 게 아니라, 먹고 싶지만 못 먹었던 것들이니까.
“그런 사람들이 아무리 입 아프게 떠들어 봐야, 정말 배가 고픈 사람들은 다 먹을 거라고 생각해.”
이사벨은 혹시 몰라 한 번 더 확인했다.
“유리 언니가 라면을 개발했잖아? 거기에 정말 사람 몸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들을 넣었어?”
“아니요! 절대 아니에요. 그랬다면 결단코 황녀님께 드리지 않았을 거예요.”
“거봐. 나는 유리 언니를 믿어.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이사벨이 빙그레 웃었다.
대중과 미디어에 익숙했던 그녀는 최근 벌어지는 일 또한 그냥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다.
‘황녀님은 오늘도 담담하시네요.’
유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너무 답답해서 가슴을 탕! 탕! 치고 싶었다.
‘사람들은 왜 황녀님의 마음을 이렇게 몰라주는 건데?’
유리는 이사벨의 전생을 모른다.
그래서 이사벨이 ‘정말로 라면을 먹고 싶어서’라면 개발을 부탁한 게 아니라고 확신했다.
‘싼값에 최소한의 열량을 채울 수 있는 음식을 개발하여 제국민들을 도와주고 싶은 그 따뜻한 마음을 왜 몰라주냐고!’
유리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필기도구를 꺼냈다.
이사벨은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말했으나 유리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사벨에게 아이디어를 얻어서 라면을 개발한 사람이 바로 유리였다.
그녀의 책상 한편에는 수많은 화학 관련 책이 놓여 있었다.
‘내가 아무렴, 아무 공부도 없이 라면을 개발했을까!’
소설 속 유리는 본래 수학의 천재였다.
소설 속에서라면 그저 수학만 공부했을 테지만,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그녀는 이제 화학을 공부한 요리연구가이자, 공부가 즐거운 천재였다.
‘절대 가만히 있지 않겠어.’
* * *
제국 수도의 외성 수비대장 키르엔이 포크를 집어 던졌다.
팍!
포크가 벽면에 꽂혔다.
“뭔 개소리를 하고 있어?”
그녀가 맥주잔을 내려놓았다.
쾅!
큰 소리가 나면서, 테이블이 박살 났다.
신기한 건 맥주잔은 멀쩡했다는 것이었다.
“내가 먹고 있는 게 악마의 음식이라고? 그럼 뭐, 내가 악마냐?”
대장님, 지금 모습은 좀 악마 같기도 하고요…….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는 수비대원들은 이 자리에 없었다.
수비대원들은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 그딴 소리를 지껄여?”
키르엔이 가까이 다가가자 라면이 악마의 음식 아니냐며 속닥거리던 남자들이 겁에 질렸다.
키르엔이 남자 한 명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렸다.
“사, 사, 살려주세요.”
“누가 죽인대?”
키르엔은 아무리 술에 취했어도 마력을 익히지 않은 일반인을 때리는 경우는 없었다.
“야. 잘 봐.”
키르엔은 한 팔로 남자를 들어 올린 채, 마력을 남자의 몸에 흘려 넣었다.
“무인들은 말이야, 마력으로 몸을 정밀하게 관조할 수 있어. 알아?”
“그, 그게…….”
“너, 발기부전이지?”
남자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아, 아닙니다!”
“아니긴 뭘 아니야. 척 보면 나오는데.”
키르엔은 후, 하고 한숨을 내쉰 뒤 남자를 대충 땅에 집어 던졌다.
철퍼덕! 소리와 함께 남자는 바닥에 떨어졌다.
“도망가면 뒤진다.”
“네, 네.”
키르엔은 그릇을 통째로 들어 라면 국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그러고서 마력을 일으켰다.
푸르스름한 기운이 그녀의 온몸을 덮고서 일렁거렸다.
“내가 내 몸을 살폈는데 이상한 점은 단 하나도 없어. 알아?”
“……네, 네.”
“이상한 게 전혀 없다고.”
키르엔은 일부러 큰 목소리를 내 주변 사람들 전부가 듣도록 했다.
키르엔의 활약(?) 덕택에 외성 주변에서 라면을 악마의 음식이라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
키르엔은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
“근데 말이야. 너한테 소문내라고 사주한 놈이 누구니?”
키르엔이 본 남자는 그냥 평범한 일반인이 아니었다. 사주를 받고 헛소리를 퍼뜨리는 놈이었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작게 속삭였다.
“제대로 말해. 혀 자르기 전에.”
우리 사랑스럽고 귀엽고 깜찍한 황녀님을 모욕하려 했다면 겨우 그 정도로 끝나지는 않겠지만.
그 말은 참았으나, 말만 하지 않았다 뿐이지 무지막지한 살기가 남자의 몸을 짓눌렀다.
“다, 다 말하겠습니다!”
* * *
외성 수비대장 키르엔은 악의적이고 조직적으로 헛소문을 날조하는 세력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비아톤이 그와 관련한 보고를 올렸다.
“예, 폐하. 공사가 다망하여 제 보고 같은 건 일절 안 듣고 모든 업무를 과중하게 저에게 맡기신 폐하. 그런 폐하가 이토록 발 벗고 나서서 깊이 있게 관여하시고 몸소 돌보시는 사안에 대하여 보고를 올리죠. 제게 직접 조사하라 이르셨으니 제가 안 그래도 야근으로 피폐한 몸을 이끌고 사방팔방 움직이며 정보들을 좀 모아…….”
“본론만.”
“아무래도 마법 연방 측 고위 마법사들이 요리협회 연구가들을 지원하는 모양입니다.”
“…….”
“가만히 있으실 겁니까?”
“가만히 있지 않으면?”
비아톤이 슬쩍 눈치를 살폈다.
‘제대로 열 받으신 모양인데…….’
황제가 앉은 의자는 단단하고 귀한 용향목으로 만들어진다.
용향목으로 만들어진 저 의자의 손잡이가 바스러지고 있었다.
정치세력의 음해나 언론전 같은 것에는 일절 신경 쓰지 않던 빌로티안의 황제가, 이제는 그러한 것들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은 괄목할 만한 사실이었다.
‘더 말해도 될까?’
비아톤은 사실 철두철미하게 계산해서 황제를 자극하는 스타일이었다.
지금은 더 말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곧바로 본론을 꺼내기로 했다.
“제게 좋은 생각이 있는데요.”
오